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은 주말에도 적용된다 : 월간조선

코로나19로 자차 이용자가 늘어난 가운데, 25일부터 ‘민식이법’이 시행됐다. 법 시행 이후 첫 주말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린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하연 씨(39)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내내 집에만 있다가, 날씨 좋은 주말 아이와 함께 인적이 드문 교외로 바람을 쐬러 나갈까 하는데 운전대 잡기가 조금 걱정된다”고 말했다. 비단 김씨뿐 만 아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민식이법, (학교에 안가는) 주말에도 적용되나요’, ‘안 걸리려면 어떡해야 하나요’와 같은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답부터 말하자면 주말에도 적용된다.

민식이법은 크게 두 가지다.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전자(前者)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운전자들이 특히 신경 써야 하는 건 두 번째다. 규정 속도 시속 30㎞를 초과하거나 전방 주시 등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운전 중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에 징역에 처하고 ▷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30km 밑으로 달려도,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이를 피하지 못하면 전적으로 운전자가 처벌을 받는다’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이는 법 시행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점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과실범’과 ‘고의범’은 명백히 구분돼야 마땅한데 ‘민식이법’은 형량 상 과실범을 고의범으로 처벌하는 ‘비례성의 원칙’ 부분에서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김민식 군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도입됐다. 지난 10월 발의된 법안이 6개월도 되지 않아 실행된 데에는 “스쿨존 내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거센 여론이 한몫했다.

법 시행 사흘이 지난 지금, 그때의 여론은 정반대로 바뀌는 모양새다. 민식이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민식이 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글에는 27일 오후 3시 기준 약17만5000명이 동의한 상태다.

청원글 작성자는 “어린이 사고를 막기 위한 취지로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횡단보도 신호기 설치, 불법주차 금지를 의무화하는 것에는 찬성한다. 마땅한 조치”라면서도 “특별법 개정안은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하는 건 부당’, ‘입법권 남용과 여론몰이가 불러온 엉터리 법안’ 등의 이유로 극구 반대하고 조속히 개정해달라”고 썼다. 또 “운전자가 피할 수 없었음에도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어린이 교통사고의 원인 중 횡단보도 위반이 성인의 비해 2배 이상 높은데, 운전자에게 무조건 조심하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현재 코로나19로 전국 모든 학교의 개학이 연기된 상태다. 서울 종로구 소재 한 초등학교 교사 홍모씨(39)는 “학교 현장에서는 (운전자들의 전방 주시를 방해하는) 주정차들을 단속하는 게 더 절실한 상태지만, 막상 법안에 이 규정은 없더라”면서 “개학 이후에도 한동안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아이들이 자가용으로 등교를 할 텐데, 민식이법으로 큰 혼란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