[지방자치 인사이드] ‘잠룡 소굴’ 시도지사협의회, 대선 앞두고 꿈틀대는 사연은 : 월간조선

남경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잇달아 “대선 출마 여부는 연말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12월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를 뜻하는 ‘잠룡(潛龍)’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조직은 전국 17개 시도의 단체장이 속한 전국시도지사협의회다. 8월 9일 열렸던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직에 출마한 이주영 의원은 차기 새누리당 대선 주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의 차기 주자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외에도 인천시장(유정복), 대구시장(권영진), 울산시장(김기현), 부산시장(서병수), 경남지사(홍준표), 정우택 전 최고위원 등 잠재 후보들이 많습니다.”

대선 관리자 역할인 당 대표에 출마하기 위해 주변 상황을 꼼꼼히 살펴보고 얻었다는 그의 결론이다.

2014년 7월 취임한 민선6기 시도지사 17명이 속해 있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수면 위로 드러난 잠룡뿐만 아니라 홍준표 경남도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친박 실세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 등도 속해 있다. 이 협의회는 수장(首長)을 결정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999년 출범한 시도지사협의회의 역대 회장은 고건 서울시장, 이명박 서울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등이었다. 시도지사협의회장의 임기는 1년이고 현재 제9대 협의회장인 유정복 인천시장은 2015년 10월 취임했다. 올해 9월에는 협의회장을 확정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협의회장 출마를 선언한 시도지사는 없지만 야당 순번인 만큼 박원순 시장과 안희정 지사가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임기가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인 만큼 행정가 출신의 관리형 협의회장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지난 6월 말 더불어민주당은 당 소속 시도지사 모임을 열었다. 소속 시도지사 9명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누가 출마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유정복 현 협의회장은 최근 국회의장단 및 3당 대표와 가진 면담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이전까지 협의회장은 여야 합의로 추대해 왔다. 시도지사협의회가 이번에 특히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데다 2015년 8대 협의회장직을 두고 여야가 투표로 맞붙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2014년 6월 지방선거 직후 협의회는 17명 중 야당이 9명, 여당이 8명이라 야당이 먼저 협의회장을 맡는 것으로 합의했고, 행정경험이 많으며 두 번째 연장자(1947년생, 최고령자는 1942년생인 김관용 경북도지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를 추대했다. 따라서 이시종 지사의 후임은 새누리당에서 맡는 것으로 모두들 생각하고 있었다.

16년 만에 최초로 협의회장 경선 실시

새누리당 측 시도지사들은 9대 협의회장으로 유정복 인천시장을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유 시장은 8대 협의회장 선출 시에도 협의회장직을 원했지만 여야 구도에 밀려 포기한 바 있다. 그런데 돌연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5년 8월 협의회장 출마를 선언하며 협의회는 혼란에 빠졌다. 투표에 부칠 경우 야당인 박 시장이 9대 8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시도지사들은 중재에 나섰지만 두 시장 모두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9월 9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을 후보로 협의회장 선거를 치른 결과 17명 중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강원도의회 본회의 참석으로 불참, 8대 8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다음 정기총회는 강릉 전국체전 개회식인 10월 16일. 이날 시도지사들이 모여 재투표를 할 예정이었지만 총회가 열리기 몇 시간 전 박원순 시장이 “여당 소속 협의회장이 아무래도 지방자치 현안에 대해 청와대, 정부와 원만한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고 대승적 판단을 내렸다”며 양보를 선언했다. 박 시장의 한 측근은 “서울시장이 협의회장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시도지사 사이에서 경선과 신경전이 벌어지는 상황을 박 시장이 불편해했고, 본인이 대표가 되면 중앙·지방정부 간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전했다.

유정복 시장이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릴 정도여서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도 있었다. 청와대 측이 정기총회를 앞두고 야당 소속 지사와 접촉, 박원순 시장에게 출마 포기를 권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경선이 이뤄지면 유정복 시장을 지지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 도지사 비서실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필요한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요청이고 요청이라기엔 압력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여권 일각에서는 “원래 유정복 시장이 하기로 한 자리에 박 시장이 나서는 바람에 일이 꼬였을 뿐 청와대 개입설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박원순 시장은 왜 굳이 협의회장을 맡겠다고 나섰을까. 시도지사들은 민선6기에 들어서며 지방정부 및 시도지사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광역시장의 이야기다. “민선6기 지방정부는 중앙정치권 인물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예전과는 위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민선6기를 계기로 우리나라 지방정치 분위기가 변하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주지사 출신들이 그 경력을 기반으로 대권에 도전하지 않습니까.”

