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Exclusive

[문학] 새해, 사람들은 어떤 시집을 읽었을까

진은영, 나태주, 박노해, 정호승, 류시화, 이병률 시집들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1월이다. 새해를 맞았다.


지난 한 주(14~10) 어떤 시와 소설, 수필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을까. 신간과 스테디셀러를 포함해 알아 보았다. 이 순위는 교보문고, 예수24, 알라딘 집계에 따랐는데 몇 달 동안 순위에 큰 변화가 없다.

 

200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진은영의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가 독자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공동체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목소리와 다양한 삶의 문제들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삶을 문학적으로 가시화하는 일, 그 어렵고 힘든 일을 이번 시집에 묶인 42편의 강렬하고 감각적인 시들이 저마다 아름답다.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 시 청혼일부

 

나태주 시인의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풀꽃,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등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시심을 자극한다. 주간 베스트104권의 시집이 올라와 있다.

어쩌면 우리는 시인의 마법 같은 한 줄 문장에 빠져 있는지 모른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주변의 모든 존재를 애정 가득한 눈으로 시에 담아온 풀꽃 시인의 노래는 여전히 강렬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시 ‘풀꽃’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 시 ‘사랑에 답함’ 전문


류시화 시인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마음챙김의 시,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는 신작은 아니다. 2014년과 2020, 2008년에 나왔다. 그러고 보니 수십 년 째 스테디 셀러인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도 떠오른다. 삶의 불가사의함을 섬세한 언어로 그려 내어 모두가 공감하는 보편적 정서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954690076_1.jpg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고명재의 첫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은 알라딘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내 안에 고인 '받은 사랑'을 기억하는 시인은 그 사랑의 환한 노란 빛을 옮겨적어 시를 짓는다. 시인의 이 말도 와닿는다.

“어느 여름날, 나를 키우던 아픈 사람이 앞머리를 쓸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온 세상이 멸하고 다 무너져내려도 풀 한 포기 서 있으면 있는 거란다. 

있는 거란다. 사랑과 마음과 진리의 열차가 변치 않고 그대로 있는 거란다.”


그때 나는 빵을 물면 밀밭을 보았고

그때 나는 소금을 핥고 동해로 퍼졌고

그때 나는 시를 읽고 미간이 뚫렸다

그때부터 존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끔 그때의 네가 창을 흔든다

그때 살던 사람은 이제 흉부에 살고

그래서 가끔 양치를 하다 가슴을 쥔다

그럴 때 나는 사람을 넘어... 더보기

가장 투명한 부위로 시가 되는 것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미래가 빛나서

눈 밟는 소리에 개들은 심장이 커지고

그건 낯선 이가 오고 있는 간격이니까

대문은 집의 입술, 벨을 누를 때

세계는 온다 날갯짓을 대신하여

 

― 시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부분

 

교보문고 1월초 시집 주간 베스트

순위

이름

시집

1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2

나태주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3

나태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4

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5

정호승

슬픔이 택배로 왔다

6

류시화

마음챙김의 시

7

나태주

풀꽃

8

류시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9

나태주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10

이병률

바다는 잘 있습니다

 

예스 24 1월초 시집 주간 베스트

 

 

 

1

나태주

나태주, 시간의 쉼표

2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3

류시화

마음챙김의 시

4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5

나태주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6

나태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7

나태주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8

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9

원태연

너에게 전화가 왔다

10

나태주

연필화 시집

 

알라딘 1월초 시집 주간 베스트

 

 

 

1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2

고명재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3

나태주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4

나태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5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6

나태주

오늘은 네가 꽃

7

고은

무의 노래

8

김석영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

9

정호승

슬픔이 택배로 왔다

10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번역 시집 제외)

 

등단 50주년 기념시집인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택배로 왔다는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과 따뜻함이 담겨 있다. 그러나 평이한 시어로 풀어내되 문학은 결사적이여야 한다고 말한다. 외로움과 상처를 근간으로 보편적 실존에 이르는 고결한 시 세계는 이번 시집에도 여전하지만, 그 깨달음으로 독자를 이끄는 길은 한층 다채롭고 아름답고 따뜻해졌다.


  슬픔이 택배로 왔다

  누가 보냈는지 모른다

  보낸 사람 이름도 주소도 적혀 있지 않다

  서둘러 슬픔의 박스와 포장지를 벗긴다

  벗겨도 벗겨도 슬픔은 나오지 않는다

  누가 보낸 슬픔의 제품이길래

  얼마나 아름다운 슬픔이길래

  사랑을 잃고 두 눈이 멀어

  겨우 밥이나 먹고 사는 나에게 배송돼 왔나

  포장된 슬픔은 나를 슬프게 한다

  살아갈 날보다 죽어갈 날이 더 많은 나에게

  택배로 온 슬픔이여

  슬픔의 포장지를 스스로 벗고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나에게만은

  슬픔의 진실된 얼굴을 보여다오

  마지막 한방울 눈물이 남을 때까지

  얼어붙은 슬픔을 택배로 보내고

  누가 저 눈길 위에서 울고 있는지

  그를 찾아 눈길을 걸어가야 한다

  ― 시 ‘택배’ 전문

 

‘슬픔이 택배로 왔는데, 누가 보냈는지 모르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슬픔이길래 사랑을 잃고 두 눈이 먼 나에게 배송이 되었느냐’고 반문하는 시다. 시인은 “기쁨만이 아니라 슬픔을 택배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XL.jpg

 

박노해의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에는 무언가 잘못된 세상에 절망할 때하루하루 내 영혼이 희미해져갈 때다른 길을 걸어갈 용기가 필요할 때나를 흔들어 깨우고 일으켜 세워줄 시편들이 담겨 있다시인의 12년만의 신작시집.

 

신 안에 자리한 악의 능력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자가 있다

 

자신 안에 커오는 선의 능력을

쉬임 없이 고무시키는 자가 있다 ()

 

아무리 무력한 듯해도 선한 사람은

선한 존재 자체로 내뿜는 영향력이 있으니

―  시 선한 영향력이 있으니’ 일부

 

이병률 시인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2017년에 나온 시집이다. 6년 동안 사랑이 이어져 왔다.

 

왜 말은

마음에 남지 않으면

신체 부위 어디를 떠돌다

두고두고 딱지가 되려는 걸까요

왜 스스로에게 이토록 말을 베껴놓고는 뒤척이다

밤을 뒤집다 못해 스스로의 냄새나 오래 맡고 있는가요

― 시 왜 그렇게 말할까요부분

 

그의 혼잣말은 담장을 쌓아올리듯 겹침과 포개짐을 반복하며 거듭 질문을 낳고, 더는 혼자가 아닌 말”(‘있지’)이 되어 열리지 않는 세계의 무한한 면”(‘내시경’)을 살려내고 끝내 시로 완성되어간다. 그러한 사정으로 이병률에게 시는 쓰려고 쓰는 것이기보다 쓸 수 없어서 시”(‘내가 쓴 것’)일 때가 더 잦다.

입력 : 2023.01.15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사진

김태완 ‘Stand Up Daddy’

kimchi@chosun.com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