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가 식구 챙기기에 각별한 것은 사실이다. 대장이 쫄병을 챙기는 느낌이 확실하게 든다. (고려대 출신으로 후보시절부터 이 대통령을 도왔던 A씨)
⊙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고위급 인사 보니… 영남 혹은 고려대 출신이 전체의 49%
⊙ 교체된 장관 12명 중 11명, 차관 6명 전원 ‘고소영’ 또는 청와대 출신
⊙ 고려대 23명, 영남대 10명, 연세대 4명, 부산대 3명
⊙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고위급 인사 보니… 영남 혹은 고려대 출신이 전체의 49%
⊙ 교체된 장관 12명 중 11명, 차관 6명 전원 ‘고소영’ 또는 청와대 출신
⊙ 고려대 23명, 영남대 10명, 연세대 4명, 부산대 3명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은 최근 ‘동서발전 이길구 사장이 연임되어선 안된다’며 신문에 광고를 실었다. 이들의 주장은 MB정부가 능력이 부족하고, 하자(瑕疵)투성이인 사장을 동향(同鄕)이라는 이유로 감싸고 있다는 것이다. 이길구 사장은 경주고, 영남대 경영학과를 나와 2008년 10월부터 한국전력에서 분리된 한국동서발전 사장을 맡았고, 10월에 연임할 예정이다.
이종훈 한국발전산업노조 정책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사장이 TK 출신이 아니었다면 연임할 수 있었겠습니까? 사장을 지내면서 회사를 방만하게 경영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습니다. 연임(連任)을 위해 정부부처 직원들에게 고가(高價)의 선물을 하려다 감사에 적발됐습니다. 한국전력 발전회사 사장 중 경영평가에서 1위를 한 사장은 연임하지 못는데, 3위인 이길구 사장은 연임합니다. 이 정부의 TK 챙기기가 아니면 뭘로 설명할 수 있습니까?”
최근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 김중겸(金重謙) 사장도 논란을 일으키는 사람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김중겸씨가 지난 5월 말에 현대건설 사장 자리에서 돌연 물러난 것을 두고 여러 의혹이 많다. 이런 와중에 그가 공기업 CEO가 되자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MB정부가 일종의 친분관계를 앞세워 그를 지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들이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 출신인 김 전 사장은 고려대를 졸업했고,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현대건설에 몸담았을 때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이 대통령이 당 후보였던 때부터 줄곧 그를 도왔던 A씨는 이렇게 말했다. A씨는 고려대 후배로, 이 정부에서 관직(官職)에 나가지 않았다.
“MB정부가 식구 챙기기에 각별한 것은 사실이다. 대장이 쫄병을 챙기는 느낌이 확실하게 든다. ‘MB사단’ 중 많은 이에게 자리가 주어진 것도 맞다.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솔직히 DJ(김대중), 노무현(盧武鉉) 정부 시절에는 더하지 않았나.”
고려대를 나왔거나 영남 출신이거나
요즘 정부의 인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정권 말기로 접어들면서, 제 식구 챙기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과연 MB정부 인사는 ‘고소영(고려대 출신-소망교회 교인-영남 출신) 인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는걸까.
《月刊朝鮮》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1년간 있었던 인사를 집중 점검했다. 대상은 장·차관급과 금융기관 등 기관 단체장, 공기업(기획재정부의 공기업 준정무기관 보고서 기준) 부사장 이상, 《조선일보》 1, 2면에 난 인사를 기준으로 했다.
이 기간 동안에 총 134명의 고위급 인사가 있었다.
MB정부 ‘성골’로 꼽히는 고려대를 졸업한 영남 출신은 총 10명이다.
정치권에서 ‘왕특보’로 불리는 박형준(朴亨埈) 대통령 사회통합특별보좌관은 부산 출신으로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 고려대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되기 이전인 경선 때부터 ‘MB사람’이었다. 이명박 후보 경선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았고, 이 대통령이 당선한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 청와대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등을 두루 거쳤으며, 지난 2010년 12월에 사회통합특별보좌관(비상근)으로 임명됐다. 이 정권 내내 ‘돌려막기’ 인사로 관직에서 물러나지 않은 셈이다.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고려대 건축공학과를 나왔고, 현대건설에 입사해 30년 이상 몸담았다. 이 대통령과는 20년 이상을 함께 근무했다. 상주는 이 대통령 초기에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류우익(柳佑益) 통일부 장관의 고향이기도 하다.
