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고통지수, 2007년 大選 때보다 높아
⊙ 安哲秀 大選 불출마 時 文在寅ㆍ金斗官 유력
⊙ 문재인, “김해發 동남풍이 분다”
金亨俊
⊙ 55세.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安哲秀 大選 불출마 時 文在寅ㆍ金斗官 유력
⊙ 문재인, “김해發 동남풍이 분다”
金亨俊
⊙ 55세.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민주통합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후보들. 이들 중 한명숙 전 총리,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이학영 전 YMCA사무총장 등이 친노인사들이다.
지난 2002년 대선(大選)에서 낡은 정치 청산과 지역주의 타파를 내건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당선되었다. 노 후보의 당선은 ‘진보’ 정권의 재(再)집권 성공 이외에도 한국 정치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5년은 이런 국민의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집권 말기에는 모든 잘못이 ‘노무현 때문이다’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더욱이,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노무현 찍고 이민 간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참으로 노무현 집권 5년은 초라하고 비참했다. 결과적으로 2007년 12월에 치러진 대선은 ‘국정 실패 세력 심판론’을 내세운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10년 만에 정권이 진보에서 보수 세력으로 교체된 것은 오만하고 무능한 노무현 진보 정부에 대한 저항과 응징의 결과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였다.
安熙正, “우리는 廢族”
한국선거학회가 2007년 대선 직후 실시한 국민여론조사는 이런 견해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노무현 정부 5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잘못하고 있다’는 비율이 71.9%인 반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7.1%에 불과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조차 ‘잘못하고 있다’는 비율이 62.5%로 ‘잘하고 있다’(37.1%)보다 훨씬 많았다. 더구나 ‘5년 전과 비교해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 ‘좋아졌다’는 4.4%에 불과하고 ‘나빠졌다’는 이보다 10배 이상 많은 59.3%였다. 노무현 정부 5년에 대해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사람의 73.1%, 5년 전과 비교해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67.5%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는 사실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국민들 분노의 기저(基底)에는 분명 노무현 정권의 경제실패가 깔려 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정책 중에서 가장 잘못한 것으로 경제정책(35.4%)과 부동산 정책(24.6%)을 지적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 준다.
종합해 보면, 지난 2007년 대선은 한마디로 경제를 망친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이런 국민들의 정서를 정확하게 읽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인 참여정부 평가포럼 안희정(安熙正) 위원장(현 충남지사)이 2007년 12월 26일 친노(親盧) 진영의 처지를 한탄하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안 위원장은 “친노라고 표현된 우리는 폐족(廢族)입니다.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라고 썼다. 폐족은 조선시대 조상이 큰 죄를 지어 후손이 벼슬에 오르지 못하는 일족(一族)을 뜻한다. 안 위원장은 “민주개혁세력이라 칭해졌던 우리 세력이 우리 대(代)에 이르러 사실상 사분오열(四分五裂), 지리멸렬의 결말을 보게 했으니 우리가 어찌 이 책임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새로운 시대로, 새로운 세력으로 우리를 이끌고 정립시켜야 할 책임을 우리는 완수하지 못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이 노력이 국민과 우리 세력 다수의 합의와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모두의 변화와 개혁에 실패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廢族 부활의 서곡, 6·2 지방선거
설상가상으로 2009년 부패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친노 세력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노 전 대통령 죽음 이후 폐족이라던 친노 세력의 약진 징후가 나타났다.
무엇보다 2010년 6·2 지방선거는 친노 폐족 부활의 서곡(序曲)이었다. ‘폐족’을 선언했던 안희정은 충남지사, 노 전 대통령의 왼팔인 이광재(李光宰)는 강원지사, 노무현 정부 때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며 ‘리틀 노무현’으로 통했던 김두관(金斗官)은 경남지사에 각각 당선되었다. 최근에는 친노 세력의 ‘맏언니’로 통하는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 문재인(文在寅) 노무현 재단 이사장,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가 ‘혁신과 통합’ 세력을 이끌며 야권 통합과 민주통합당의 중심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친노 세력의 화려한 부활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특정 인물이나 세력들에 대한 열광과 환멸의 주기(週期)가 지나치게 짧은 국민들의 정서도 있지만 여기에는 보다 복합적인 요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치적 상황과 일반 국민들의 정서적 태도 변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이명박 정부의 실정(失政), 중도(中道)·진보 세력의 부상(浮上)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 요인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MB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좌절과 분노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가치(價値) 담론(談論) 전쟁에서 진보의 승리이다.
