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 대선 정보전의 특징은 활동 정보맨 70~80%가 기자 출신이라는 점
⊙ 국정원·경찰 등 권력기관의 개입이 거의 없었던 최초의 대선캠프 간 정보전
⊙ 단일화 과정서 朴槿惠 후보, 文在寅 후보 캠프 정보맨들 간 본의 아닌 공조도
⊙ 정보맨들의 시각 “야권 필승 카드였던 문·안 단일화가 오히려 족쇄로 작용”
⊙ 국정원·경찰 등 권력기관의 개입이 거의 없었던 최초의 대선캠프 간 정보전
⊙ 단일화 과정서 朴槿惠 후보, 文在寅 후보 캠프 정보맨들 간 본의 아닌 공조도
⊙ 정보맨들의 시각 “야권 필승 카드였던 문·안 단일화가 오히려 족쇄로 작용”
-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무소속 대통령 후보를 포기한 이틀 후인 2012년 11월 25일 한 지지자가 캠프 밖에서 안 전 후보가 돌아올 것을 호소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보맨들은 야권 필승 카드였던 단일화가 지연됨으로써 단일화 효과가 반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15대 대선(大選)을 두 달여 앞둔 1997년 10월 7일 당시 강삼재(姜三載) 신한국당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에서 강 사무총장은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후보가 비자금을 감추고 있다고 폭로했다. 365개 계좌에 670억원의 비자금을 감추고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이었다. 당시 신한국당 측은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시민 제보’로 ‘김대중 비자금’을 폭로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훗날 이 폭로에는 배재욱(裵在昱) 대통령 사정비서관이 개입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권력기관의 개입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 신한국당의 대선 후보는 이회창(李會昌) 전(前) 한나라당 총재였다. 이 후보는 15대 대선에서 국민회의 측이 제기한 두 아들 병역면제 의혹, 즉 ‘병풍(兵風)’의 벽을 넘지 못하고 김대중 후보에게 39만표 차로 패배했다.
16대 대선이 치러진 2002년에도 이회창 전 총재는 신한국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였다. 이 총재가 유력 대선 후보 시절이던 그해 3월 국민회의의 후신인 민주당의 설훈 의원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호화빌라 공짜 거주’ 의혹을 폭로했다.
당시 이 총재는 1997년 대선 직전 10년 동안 살았던 구기동 빌라를 7억원에 팔아 5억원을 당에 낸 후 자신 소유의 집이 없었다. 민주당이 폭로한 ‘호화 빌라’는 가회동 K빌라 302호로 이 총재 사돈 명의의 집이었다. 이 총재 측이 사돈 명의의 집이라고 밝힌 후 이번에는 같은 빌라 202호도 이 총재가 사용하고 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이 총재 측은 친척 명의의 빌라로 당시 미국에 머물고 있는 아들 정연씨가 한국에 오면 가끔 사용하는 집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의 폭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 빌라 402호도 이 총재의 딸 연희씨 부부가 살고 있다는 폭로가 이어진 것이다. 당시 시가 12억~15억원짜리 고급 빌라 3채를 이 총재의 가족이 사용하고 있다는 폭로는 1997년 대선에서 병풍으로 대쪽 이미지에 흠을 입었던 이 총재의 청렴성에도 타격을 가하게 된다. 이 ‘호화 빌라’ 사건은 훗날 터진 ‘손녀딸의 미국 원정 출산’ 의혹과 김대업에 의한 병풍 재점화 공세 등과 함께 이 총재의 16대 대선 주요 패인으로 꼽힌다. 당시 이 총재의 특보를 맡았던 한 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호화 빌라’ 사건과 관련돼 이런 이야기를 했다.
“3층 빌라, 2층 빌라 폭로가 이어지면서 수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어느 정도 수습이 돼 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4층 빌라 문제가 터지는 거예요. 대쪽 이회창의 청렴한 이미지가 훼손된 것은 물론이고 귀족 이미지의 고착화를 가져왔던 사건이죠. 그런데 저는 그 당시 민주당의 폭로가 정보기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봐요. 측근들조차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빌라 3개 층을 이 총재 관계인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니까요.”