경북 울진 출신인 윤영대(尹英大)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이명박 대통령 후보 상임특별보좌역을 지냈으며 지난 9월에 공사(公社) 사장이 됐다.
역시 경북 울진 출신인 주상용(朱相龍)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뒤 경찰에 오랫동안 몸담았다가 지난 4월에 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북 김천 출신인 안양호(安良鎬)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지난 2010년 8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행정안전부 제2차관을 지냈다. 박석환(朴錫煥)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경남 사천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정재찬(鄭在燦)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경북 문경 출신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이정미(李貞美)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울산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다. 이들 세 사람은 올해 초 각각의 자리에 임명됐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에 대외협력위원회와 직능정책본부 일을 맡았던 조춘구(曺春九)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은 경남 창녕 출신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 교우회에서 이사를 맡기도 한 그는 지난 2008년 7월에 공사 사장이 됐고, 지난 7월에 연임됐다.
경남 거창 출신인 신연성(愼年晟) 주(駐) 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 총영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다.
고대 23명, 영남대 10명, 연세대 출신 4명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고위직 인사(134명)에서 고려대학교를 나온 사람은 총 23명(17.3%)이다. 고려대의 영원한 맞수 연세대 출신은 4명(3%)뿐이다. 오히려 영남권 지방대학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영남대 출신 10명(7.5%), 부산대 3명(2.3%),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1명(0.8%), 한국해양대(부산 영도구 소재) 1명(0.8%), 동의대(부산 진구 소재) 1명(0.8%)이다. 서울대 52명(39%), 이화여대 6명(4.5%), 육사와 한양대 5명(3.8%), 성균관대와 중앙대 4명(3%), 동국대 3명(2.3%), 외국어대 2명(1.5%) 등이다. 연세대가 부산대와 비슷한 숫자의 고위공직자를 배출한 셈이다. MB의 각별한 ‘고대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이원창(李元昌) 사장을 비롯해 송영중(宋永重)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이성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등 공기업 인사 7명도 고려대를 나왔다.
장·차관급에서는 서규용(徐圭龍)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고려대 농학과), 최광식(崔光植)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고려대 사학과), 이종배(李種培) 행정안전부 제2차관(고려대 행정학과), 김동수(金東洙)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고려대 경영학과), 한상대(韓相大) 검찰총장(고려대 법학과) 등이 있다.
청와대 비서진 중에서도 김효재(金孝在) 청와대 정무수석은 고려대 사회학과, 이종화(李鍾和)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은 고려대 경제학과, 현인택(玄仁澤) 청와대 통일정책특별보좌관 내정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이들 중 한상대 검찰총장은 많은 사람의 예상을 벗어나는 인사였다. 당시에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이런 얘기를 했다.
“인사 후보자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한 총장이 후보군(群) 중 하나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부 사람들의 90% 이상은 한 총장보다는 차동민 검사장이 수장이 될 것으로 믿었다. 차 검사장은 지연이나 학연으로 볼 때 전혀 이 정부와 연고가 없었다. 결국 고심을 거듭한 끝에 고려대 출신인 한상대씨가 후보가 됐다. 단순히 한씨가 ‘고소영’이어서가 아니다. 최고위층에서 내려다보면 여러 면에서 ‘안전한’ 인물을 고르게 돼 있다. 내게 안전한 인물, 뒤탈이 없는 인물 등 여러모로 인연이 있는 사람이 먼저 생각나게 마련인 모양이다.”
“검찰총장, 고려대 아니면 되겠나”
이번에는 출신 고향을 기준으로 분류를 해 보자. 134명의 고위급 인사 중 한 명은 끝내 출생지를 밝히기를 거절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133명을 기준으로 살펴본다.
이 중 영남 출신은 총 53명으로 전체의 40%다.