중산층, 67.5%까지 줄어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벤듈라(Bendular) 교수는 카리스마 리더(Charismatic Leader)가 어떤 과정을 거쳐 부상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나 조직에 위기(Crisis)가 오면 일차적으로 이런 현실에 대해 부정(Denial)하는 반응을 보인다. 자신은 예외이며 위기의 직격탄을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위기가 깊어지고 자신도 그 위기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좌절(Frustration)을 느끼게 된다. 이런 좌절이 지속되고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으면 좌절은 분노(Anger)로 변하게 된다. 급기야 사람들은 자신을 대신해서 이런 분노를 표출시키고 저항해 줄 대상(Proxy Control)을 찾게 되고, 이런 상황 속에서 카리스마적 리더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벤듈라의 이론을 한국 상황에 적용하면, 결국 분노와 좌절이 친노 폐족의 부활과 직결된다. 이명박(MB) 후보는 2007년 대선에서 ‘경제만은 살리겠다’며 국민들의 너무나 많은 기대 상승을 유발시켰다. 이런 기대에 흥분했던 국민들은 MB에게 531만 표 차이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MB 정부 출범 이후 이런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소득 양극화(兩極化)가 심화되면서 중산층(中産層)은 빠르게 몰락했다. 각종 경제·사회 지표가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우선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만든 경제고통지수를 살펴보자.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작년 10월까지 경제고통지수는 7.5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1년 8.1과 2008년 7.9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경제고통지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삶이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를 망쳤다고 친노 세력을 폐족으로 몰았던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경제고통지수가 5.7이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일반 국민들이 경제 때문에 느끼는 고통과 좌절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다.
한편, 한국은행 산하 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10일에 내놓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사회지표의 변화’ 보고서를 보면 지난 1990년 75.4%에 달하던 중산층 비율은 지난해 67.5%까지 줄었다. 특히 중산층 안에서 적자(赤字)가구 비중이 같은 기간 15.8%에서 23.3%로 높아질 정도로 중산층이 빠른 속도로 붕괴되고 있다.
MB에 대한 분노가 親盧 지지로
물론 최근의 소득 양극화 심화와 중산층 붕괴가 전적으로 MB 정부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CEO 출신으로 경제 대통령을 자처했던 MB 정부가 그동안 줄기차게 약속했던 민생경제를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정치개혁을 외쳤던 전임 대통령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결국 벤듈라 교수의 주장처럼 좌절하고 분노한 국민들은 자신들을 대신해 저항해 줄 대리인을 찾게 되었고 그것이 MB와 대척점(對蹠點)에 서 있었던 친노 세력이었다. MB가 집권 초기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고 부자 감세(減稅)를 들고 나오면서 부자들과 대기업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민심이 더욱 폭발했다. 이런 반MB 정서는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를 치르면서 친노무현 정서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GH 코리아가 작년 12월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볼 때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비교해 잘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3.9%가 ‘대체로 잘못했다(38.5%)’거나 ‘매우 잘못했다(15.4%)’고 답했다. ‘매우 잘했다(3.1%)’ 또는 ‘대체로 잘했다(27.1%)’는 응답(30.2%)보다 23.7%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난 2007년 이명박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었던 자영업자(61.4%)와 화이트칼라(58.7%) 층에서도 부정적 답변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분명 일반 국민들은 경제 고통 속에서 신분 상승의 꿈을 접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일생 동안 노력한다면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28.8%에 불과했다. 2년 전 조사 때의 35.7%보다 훨씬 줄었다. 반대로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은 48.1%에서 58.8%로 훨씬 많아졌다. 자식들에 대한 희망도 크게 줄었다. 계층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48.4%에서 41.7%로 하락했고,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30.8%에서 43.0%로 크게 늘었다.
이런 결과는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주거비·교육비 등 경제생활 비용이 급증하면서 통상적인 방법을 통한 계층 상승이 어려워진 사회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인 고통으로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대신해서 현 정부를 혼내주고 응집할 수 있는 세력으로 서민을 강조했던 친노 세력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이것이 친노 세력 부활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친노 세력을 폐족으로 만들었던 경제문제가 이번에는 이명박 세력을 폐족으로 몰면서 친노 폐족의 부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게으른 보수’, 이념 싸움에서 밀려
친노 폐족 부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또 다른 요인은 친노 세력이 보수 세력을 상대로 가치 담론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노 세력은 비록 폐족으로 몰리고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도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하는 가치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겠다’, ‘특권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나름의 비전과 가치가 있었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런 가치들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에서는 서툴고 투박했다. 더구나 ‘방향이 좋으면 방법이 다소 서툴러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인식적 오류에 빠져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 서 있지 않았던 이명박 정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 담론에서 진보 세력에 밀리기 시작했다. 더구나 국민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국민들은 과거 친노 세력이 주장했던 가치들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이를 입증해 주는 것이 대형서점의 정치사회 코너에서 좌파 진영이 내놓은 책들이 보수 세력이 내놓은 책들을 압도하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서울시민 80%가 들어봤다는 인터넷 팟(Pod) 캐스트 ‘나꼼수’의 진행자들이 내놓은 책들이 서점가 베스트셀러 리스트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2007년 정권 교체 후 자만에 빠져 있는 ‘게으른 우파 보수’는 아직도 이를 절실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 보수의 치명적 약점
이 외에도 한국 보수의 치명적인 약점은 보수에 대한 자긍심이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수가 왜 재집권해야 하는지, 보수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수는 어떤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지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약하다.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은 건국을 주도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했다. 한국전쟁을 극복하고 그 이후 공산주의의 위협과 도발을 막으며 반공 보수주의의 틀을 만들었다.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은 수출 주도적 산업 전략을 토대로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주도했다. 이러한 근대화 발전 전략에 힘입어 한국 사회는 1960년부터 1995년까지 36년간 연평균 7.1%의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이러한 경제성장의 신화에 힘입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사후(死後) 평가는 긍정을 넘어 절대적이다.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2008년 8·15 특집으로 실시한 국민 의식조사 결과, “박정희 대통령은 5·16이나 유신독재보다 경제성장 업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71.0%가 공감했다(‘매우 그렇다’ 36.3% + ‘대체로 그렇다’ 34.7%).
