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대법원 파기환송.... 블랙리스트는 유죄? 무죄? : 월간조선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했다. 직권남용죄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와 문화관광부가 특정 문화예술인 등에 대해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을 만들었고 이를 집행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오후 특별기일을 열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상고심 선고에서 각각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이 혐의를 받고 있는 '직권남용죄'는 보다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지난 2018년 1월 2심 선고가 내려진 뒤 2년만이다. 1심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조 전 장관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김 전 실장에 징역 4년, 조 전 장관에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박근혜정권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기소했던 박영수특검의 무리수가 상당부분 밝혀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월간조선>은 2017년 5월호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형법상 범죄인가.... 김기춘 조윤선 재판 쟁점' 제하의 기사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nNewsNumb=201705100027를 통해 블랙리스트의 범법 여부를 분석한 바 있다.

당시 법조계 관계자들은 ▲박근혜 청와대가 과거 좌파진보세력에 편향된 정부지원을 균형있게 집행하려 한 것이라는 점 ▲김 전 실장 등이 직권 남용 관련해 '실상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발언 말고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점 ▲피해를 보았다는 예술위, 영진위, 출판진흥원 소속 임직원들이 '의무 없는 행위'를 한 피해자로 볼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특검 주장대로) 형법상 직권남용죄로 보기엔 무리"라는 견해를 보였다. 당시 김 전 실장의 변호를 맡았던 김기수 전 검찰총장은 이에 대해 "철저하게 정치적인 사건"이라며 "유무죄를 따질 것이 아니라 특검의 무리한 수사 때문인 만큼 기각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대법원 역시 같은 취지의 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지원 배제와 관련해 공무원들에게 각종 명단을 보내게 하고, 사업 과정에서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 한 것이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죄에서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이 그같은 일을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대법원이 직권남용죄에 대해 '열린 결말'을 내린 것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현 정권 관계자들이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것과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현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전 청와대의 블랙리스트 관계자들은 이미 수 년씩 수감생활을 하고 고초를 겪었는데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