최근에 통일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류우익 MB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은 경북 상주 출신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어청수(魚淸秀) 이사장은 경남 진주, 하영제(河榮帝) aT(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은 경남 남해, 김광재(金光在)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대구, 한국주택금융공사 김경호(金璟浩) 이사장은 부산, 권재진(權在珍) 법무부 장관은 대구, 이채필(李埰弼) 고용노동부 장관은 울산, 권도엽(權度燁) 국토해양부 장관은 경북 의성 출신이다.
이외에도 김석동(金錫東)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김영란(金英蘭)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부산, 김두우(金斗宇)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경북 구미, 박한철(朴漢徹)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부산 출신이다. 이외에 지역별로 보면 서울 25명(18.8%), 충청 17명(12.8%), 호남 14명(10.5%), 강원 10명(7.5%), 경기 9명(6.8%), 제주 4명(3%), 북한 1명(0.8%)이다.
결국 지난 1년 동안 단행된 정부 고위급과 공기업 인사에서 고려대학교를 나왔거나, 영남 출신인 사람들은 총 66명이다. 전체 인사의 49%다. 영남 출신 비(非)고려대, 고려대 출신 비(非)영남 이런 식(式)이다. 다시 말해 고려대나 영남 출신 중 어느 한 곳에라도 걸치지 않고서는 고위공직에 등용될 확률이 낮은 셈이다.
교체 장관 12명 중 영남 4, 청와대 2, 고려대 2, 인수위 관련 2, 소망교회 1
D씨는 MB정부 들어 공기업을 옮겨다니는 중이다. 한 공기업에서 감사를 했고, 규모가 크지 않은 다른 공단에서 수장(首長)을 맡고 있다. 그는 영남이나 고려대 출신이 아니다. 그런 그가 이 정부에서 ‘녹’을 먹는 이유는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에 MB캠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 친분이 있는 A씨는 이렇게 말했다.
“D씨가 이명박 후보의 일을 돕기 전에는 이렇다 할 직업이 없었지만, 이번 정권 들어서 꼬박꼬박 출근하고 있습니다. 과거 후보 시절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관련 정책을 짜는 등 희생한 것에 대한 보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단’이라는 말이 꼭 나쁘지는 않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정부 산하의 기관에 앉히는 것보다 이왕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D씨 같은 이를 뽑겠다는 의지가 있었다고 봅니다.”
최근에 단행한 인사에서 비(非) 영남, 비 고려대인 사람은 총 68명이다. 그런데 이 중 42명이 이명박 대통령과 사적(私的) 친분이 있다.
우선 지난 1년 사이에 교체된 장관을 한번 보자.
총 12개 부처의 장관이 바뀌었는데, 이들 중 11개 부처 장관이 영남·고려대·소망교회거나, 청와대 출신 혹은 MB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이들이다.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김관진(金寬鎭) 국방부 장관 단 한 명뿐이다. 김관진 장관 자리도 원래는 경북 상주 출신인 이희원(李熙元) 대통령 안보특보 몫이었다. 그런데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단호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던 중 청와대 ‘모의청문회’에서 이희원 특보가 ‘불가(不可)’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모의청문회’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이희원 특보의 경우 능력은 출중했으나 북한에 대해 단호한 이미지를 최우선으로 하던 당시의 국방장관 선정 관점에 미달하는 바람에 탈락했다”고 말했다. 만약 원래의 포석(布石)대로 경북 상주 출신인 이희원 특보가 장관이 됐을 경우 최근 1년 사이 바뀐 12개 부처 장관 모두 ‘고소영’ 출신이거나 청와대 출신으로 채운 셈이 된다.
앞서 밝혔듯이 류우익 통일부 장관, 권재진 법무부 장관, 이채필 노동부 장관, 권도엽 국방부 장관은 TK·PK 출신이고, 서규용 농림부 장관은 고려대를 나왔다. 정병국(鄭柄國) 문화체육부 장관의 후임인 최광식 문화부 장관은 역시 고려대를 나와, 고려대에서 교수까지 지낸 뼛속까지 고려대다.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소망교회 교인이다. 최중경(崔重卿) 지식경제부 장관은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2010년3월~2011년1월), 김성환(金星煥) 외교통상부 장관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2008년6월~2010년10월)을 담당했다.
