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에서부터 차례로) 1) 최종현 회장이 1986년 해외 유학을 앞둔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2) 폐암수술을 받은 최종현 회장이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모습. (왼쪽 두번째) 3) 최종현 회장이 1981년 초 내한한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 사진=SK그룹 제공
“미래는 도전하는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고(故) 최종현 SK 회장의 타계 20주기가 오는 26일로 다가오는 가운데, SK그룹이 관련 추모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그룹은 20주기를 맞아 최근 최 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기리고 있다. 구성원의 기부금을 모아 숲 조성 사회적 기업인 '트리플래닛'에 전달, 5만평 규모의 숲을 조성키로 결정했다. 오는 14일부터 주요 사업장에서 '20주기 사진전'을 개최, 고인의 업적과 그룹의 성장사를 살펴 볼 수 있게 한다. 24일에는 서울 워커힐 호텔 비스타홀에서 500여명의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가운데, 고인의 경영철학을 재조명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재계에서 고인의 생전 업적은 의미 깊게 남았다.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세계 최초 CDMA(코드 분할 다원접속) 상용화로 ICT 강국의 기반을 닦았다. 그에게는 ‘늘 10년을 내다본 기업인’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 가난한 대한민국 청년들을 조건 없이 유학 보내는 등 인재양성에도 힘썼다. 전경련 회장 시절, 1997년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울 때도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경제 살리기를 호소했다. 1998년 8월26일, 6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는 화장(火葬)이었다.
최 회장은 자본, 기술, 인재가 없었던 1973년 당시 선경(現 SK)을 세계 일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천명했다. 섬유회사에 불과한 SK가 원유 정제는 물론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등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를 선언했던 것이다. 많은 이들이 ‘불가능한 꿈’으로 치부한 일이었다.
최 회장의 사업개척, 혁신경영 행보는 거침없었다. 1980년 중동지역 왕실과 석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치밀한 준비 끝에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했다. 1983년부터 해외유전 개발에도 나섰다. 성공 확률이 5%에 불과해 주변에서 만류가 심했다. 개의치 않고 뚝심 있게 사업을 추진했다. 이듬해 북예멘 유전 개발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이 '무자원 산유국' 대열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1991년에는 울산에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제조시설을 준공, 명실상부한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최 회장은 '미래 설계가 그룹 총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동향 분석을 위해 1984년 미국에 미주경영실을 세웠다. 미국 ICT 기업들에 투자하고 현지법인을 설립, 이동통신사업을 준비했다. 1992년 압도적 격차로 제2이동통신사업자에 선정됐지만, 특혜시비가 일자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그때 그는 임직원을 이렇게 설득했다.
“준비한 기업에는 언제든 기회가 온다.”
그의 말처럼 실제 2년 뒤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주당 8만원 대였던 주식을 주당 33만5000원에 인수하기로 하자 주변에서 재고를 촉구했다. 고인은 “이렇게 해야 나중에 특혜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 회사 가치를 더 키워가면 된다”고 자부했다.
최 회장의 인재 육성도 일찌감치 시작됐다. 1972년 조림사업으로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해개발(現 SK임업)을 설립했다. 2년 뒤에는 사재를 털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일등국가가 되기 위해선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고인의 의지가 반영된 재단이다. 이 재단에서 당시 서울 집 한 채 값보다 비싼 해외 유학비용은 물론, 생활비까지 파격적 지원을 했다.
재단이 44년 동안 양성한 인재는 국내외 곳곳에서 거목으로 자랐다. 약 3700명의 장학생을 지원했고, 740명에 달하는 해외 명문대 박사를 배출했으며, 80% 이상이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양계 최초 예일대 학장인 천명우씨(심리학과),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종신교수 박홍근씨(화학과) 등 세계적 석학이 된 이들은 학술교류와 민간외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고인이 남긴 경영 DNA는 장남 최태원 회장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부친은 10년을 내다보고 준비한 끝에 SK를 직물회사에서 석유화학과 정보통신을 아우르는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장남은 2011년 하이닉스 인수 등을 통해 반도체와 바이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최태원 회장이 1998년 취임할 당시 SK그룹은 매출 37조4000억원, 순이익 1000억원, 재계 순위 5위였다. 20년이 지난 현재는 매출 158조원, 순이익 17조3500억원, 재계 순위 3위로 올라섰다.
