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군인공제회 로고 캡처
군인공제회(이하 군공)의 소위 ‘부실 자산’ 개발 사업들과 관련한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군공은 현재 1조5000억원대의 부실 자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군공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사 등 여러 명은 최근 〈월간조선〉에 관련 의혹을 제보해왔다. 군공 측이 2005년부터 수조 원을 투자한 김해 복합스포츠타운 등 대부분의 부실 사업장이 ‘사업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방치 내지는 개발 강행으로 ‘부실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게 제보자 측 주장이다. 군공의 기금 운용과 각종 사업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도 언론사 보도 등을 통해 있어 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군공 측이 지난 15년 동안 직접 부동산 투자를 해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전무한 실정인데도, 부동산 개발 투자 비중이 과도하다"고 지적해 왔다. 이에 대해 군공 측은 “특별관리사업을 정상화, 매각 추진, 채권 회수 사업으로 분류·관리 중”이며 “그 결과 2018년 (원금) 약 2000억원을 회수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반박했다.
군공은 1984년 2월 1일 군인 및 군무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고 국군의 전력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창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군인공제회법에 따르면, 군공은 ▲회원에 대한 급여의 지급 ▲회원을 위한 복지·후생 시설의 운영 ▲그 밖에 회원을 위한 복지·후생 사업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군공의 자본금(기금)은 회원의 부담금과 정부 보조금으로 하며, 정부 보조금의 경우 공제회의 보호·육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지급할 수 있다. 군공이 진행하는 수익 사업으로는 건설·개발사업, 금융사업, 법인체 및 직영사업체 운영 등이 있다.
군공의 부실 사업을 지적하는 이들 주장에 따르면, 군공 측이 투자를 한 5곳의 대표적인 부실 개발 사업지(용인 모현 왕산지구, 평택 가재지구, 성남 신흥동, 김해 록인 복합스포츠타운, 경산 중산지구)들은 대체로 ‘미분양 주의지역’으로 분류되거나, 토지를 비싸게 사서 사업성이 없거나, 성남 신흥동의 경우 인허가도 나지 않아서 수용된다고 알려진 곳이다.
이들은 “물론 사업이라는 게 100%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적자를 낼 수도 있다”면서도 “문제는 잘못 투자한 사업들이라면 원금 회복 절차 등을 거쳐 ‘원상복구’를 해야 하는데, 군공이 이런 수십여 곳의 부실 사업들을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십 수 년 째 관리 비용을 부담하면서 끌고 왔다는 점이다. 또한 땅이든 개발 쪽이든 ‘리스크’가 있었다면 적절히 관리를 해왔어야 했는데, 그걸 하지 못해 부실의 규모가 커지게 한 점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군공이 매월 약 250억 원의 회원 납입금을 받아서 유지되고 투자 손실에 따른 국가 보조도 받기 때문에,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에 빠진 사업 집행자들이 ‘방만 투자’를 하고 있던 것”이라며 “군공이 단순히 토지·건물을 사고파는 형식의 부동산 투자가 아닌 대규모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집중하는 이유도, 사업 집행자들이 개발에 참여하는 업체들에게 소위 ‘향응’을 받거나 ‘부정한 관계’도 가질 수 있고, 실제 그러한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들은 “군공 회원과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부실 사업에 대한 과잉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실정”이라며 “그들의 ‘방만 투자’로 인하여 피땀으로 내는 군인 회원 납입금과 국민 혈세가 지원될 수 있는 만큼, (미분양 경고 지역 등의 부실 사업 강행 의혹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해 개발’ ‘경산 매각’ 커넥션 의혹” 주장
군공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대형 부실 사업장 5곳의 개발 사업지 중 ‘김해’와 ‘경산’ 사업을 주목하면서, “나머지는 아예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해 사업’의 경우, 경남 김해시 진례면 일원(약 111만4000평)에 아파트 6300세대, 골프장 27홀 등 타운형의 체육·여가시설 등을 건설하겠다는 게 개발 계획의 골자다. 제보자와 군공 내부자 측은 “이곳은 미분양 경고 지역으로, 인근은 이미 임대 아파트가 과잉 공급된 상태이고 주변에 골프장도 많다. ‘창원에 터널이 뚫려 인구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오히려 터널이 ‘빨대 역할’을 해서 창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 “김해 개발 계획은 수익성 사업으로 볼 수 없는데, 미분양 경고 지역에 아파트를 1만5000세대로 더 확장한다니 ‘수천억 원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생할까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은 분양가가 저렴해 건축 비용도 건지기 어렵다는 게 제보자 측의 주장이다.