16대 대선에서 이 후보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에게 57만 표 차로 졌다.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을 당선시킨 14대 대선에서도 부산 지역 기관장들이 모여 선거대책회의를 했던 ‘초원복집 사건’이 터진 데서 알 수 있듯이 정부 공기관의 대통령 선거 개입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진 측면이 있었다.
가족 정보 캐기도 어려웠다
이번 18대 대선의 특징은 이처럼 14대, 15대, 16대 대선에서 볼 수 있었던 국정원·경찰·국세청·검찰 등의 권력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사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18대 대선 기간 중 대선캠프에서 정보맨으로 활동을 한 언론인 출신 A씨의 말이다.
“이번 대선이 여야 초박빙으로 치러져 공직자들이 여야 모두의 눈치를 보는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권력기관이 선거를 거의 방관자적 입장에서 지켜본 것만은 틀림없어요. 검찰은 총장과 중수부장의 다툼 등으로 내홍을 겪는 한편에서 이른바 ‘성(性) 검사 사건’ 등이 터져 조직을 추스르기에도 바빴고 국정원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정치 개입 논란이 재연되는 것을 우려했던 것 같아요.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의 국정원이 ‘박근혜 TF팀’을 만들어 최태민 목사 등과의 관계 들춰내기 등 전방위 조사를 통해 박근혜 죽이기에 나섰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잖아요?”
A씨는 “경찰의 정보라는 것도 후보의 행사 정도나 알 수 있는 1차 정보 외에 적극적인 정보 생산 움직임이 없었다”면서 권력기관의 대선 불개입 사례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이 담겨 있다는 이른바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비공개를 예로 들었다.
“이 대화록은 과거 정권 같았으면 어떻게든 선거에 활용할 수 있었던 카드였지만 결국 공개되지 않았잖아요. 정부 기관의 선거중립이 원칙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여당 캠프 내 일부 인사들이 속을 부글부글 끓이는 이유가 다 거기에 있어요. 대통령이 여권 후보를 돕지 않으니까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불만이었던 거죠.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초박빙이었던 15, 16대 대선에서도 정보기관이 몸을 사리지 않고 ‘자기 편’을 들어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정보기관 출신 정보맨 B씨의 말도 A씨와 유사하다.
“17대 대선 과정 중 이명박(李明博) 대 박근혜의 한나라당 경선, 이명박 대 정동영(鄭東泳)의 대선에서 정부 관련 기관 종사자나 가능한 주민등록 불법 열람 등의 문제가 크게 불거졌었잖아요. 시대도 변했지만 그런 이유 등으로 공기관 종사자들이 몸을 사린 측면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어떤 후보의 가족 관계를 알아보는 일이 지난 대선 때까지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그런 일조차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습니다. 정보를 얻기 위한 공직자 활용은 제로에 가까웠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이 끝나고 나면 예전처럼 논공행상을 통해 갑자기 부상하는 공직자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수집 활동 정보맨 개인 능력에 의지
여당 캠프 건 야당 캠프 건 공조직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다 보니 이번 선거에서 벌어진 정보전의 특징은 제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정보맨 개인의 능력이나 친분 관계를 통해 수집되는 정보가 많았다는 것이다. B씨의 이어지는 말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정보 수집 등에서 전·현직(前現職) 공직자 활용이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현상이 캠프마다 기자 출신 정보맨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캠프 내 정식 조직에도 정보 활동을 하는 이들이 있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캠프에서 첩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정보맨들은 공식 조직에도 속하지 않고 명함도 없이 활동하는 사람들이에요. 대선 과정에서 최일선에서 싸우는 전사들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하는 사람들이죠. 여야 캠프서 활동하는 정보맨 중 70~80% 정도가 기자 출신이었다고 보면 정확할 겁니다. 여야 간 차이가 있었다면 여당은 부장급 이상의 중진 기자 출신이, 야당은 젊은 기자들이 많았다는 점이죠. 정보 생산과 유통에서 비교적 여권 캠프가 노련미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라고 봐요. 정보의 폭발력과 파장 그리고 유통 방법에서 우위를 점했던 것이죠. 이런 이유 때문에 과거에는 정치권 수혈이 주로 법조계에서 이루어졌지만 앞으로 지방선거와 총선을 거치면서 언론인 출신 정치인들이 양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권은 문 후보로의 단일화가 유리하다고 판단
여권 정보맨들은 이번 대선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하면서 야권 후보가 단일화된다면 문재인 후보로의 단일화가 여권에 유리하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안철수(安哲秀) 전(前)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대선 프레임이 신구(新舊)의 대결, 즉 과거와 미래의 대결로 짜이면서 여권에 불리할 것으로 내다봤다는 것이다.