그는 박원순 시장이 협의회장직에 도전한 데 대해서도 “민선5기에서는 박 시장이 나서지 않았는데 당시에는 보궐선거 출신이기도 하고 협의회장에 대한 욕심도 그다지 없었겠지만 지금 협의회의 면면이 그때와 달라 욕심이 생겼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 협의회장은 박준영 전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박맹우 울산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등 연장자가 맡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민선6기 들어 협의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회장직을 노리는 소장파가 늘어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직후 지방선거, 여당의 고육지책

2014년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의 남경필(경기), 정진석(충남), 원희룡(제주), 정몽준(서울), 김기현(울산) 후보가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민선6기 시도지사에 잠룡이 대거 유입된 이유는 지방선거 당시 여야의 상황과 관련이 깊다.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책임론, 안대희 총리 후보 낙마, 김기춘 비서실장 거취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사상 최저였다. 지방선거 참패가 명백해 보였다. 야당에는 서울 박원순, 충남 안희정, 전남 이낙연, 강원 최문순 등 재선을 노리는 확실한 후보가 있었지만 여당에는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후보가 거의 없었다.

이때 3월 초~중순에 걸쳐 새누리당에서 남경필, 원희룡, 김기현, 유정복, 서병수 등 중진급 의원들이 돌연 지방선거에 출마를 선언한다. 유정복·서병수 의원은 친박의 핵심이고 남경필 의원과 원희룡 의원은 대중적 인기가 높았다. 이들이 한꺼번에 지방선거에 출마한 것은 선거에 어떤 일이 있어도 이겨야 한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고육지책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이들 외에 언급된 인물로 인천시장에 황우여 당 대표, 충남도지사에 이인제 의원, 충북도지사에 나경원 의원, 광주시장에 이정현 의원 등이 있다. 이들 중 한 명의 보좌관은 “당과 청와대가 지방선거 출마를 권유하며 선당후사(先黨後私)를 강조했고, 회유는 물론 압박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여론조사를 보면 중진급 인물들도 다 야당에 지는 걸로 나오고, 당 지지율이 바닥인 상태에서 누가 사지(死地)로 뛰어들고 싶겠느냐”며 “당시만 해도 청와대의 제안은 거부할 수 없는 압력으로 느껴져 모두들 힘들어했다”고 덧붙였다.

한 현직 도지사는 “당시 다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차출되지 않았느냐”며 “결과적으로 행정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좋지만 당시에는 정말 다들 힘겨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나마 자의로 출마한 사람이 남경필 지사 정도다. 남 지사의 측근은 “2014년 초 남 지사는 원내대표나 경기도지사 중 한쪽으로 도전하려고 했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신당과 민주당이 합당을 결정하면서 경기도지사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그동안 안철수 의원을 잠재적인 경쟁자 또는 대결해야 할 상대로 생각해 왔는데, 안 의원이 합당해 ‘새정치를 포기했다’고 생각했고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주지사 출신들이 대권에 도전하는 미국처럼