군공 측은 작년 3월 22일 “오랫동안 소송 등으로 지연돼 온 ㈜록인김해레스포타운 건설에 1248억원을 투자해 사업을 재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투자금 1850억원에 추가 투자금을 더해 원금만 ‘3000억원대’의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사업 재추진 안건을 이사회 결의와 내부 절차 없이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군공 측은 한 매체에 “(실제로) 추가 투자 계획을 확정 짓고 발표한 것은 이사회를 거친 뒤인 5월”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군공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군공이 추가 자금까지 들여 사업을 재개하는 이유는, 이곳 개발이 현재 여권(與圈)에서 유력한 한 정치인의 공약사업이었기 때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때 해당 지역을 지역구로 뒀던 국회의원 출신의 이 정치인과 군공 내부자들이 유착돼있고, 이런 무리한 사업 추진을 위한 ‘인사(人事) 비리 의혹’까지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한편, ‘경산 사업’의 경우, 경북 경산시 중산동 일원(약 32만5000평)에 아파트 6254세대와 상업·공공용지 약 3만5000평 등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제보자 측은 “군공은 이 개발 사업을 집행하는 시행사에 100% 자금을 투자한, 사실상 주인으로 볼 수 있는 채권자”라고 주장했다. 군공 측 설명에 따르면, 아파트는 이미 분양이 끝난 상태고 현재 상업용지 매각 건이 남아 있다고 한다.
군공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군공은 시행사가 소유한 전체 개발부지 ***만5000평을 매각해 조속히 원금 회수를 하는 것이 상식일 텐데, 공공용지 ****평 등을 제외하고 사업성이 있는 상업용지 3만2000평만 ‘분리 매각’을 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이다.
“군공 내부자와 시행사 관계자가 ‘커넥션 관계’를 이룬다는 소문이 있다. 특정 개발 업체에게 매각 정보를 제공하고 조건에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알짜배기 땅’만 별도로 팔아넘기려는 것이라는 시중의 우려와 의혹이 있다. ‘알짜배기’만 파니까 의혹이 있는 것이다. 나머지 땅은 어떻게 파는가?”
국회 모 의원실 측은 ”시행사로서는 사업 가치가 없는 공공부지, 학교부지 등 ****평의 땅만 남겨놓고 ‘분리 매각’을 하는 것은 불리하다는 입장이지만, (매각 상황은) 채권자인 군공 측의 의사대로 가고 있다“며 ”의원실에서 시행사에 입장을 요구했으나 답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의원실 측은 “나머지 땅은 ‘부실 자산’만으로 남을 수가 있어서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작년 9월 7일 자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군인공제회가 무주택 군인들에게 시세보다 20% 싼 값에 경북 경산에 있는 아파트를 분양했는데, 정작 군인들은 살지 않고 분양권을 전매(轉賣)해 시세 차익을 거두는 일(‘미입주 전매 사태’)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모(某) 국회의원이 작년 국정감사에서 관련 지적을 했고, 당시 정경두 국방장관은 “미입주 전매 분양자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발표나 별도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사태도) 군공의 전매 동의가 없으면 분양금 납부부터 완공 후 권리 관계가 복잡하게 된다. 따라서 전매 동의와 관련해, 군공 내부 협조자와 인근 부동산의 ‘커넥션’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군공 측 “내부 인사 비리, 정치인 커넥션 사실 아냐”
이와 관련, 군공 측은 지난 18일 기자와의 통화 및 서면 질의에서 “군인공제회 사업권을 탈취하거나 매각을 방해하려는 음해 세력의 일방적 허위 주장”이라고 제보자들의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군공 측 관계자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터진 이후에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우리 사업들도 영향을 받았다”며 “‘부진 사업장’들은 매각 절차에 들어가거나 정상 추진을 하는 등 (군공 측에서) ‘특별관리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언론사에 (군공 측의 부실 사업장들을) ‘빨리 매각해야 한다’고 제보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들의 기본적인 목적은 우리 사업들이 정상적으로 가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김해 사업만 해도 (유력 정치인의 공약사업이 아니라) 초기에 김해시가 공모한 사업에 우리가 참여한 것 아니냐. 중간에 소송 과정도 있었지만, 우리가 대법원까지 가서 재판을 이겨서 사업권을 가져오지 않았냐”면서 “오랫동안 사업 진척이 지연됐다는 점, 리스크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제 4월이면 착공에 들어가는 단계인데, 우리가 사업성이 없으면 지금도 왜 (이 사업을) 들고 가겠느냐”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경산도 그렇다. 우리가 아무리 ‘부동산 문외한’이라고는 해도, (3만2000평 상업용지를) 사고자 하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어서 진행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공개매각’ 공고를 경제 일간지에 내서 진행하지 않나”라며 “공매(公賣)라는 게 뭔가. 여러 경쟁 업체 중 기타 조건이 맞고 입찰가를 가장 높게 써낸 곳이 ‘우선 협상 대상자’가 되는 것인데, 특정 개발 업체를 위해 어떻게 이런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기자의 취재가 마무리될 무렵, 군공 측은 “우리도 허위 제보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이런 식의 기사는 가급적 보도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요청하면서 공식 해명 답변서를 서면으로 보내왔다. 또한 20일 오후 경산 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시행사 측에서도 해명문을 전달해와 이어서 게재한다.