일부 보수들은 과거 보수 정부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보수는 수구 꼴통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멀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지난 1998년부터 10년간 진보 세력에 정권을 빼앗긴 이후 한국 보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것을 보수하면서 경제 운영의 축(軸)을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에서 시장자본주의(Market Capitalism)로 급격하게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그토록 성공적이었던 한국경제모델은 구(舊)시대의 유물로 전락했고, 보수의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인 시장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회 규범을 무시하고 맹목적으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탐욕적인 사람들이 문제인데, 마치 시장 자체가 모든 악(惡)의 원흉(元兇)이라는 좌파의 논리에 보수 우파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산정책연구원 함재봉 원장의 지적대로, 한국 보수가 한때 불가능하다고 보였던 근대화의 목표들을 달성한 이후 추동력(推動力)과 방향 감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즉 한국 보수들은 사회의 다원화(多元化), 시민사회의 성장, 새로운 안보 환경, 삶의 질(質) 향상에 대한 욕구 등 한국 사회가 새롭게 맞이하는 시대 환경에 대비한 청사진, 즉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친노 세력들은 “대한민국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라는 부정적 역사 인식과 함께 대한민국의 역사를 ‘가진 자(주류)와 못 가진 자(비주류)’, ‘친미(親美) 대 반미(反美)’, ‘중앙(집중) 대 지방(분권)’, ‘불균형 발전 대 균형 발전’으로 나눠 사회 변혁을 시도했다. 그동안 제도권 정치 밖에서 활동했던 시민운동 세력과 결합하면서 힘을 배가(倍加)시켰다.
한나라당 최대의 敵은 자기부정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자유보다는 평등, 성장보다는 복지, 안보보다는 평화가 더욱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KSDC가 지난 2009년 5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유와 평등은 모두 중요하지만, 만약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어느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평등이 더 중요하다’는 진보 입장에 동조하는 비율이 63.1%인 반면,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보수 입장은 26.7%에 불과했다.
문제는 보수 세력들이 사회 전반에 진보 가치 담론이 우위를 보인다고 너무나 쉽게 보수 가치를 홀대하고 심지어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한나라당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등으로 총체적인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은 박근혜(朴槿惠) 비상대책위 체제를 출범시키고 연일 쇄신을 외치고 있다.
그동안 한국 보수는 자신의 이익만을 보수하려는 탐욕과 부패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았다. 그렇다고 그동안 보수 세력을 대변해 왔던 한나라당 강령에서 보수를 삭제하겠다는 것은 좋은 쇄신책이 아니다.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보수의 비전과 정책을 토대로 왜 한나라당이 재집권해야 하는지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다. 인기영합식으로 이름만 바꾸는 이른바 ‘데코레이션 쇄신’으로는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한나라당 최대의 적(敵)은 자기 부정이다. 대한민국 보수의 뿌리로 종종 박정희가 언급된다. 그러므로 보수를 부정하는 것은 박정희를 부정하는 것이고, 박정희를 부정하는 것은 결국 박근혜를 부정하는 것이다. 쇄신이 학살이 되어서는 안 되고, 뿌리를 부정하는 쇄신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보수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正體性)을 부정하고, 선거에서 표만을 의식해 좌(左)클릭에만 매진하다 보니 진보의 상징으로 부상한 친노 세력과의 전투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효율, 성장, 자율, 경쟁, 체제와 같은 보수적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형평, 분배, 분권, 균형발전, 민족 등의 진보적 가치를 담아내는 ‘포용적 보수주의’의 길을 걸어간다고 보수 자체를 부정하면 가치 담론 전쟁에서 보수는 결코 진보를 이길 수 없다.
最惡의 상황에 처한 한나라당
4월 총선 결과가 친노 폐족의 미래를 결정짓는 잣대가 될 것이다. 임진년 새해 각종 언론사에서 발표된 여론 조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주목할 만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첫째, 대통령 후보 지지도에서 안철수(安哲秀) 교수가 여전히 박근혜 전 대표를 앞섰다. 조사기관마다 편차가 있지만 대략 안 교수가 5~1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김정일 사망 이후 한반도 안보가 불안정해지면서 안 교수의 지지도가 다소 하락하고, 박 전 대표의 지지도는 상승했다. 안 교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오랜 정치 경험과 투철한 안보 의식을 갖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차별성이 부각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보듯이, 북한 변수(變數)는 별안간 안보 이슈에서 평화 이슈로 전환될 수 있다.
