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자체 여론조사 내역 공개 거부... 특정 업체 밀어줬나? : 월간조선

청와대가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그에 따른 비용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특정 여론조사 업체를 청와대가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장제원 의원의 자료 요청, 공개할 수 없다는 靑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8월 29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청와대가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한 20여 억원의 내역을 둘러싸고 설전(舌戰)을 벌였다. 이 내용은 당시 언론에 자세히 보도되지 않았다.

이날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에게 청와대 자체 여론조사와 관련해 의뢰 기관, 의뢰 금액, 일시, 주요내용, 이 여론조사의 용도와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제원 의원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사결정 과정, 내부 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이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부득이 제출할 수 없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는 취지의 답변을 청와대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충분히 내야 하는 당위성이 있는 자료이기 때문에 (오후) 10시까지 청와대에서는 이 자료를 저에게 제출해 주시기 바란다”고 김 수석에게 말했다.

함진규 의원 "여론조사비 23억", 김수현 수석 "공개할 수 없는 사안"

이에 김수현 사회수석은 “일단 제가 이 자료 제출을 담당하는 부서에 바로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김수현 수석은 청와대 담당자로부터 '공개 불가'라는 답변을 전달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 같은 정황은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수현 수석간의 문답에서 잘 드러난다. 함진규 의원과 김수현 수석 사이에 오고간 문답을 회의록에서 옮긴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 함진규 위원 제가 사업명을 보니까 결산 사업명에 ‘국정평가관리’라는 게 있어요. 거기에 보면 2017년도 예산집행 내역이 있습니다. 인건비, 운영비, 업무추진비, 연구용역비, 민간 이렇게 있는데 거기에 여론조사 경비 등 일반연구비가 있어요. 23억 정도 있어요.
◯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 김수현 예.
◯ 함진규 위원 당연히 이게 사업명하고 항목에 있는데 이걸 못 줘요? 비공개 사안도 아니고 세부사업명, 예산내역이 다 있는데. 그 여론조사비가 23억 정도, 이건 정책과제연구비 빼면 한 20억 정도…… 이 상세 내역을 제출을 못 해 주는 기밀사항입니까, 이게?
◯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 김수현 송구합니다마는 제가 전달받은 바로는 그게 공개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합니다.
◯ 함진규 위원 왜요?
◯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 김수현 그리고 역대 청와대가 한 번도……
◯ 함진규 위원 역대, 역대 자꾸 말씀하시지 말고.
잠깐만요, 제가 역대를 물어본 게 아니고 여기 예산항목에 있다니까요. 그러면 여기 다른 데 다 감사 평가를 하면서 이건 빼놓고, 하지 말라 이 소리인가요?
제가 없는 걸 달라는 게 아니에요. 우리 장제원 간사님도 마찬가지이고 사업명에 국정평가관리 이 내용에 들어 있어요. 제가 이걸 보면서 읽어드리는 것 아닙니까. 그럼 이것 감사하지 말라는 겁니까?
◯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 김수현 제가 다시 말씀드리기 송구합니다마는……>

함진규 의원이 ‘(자료요청의) 취지는 아느냐’고 묻자 김 수석은 “결과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사를 누구에게 맡겼냐를 아시고 싶다는 것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수현 수석을 겨냥한 야당 의원들의 집중포화가 시작됐다.

"청와대가 성역이에요?" "血稅 썼는데 어떻게 자료도 안 내요"

<◯ 함진규 위원 아니, 항목이 있는데, 항목이 있는 걸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지요. 국회를 무시하는 거지요.
(｢특수활동비도 아닌데 왜……｣ 하는 위원 있음)
◯ 장제원 위원 청와대가 성역이에요?
◯ 이장우 위원 국민 혈세를 썼는데 어떻게 자료도 안 내요?
◯ 장제원 위원 아니, 20억을 썼으면 어떻게 썼는지 봐야 되는 게 국회의 권한 아닙니까? 이것 전부 삭감해도 됩니까, 내년에?
◯ 함진규 위원 잠깐만요, 그러면 이것 이번 예산에서 다 삭감합니다.
◯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 김수현 제가 답변드리기는 어렵고요.
◯ 함진규 위원 잠깐만요, 지금 여기에 보시면……
그렇게 답변하시면 우리는 이것을 감사결과를 충분히 검증할 그런 의무가 있는데 여기 2017년도 예산내역에 인건비, 운영비, 업무추진비, 연구용역비, 민간이전비 이것 전부 삭감해도 돼요? 자료도 안 주는데 국민 세금을 쓰면서 우리가 뭐라고 얘기를 해야 돼요?
◯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 김수현 그것은……
◯ 함진규 위원 그러면 이것 다 삭감해도 되냐고요?
◯ 대통령비서실사회수석비서관 김수현 이 업무를 담당하는 분이 별도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함진규 위원 이것 다 삭감해도……
아니, 저 자료 안 준다면 안 쓸 예산을 쓴 것으로 생각을 해서 삭감해도 되겠어요, 예산 앞으로 세울 때?