문 후보로의 단일화가 유리할 것으로 본 이유 중의 하나는 소위 말하는 친노(親盧) 세력과 동교동계의 분리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동교동계의 분리는 새누리당이 호남에서도 기대 이상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또한 친노에 대한 반감이 국민 정서 곳곳에 잠재해 있다는 것도 한 요인이었다. 이런 판단 때문에 여권 정보맨들과 문 후보 측은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공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언론인 출신 정보맨 C씨의 설명이다.
“문재인 후보와 여권 캠프와의 공조는 물론 서로 협의하에 했다는 게 아니라 ‘결과적 공조’였다는 말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선거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의 사생활 관련 이야기들이 많이 나돌았잖아요. 문 후보 측은 첩보 수준이기는 하지만 이 문제를 안 후보 캠프 쪽으로 은근히 흘리면서 단일화 과정에서 압박 수단으로도 사용하려고 했다고 봐요. 여권 캠프 쪽도 그와 관련된 첩보들을 문 후보 측이 흘리는 것처럼 슬쩍 흘렸을 수도 있고요. 안 후보가 사퇴할 때 표정이 좋지 않았잖아요. 저는 그런 불쾌감도 내재해 있었다고 봅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어찌됐든 야권 단일화는 유쾌하고 담백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고 안 후보 지지자 중에는 ‘불쾌한 단일화’로 보는 사람들도 꽤 있었고요. 그 뒤 안 후보의 문 후보 지지 표현 방법을 놓고도 시간이 지체되면서 ‘유쾌한 단일화’가 이루어졌을 경우 문 후보로 넘어갔을 표들이 여권으로 또는 부동표로 움직이면서 단일화가 오히려 야권에는 족쇄로 작용하게 된 셈이죠. ‘단일화는 필승’이라는 카드가 흔들리면서 야권의 대선 프레임이 박정희(朴正熙) 대 노무현, 이명박 대 노무현 등으로 옮아가는 등 갈팡질팡하는 결과를 가져왔던 거죠.
또 단일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야권이 1년 이상 준비해 온 ‘최태민 목사 건’을 꺼낼 시기를 놓쳐 버리기도 했죠. 그 건을 네거티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해시키고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저는 봅니다. 주변 인사 증언 공개 등으로부터 점차 한 계단씩 올라가며 폭로를 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는 거죠. 야권이 오래 전부터 박근혜 후보의 주변 인물들을 접촉하면서 그와 관련된 증거를 수집하고 다닌 것은 이 계통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대형 네거티브 소재가 없었다
과거의 BBK 주가 조작 사건이나 병풍 사건처럼 선거판을 흔들 만한 대형 네거티브 소재가 없었다는 것도 한 특징이다. 국회 보좌관 출신 정보맨 D씨의 말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경우는 오랫동안 정치활동을 해 오고 특히 2007년 경선 등을 거치면서 특별한 비밀이 없었어요. 문재인 후보도 정치 경력이 짧아 축적된 정보가 별로 없었고요. 그래서 대형 이슈 대신 박 후보의 옷이 몇 벌이라거나 문 후보가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등 어찌 보면 소소한 네거티브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지요.”
권력기관들의 도움도 없었고 대형 네거티브 소재도 없었던 이번 대선에서 정보맨들은 정보를 어떻게 수집했을까.