임채민(林采民)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금래(金錦來) 여성가족부 장관은 MB 정부 초기에 일찌감치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김금래 장관은 2007년 MB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을 지내며, 영부인인 김윤옥(金潤玉) 여사 보좌를 맡았다. 임채민 장관은 MB정부 초대 지식경제부 1차관을 지내며, 현 정부의 산업정책 기조를 만들었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비서관(2009년1월~2010년4월)을 지냈다.
전체의 81%가 MB사람
차관급 인사로 내려가면 MB정부의 이런 색채는 더욱 짙어진다. 최근 1년 사이에 있었던 차관 6명 전원이 MB와 이런저런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과 어떤 형태로든 인연이 없는 사람은 능력과 관계없이 차관이 될 수 없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박석환 외교부 제1차관은 경남, 고려대 출신이고, 김태석 여성가족부 차관은 경남 남해, 부산대를 나왔으며, 이종배 행정안전부 제2차관은 고려대를 나왔다. 오정규(吳定圭) 농수산식품부 제2차관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비서관(2008년5월~2010년7월), 이기권(李基權) 고용노동부 차관은 청와대 사회복지정책수석실 비서관(2010년7월~ 2011년3월)을 지냈다. 지난해 10월에 외교통상부 제2차관으로 승진한 민동석(閔東石)씨는 MB정부가 추진한 ‘한미FTA의 농업협상’ 당시 고위급 대표를 지낸 사람이다.
최근에 임명된 공기업 최고위층 중에서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이들이 다수다.
박철곤(朴鐵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기에 ‘자원 외교’ 라인으로 활동을 했고, 홍석우(洪錫禹) 코트라 사장은 MB정부 1기 국민경제자문위원, 고경화(高京華)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MB정부 복지정책을 전담했다. 손지애(孫智愛) 국제방송교류재단 사장은 청와대에서 해외홍보비서관을 지내고 지난 8월 재단으로 자리를 옮겼고, 윤철호(尹喆浩)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현대건설 토목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결국 최근 1년 동안 실시된 정부 고위 인사 및 공기업 인사(134명)에서 고려대를 나왔거나 영남 출신인 사람이 총 66명이다. 소망교회를 다니거나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현재 보필, 또는 과거 캠프 시절에 보좌한 사람이 총 42명이다. 전체 인사의 81%가 이명박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셈이다.
기자가 접근 가능한 자료로 드러난 점으로만 볼 때, 이런저런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은 26명(19%)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또 어떤 사적(私的) 관계가 있을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정가에서는 대통령 친인척과 인연이 있는 장·차관급도 상당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종훈 한국발전산업노조 정책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사장이 TK 출신이 아니었다면 연임할 수 있었겠습니까? 사장을 지내면서 회사를 방만하게 경영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습니다. 연임(連任)을 위해 정부부처 직원들에게 고가(高價)의 선물을 하려다 감사에 적발됐습니다. 한국전력 발전회사 사장 중 경영평가에서 1위를 한 사장은 연임하지 못는데, 3위인 이길구 사장은 연임합니다. 이 정부의 TK 챙기기가 아니면 뭘로 설명할 수 있습니까?”
최근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 김중겸(金重謙) 사장도 논란을 일으키는 사람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김중겸씨가 지난 5월 말에 현대건설 사장 자리에서 돌연 물러난 것을 두고 여러 의혹이 많다. 이런 와중에 그가 공기업 CEO가 되자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MB정부가 일종의 친분관계를 앞세워 그를 지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들이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 출신인 김 전 사장은 고려대를 졸업했고,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현대건설에 몸담았을 때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이 대통령이 당 후보였던 때부터 줄곧 그를 도왔던 A씨는 이렇게 말했다. A씨는 고려대 후배로, 이 정부에서 관직(官職)에 나가지 않았다.
“MB정부가 식구 챙기기에 각별한 것은 사실이다. 대장이 쫄병을 챙기는 느낌이 확실하게 든다. ‘MB사단’ 중 많은 이에게 자리가 주어진 것도 맞다.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솔직히 DJ(김대중), 노무현(盧武鉉) 정부 시절에는 더하지 않았나.”