셋째, 성장 못지않게 복지도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다.
넷째, 4월 총선에서 야권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해 한나라당 후보와 1대1로 대결하면 야권이 필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K 지역에서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다섯째, 진보층과 무당파층(無黨派層)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진보가 보수를 앞지르고 있다. 최근 한국선거는 행동하는 부동층(浮動層)이 선거를 결정짓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 부동층은 반한나라당 성향을 보이고 있다.
여섯째, MB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고, 올해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견해가 대세였다. 국민 10명 중 8명 정도가 작년과 비슷하거나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조사결과들이 던지는 함의는 한나라당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현 상황은 2004년 차떼기 정당 이미지와 대통령 탄핵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보다 훨씬 안 좋다.
東南風을 기대하는 親盧
이런 상황에서 친노 핵심 인사들이 지역감정 타파와 노무현 정신 계승을 명분으로 부산·경남(PK) 공략을 본격 선언했다. 친노 진영의 대표적 차기 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부산 사상구에,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가 부산 북·강서을(乙)에,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김정길(金正吉)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부산진을에 도전장을 냈다. 아울러 노무현 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김경수 봉하재단 전 사무국장이 노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리틀 노무현’으로 불린 김두관 경남지사가 민주통합당에 입당해서 친노 인사들의 PK 지역 총선 출마를 적극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재인 이사장은 “이번 총선에서 부산 경남을 중심으로 한 낙동강벨트 선거 구호는 ‘바람이 다르다’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경남의 민심은 이미 한나라당을 떠났다”며 “이곳에서 분 동남풍(東南風)이 전국으로 퍼지도록 해야 하는데 그 시발점은 김해”라고 강조했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이들 친노 인사들이 한나라당의 아성인 PK 지역에서 정치적 교두보(橋頭堡)를 마련할 경우 야권 총선 승리뿐만 아니라 친노 세력 부활의 완성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더불어 친노 세력들은 안철수 바람을 잠재우면서 친노에 의한 정권 탈환 프로젝트를 가동시킬지도 모른다.
작년 12월 27일 코리아컨설팅네트(KCN)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교수가 향후 어떤 정치 행보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49.1%가 ‘정치판에 뛰어들기보다는 존경받는 교수로 남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다.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지만 야권후보를 적극 도와서 정권교체에 앞장서야 한다’는 응답이 18.2%로 그 뒤를 이었다. 여하튼 국민 10명 중 7명 정도(67.3%)가 안 교수의 대선 출마를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정당을 만들지 말고 국민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좋다’는 16.4%, ‘기존 정당과는 차별화되는 제3정당을 만들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좋다’는 16.3%로 안 교수의 대선출마를 희망하는 비율은 32.7%였다.
최근 안철수 교수는 “열정을 갖고 계속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정치 참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현재로서는 그의 선택이 무엇일지 예견하기 힘들지만 만약, 상황 변화에 따라 국민들의 바람대로 안 교수가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경우 야권 단일후보로는 친노의 김두관 경남지사나 문재인 이사장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모델’과 ‘이회창 모델’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대선에서는 대비되는 두 개의 모델이 존재한다. 하나는 ‘2002년 노무현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1997년 이회창 모델’이다.
한국 집권당은 1987·1992·2002년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들 선거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현직 대통령이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를 적극 지지하거나 대세론(大勢論)을 인정한 것이다. 1987년과 1992년 대선에서는 야권이 분열되어 손쉽게 재집권에 성공했다.
한편, 2002년 대선에서는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보다 더 변화와 개혁을 외치고, 국민 참여 경선제와 같은 새로운 정치 실험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고조시키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호남이 지역 기반인 민주당이 영남 출신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한나라당의 핵심 지역 기반을 잠식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부산에서 29.9%, 울산 35.3%, 경남 29.4% 등 PK 지역에서 25.8%를 득표했다.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는 부산에서 29.8%, 울산 26.7%, 경남 31.3% 등 PK 지역에서 25.1%를 득표했다.
만약 야권 후보와 제3 후보가 PK 지역에서 25% 정도 득표하면 한나라당은 집권하기 어렵다. 이것이 이른바 ‘노무현 모델’이다.
반면, 1997년과 2007년 대선에서 집권당은 재집권에 실패했다. 현직 대통령과 여당 후보 간의 갈등과 대립이 궁극적으로 야당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더욱이 국민들 사이에 대통령이 경제를 망쳤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졌고, 대선 구도가 현직 대통령 대 야당 후보 간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정부에 대한 회고적 응징 투표가 나타나 야당이 승리했다. 특히, 1997년 대선에서는 여당 후보가 대세론에 도취되어 오만과 독식의 늪에 빠져 다른 세력과의 연대를 거부하면서 패배했다. 이것이 이른바 ‘이회창 모델’이다.
박정희 vs. 노무현
2012년 대선에서 이 두 모델 중 어느 것이 작동할지 더 지켜볼 일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여야 정당은 ‘변화와 쇄신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이 경쟁에서 성공한 정당이 2012년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며, 그 여세를 몰아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참으로 어려운 선택을 할지 모른다.
