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법부 독립성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9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레가툼 세계번영지수' 중 사법부 독립성 항목에서 한국은 0∼1점 중 0.47점으로 OECD 34개국 중 28위에 머물렀다. 핀란드(0.97), 뉴질랜드(0.95), 노르웨이(0.93) 등 상위권 국가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레가툼 지수에서 한국의 사법부 독립성 항목 점수는 매년 감소했다. 2007년 0.69점에서 2009년 0.63점, 2010년 0.51점, 2017년 0.48점으로 떨어졌다.

여기서 사법부 독립성 항목이란, 사법 분야가 정부 등으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으로 운영되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결과적으로 이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정치 논리에 의해 사법부가 좌지우지되는 정도가 심하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은 <월간조선> 2018년 12월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정당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사법부에 들고 가는 행위를 자제하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또 가급적 모든 문제를 사법부가 개입하지 않도록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사법부의 권한 축소는 안 맞는 것 같고요, 무엇보다 우리나라 정치가 바로서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정치보복이 없어야 합니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철저히 잘못하고 있어요. 지금 박근혜(朴槿惠) 전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잡아넣고,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을 잡아넣고, 보수 대통령은 다 손보고 있잖아요. (...) 지금 사법부는요, 문재인 정권 이상으로 이미 좌경화된 사법부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권 때 대법관들이 거의 다 교체됩니다. 헌법재판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는 말이 거기서 나오는 거예요."

김일수 고려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지난달 30일 <문화일보>에 쓴 칼럼에서 레가툼 지수 결과를 거론하며 "우리의 우려와 외부의 평가가 일맥상통한다는 점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사법부의 독립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명예교수는 "우리 시대의 정신적 상황에 비추어볼 때 법관들이 일심 단합해도 지켜내기 쉽지 않은 것이 사법권의 독립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집 안에서 서로 물고 뜯으면서 외부의 세력을 끌어들이기로 자청한다면 오래가지 않아 사법의 독립성은 바람벽도 없는 허약한 집이 되고 말 것"이라며 "불편부당하고 공정해야 할 사법이 과도하게 이념에 노출되어서는 민주주의도 자유법치주의도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만약 지금의 궤도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사법 불신과 폭력적인 재판 불복사태는 요원의 불길처럼 번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레가툼 지수'란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Legatum)이 2007년부터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세계번영지수를 뜻한다. 평가 항목으로는 경제, 기업 환경, 국가 경영, 교육, 보건, 안전 · 안보, 개인의 자유 등 총 9가지가 있다. 이 지표들을 기준으로 채점해 149개국 순위를 매긴다. 

한편, 한국은 올해 발표된 레가툼 지수 중 사법부 독립성 외에 다른 지표들에서도 낮은 순위를 보였다. '노동 유연성' 항목은 조사 대상 149개국 중 97위에 그쳤다. 이 분야 순위는 지난 2007년 22위에서 2009년 48위, 2010년 124위 등으로 급격하게 곤두박질쳤다. '열심히 일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인식'은 141위로 최하위였다. 또 자영업자들의 형편과 연계되는 '새로운 사업 시작에 대한 인식' 또한 141위로 매우 부정적이었다. 이웃에 대한 도움 등을 뜻하는 '존중' 항목은 143위로 '바닥' 수준이었다. 존중 항목 관련 조사에서 '낯선 사람을 돕는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47%로 94위에 그쳤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도 80%로 85위에 머물렀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