현 시도지사협의회는 예전보다 시도지사 모임을 자주 갖고 정부에 정책 제안 횟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전북 무주에서 최초로 1박 2일 워크숍을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도청 관계자는 “시도지사들에게 1박 2일 워크숍은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17명 중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한 사람만 9명”이라며 “34회의 총회를 갖는 동안 늘 시도지사협의회는 의례적인 행사라고 생각했는데 긴 시간을 함께하며 맹렬하게 토론하는 시도지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도 총회에 참석해 보면 과거와 달리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모두들 논제에 치열하게 달려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기싸움이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시도지사협의회 총회 또는 모임의 분위기가 친목 중심에서 지금은 불꽃 튀는 경쟁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광역단체 서울사무소장의 얘기다. “과거엔 시도지사협의회가 친목을 다지며 각 지역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대부분 60세 이상으로 평균 연령도 높은 편이었고 수도권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자리 잡은 분들이어서 서로 경쟁할 일이 없었죠. 요즘은 1960년대생이 4명, 60세 이상은 절반에 불과해요. 재선 5명과 3선(김관용 경북지사) 1명을 빼면 모두 초선입니다. 다들 의욕이 넘치니 회의시간이 원래 예정보다 길어지는 건 보통이고 누가 언제 도착하느냐, 누가 먼저 가느냐, 어떤 스케줄 때문에 가느냐 등등 보좌진도 정보 교환에 적극적입니다. 물론 상사가 궁금해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는 “한 보좌관은 지사님이 ‘OOO(다른 시도지사) 왔나, OOO보다 일찍 갈 필요 없다’며 일부러 차에서 기다린 적도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각 시도지사는 중앙정치권과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 것을 우려한 듯 서울사무소도 앞다퉈 강화하고 있다. 2014년 초까지만 해도 광역자치단체의 서울사무소장은 각 시도 공히 4급(서기관급) 공무원이었다. 그런데 경남과 제주가 이 기준을 파괴한 것이다. 홍준표 지사는 2014년 말 서울본부 책임자를 4급 서기관에서 1급 정무특보로 격상시켰고, 사무소 인원도 늘렸다. 원희룡 지사도 서울사무소장을 3급으로 격상하고 직원 수를 9명에서 14명으로 늘렸다. 남경필 지사는 의원 시절 보좌관 등 측근을 서울사무소장으로 임명했고, 서병수 시장은 2015년 서울사무소를 광화문에서 국회가 있는 여의도로 옮기는 등 정무적 역할을 강화하는 추세다.

현안 놓고 지자체 간 충돌·연합도 늘어

최근 시도지사들이 대놓고 맞붙은 사례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다. 영남권 5개 시도지사는 2015년 1월 신공항 건설 타당성 조사에 합의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러나 서병수 부산시장이 6월 중순 “TK 지역에 가까운 밀양에 신공항을 만든다는 것은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으로 부산 가덕도가 신공항 부지로 선정되지 않으면 시장직을 내놓겠다”고 나서면서 다른 4개 시도지사들이 격분했다.

홍준표 지사는 “(서병수 시장이) 어깃장을 놔서 목적 달성을 한 것 같은데, 어렵게 시도지사들이 합의한 내용을 지키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다”고 서 시장을 공격했다. 홍 지사는 “부산시장 자신이 친박 핵심 중 핵심이며 박근혜 대통령 측근인데 어찌 보이지 않는 손 얘기를 할 수 있느냐”며 불쾌해했다. 영남 지역 한 국회의원은 “시도지사들이 대통령 뜻 운운하며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 중앙정치권 출신이 시도지사로 일하는 현상의 폐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각 시도가 세비를 갹출해 건립하기로 한 지방자치회관 건립도 서울시와 세종시의 수년여간 줄다리기 끝에 서울과 세종 두 곳에 건립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지방자치회관 건립의 취지는 여러 곳에 분산돼 있는 각 시도의 서울사무소 및 관련 사무실을 하나의 건물에 모아 비용을 절감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강화하자는 것으로 2010년 11월 시도지사협의회가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4년 민선6기 들어 재원이 확보되고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그런데 이때부터 장장 2년여에 걸쳐 박원순 시장과 이춘희 세종시장이 각각 회관은 서울과 세종에 지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박 시장은 현실적으로 서울에 회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이 시장은 중앙행정기관이 모두 세종시에 있고 서울회관은 비용이 과다하다는 주장을 꺾지 않았다. 2년여의 논의 끝에 2016년 2월 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두 곳에 각각 회관을 건립한다는 결론을 냈다.

현안을 놓고 각 시도가 연합하는 사례도 있다. 수도 이전 문제를 놓고 여야 시도지사가 연합전선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남경필 지사는 “국회와 청와대를 포함해 수도를 세종시로 완전히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안희정 지사도 이에 화답하듯 “수도 이전 논의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거들었다. 박원순 시장 역시 “노무현 대통령 때 행정수도를 이전했다고 서울시가 활력을 잃은 것은 아니며, 청와대와 국회 이전에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수도권 과밀화를 막기 위한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시도지사들이 수도 이전, 대선 등과 관련해 정치적 언행에 나서는 데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박원순 시장과 남경필·안희정 지사가 수도 이전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대권욕과 수도 이전을 맞바꾸려 하고 있다”며 “대선을 1년 앞두고 충청권 민심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비난했다.