정보맨들이 매일 신문이나 인터넷을 뒤지는 것은 기본이고 정보가 있는 사람을 찾아다니는 등 이들이 밤잠을 못 자고 움직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상대방이 검찰이나 경찰에서 수사나 조사를 받은 자료가 있는지 정보기관에서 생산한 첩보나 정보가 있는지를 인맥을 동원해 찾는다. 이들 권력기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일단 모두 수집해 놓는다.
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수집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 이것저것 다 수집하고 싶은 유혹 때문에 애초의 의도를 상실하고 정작 꼭 필요한 정보를 놓쳐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첩보나 정보 수집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검증이다.
상대방 후보를 검증할 때 이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상대방 후보의 저서나 발언 등 과거의 자료들을 모으는 일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생생하고 좋은 정보 내지 첩보’는 검증 받을 후보 주변에서 찾는다. 그 대상은 과거에는 가까웠으나 지금은 소원해진 인사를 접촉해 증언을 듣고 증거를 수집하기도 한다.
캠프 주변 기웃거리는 제보자들
자발적 제보자들이 간혹 나타나기도 한다. 상대방 후보에게 감정이 상해 있거나 대가를 바라고 접근해 오는 경우가 많다. 안철수 전 원장 사생활 관련 제보자는 사진 등의 자료를 갖고 여야 캠프 모두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관 출신 정보맨 B씨는 “그 제보자의 증언에서 이름, 사는 곳 등이 구체적이서 접촉을 했지만 대가를 요구해서 접어 버렸다”면서 “대가를 요구하는 제보의 경우 신빙성이 떨어지는 첩보가 대부분”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대선캠프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여의도에서 활동하며 국회 소식에 정통한 정보맨 E씨는 정보맨들의 상대방 후보 검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검증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장관 인사청문회 하듯이 합니다. 예를 들어 위장전입이나 다운계약서를 상대방 후보가 작성했다고 가정한 뒤 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받아 분석하고 파헤치는 방법이죠. 안철수 원장의 딱지 아파트 문제, 문재인 후보의 다운계약서 작성 건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소위 말해 ‘빠꿈이’ 수준의 전문가들이 국회 주변에 별로 없습니다. 후보들의 주변이 비교적 깨끗해지면서 검증이 정책 중심으로 옮아가는 긍정적 측면에서 비롯된 일이기도 하지만 일이 힘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문 후보의 다운계약서 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찾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산한 정보는 어떻게 유통될까. 대선 과정에서 생산되는 정보는 당연히 네거티브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 많다. 유통되는 그런 정보 때문에 근거가 부족하다면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입을 빌린다. 해당 후보의 당 소속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서 질문 형식으로 폭로전을 벌이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통해 폭로전을 벌이는 방법 외에도 정보 전파는 대변인 논평 등 당 차원에서 직접 공세를 취하는 방법과 언론을 통해 우회적으로 폭로하는 방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폭로 등의 방법으로 전파한다.
네거티브 캠페인도 검증의 한 수단
이번 대선에서는 여야 대선 후보가 공식적으로는 네거티브 자제를 약속함으로써 당 차원에서의 직접 공세보다는 언론이나 SNS를 통한 폭로가 많았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언론을 통한 공세로는 다운계약서·딱지 문제·정수장학회·안랩 문제 등 공공의 이익과 결부된 문제가, SNS를 통해서는 문 후보의 가구 문제와 박 후보의 옷 문제 등 일반 언론에서는 보도하기 힘든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들이 유통됐다. 한마디로 언론에서는 팩트 중심의 폭로가, SNS에서는 감성적 폭로가 이루어진 셈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없는 선거는 없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네거티브는 불법도 아니다. 검증의 한 수단이다. 네거티브라는 어감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식자들은 “네거티브가 없는 선거를 만들자”고 외치곤 한다. 거꾸로 말하면 이 말은 “잘못도 눈감아 주자”라는 말이 될 수도 있다. 목적이야 어떻든 대선캠프 정보맨들의 정보 캐기는 사실을 찾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다. 그럼에도 많은 정보맨들이 명함도, 소속도 없이 대선캠프에서 활동해야 했던 것도 현실이다. 과거 대선에서 있었던 ‘공작’의 어두운 그림자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이번 대선에서는 그런 어두운 그림자들이 많이 걷힌 것 같다.
