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 1500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증가 원인 중 하나가 공무원·군인에게 지급할 연금이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가부채는 국가채무와 연금충당부채를 합한 액수다.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빌린 돈이며 연금충당부채는 퇴직 공무원·군인에게 연금으로 줄 돈을 말한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총 1555조800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국가부채 증가액은 122조7000억 원에 달했는데, 이 중 76%에 달하는 93조2000억 원이 연금충당부채에 해당했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는 845조8000억 원이었다. 이는 국가부채의 약 54%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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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조선일보 |
문제는 지난해 일자리 추경(11조 원)으로 채용한 공무원을 포함해 앞으로 숫자가 크게 증가하는 공무원이 가져올 부담액은 아직 부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증원 계획이 올해부터 본격 실행되면 연금충당부채와 국가부채가 계속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4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공약했고, 지난해 추경을 통해 이를 가시화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공무원 17만4000명을 더 뽑으면 국민 세금이 327조 원(30년 근속 기준) 넘게 든다고 추산했다. 공무원 1인당 인건비가 17억3000만 원씩 들어간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금까지 감안하면 총 인건비는 350조 원을 넘는다. 다만, 연금충당부채는 미래에 연금으로 줄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이라 국채처럼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갚아야 할 돈은 아니다.
정부는 공무원들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민간기업·공공기관 근로자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의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법령이 개정돼 '공무원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될 경우, 각종 혼란과 행정 공백이 우려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국 동일한 업무량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근무 시간만 줄이면 공무원 수를 늘리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인건비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공무원은 주 52시간 근무를 적용받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이 아닌 공무원법(특별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공무원법에는 근로 시간에 관한 구체적 규정이 없다. 다만 공무원 복무규정(대통령령)에 '공무원의 주간 근무 시간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으로 한다'고 돼 있다. 나머지 초과 근무는 한 달에 57시간까지 '시간 외 근무'로 인정하고 있다. 공무원의 주당 근무 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려면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해 관련 근거를 만들든지 공무원 복무규정을 수정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증하는 복지 지출도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660조7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650조 원을 돌파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38.6%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정부의 실제 재정 상황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18조5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분 정부 지원, 공무원 증원 등 재정 사업을 계획대로 밀어붙일 경우 2022년 국가채무는 현재보다 400조 원 이상 불어난 1097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복지 지출은 한번 늘어나면 다시 줄이기 어렵고, 증가 폭도 갈수록 커지는 경향이 있다. 지원 대상과 액수가 법률에 확정되는 게 보통이고, 이를 축소하려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란 게 복수의 언론 보도의 요지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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