만약 올해 대선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분신인 박근혜 전 대표와 친노 인사 간의 1대1 대결 구도로 치러진다면 좋든 싫든 ‘박정희 대 노무현’의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 다만, 국민들은 과거의 부족하고 비난받았던 박정희와 노무현이 아니라 진화되고 발전되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민주적인 박정희’와 ‘능력 있는 노무현’의 싸움을 기대할지 모른다. 이런 대결구도에서 친노 세력이 승리한다면 이는 단순히 폐족으로부터의 해방을 넘어 ‘노무현 대통령의 위대한 부활’로 귀결될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5년은 이런 국민의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집권 말기에는 모든 잘못이 ‘노무현 때문이다’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더욱이,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노무현 찍고 이민 간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참으로 노무현 집권 5년은 초라하고 비참했다. 결과적으로 2007년 12월에 치러진 대선은 ‘국정 실패 세력 심판론’을 내세운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10년 만에 정권이 진보에서 보수 세력으로 교체된 것은 오만하고 무능한 노무현 진보 정부에 대한 저항과 응징의 결과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였다.
安熙正, “우리는 廢族”
한국선거학회가 2007년 대선 직후 실시한 국민여론조사는 이런 견해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노무현 정부 5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잘못하고 있다’는 비율이 71.9%인 반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7.1%에 불과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조차 ‘잘못하고 있다’는 비율이 62.5%로 ‘잘하고 있다’(37.1%)보다 훨씬 많았다. 더구나 ‘5년 전과 비교해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 ‘좋아졌다’는 4.4%에 불과하고 ‘나빠졌다’는 이보다 10배 이상 많은 59.3%였다. 노무현 정부 5년에 대해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사람의 73.1%, 5년 전과 비교해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67.5%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는 사실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국민들 분노의 기저(基底)에는 분명 노무현 정권의 경제실패가 깔려 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정책 중에서 가장 잘못한 것으로 경제정책(35.4%)과 부동산 정책(24.6%)을 지적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 준다.
종합해 보면, 지난 2007년 대선은 한마디로 경제를 망친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이런 국민들의 정서를 정확하게 읽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인 참여정부 평가포럼 안희정(安熙正) 위원장(현 충남지사)이 2007년 12월 26일 친노(親盧) 진영의 처지를 한탄하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안 위원장은 “친노라고 표현된 우리는 폐족(廢族)입니다.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라고 썼다. 폐족은 조선시대 조상이 큰 죄를 지어 후손이 벼슬에 오르지 못하는 일족(一族)을 뜻한다. 안 위원장은 “민주개혁세력이라 칭해졌던 우리 세력이 우리 대(代)에 이르러 사실상 사분오열(四分五裂), 지리멸렬의 결말을 보게 했으니 우리가 어찌 이 책임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새로운 시대로, 새로운 세력으로 우리를 이끌고 정립시켜야 할 책임을 우리는 완수하지 못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이 노력이 국민과 우리 세력 다수의 합의와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모두의 변화와 개혁에 실패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廢族 부활의 서곡, 6·2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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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안희정(왼쪽)은 충남지사, 김두관(가운데)은 경남지사(가운데), 이광재(오른쪽)는 강원지사에 당선되면서 친노세력의 부활을 세상에 알렸다. |
무엇보다 2010년 6·2 지방선거는 친노 폐족 부활의 서곡(序曲)이었다. ‘폐족’을 선언했던 안희정은 충남지사, 노 전 대통령의 왼팔인 이광재(李光宰)는 강원지사, 노무현 정부 때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며 ‘리틀 노무현’으로 통했던 김두관(金斗官)은 경남지사에 각각 당선되었다. 최근에는 친노 세력의 ‘맏언니’로 통하는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 문재인(文在寅) 노무현 재단 이사장,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가 ‘혁신과 통합’ 세력을 이끌며 야권 통합과 민주통합당의 중심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친노 세력의 화려한 부활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특정 인물이나 세력들에 대한 열광과 환멸의 주기(週期)가 지나치게 짧은 국민들의 정서도 있지만 여기에는 보다 복합적인 요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치적 상황과 일반 국민들의 정서적 태도 변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이명박 정부의 실정(失政), 중도(中道)·진보 세력의 부상(浮上)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 요인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MB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좌절과 분노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가치(價値) 담론(談論) 전쟁에서 진보의 승리이다.