고려대를 나왔거나 영남 출신이거나
요즘 정부의 인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정권 말기로 접어들면서, 제 식구 챙기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과연 MB정부 인사는 ‘고소영(고려대 출신-소망교회 교인-영남 출신) 인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는걸까.
《月刊朝鮮》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1년간 있었던 인사를 집중 점검했다. 대상은 장·차관급과 금융기관 등 기관 단체장, 공기업(기획재정부의 공기업 준정무기관 보고서 기준) 부사장 이상, 《조선일보》 1, 2면에 난 인사를 기준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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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30일 개각에서 교체된 장관. 왼쪽부터 류우익 통일부 장관,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MB정부 ‘성골’로 꼽히는 고려대를 졸업한 영남 출신은 총 10명이다.
정치권에서 ‘왕특보’로 불리는 박형준(朴亨埈) 대통령 사회통합특별보좌관은 부산 출신으로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 고려대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되기 이전인 경선 때부터 ‘MB사람’이었다. 이명박 후보 경선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았고, 이 대통령이 당선한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 청와대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등을 두루 거쳤으며, 지난 2010년 12월에 사회통합특별보좌관(비상근)으로 임명됐다. 이 정권 내내 ‘돌려막기’ 인사로 관직에서 물러나지 않은 셈이다.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고려대 건축공학과를 나왔고, 현대건설에 입사해 30년 이상 몸담았다. 이 대통령과는 20년 이상을 함께 근무했다. 상주는 이 대통령 초기에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류우익(柳佑益) 통일부 장관의 고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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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관 12명 중 11명이 고소영 또는 청와대 출신이다. 왼쪽부터 권재진 법무부 장관,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부 장관, 유영숙 환경부 장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
역시 경북 울진 출신인 주상용(朱相龍)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뒤 경찰에 오랫동안 몸담았다가 지난 4월에 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북 김천 출신인 안양호(安良鎬)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지난 2010년 8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행정안전부 제2차관을 지냈다. 박석환(朴錫煥)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경남 사천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정재찬(鄭在燦)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경북 문경 출신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이정미(李貞美)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울산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다. 이들 세 사람은 올해 초 각각의 자리에 임명됐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에 대외협력위원회와 직능정책본부 일을 맡았던 조춘구(曺春九)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은 경남 창녕 출신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 교우회에서 이사를 맡기도 한 그는 지난 2008년 7월에 공사 사장이 됐고, 지난 7월에 연임됐다.
경남 거창 출신인 신연성(愼年晟) 주(駐) 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 총영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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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정부의 ‘성골’인 영남출신 고려대 졸업생. 왼쪽부터 박형준 사회통합특보, 김중겸 한전 사장, 윤영대 한국조폐공사 사장, 주상용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안양호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박석환 외교부 제1차관, 정재찬 공정위 부위원장, 이정미 헌법재판소 재판관, 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신연성 주(駐) 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 총영사. |
고대 23명, 영남대 10명, 연세대 출신 4명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고위직 인사(134명)에서 고려대학교를 나온 사람은 총 23명(17.3%)이다. 고려대의 영원한 맞수 연세대 출신은 4명(3%)뿐이다. 오히려 영남권 지방대학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영남대 출신 10명(7.5%), 부산대 3명(2.3%),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1명(0.8%), 한국해양대(부산 영도구 소재) 1명(0.8%), 동의대(부산 진구 소재) 1명(0.8%)이다. 서울대 52명(39%), 이화여대 6명(4.5%), 육사와 한양대 5명(3.8%), 성균관대와 중앙대 4명(3%), 동국대 3명(2.3%), 외국어대 2명(1.5%) 등이다. 연세대가 부산대와 비슷한 숫자의 고위공직자를 배출한 셈이다. MB의 각별한 ‘고대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이원창(李元昌) 사장을 비롯해 송영중(宋永重)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이성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등 공기업 인사 7명도 고려대를 나왔다.