이항수 SK그룹 홍보팀장(전무)은 “최종현 회장의 혜안과 통찰 그리고 실천력은 후대 기업인이 본받아야 할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SK그룹은 앞으로도 최종현 회장의 경영철학을 올곧게 추구해 사회와 행복을 나누는, 존경받는 일등기업으로 지속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고(故) 최종현 SK 회장의 타계 20주기가 오는 26일로 다가오는 가운데, SK그룹이 관련 추모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그룹은 20주기를 맞아 최근 최 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기리고 있다. 구성원의 기부금을 모아 숲 조성 사회적 기업인 '트리플래닛'에 전달, 5만평 규모의 숲을 조성키로 결정했다. 오는 14일부터 주요 사업장에서 '20주기 사진전'을 개최, 고인의 업적과 그룹의 성장사를 살펴 볼 수 있게 한다. 24일에는 서울 워커힐 호텔 비스타홀에서 500여명의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가운데, 고인의 경영철학을 재조명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재계에서 고인의 생전 업적은 의미 깊게 남았다.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세계 최초 CDMA(코드 분할 다원접속) 상용화로 ICT 강국의 기반을 닦았다. 그에게는 ‘늘 10년을 내다본 기업인’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 가난한 대한민국 청년들을 조건 없이 유학 보내는 등 인재양성에도 힘썼다. 전경련 회장 시절, 1997년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울 때도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경제 살리기를 호소했다. 1998년 8월26일, 6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는 화장(火葬)이었다.
최 회장은 자본, 기술, 인재가 없었던 1973년 당시 선경(現 SK)을 세계 일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천명했다. 섬유회사에 불과한 SK가 원유 정제는 물론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등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를 선언했던 것이다. 많은 이들이 ‘불가능한 꿈’으로 치부한 일이었다.
최 회장의 사업개척, 혁신경영 행보는 거침없었다. 1980년 중동지역 왕실과 석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치밀한 준비 끝에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했다. 1983년부터 해외유전 개발에도 나섰다. 성공 확률이 5%에 불과해 주변에서 만류가 심했다. 개의치 않고 뚝심 있게 사업을 추진했다. 이듬해 북예멘 유전 개발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이 '무자원 산유국' 대열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1991년에는 울산에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제조시설을 준공, 명실상부한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최 회장은 '미래 설계가 그룹 총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동향 분석을 위해 1984년 미국에 미주경영실을 세웠다. 미국 ICT 기업들에 투자하고 현지법인을 설립, 이동통신사업을 준비했다. 1992년 압도적 격차로 제2이동통신사업자에 선정됐지만, 특혜시비가 일자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그때 그는 임직원을 이렇게 설득했다.
“준비한 기업에는 언제든 기회가 온다.”
그의 말처럼 실제 2년 뒤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주당 8만원 대였던 주식을 주당 33만5000원에 인수하기로 하자 주변에서 재고를 촉구했다. 고인은 “이렇게 해야 나중에 특혜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 회사 가치를 더 키워가면 된다”고 자부했다.
최 회장의 인재 육성도 일찌감치 시작됐다. 1972년 조림사업으로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해개발(現 SK임업)을 설립했다. 2년 뒤에는 사재를 털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일등국가가 되기 위해선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고인의 의지가 반영된 재단이다. 이 재단에서 당시 서울 집 한 채 값보다 비싼 해외 유학비용은 물론, 생활비까지 파격적 지원을 했다.
재단이 44년 동안 양성한 인재는 국내외 곳곳에서 거목으로 자랐다. 약 3700명의 장학생을 지원했고, 740명에 달하는 해외 명문대 박사를 배출했으며, 80% 이상이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양계 최초 예일대 학장인 천명우씨(심리학과),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종신교수 박홍근씨(화학과) 등 세계적 석학이 된 이들은 학술교류와 민간외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고인이 남긴 경영 DNA는 장남 최태원 회장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부친은 10년을 내다보고 준비한 끝에 SK를 직물회사에서 석유화학과 정보통신을 아우르는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장남은 2011년 하이닉스 인수 등을 통해 반도체와 바이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최태원 회장이 1998년 취임할 당시 SK그룹은 매출 37조4000억원, 순이익 1000억원, 재계 순위 5위였다. 20년이 지난 현재는 매출 158조원, 순이익 17조3500억원, 재계 순위 3위로 올라섰다.
이항수 SK그룹 홍보팀장(전무)은 “최종현 회장의 혜안과 통찰 그리고 실천력은 후대 기업인이 본받아야 할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SK그룹은 앞으로도 최종현 회장의 경영철학을 올곧게 추구해 사회와 행복을 나누는, 존경받는 일등기업으로 지속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