국회 보좌관 출신의 정보맨 D씨는 대선 과정 중 언론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런 증언을 해 주었다.
“대선 후보와 관련된 취재 문의가 오면 우리는 그 정보를 갖고 있어도 주지 않았어요. 확인을 해 오면 ‘사실인 것 같다, 아닌 것 같다’고 확인해 주는 정도였어요. 우린들 언론에 자료를 몽땅 주고 폭로가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과거의 공작적 네거티브 캠페인과 우리가 달라진 점이 뭐가 있겠습니까. 이번 선거가 과거와 달리 공조직이 개입한 ‘공작’도 없었고 터무니없는 네거티브 캠페인도 상대적으로 적었던 선거였기 때문에 우리 선거 문화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당시 신한국당의 대선 후보는 이회창(李會昌) 전(前) 한나라당 총재였다. 이 후보는 15대 대선에서 국민회의 측이 제기한 두 아들 병역면제 의혹, 즉 ‘병풍(兵風)’의 벽을 넘지 못하고 김대중 후보에게 39만표 차로 패배했다.
16대 대선이 치러진 2002년에도 이회창 전 총재는 신한국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였다. 이 총재가 유력 대선 후보 시절이던 그해 3월 국민회의의 후신인 민주당의 설훈 의원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호화빌라 공짜 거주’ 의혹을 폭로했다.
 |
| 2002년 3월 한나라당 유력 대선 후보였던 당시 이회창 총재가 살았던 서울 가회동 빌라. 민주당이 이 총재 가족이 202. 302. 402호를 사용 중인 것으로 폭로함으로써 이 총재는 2002 대선에서 청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이 총재 특보는 “정보기관의 개입 없이는 그런 폭로가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
민주당의 폭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 빌라 402호도 이 총재의 딸 연희씨 부부가 살고 있다는 폭로가 이어진 것이다. 당시 시가 12억~15억원짜리 고급 빌라 3채를 이 총재의 가족이 사용하고 있다는 폭로는 1997년 대선에서 병풍으로 대쪽 이미지에 흠을 입었던 이 총재의 청렴성에도 타격을 가하게 된다. 이 ‘호화 빌라’ 사건은 훗날 터진 ‘손녀딸의 미국 원정 출산’ 의혹과 김대업에 의한 병풍 재점화 공세 등과 함께 이 총재의 16대 대선 주요 패인으로 꼽힌다. 당시 이 총재의 특보를 맡았던 한 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호화 빌라’ 사건과 관련돼 이런 이야기를 했다.
“3층 빌라, 2층 빌라 폭로가 이어지면서 수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어느 정도 수습이 돼 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4층 빌라 문제가 터지는 거예요. 대쪽 이회창의 청렴한 이미지가 훼손된 것은 물론이고 귀족 이미지의 고착화를 가져왔던 사건이죠. 그런데 저는 그 당시 민주당의 폭로가 정보기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봐요. 측근들조차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빌라 3개 층을 이 총재 관계인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니까요.”
16대 대선에서 이 후보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에게 57만 표 차로 졌다.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을 당선시킨 14대 대선에서도 부산 지역 기관장들이 모여 선거대책회의를 했던 ‘초원복집 사건’이 터진 데서 알 수 있듯이 정부 공기관의 대통령 선거 개입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진 측면이 있었다.