장·차관급에서는 서규용(徐圭龍)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고려대 농학과), 최광식(崔光植)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고려대 사학과), 이종배(李種培) 행정안전부 제2차관(고려대 행정학과), 김동수(金東洙)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고려대 경영학과), 한상대(韓相大) 검찰총장(고려대 법학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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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동수 공정위 위원장, 김석동 금융위 위원장, 김영란 권익위 위원장. |
이들 중 한상대 검찰총장은 많은 사람의 예상을 벗어나는 인사였다. 당시에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이런 얘기를 했다.
“인사 후보자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한 총장이 후보군(群) 중 하나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부 사람들의 90% 이상은 한 총장보다는 차동민 검사장이 수장이 될 것으로 믿었다. 차 검사장은 지연이나 학연으로 볼 때 전혀 이 정부와 연고가 없었다. 결국 고심을 거듭한 끝에 고려대 출신인 한상대씨가 후보가 됐다. 단순히 한씨가 ‘고소영’이어서가 아니다. 최고위층에서 내려다보면 여러 면에서 ‘안전한’ 인물을 고르게 돼 있다. 내게 안전한 인물, 뒤탈이 없는 인물 등 여러모로 인연이 있는 사람이 먼저 생각나게 마련인 모양이다.”
“검찰총장, 고려대 아니면 되겠나”
이번에는 출신 고향을 기준으로 분류를 해 보자. 134명의 고위급 인사 중 한 명은 끝내 출생지를 밝히기를 거절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133명을 기준으로 살펴본다.
이 중 영남 출신은 총 53명으로 전체의 4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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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한상대 검찰총장(고대), 양승태 대법원장(영남), 박한철 헌법재판소 재판관(영남). |
이외에도 김석동(金錫東)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김영란(金英蘭)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부산, 김두우(金斗宇)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경북 구미, 박한철(朴漢徹)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부산 출신이다. 이외에 지역별로 보면 서울 25명(18.8%), 충청 17명(12.8%), 호남 14명(10.5%), 강원 10명(7.5%), 경기 9명(6.8%), 제주 4명(3%), 북한 1명(0.8%)이다.
결국 지난 1년 동안 단행된 정부 고위급과 공기업 인사에서 고려대학교를 나왔거나, 영남 출신인 사람들은 총 66명이다. 전체 인사의 49%다. 영남 출신 비(非)고려대, 고려대 출신 비(非)영남 이런 식(式)이다. 다시 말해 고려대나 영남 출신 중 어느 한 곳에라도 걸치지 않고서는 고위공직에 등용될 확률이 낮은 셈이다.
교체 장관 12명 중 영남 4, 청와대 2, 고려대 2, 인수위 관련 2, 소망교회 1
D씨는 MB정부 들어 공기업을 옮겨다니는 중이다. 한 공기업에서 감사를 했고, 규모가 크지 않은 다른 공단에서 수장(首長)을 맡고 있다. 그는 영남이나 고려대 출신이 아니다. 그런 그가 이 정부에서 ‘녹’을 먹는 이유는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에 MB캠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 친분이 있는 A씨는 이렇게 말했다.
“D씨가 이명박 후보의 일을 돕기 전에는 이렇다 할 직업이 없었지만, 이번 정권 들어서 꼬박꼬박 출근하고 있습니다. 과거 후보 시절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관련 정책을 짜는 등 희생한 것에 대한 보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단’이라는 말이 꼭 나쁘지는 않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정부 산하의 기관에 앉히는 것보다 이왕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D씨 같은 이를 뽑겠다는 의지가 있었다고 봅니다.”
최근에 단행한 인사에서 비(非) 영남, 비 고려대인 사람은 총 68명이다. 그런데 이 중 42명이 이명박 대통령과 사적(私的) 친분이 있다.
우선 지난 1년 사이에 교체된 장관을 한번 보자.
총 12개 부처의 장관이 바뀌었는데, 이들 중 11개 부처 장관이 영남·고려대·소망교회거나, 청와대 출신 혹은 MB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이들이다.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김관진(金寬鎭) 국방부 장관 단 한 명뿐이다. 김관진 장관 자리도 원래는 경북 상주 출신인 이희원(李熙元) 대통령 안보특보 몫이었다. 그런데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단호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던 중 청와대 ‘모의청문회’에서 이희원 특보가 ‘불가(不可)’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모의청문회’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이희원 특보의 경우 능력은 출중했으나 북한에 대해 단호한 이미지를 최우선으로 하던 당시의 국방장관 선정 관점에 미달하는 바람에 탈락했다”고 말했다. 만약 원래의 포석(布石)대로 경북 상주 출신인 이희원 특보가 장관이 됐을 경우 최근 1년 사이 바뀐 12개 부처 장관 모두 ‘고소영’ 출신이거나 청와대 출신으로 채운 셈이 된다.