[군인공제회 부동산PF 사업 의혹 제보 관련 답변]
<군인공제회는 특별관리사업을 정상화, 매각추진, 채권회수사업으로 분류하여 관리 중입니다. 매각추진 및 채권회수 사업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정상화사업장에 대해서는 계속적 사업진행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군인공제회는 현 김도호 이사장 임기 내에 특별관리사업 매각 및 정상화를 통해 8000억원을 유동화하는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고, 그 결과 2018년 약 2000억원을 회수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언급된 5개 사업장에 대해서도 매각 및 정상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그러므로, 군인공제회가 특별관리사업을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은 명백히 허위입니다. 군인공제회의 의사결정은 사업관리위원회, 이사회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언급된 내부인사비리, 정치인 커넥션 등 의혹은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본회는 최근 3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등 설립 이래 단 한차례의 정부 보조 없이 정상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한, 2015년 이후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하는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4년 연속 최우수/우수 등급을 달성하는 등 회원으로부터 신뢰받는 공제회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산 중산지구 개발사업은 PF 대출사업으로 군인공제회는 채권자일 뿐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산 중산지구 상업용지 매각 작업은 시행사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문기관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여, 일간지 매각공고 및 일반경쟁입찰 절차에 의해 추진 중입니다. 군인공제회는 투명하고 공정한 매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개입찰절차의 특성상, 언급된 특정 개발업체 혜택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공공부지는 경찰서, 소방서 등으로 사용용도가 제한되고, 학교용지는 중/고등학교로 사용이 제한되는 등 상업용지와는 매수자가 상이하여 시행사에서 분리매각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특별관리사업과 관련하여, 군인공제회의 사업권을 탈취하거나 매각을 방해하려는 음해세력의 시도가 이어져 왔으며, 이번 제보도 해당 세력의 일방적 허위 주장에 기반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경산(중산) 개발 사업 시행사 측 해명문 전문]
<제보자 측은 중산 사업에 관하여 군인공제회가 사업 추진 방향을 전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을 전제로 제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산 사업은 2005년 5월부터 시행자인 중산도시개발이 개발계획을 수립, 집행하여 왔으며, 군인공제회는 본건 사업의 PF 공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므로, 제보자가 군인공제회를 대상으로 제보하는 것은 중산사업 구도에 대한 몰이해에 기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보에는 ‘상업용지, 공공부지, 학교용지 및 일부 택지 등을 분리매각하여 채권회수가 어려워진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공공부지는 소방서, 주민센터 등의 용도로 지방자치단체에 매각해야 할 토지이며, 학교용지는 교육 당국에 매각하여야 하므로 당연히 분리 매각을 해야 합니다. 또한 일부 택지는 자체적인 시행 등의 방법으로 진행할 예정이므로, 상업용지와 일괄해서 매각해야 한다는 제보는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제보에는 ‘특정 개발 업체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분리매각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상업용지의 매각은 일반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실시하며, 신문공고(전국지 2곳, 지방지 1곳) 등의 방법으로 공개적인 절차에 의하여 추진되고 있으므로, 이와 관련된 제보내용 또한 사실관계와 부합하지 않습니다.
제보내용에는 ‘시행자 측은 ~ 분리매각을 주장했지만, 군인공제회가 특정 개발 업체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하여 분리매각을 추진한다는 지적입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위 내용은 마치 시행자 측에서 분리매각을 반대하고 있으며, 이를 시행자에게 확인하였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만, 개발계획은 시행자가 수립하여 진행하고 있다는 점, 중산직원 누구도 그러한 내용의 상담(또는 인터뷰)을 한 적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내용은 자의적인 추측성 제보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산도시개발은 2005년부터 본건 사업을 추진해 오면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심각한 주택경기의 불황과, 국제적으로는 2008년 리먼 사태로 인한 투자심리의 위축 등으로 장기간 개발이 지연되었으나, 2011년부터 분양 및 개발이 본격화되어 이제 2020년 전체적인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간 중산사업의 참여자들은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개발을 통한 지역사회의 공헌이라는 소명 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산사업이 근거 없는 제보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기자님의 이해를 당부 드립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