가족 정보 캐기도 어려웠다
 |
| 이번 선거의 특징은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개입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공중에서 촬영한 국정원 전경. |
“이번 대선이 여야 초박빙으로 치러져 공직자들이 여야 모두의 눈치를 보는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권력기관이 선거를 거의 방관자적 입장에서 지켜본 것만은 틀림없어요. 검찰은 총장과 중수부장의 다툼 등으로 내홍을 겪는 한편에서 이른바 ‘성(性) 검사 사건’ 등이 터져 조직을 추스르기에도 바빴고 국정원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정치 개입 논란이 재연되는 것을 우려했던 것 같아요.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의 국정원이 ‘박근혜 TF팀’을 만들어 최태민 목사 등과의 관계 들춰내기 등 전방위 조사를 통해 박근혜 죽이기에 나섰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잖아요?”
A씨는 “경찰의 정보라는 것도 후보의 행사 정도나 알 수 있는 1차 정보 외에 적극적인 정보 생산 움직임이 없었다”면서 권력기관의 대선 불개입 사례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이 담겨 있다는 이른바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비공개를 예로 들었다.
“이 대화록은 과거 정권 같았으면 어떻게든 선거에 활용할 수 있었던 카드였지만 결국 공개되지 않았잖아요. 정부 기관의 선거중립이 원칙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여당 캠프 내 일부 인사들이 속을 부글부글 끓이는 이유가 다 거기에 있어요. 대통령이 여권 후보를 돕지 않으니까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불만이었던 거죠.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초박빙이었던 15, 16대 대선에서도 정보기관이 몸을 사리지 않고 ‘자기 편’을 들어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정보기관 출신 정보맨 B씨의 말도 A씨와 유사하다.
“17대 대선 과정 중 이명박(李明博) 대 박근혜의 한나라당 경선, 이명박 대 정동영(鄭東泳)의 대선에서 정부 관련 기관 종사자나 가능한 주민등록 불법 열람 등의 문제가 크게 불거졌었잖아요. 시대도 변했지만 그런 이유 등으로 공기관 종사자들이 몸을 사린 측면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어떤 후보의 가족 관계를 알아보는 일이 지난 대선 때까지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그런 일조차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습니다. 정보를 얻기 위한 공직자 활용은 제로에 가까웠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이 끝나고 나면 예전처럼 논공행상을 통해 갑자기 부상하는 공직자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수집 활동 정보맨 개인 능력에 의지
 |
|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이 2007년 10월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이 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등의 내용이 담긴 대화록을 국정원이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여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선거 기간 중 국정원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
“이런저런 사정으로 정보 수집 등에서 전·현직(前現職) 공직자 활용이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현상이 캠프마다 기자 출신 정보맨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캠프 내 정식 조직에도 정보 활동을 하는 이들이 있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캠프에서 첩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정보맨들은 공식 조직에도 속하지 않고 명함도 없이 활동하는 사람들이에요. 대선 과정에서 최일선에서 싸우는 전사들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하는 사람들이죠. 여야 캠프서 활동하는 정보맨 중 70~80% 정도가 기자 출신이었다고 보면 정확할 겁니다. 여야 간 차이가 있었다면 여당은 부장급 이상의 중진 기자 출신이, 야당은 젊은 기자들이 많았다는 점이죠. 정보 생산과 유통에서 비교적 여권 캠프가 노련미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라고 봐요. 정보의 폭발력과 파장 그리고 유통 방법에서 우위를 점했던 것이죠. 이런 이유 때문에 과거에는 정치권 수혈이 주로 법조계에서 이루어졌지만 앞으로 지방선거와 총선을 거치면서 언론인 출신 정치인들이 양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권은 문 후보로의 단일화가 유리하다고 판단
여권 정보맨들은 이번 대선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하면서 야권 후보가 단일화된다면 문재인 후보로의 단일화가 여권에 유리하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안철수(安哲秀) 전(前)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대선 프레임이 신구(新舊)의 대결, 즉 과거와 미래의 대결로 짜이면서 여권에 불리할 것으로 내다봤다는 것이다.
문 후보로의 단일화가 유리할 것으로 본 이유 중의 하나는 소위 말하는 친노(親盧) 세력과 동교동계의 분리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동교동계의 분리는 새누리당이 호남에서도 기대 이상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또한 친노에 대한 반감이 국민 정서 곳곳에 잠재해 있다는 것도 한 요인이었다. 이런 판단 때문에 여권 정보맨들과 문 후보 측은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공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언론인 출신 정보맨 C씨의 설명이다.