중산층, 67.5%까지 줄어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벤듈라(Bendular) 교수는 카리스마 리더(Charismatic Leader)가 어떤 과정을 거쳐 부상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나 조직에 위기(Crisis)가 오면 일차적으로 이런 현실에 대해 부정(Denial)하는 반응을 보인다. 자신은 예외이며 위기의 직격탄을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위기가 깊어지고 자신도 그 위기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좌절(Frustration)을 느끼게 된다. 이런 좌절이 지속되고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으면 좌절은 분노(Anger)로 변하게 된다. 급기야 사람들은 자신을 대신해서 이런 분노를 표출시키고 저항해 줄 대상(Proxy Control)을 찾게 되고, 이런 상황 속에서 카리스마적 리더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벤듈라의 이론을 한국 상황에 적용하면, 결국 분노와 좌절이 친노 폐족의 부활과 직결된다. 이명박(MB) 후보는 2007년 대선에서 ‘경제만은 살리겠다’며 국민들의 너무나 많은 기대 상승을 유발시켰다. 이런 기대에 흥분했던 국민들은 MB에게 531만 표 차이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MB 정부 출범 이후 이런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소득 양극화(兩極化)가 심화되면서 중산층(中産層)은 빠르게 몰락했다. 각종 경제·사회 지표가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우선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만든 경제고통지수를 살펴보자.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작년 10월까지 경제고통지수는 7.5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1년 8.1과 2008년 7.9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경제고통지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삶이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를 망쳤다고 친노 세력을 폐족으로 몰았던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경제고통지수가 5.7이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일반 국민들이 경제 때문에 느끼는 고통과 좌절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다.
한편, 한국은행 산하 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10일에 내놓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사회지표의 변화’ 보고서를 보면 지난 1990년 75.4%에 달하던 중산층 비율은 지난해 67.5%까지 줄었다. 특히 중산층 안에서 적자(赤字)가구 비중이 같은 기간 15.8%에서 23.3%로 높아질 정도로 중산층이 빠른 속도로 붕괴되고 있다.
MB에 대한 분노가 親盧 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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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던 2009년 4월 30일 노사모 회원들이 검찰청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 부패혐의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은 MB와 대조되는 ‘서민의 상징’이다. |
결국 벤듈라 교수의 주장처럼 좌절하고 분노한 국민들은 자신들을 대신해 저항해 줄 대리인을 찾게 되었고 그것이 MB와 대척점(對蹠點)에 서 있었던 친노 세력이었다. MB가 집권 초기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고 부자 감세(減稅)를 들고 나오면서 부자들과 대기업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민심이 더욱 폭발했다. 이런 반MB 정서는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를 치르면서 친노무현 정서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GH 코리아가 작년 12월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볼 때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비교해 잘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3.9%가 ‘대체로 잘못했다(38.5%)’거나 ‘매우 잘못했다(15.4%)’고 답했다. ‘매우 잘했다(3.1%)’ 또는 ‘대체로 잘했다(27.1%)’는 응답(30.2%)보다 23.7%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난 2007년 이명박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었던 자영업자(61.4%)와 화이트칼라(58.7%) 층에서도 부정적 답변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분명 일반 국민들은 경제 고통 속에서 신분 상승의 꿈을 접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일생 동안 노력한다면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28.8%에 불과했다. 2년 전 조사 때의 35.7%보다 훨씬 줄었다. 반대로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은 48.1%에서 58.8%로 훨씬 많아졌다. 자식들에 대한 희망도 크게 줄었다. 계층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48.4%에서 41.7%로 하락했고,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30.8%에서 43.0%로 크게 늘었다.
이런 결과는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주거비·교육비 등 경제생활 비용이 급증하면서 통상적인 방법을 통한 계층 상승이 어려워진 사회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인 고통으로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대신해서 현 정부를 혼내주고 응집할 수 있는 세력으로 서민을 강조했던 친노 세력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이것이 친노 세력 부활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친노 세력을 폐족으로 만들었던 경제문제가 이번에는 이명박 세력을 폐족으로 몰면서 친노 폐족의 부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게으른 보수’, 이념 싸움에서 밀려
친노 폐족 부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또 다른 요인은 친노 세력이 보수 세력을 상대로 가치 담론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노 세력은 비록 폐족으로 몰리고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도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하는 가치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겠다’, ‘특권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나름의 비전과 가치가 있었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런 가치들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에서는 서툴고 투박했다. 더구나 ‘방향이 좋으면 방법이 다소 서툴러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인식적 오류에 빠져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 서 있지 않았던 이명박 정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 담론에서 진보 세력에 밀리기 시작했다. 더구나 국민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국민들은 과거 친노 세력이 주장했던 가치들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이를 입증해 주는 것이 대형서점의 정치사회 코너에서 좌파 진영이 내놓은 책들이 보수 세력이 내놓은 책들을 압도하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서울시민 80%가 들어봤다는 인터넷 팟(Pod) 캐스트 ‘나꼼수’의 진행자들이 내놓은 책들이 서점가 베스트셀러 리스트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2007년 정권 교체 후 자만에 빠져 있는 ‘게으른 우파 보수’는 아직도 이를 절실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 보수의 치명적 약점
이 외에도 한국 보수의 치명적인 약점은 보수에 대한 자긍심이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수가 왜 재집권해야 하는지, 보수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수는 어떤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지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약하다.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은 건국을 주도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했다. 한국전쟁을 극복하고 그 이후 공산주의의 위협과 도발을 막으며 반공 보수주의의 틀을 만들었다.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은 수출 주도적 산업 전략을 토대로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주도했다. 이러한 근대화 발전 전략에 힘입어 한국 사회는 1960년부터 1995년까지 36년간 연평균 7.1%의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이러한 경제성장의 신화에 힘입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사후(死後) 평가는 긍정을 넘어 절대적이다.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2008년 8·15 특집으로 실시한 국민 의식조사 결과, “박정희 대통령은 5·16이나 유신독재보다 경제성장 업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71.0%가 공감했다(‘매우 그렇다’ 36.3% + ‘대체로 그렇다’ 34.7%).
