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뉴시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고용 세습 비리가 불거진 가운데, 외국계 항공사 소속 한국인 승무원들은 차별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은 현 정권 공약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되는 반면, 이들은 비정규직으로 2년만 근무한 뒤 퇴사하는 상황이었다. 외국계 항공사에 근무하는 한국인 승무원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해도 바로 그 다음날부터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국정과제 1호’로 발표한 바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25일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외국계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승무원 대다수가 비정규직이었다. ‘전일본공수(ANA항공)’ 108명, 베트남항공 46명, KLM네덜란드항공 44명, 싱가포르항공 15명, 알리탈리아항공 11명, 일본항공(JAL) 6명, 말레이시아항공 3명 모두 정규직 직원이 아니었다.
이에 반해, 국내 항공사들은 승무원들을 2년 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작년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총 승무원 대비 정규직원의 수는 3,658명 중 3,498명이었다. 대한항공은 6,072명 중 5,410명이 정규직이었다. 제주항공은 856명 중 과반이 안 되는 401명만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직원이 최대 2년 계약직으로 근무할 시 회사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은 계약직 근무 기간 후 평가를 거쳐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국내 항공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직원들은 총 1,399명 중 1,286명이었다.
반면 외국계 항공사 상당수는 한국인 직원들에 대해 정규직 전환이 아닌 ‘퇴직 처리’를 한다. KLM네덜란드항공의 경우 중국인 승무원은 5년, 일본인 승무원은 3년간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사측의 평가를 받고 근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한국인 승무원은 2년 계약 만료 후 ‘전원 퇴직’으로 처리됐다. 해당 항공사는 한국인 승무원들의 반발에 “너희 나라 법이 2년만 고용토록 하고 있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LM네덜란드항공사의 한국인 승무원들은 부당한 고용계약 행태를 알리고자 지난 6월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은 탄원서를 제출한 승무원들에게 “민원은 소관 부서에서 잘 검토하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보내왔다.
청와대에서 민원을 건네받은 고용부도 마찬가지였다. 고용부 고객상담센터 인터넷상담과는 지난 8월 “정책(제도) 개선 업무는 우리 부처 해당 부서에, 집행 관련 민원 등은 고용지방청(지청) 등에 이송한다”며 “사업장의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관할 지청에 진정 등을 제기, 근로 감독관의 구체적인 사실관계 조사 결과 및 판단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고용부가 해당 민원을 지청 소관으로 넘김에 따라, 승무원들은 사실상 중앙 부처의 전격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은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문진국 의원은 고용부에 대한 질의에서 “문재인 정권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서울교통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서 간부와 노조원의 친인척 등에 대한 고용세습과 정규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며 “(반면) 정작 우리 국민인 외국계 항공사의 객실 승무원들은 우리 법을 악용한 항공사의 ‘갑질 고용계약’으로 고통받고 눈물 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특히 객실 승무원은 직무 특성상 안전 운항, 서비스 자질 보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비정규직으로만 채용하고 2년이 지나면 휴지조각 버리듯 하는 외국계 항공사의 (고용 갑질) 행태는 승객 안전과도 직결될 수 있지 않은가. 이에 대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에서는 외국계 항공사에 근무하는 우리 한국인 승무원들의 ‘근로 실태조사’ 등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며 “외국계 항공사의 갑질 고용 계약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의원실에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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