“문재인 후보와 여권 캠프와의 공조는 물론 서로 협의하에 했다는 게 아니라 ‘결과적 공조’였다는 말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선거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의 사생활 관련 이야기들이 많이 나돌았잖아요. 문 후보 측은 첩보 수준이기는 하지만 이 문제를 안 후보 캠프 쪽으로 은근히 흘리면서 단일화 과정에서 압박 수단으로도 사용하려고 했다고 봐요. 여권 캠프 쪽도 그와 관련된 첩보들을 문 후보 측이 흘리는 것처럼 슬쩍 흘렸을 수도 있고요. 안 후보가 사퇴할 때 표정이 좋지 않았잖아요. 저는 그런 불쾌감도 내재해 있었다고 봅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어찌됐든 야권 단일화는 유쾌하고 담백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고 안 후보 지지자 중에는 ‘불쾌한 단일화’로 보는 사람들도 꽤 있었고요. 그 뒤 안 후보의 문 후보 지지 표현 방법을 놓고도 시간이 지체되면서 ‘유쾌한 단일화’가 이루어졌을 경우 문 후보로 넘어갔을 표들이 여권으로 또는 부동표로 움직이면서 단일화가 오히려 야권에는 족쇄로 작용하게 된 셈이죠. ‘단일화는 필승’이라는 카드가 흔들리면서 야권의 대선 프레임이 박정희(朴正熙) 대 노무현, 이명박 대 노무현 등으로 옮아가는 등 갈팡질팡하는 결과를 가져왔던 거죠.
또 단일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야권이 1년 이상 준비해 온 ‘최태민 목사 건’을 꺼낼 시기를 놓쳐 버리기도 했죠. 그 건을 네거티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해시키고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저는 봅니다. 주변 인사 증언 공개 등으로부터 점차 한 계단씩 올라가며 폭로를 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는 거죠. 야권이 오래 전부터 박근혜 후보의 주변 인물들을 접촉하면서 그와 관련된 증거를 수집하고 다닌 것은 이 계통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대형 네거티브 소재가 없었다
 |
| 2007년 7월 대선 후보 한나라당 경선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경선 후보 캠프 측근 의원들이 각각 상대방 후보의 네거티브 자료를 본회의장에서 보고 있다.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경우는 오랫동안 정치활동을 해 오고 특히 2007년 경선 등을 거치면서 특별한 비밀이 없었어요. 문재인 후보도 정치 경력이 짧아 축적된 정보가 별로 없었고요. 그래서 대형 이슈 대신 박 후보의 옷이 몇 벌이라거나 문 후보가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등 어찌 보면 소소한 네거티브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지요.”
권력기관들의 도움도 없었고 대형 네거티브 소재도 없었던 이번 대선에서 정보맨들은 정보를 어떻게 수집했을까.
정보맨들이 매일 신문이나 인터넷을 뒤지는 것은 기본이고 정보가 있는 사람을 찾아다니는 등 이들이 밤잠을 못 자고 움직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상대방이 검찰이나 경찰에서 수사나 조사를 받은 자료가 있는지 정보기관에서 생산한 첩보나 정보가 있는지를 인맥을 동원해 찾는다. 이들 권력기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일단 모두 수집해 놓는다.
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수집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 이것저것 다 수집하고 싶은 유혹 때문에 애초의 의도를 상실하고 정작 꼭 필요한 정보를 놓쳐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첩보나 정보 수집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검증이다.
상대방 후보를 검증할 때 이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상대방 후보의 저서나 발언 등 과거의 자료들을 모으는 일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생생하고 좋은 정보 내지 첩보’는 검증 받을 후보 주변에서 찾는다. 그 대상은 과거에는 가까웠으나 지금은 소원해진 인사를 접촉해 증언을 듣고 증거를 수집하기도 한다.