일부 보수들은 과거 보수 정부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보수는 수구 꼴통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멀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지난 1998년부터 10년간 진보 세력에 정권을 빼앗긴 이후 한국 보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것을 보수하면서 경제 운영의 축(軸)을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에서 시장자본주의(Market Capitalism)로 급격하게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그토록 성공적이었던 한국경제모델은 구(舊)시대의 유물로 전락했고, 보수의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인 시장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회 규범을 무시하고 맹목적으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탐욕적인 사람들이 문제인데, 마치 시장 자체가 모든 악(惡)의 원흉(元兇)이라는 좌파의 논리에 보수 우파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산정책연구원 함재봉 원장의 지적대로, 한국 보수가 한때 불가능하다고 보였던 근대화의 목표들을 달성한 이후 추동력(推動力)과 방향 감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즉 한국 보수들은 사회의 다원화(多元化), 시민사회의 성장, 새로운 안보 환경, 삶의 질(質) 향상에 대한 욕구 등 한국 사회가 새롭게 맞이하는 시대 환경에 대비한 청사진, 즉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친노 세력들은 “대한민국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라는 부정적 역사 인식과 함께 대한민국의 역사를 ‘가진 자(주류)와 못 가진 자(비주류)’, ‘친미(親美) 대 반미(反美)’, ‘중앙(집중) 대 지방(분권)’, ‘불균형 발전 대 균형 발전’으로 나눠 사회 변혁을 시도했다. 그동안 제도권 정치 밖에서 활동했던 시민운동 세력과 결합하면서 힘을 배가(倍加)시켰다.
한나라당 최대의 敵은 자기부정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자유보다는 평등, 성장보다는 복지, 안보보다는 평화가 더욱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KSDC가 지난 2009년 5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유와 평등은 모두 중요하지만, 만약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어느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평등이 더 중요하다’는 진보 입장에 동조하는 비율이 63.1%인 반면,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보수 입장은 26.7%에 불과했다.
문제는 보수 세력들이 사회 전반에 진보 가치 담론이 우위를 보인다고 너무나 쉽게 보수 가치를 홀대하고 심지어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한나라당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등으로 총체적인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은 박근혜(朴槿惠) 비상대책위 체제를 출범시키고 연일 쇄신을 외치고 있다.
그동안 한국 보수는 자신의 이익만을 보수하려는 탐욕과 부패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았다. 그렇다고 그동안 보수 세력을 대변해 왔던 한나라당 강령에서 보수를 삭제하겠다는 것은 좋은 쇄신책이 아니다.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보수의 비전과 정책을 토대로 왜 한나라당이 재집권해야 하는지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다. 인기영합식으로 이름만 바꾸는 이른바 ‘데코레이션 쇄신’으로는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한나라당 최대의 적(敵)은 자기 부정이다. 대한민국 보수의 뿌리로 종종 박정희가 언급된다. 그러므로 보수를 부정하는 것은 박정희를 부정하는 것이고, 박정희를 부정하는 것은 결국 박근혜를 부정하는 것이다. 쇄신이 학살이 되어서는 안 되고, 뿌리를 부정하는 쇄신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보수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正體性)을 부정하고, 선거에서 표만을 의식해 좌(左)클릭에만 매진하다 보니 진보의 상징으로 부상한 친노 세력과의 전투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효율, 성장, 자율, 경쟁, 체제와 같은 보수적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형평, 분배, 분권, 균형발전, 민족 등의 진보적 가치를 담아내는 ‘포용적 보수주의’의 길을 걸어간다고 보수 자체를 부정하면 가치 담론 전쟁에서 보수는 결코 진보를 이길 수 없다.
最惡의 상황에 처한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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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쇄신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한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은 새로운 보수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
첫째, 대통령 후보 지지도에서 안철수(安哲秀) 교수가 여전히 박근혜 전 대표를 앞섰다. 조사기관마다 편차가 있지만 대략 안 교수가 5~1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김정일 사망 이후 한반도 안보가 불안정해지면서 안 교수의 지지도가 다소 하락하고, 박 전 대표의 지지도는 상승했다. 안 교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오랜 정치 경험과 투철한 안보 의식을 갖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차별성이 부각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보듯이, 북한 변수(變數)는 별안간 안보 이슈에서 평화 이슈로 전환될 수 있다.
셋째, 성장 못지않게 복지도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다.