앞서 밝혔듯이 류우익 통일부 장관, 권재진 법무부 장관, 이채필 노동부 장관, 권도엽 국방부 장관은 TK·PK 출신이고, 서규용 농림부 장관은 고려대를 나왔다. 정병국(鄭柄國) 문화체육부 장관의 후임인 최광식 문화부 장관은 역시 고려대를 나와, 고려대에서 교수까지 지낸 뼛속까지 고려대다.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소망교회 교인이다. 최중경(崔重卿) 지식경제부 장관은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2010년3월~2011년1월), 김성환(金星煥) 외교통상부 장관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2008년6월~2010년10월)을 담당했다.
임채민(林采民)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금래(金錦來) 여성가족부 장관은 MB 정부 초기에 일찌감치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김금래 장관은 2007년 MB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을 지내며, 영부인인 김윤옥(金潤玉) 여사 보좌를 맡았다. 임채민 장관은 MB정부 초대 지식경제부 1차관을 지내며, 현 정부의 산업정책 기조를 만들었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비서관(2009년1월~2010년4월)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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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효재 정무수석(고대), 정진영 민정수석(영남), 김대기 경제수석(영남), 이동관 언론 특보(MB캠프), 현인택 통일정책 특보(고대), 김두우 홍보수석(영남), 박범훈 교육문화수석(MB캠프), 이종화 국제경제보좌관(고대), 유현국 정보분석비서관(청와대), 신학수 총무비서관(영남), 김진형 위기관리비서관(청와대), 김진선 지방행정특보(청와대), 김영호 통일비서관(영남). |
전체의 81%가 MB사람
차관급 인사로 내려가면 MB정부의 이런 색채는 더욱 짙어진다. 최근 1년 사이에 있었던 차관 6명 전원이 MB와 이런저런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과 어떤 형태로든 인연이 없는 사람은 능력과 관계없이 차관이 될 수 없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박석환 외교부 제1차관은 경남, 고려대 출신이고, 김태석 여성가족부 차관은 경남 남해, 부산대를 나왔으며, 이종배 행정안전부 제2차관은 고려대를 나왔다. 오정규(吳定圭) 농수산식품부 제2차관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비서관(2008년5월~2010년7월), 이기권(李基權) 고용노동부 차관은 청와대 사회복지정책수석실 비서관(2010년7월~ 2011년3월)을 지냈다. 지난해 10월에 외교통상부 제2차관으로 승진한 민동석(閔東石)씨는 MB정부가 추진한 ‘한미FTA의 농업협상’ 당시 고위급 대표를 지낸 사람이다.
최근에 임명된 공기업 최고위층 중에서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이들이 다수다.
박철곤(朴鐵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기에 ‘자원 외교’ 라인으로 활동을 했고, 홍석우(洪錫禹) 코트라 사장은 MB정부 1기 국민경제자문위원, 고경화(高京華)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MB정부 복지정책을 전담했다. 손지애(孫智愛) 국제방송교류재단 사장은 청와대에서 해외홍보비서관을 지내고 지난 8월 재단으로 자리를 옮겼고, 윤철호(尹喆浩)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현대건설 토목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결국 최근 1년 동안 실시된 정부 고위 인사 및 공기업 인사(134명)에서 고려대를 나왔거나 영남 출신인 사람이 총 66명이다. 소망교회를 다니거나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현재 보필, 또는 과거 캠프 시절에 보좌한 사람이 총 42명이다. 전체 인사의 81%가 이명박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셈이다.
기자가 접근 가능한 자료로 드러난 점으로만 볼 때, 이런저런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은 26명(19%)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또 어떤 사적(私的) 관계가 있을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정가에서는 대통령 친인척과 인연이 있는 장·차관급도 상당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서인환
(201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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