캠프 주변 기웃거리는 제보자들
자발적 제보자들이 간혹 나타나기도 한다. 상대방 후보에게 감정이 상해 있거나 대가를 바라고 접근해 오는 경우가 많다. 안철수 전 원장 사생활 관련 제보자는 사진 등의 자료를 갖고 여야 캠프 모두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관 출신 정보맨 B씨는 “그 제보자의 증언에서 이름, 사는 곳 등이 구체적이서 접촉을 했지만 대가를 요구해서 접어 버렸다”면서 “대가를 요구하는 제보의 경우 신빙성이 떨어지는 첩보가 대부분”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대선캠프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여의도에서 활동하며 국회 소식에 정통한 정보맨 E씨는 정보맨들의 상대방 후보 검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검증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장관 인사청문회 하듯이 합니다. 예를 들어 위장전입이나 다운계약서를 상대방 후보가 작성했다고 가정한 뒤 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받아 분석하고 파헤치는 방법이죠. 안철수 원장의 딱지 아파트 문제, 문재인 후보의 다운계약서 작성 건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소위 말해 ‘빠꿈이’ 수준의 전문가들이 국회 주변에 별로 없습니다. 후보들의 주변이 비교적 깨끗해지면서 검증이 정책 중심으로 옮아가는 긍정적 측면에서 비롯된 일이기도 하지만 일이 힘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문 후보의 다운계약서 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찾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산한 정보는 어떻게 유통될까. 대선 과정에서 생산되는 정보는 당연히 네거티브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 많다. 유통되는 그런 정보 때문에 근거가 부족하다면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입을 빌린다. 해당 후보의 당 소속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서 질문 형식으로 폭로전을 벌이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통해 폭로전을 벌이는 방법 외에도 정보 전파는 대변인 논평 등 당 차원에서 직접 공세를 취하는 방법과 언론을 통해 우회적으로 폭로하는 방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폭로 등의 방법으로 전파한다.
네거티브 캠페인도 검증의 한 수단
이번 대선에서는 여야 대선 후보가 공식적으로는 네거티브 자제를 약속함으로써 당 차원에서의 직접 공세보다는 언론이나 SNS를 통한 폭로가 많았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언론을 통한 공세로는 다운계약서·딱지 문제·정수장학회·안랩 문제 등 공공의 이익과 결부된 문제가, SNS를 통해서는 문 후보의 가구 문제와 박 후보의 옷 문제 등 일반 언론에서는 보도하기 힘든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들이 유통됐다. 한마디로 언론에서는 팩트 중심의 폭로가, SNS에서는 감성적 폭로가 이루어진 셈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없는 선거는 없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네거티브는 불법도 아니다. 검증의 한 수단이다. 네거티브라는 어감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식자들은 “네거티브가 없는 선거를 만들자”고 외치곤 한다. 거꾸로 말하면 이 말은 “잘못도 눈감아 주자”라는 말이 될 수도 있다. 목적이야 어떻든 대선캠프 정보맨들의 정보 캐기는 사실을 찾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다. 그럼에도 많은 정보맨들이 명함도, 소속도 없이 대선캠프에서 활동해야 했던 것도 현실이다. 과거 대선에서 있었던 ‘공작’의 어두운 그림자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이번 대선에서는 그런 어두운 그림자들이 많이 걷힌 것 같다.
국회 보좌관 출신의 정보맨 D씨는 대선 과정 중 언론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런 증언을 해 주었다.
“대선 후보와 관련된 취재 문의가 오면 우리는 그 정보를 갖고 있어도 주지 않았어요. 확인을 해 오면 ‘사실인 것 같다, 아닌 것 같다’고 확인해 주는 정도였어요. 우린들 언론에 자료를 몽땅 주고 폭로가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과거의 공작적 네거티브 캠페인과 우리가 달라진 점이 뭐가 있겠습니까. 이번 선거가 과거와 달리 공조직이 개입한 ‘공작’도 없었고 터무니없는 네거티브 캠페인도 상대적으로 적었던 선거였기 때문에 우리 선거 문화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