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춘절' 폭죽 먼지 한국인들이 다 마셨다 : 월간조선

중국 춘절 기간 폭죽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넘어와 대기를 오염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박상열)은 20일 보도자료에서 "중국발 오염물질이 국내에 유입돼 초미세먼지 농도를 '나쁨' 수준으로 올렸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KRISS 가스분석표준센터 정진상 책임연구원팀은 중국 춘절기간 동안 한반도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51-100μg/m³) 수준인 것을 발견했다. 이후 초미세먼지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 춘절 불꽃놀이에 사용한 폭죽과의 상관관계를 최초로 규명했다.

KRISS 가스분석표준센터 정진상 책임연구원이 실시간 액화포집 시스템을 이용하여 초미세먼지를 포집 후 분석하고 있다.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여기서 초미세먼지란 지름 2.5㎛ 이하의 먼지로 미세먼지의 4분의 1 크기다. 입자 크기가 매우 작아 코와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체내에 축적돼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주로 화석연료나 바이오매스(산림, 농작물 등 화학적 에너지로 사용가능한 생물체)를 태울 때 발생한다.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이 부각된 후 중국 등 원인 국가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어져왔다. 하지만 단지 초미세먼지의 화학적 조성만 분석하는 수준으로는 중국이 원인이라는 점을 입증하기가 어려웠다. 한·중 양국 모두 산업이나 농업의 성격이 비슷해 현장에서 유사한 물질들을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KRISS 연구진은 초미세먼지를 구성하는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을 실시간 측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칼륨은 폭죽과 바이오매스가 타는 과정에서 모두 배출되지만, 레보글루코산은 바이오매스가 탈 때만 배출된다.

바이오매스가 타는 경우,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의 농도가 같이 올라간다. 따라서 칼륨 농도만 올라가고 레보글루코산의 농도는 변하지 않는다면 바이오매스가 아닌 대규모의 폭죽을 터트리면서 초미세먼지가 발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17년 1월 말 중국 춘절이 시작되면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는 '나쁨' 수준을 보였다. 이 기간 동안 국내 대기 중 칼륨 농도가 평소보다 7배 이상 높아졌다. 그러나 레보글루코산의 농도는 변화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같은 시기인 설날에 불꽃놀이를 하지 않는다. 중국은 춘절 맞이 대규모 불꽃놀이를 한다. 결과적으로 춘절 폭죽에서 배출된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한반도까지 영향을 준 셈이다.

그래픽=조선DB

2017년 중국 춘절기간 동안 미세먼지 및 주요 화학물질의 대기중 농도 분포(대전 기준). 그해 1월 30일 새벽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급격히 증가할 때, 폭죽과 바이오매스 연소에서 발생하는 칼륨이 평상시보다 7~8배 증가했다.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 같은 원리를 간단히 도표화하면 아래와 같다.

구분	칼륨	레보글루코산
폭죽 연소 시	배출	배출 안 됨
바이오매스(산림, 농작물) 연소 시	배출	배출
=> 1) 칼륨 농도만 높아지고 레보글루코산 농도 안 변하면, 폭죽으로 인한 초미세먼지 발생한 것 => 2) 2017년 1월 말 중국 춘절이 시작되면서 한반도 초미세먼지 ‘나쁨’ 수준 도달 => 3) 당시 국내 대기 중 칼륨 농도 평소보다 7배 이상 상승, 레보글루코산 농도는 변화 없음 => 4) 우리나라는 설날에 불꽃놀이 X, 중국은 같은 시기인 춘절에 대규모 불꽃놀이 => 5) 결국 춘절 폭죽에서 배출된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한반도 대기질에 영향을 준 것

한반도에 역대급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마다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지목돼 왔다. 그럴 때마다 중국은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산'이라는 과학적 입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중국의 논리를 지적하는 데 실증적인 증거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진상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중국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가 장거리 이동하여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며 "동북아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중국과의 협력연구 및 정책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대기환경'(Atmospheric Environment, IF= 3.629) 4월호에 나올 예정이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