넷째, 4월 총선에서 야권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해 한나라당 후보와 1대1로 대결하면 야권이 필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K 지역에서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다섯째, 진보층과 무당파층(無黨派層)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진보가 보수를 앞지르고 있다. 최근 한국선거는 행동하는 부동층(浮動層)이 선거를 결정짓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 부동층은 반한나라당 성향을 보이고 있다.
여섯째, MB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고, 올해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견해가 대세였다. 국민 10명 중 8명 정도가 작년과 비슷하거나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조사결과들이 던지는 함의는 한나라당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현 상황은 2004년 차떼기 정당 이미지와 대통령 탄핵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보다 훨씬 안 좋다.
東南風을 기대하는 親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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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9월 6일 야권 대통합 추진모임 ‘`혁신과 통합’의 발족식에서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총리가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왼쪽부터). |
최근 문재인 이사장은 “이번 총선에서 부산 경남을 중심으로 한 낙동강벨트 선거 구호는 ‘바람이 다르다’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경남의 민심은 이미 한나라당을 떠났다”며 “이곳에서 분 동남풍(東南風)이 전국으로 퍼지도록 해야 하는데 그 시발점은 김해”라고 강조했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이들 친노 인사들이 한나라당의 아성인 PK 지역에서 정치적 교두보(橋頭堡)를 마련할 경우 야권 총선 승리뿐만 아니라 친노 세력 부활의 완성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더불어 친노 세력들은 안철수 바람을 잠재우면서 친노에 의한 정권 탈환 프로젝트를 가동시킬지도 모른다.
작년 12월 27일 코리아컨설팅네트(KCN)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교수가 향후 어떤 정치 행보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49.1%가 ‘정치판에 뛰어들기보다는 존경받는 교수로 남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다.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지만 야권후보를 적극 도와서 정권교체에 앞장서야 한다’는 응답이 18.2%로 그 뒤를 이었다. 여하튼 국민 10명 중 7명 정도(67.3%)가 안 교수의 대선 출마를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정당을 만들지 말고 국민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좋다’는 16.4%, ‘기존 정당과는 차별화되는 제3정당을 만들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좋다’는 16.3%로 안 교수의 대선출마를 희망하는 비율은 32.7%였다.
최근 안철수 교수는 “열정을 갖고 계속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정치 참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현재로서는 그의 선택이 무엇일지 예견하기 힘들지만 만약, 상황 변화에 따라 국민들의 바람대로 안 교수가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경우 야권 단일후보로는 친노의 김두관 경남지사나 문재인 이사장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모델’과 ‘이회창 모델’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대선에서는 대비되는 두 개의 모델이 존재한다. 하나는 ‘2002년 노무현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1997년 이회창 모델’이다.
한국 집권당은 1987·1992·2002년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들 선거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현직 대통령이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를 적극 지지하거나 대세론(大勢論)을 인정한 것이다. 1987년과 1992년 대선에서는 야권이 분열되어 손쉽게 재집권에 성공했다.
한편, 2002년 대선에서는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보다 더 변화와 개혁을 외치고, 국민 참여 경선제와 같은 새로운 정치 실험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고조시키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호남이 지역 기반인 민주당이 영남 출신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한나라당의 핵심 지역 기반을 잠식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부산에서 29.9%, 울산 35.3%, 경남 29.4% 등 PK 지역에서 25.8%를 득표했다.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는 부산에서 29.8%, 울산 26.7%, 경남 31.3% 등 PK 지역에서 25.1%를 득표했다.
만약 야권 후보와 제3 후보가 PK 지역에서 25% 정도 득표하면 한나라당은 집권하기 어렵다. 이것이 이른바 ‘노무현 모델’이다.
반면, 1997년과 2007년 대선에서 집권당은 재집권에 실패했다. 현직 대통령과 여당 후보 간의 갈등과 대립이 궁극적으로 야당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더욱이 국민들 사이에 대통령이 경제를 망쳤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졌고, 대선 구도가 현직 대통령 대 야당 후보 간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정부에 대한 회고적 응징 투표가 나타나 야당이 승리했다. 특히, 1997년 대선에서는 여당 후보가 대세론에 도취되어 오만과 독식의 늪에 빠져 다른 세력과의 연대를 거부하면서 패배했다. 이것이 이른바 ‘이회창 모델’이다.
박정희 vs. 노무현
2012년 대선에서 이 두 모델 중 어느 것이 작동할지 더 지켜볼 일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여야 정당은 ‘변화와 쇄신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이 경쟁에서 성공한 정당이 2012년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며, 그 여세를 몰아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참으로 어려운 선택을 할지 모른다.
만약 올해 대선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분신인 박근혜 전 대표와 친노 인사 간의 1대1 대결 구도로 치러진다면 좋든 싫든 ‘박정희 대 노무현’의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 다만, 국민들은 과거의 부족하고 비난받았던 박정희와 노무현이 아니라 진화되고 발전되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민주적인 박정희’와 ‘능력 있는 노무현’의 싸움을 기대할지 모른다. 이런 대결구도에서 친노 세력이 승리한다면 이는 단순히 폐족으로부터의 해방을 넘어 ‘노무현 대통령의 위대한 부활’로 귀결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