(중략)

◯ 윤호중 위원 .... 지금 이게 결산 관련 부별심사 아니겠습니까? 결산 관련해서 질문하시면 될 일을 자료와 관련해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이렇게 하실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략)

◯ 장제원 위원 저희로서는 청와대가 2017년도 예산에 분명히 이게 전체 38억 6800만 원 예산이 책정돼 있고 인건비, 운영비, 업무추진비, 연구용역비, 민간이전비 정확하게 항목까지 나와 있는 겁니다. 그러면 저희들이 연구용역비에 있어서 여론조사 경비 20억 이것을 어떻게 썼는지는 이게 청와대의 성역도 아니고 청와대가 이것을 잘 썼는지에 대한 결산심사를 해야 될 권한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 자료조차 주지 못하고, 그러면 20억을 어떻게 썼는지도 전혀 모르고 결산을 하라는 얘기입니다.>

'공개' 압박 하는 野, 朴 정부 사례 거론하며 반박하는 與

오후 11시 9분 속개된 이후에도 여야 의원간의 공방은 이어졌다. 이때 야당 의원들은 ‘특정 여론조사 업체에 몽땅 밀어준 내용 때문에 내놓지 못하는 것인지 물어봐야 한다’(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 ‘그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도 생각한다’(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반발했다. 조승래 의원은 “일부 제공이 되고 했던 것은 있었지만 여론조사가 제공됐던 적은 없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제원 의원이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는 봐야한다”고 하자 조 의원은 “국정원 돈 갖다가 여론조사를 했습니까”라고 야당 의원들을 압박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가 청와대 여론조사 비용으로 쓰였다는 의혹을 앞세워, 맞받아친 것으로 보인다.

박완주 의원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박 의원은 “2016년도에 정책용역과제 28건 중 4건에 대해서 공개한 것은 맞다”면서도 “당시도 똑같이 야당에서 혈세를 위해서 한다라고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공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관행적으로 해 왔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2017년) 5월 7일까지는 박근혜 정부에서 쓴 것 맞고 이후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가 쓴 것 맞다”며 “이 여론조사에 민감한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고 생각한다. 불법적으로 여론조사 모금해서 청와대에서 공천 쓰고 이런 웃기는 짓거리 한 정부에서 의심을 사는 거다. 반성부터 하라”고 비판했다. 이후에도 장제원-조승래·윤호중 의원간에 고성(高聲)이 계속 오갔다.

김수현 수석이 근거로 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5항

이날 회의에서 김수현 수석은 공개 불가의 근거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5항을 들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감사ㆍ감독ㆍ검사ㆍ시험ㆍ규제ㆍ입찰계약ㆍ기술개발ㆍ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ㆍ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을 이유로 비공개할 경우에는 의사결정 과정 및 내부검토 과정이 종료되면 제10조에 따른 청구인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는 단서가 명시돼 있다.

한편 ‘월간조선’이 10월 17일 오후 장제원 의원 측에 확인한 결과, 장 의원 측은 ‘(현재까지) 청와대가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료를 보내오지 않았다’고 알려왔다.

靑, 親정부 성향의 특정 여론조사 업체 밀어준다는 정황

최근 한 시사 주간지는 청와대가 특정 여론조사 업체를 밀어주고 있다는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폭로를 계기로 청와대 여론조사 비용 관련 문제가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일요서울》(10월 5일자)은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며 “최근 심재철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비인가 행정정보를 취득한 자료 중 청와대 지시로 실시되는 여론조사업체 관련 내용이 담긴 문건이 유출됐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했다. 이 매체는 자유한국당에 정통한 인사를 인용해 이렇게 전했다.

윤호중 의원과 서울대 동기? 이호철과 친분?

<“청와대와 민주당과 친분이 깊은 여론조사기관으로 W사, K사, T사, I사 정도는 파악되고 있다”며 “심 의원이 갖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실제로 깔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W사의 경우 청와대가 지시해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업체로 업계에 알려져 있는데 지난 대선이 끝나고 바로 어젠더 센터를 인수합병해 자칫 업체 실명을 밝힐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친박계 인사들까지 엮일 수 있어 공개하는 데 찬반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특히 W사의 이모 대표의 경우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과 서울대 동기로 매우 친분이 깊은 사이인 데다 지난 대선 당시 부사장 박모씨와 문재인 캠프에서 전병헌 전 정무수석과 함께 전략단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어 친정부 여론조사 업체로 알려졌다.
T사 박모 대표 역시 민주당 정기 여론조사를 담당하고 있어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업체다. 반면 K사의 경우 과거 김모 대표가 3철 중의 한 명인 이호철 전 민정수석과 친분이 깊어 대리인으로 여당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발 여론조사를 비공개로 실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W사와 T사의 매출이 급성장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

매체는 이어 “결국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비공개로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친여(親與) 성향이나 친(親)정부 성향의 여론조사 기관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을 숨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라고 했다. 또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청와대발(發) 여론조사가 친정부·친여 성향의 기관에 몰려 있다면 자칫 여론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도 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