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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없는 '민주주의' 확정"... 새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최종 공개

학계·전문가 "과거 민주화 투쟁도 '자유' 쟁취 위해 노력" 지적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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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시스
중·고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試案)이 최종 공개된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용어가 삭제되고 '민주주의' 표현이 대신 삽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지난 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 개발 연구'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대로 교과서 집필이 진행된다면 오는 2020년부터 중·고교생들은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라는 용어만 배우게 된다.

이와 관련 평가원 측은 "역대 역사과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서 활용된 용어는 대부분 ‘민주주의’였지만 2011년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이를 ‘자유민주주의’로 서술한 이후 학계와 교육계에서 수정 요구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제도를 가르치는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정치와 법’ 과목에서도 ‘민주주의’로 기술했고 사회과 다른 과목도 모두 ‘민주주의’ 용어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역사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사용한 시기는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부터다. 그전까지는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민주 들어간다고 자유 빼는 건 말 안 돼"

문재인 정부 들어 이 같은 이른바 '자유 빼기' 시도는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1일 당 차원의 개헌안 중 총강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민주적 기본질서’로 고치겠다고 밝혔다가 4시간여 뒤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지난 1월 공개된 평가원의 새 검정 역사·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 시안 중간보고서에서도 ‘자유’가 삭제된 ‘민주주의’로 표현된 사실이 드러났다. 논란이 일자 지난 2월 5일 교육부와 평가원은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며 최종 기준은 아니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결국 최종 시안도 이와 같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한 종류일 뿐, 민주주의가 더 포괄적 개념, 상위적 개념이기 때문에 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민주주의 앞에 붙는 자유라는 말은 단지 한 종류로서의 정치이념, 정치제도를 구분해 주는 수식어에 불과할까. 자유 없는 민주주의라는 명칭만으로도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과 통치 근간을 설명하는 데 충분할까. 이와 관련 지난 2월 13일 《주간조선》 보도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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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교수. 사진=조선DB
“자유와 민주의 의미는 어느 하나가 (상위에서) 포괄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민주가 들어간다고 해서 자유가 안 들어간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자유주의는 스스로 선택의 권리와 책임의 의무를 갖고 미래를 개척하고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사상입니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행사 주체가 국민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권력을 통제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의 가치를 잘 실현하기 위해서 민주주의를 통해 권력을 견제하고 분산시키는 겁니다.”

약술하자면 자유는 우리가 지키고 지향해야 할 지고의 가치이자 이념이고, 민주주의는 자유를 이 땅에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 정치제도로써 기능한다는 뜻이다. 즉 자유와 민주는 상보적 관계이자 서로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필히 함께 붙여 써야 완전한 의미가 되는 것이다.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포괄하거나 대신할 수 없는 개념이다.

북한도 말로는 '인민민주주의' 추구

세상에는 다양한 민주주의 노선이 있다. 심지어 인권유린, 폭압통치를 자행하는 북한도 말로는 '인민민주주의'를 추구한다. 세계의 독재자들도 말로는 국민에게 주권이 있음을 천명하며 민주주의를 가져다 썼다.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가 삭제된 민주주의가 어떤 덧칠로 왜곡되고 잘못된 이념으로 흐를 수 있는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는 《조선일보》 2월 6일 자 칼럼에서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의 위험성을 이렇게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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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 교수. 사진=조선DB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빠지면 어떻게 될까? 지구상에는 ‘인민민주주의’라는 괴물이 있다. 인민에게서 자유를 박탈하고 억압·학대하는 무자비한 반(反)민주주의, 독재의 가면이다. 자유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을 총칼과 채찍과 ‘교화소’의 위협으로 ‘인민민주주의’에 길들일 수 있을까?”

김경재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지난 3월 6일 퇴임사에서 "자유가 붙지 않는 민주주의는 가짜라는 점을 반드시 인식하고 연맹 모두가 자유민주 대한민국을 이끈다는 자부심으로 모든 일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김 전 총재는 "북한도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우리는 민주주의에 반드시 '자유'를 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도 지난 2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체제 전쟁- 대한민국 사회주의 호에 오르는가'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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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 교수. 사진=조선DB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인민민주주의보다 우리(나라)를 우위에 만들어 놓은 체제다. (그런데) 이 정부가 자유 자를 빼려고 한다. 민주주의 앞에는 한정사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인민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가 있고 나치즘이나 파시즘도 다 민주주의라는 말을 썼다. 자유라는 한정사가 없는 다른 민주주의는 전부 독재주의이자 전체주의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민주화 투쟁도 자유를 추구하려는 노정이었다며 "우리가 독재주의와 전체주의를 위해 민주화 투쟁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자유민주주의 수명 다했다는 가설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


그런 점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의 불변하는 국체(國體)이자 역사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민주화 투쟁을 이어 왔고, 자유민주주의를 통해 문명개척과 정치발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북한을 비롯해 말로만 민주주의를 선전했던 독재국가들의 형편과 극명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유광호 자유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월간조선》 2018년 2월호에서 이렇게 밝혔다.

"1948년 건국된 대한민국을 수호, 보수(保守)한 것은 세계사적 의의를 지니는 것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그 체제 덕분에 ‘기적’을 이뤄냈고, 그로 해서 세계 공산주의 진영은 붕괴했다. 대한민국 건국, 수호, 발전 세력이 세계사의 가장 중대한 문제를 결정지은 것이었다. 그 자유민주주의체제 선택과 발전국가 리더십과 기업가정신이 보편적이고 문명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자유민주주의 혁명으로 건국된 대한민국에서 그 정부가 헌법과 역사교과서에서 ‘자유’를 지우겠다고 한다. 여기에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객관적 사실마저 변조하려는 것은 ‘역사 청산’이요 ‘대한민국 청산’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자유민주주의의 흠결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해서 역사의 큰 성취를 거둔 나라들의 사례로 비춰봤을 때 무리한 지적이라는 말들도 있다. 굳이 단점을 꼬집기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인류사에 미친 긍정적 영향이 너무도 크고 확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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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교수. 사진=조선DB
이와 관련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 3월 28일 《조선일보》 칼럼에서 이렇게 밝혔다.

"정치학자 패트릭 디닌은 최근 '자유주의는 왜 실패했는가'라는 책에서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평등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자유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까지 비판한다. 최근 민주주의의 위기는 자유주의가 실패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너무나도 '성공'했기에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이다.

모든 제국과 이데올로기는 언젠가 사라진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개인의 자유와 부를 가능하게 한 자유민주주의가 이제 어쩌면 수명을 다했을 수도 있다는 가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난 1일 《조선일보》 칼럼에서 "최근의 상황 변화 속에서 한국 보수의 반공주의는 녹록지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그러나 반공이 인권과 자유, 법의 지배와 같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중요성은 어떤 상황에서도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진보 진영의 비판을 받고 있는 '반공주의'조차도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기능을 갖는다면 여전히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자유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8.05.03

조회 : 2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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