현직 시도지사들은 지자체장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유정복 시장은 “지자체장은 국가 지도자가 되는 데 있어서 아주 좋은 경험을 하게 되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단체장이 선출직 공직자이자 정치인이기도 한 만큼 정치인이 본인의 의견 피력과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 것은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단체장이 돼서 지역을 책임져 볼 기회를 가졌다는 게 중요하고, 대선 후보로서 경쟁력을 갖게 돼 결과적으로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도지사 중 지역 내 인기 톱3는 누구?

인기가 좋아도 지역 주민들에게서 호평을 받지 못한다면 대권 도전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누가 지역에서 인기가 높을까. 매월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시도민들의 평가 조사를 발표하고 있는 ‘리얼미터’가 7월 초 발표한 6월 조사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3개월 연속 지지도(긍정평가) 1위를 기록했다. 안희정 지사는 69.7%, 2위 김관용 경북지사는 65.9%, 3위 김기현 울산시장은 61.1%였다. 최하위 3인은 유정복 인천시장(39.0%), 윤장현 광주시장(40.5%), 권선택 대전시장(41.5%)이었다.

한 여론조사기관 대표는 “민선6기 시도지사 중에는 대부분 안희정, 김기현, 김관용 3인이 톱3”라고 말한다. 그는 “시도지사의 인기는 보통 지역살림이 얼마나 나아졌고 경제적으로 살기 좋은가에 비례한다”며 “안희정 지사는 과거 수도권에 집중돼 있던 투자유치를 충남으로 끌어들인 점을, 김관용 지사는 3선의 관록에서 오는 행정 능력을, 김기현 시장은 외자유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잠룡 중 박원순 시장과 남경필 지사, 원희룡 지사는 보통 순위가 중하위권, 홍준표 지사는 하위권으로 꾸준하다”며 “대선주자급 잠룡들은 인기도 있지만 안티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취재 중 만난 한 광역시장이 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시도지사들이 모이면 소속 정당을 떠나 현재 정치 상황이 답답하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대통령 흉이요? 당연히 나오죠. 그래서 다음 대선에 나올 사람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요. 이 조직(시도지사협의회)에서 누가 나오고 누가 당선되든 그동안 치열한 토론과 경쟁을 거친 만큼 높은 경쟁력을 갖춘 사람일 겁니다.”⊙

시도지사는 장관급? 차관급?

시도지사는 선출직이라 공무원 급수가 해당되지 않는다. 호봉 체계가 있을 뿐인데, 서울시장이 장관급, 기타 시도지사는 차관급 연봉을 받는다. 시도지사 중에서는 서울시장만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정부 의전 서열에서는 시도지사 모두 차관급의 의전을 받고 있다. 시도지사협의회는 민선5기 때까지만 해도 ‘시도지사에 대한 장관급 대우’를 정부에 요구하곤 했다.

민선6기가 들어선 지 반년 만에 열린 2014년 10월 총회에서 협의회는 이 의견을 아예 철회하기로 했다. 이 같은 요구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여론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협의회 측은 얘기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한 광역단체장 비서실장은 “그래도 선출직 공무원이고 수만 명의 공무원 조직과 수백만 명의 시도민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인데 ‘파리목숨’인 장관과 같은 대우를 받아서야 되겠느냐는 의견들이 있었다”며 “민선6기 들어 시도지사의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다들 평가했는데 굳이 ‘장관급’을 명시해 같은 레벨로 묶이기 싫다는 시도지사들도 꽤 있었다”고 말했다.

시도지사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까지 공직을 사퇴해야 한다. 정당 경선에만 참여하고 낙천해 대선 후보로 등록하지 않을 경우 사퇴하지 않아도 된다. 여야 모두 대선 경선 후보의 경우 당직을 1년6개월 전에 사퇴해야 경선 출마가 가능하지만, 경선 참가자가 공직을 언제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당규는 없다. 과거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고,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는 대선 도전을 위해 지사직을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