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가수 박정운 연루된 '가상화폐 투자 사기단' 기소 : 월간조선

2000억 원대 가상화폐 다단계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채굴기 운영을 대행한 업체 임직원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 중에는 1990년대 초반 가수로 인기를 끈 박정운씨도 포함됐다.

인천지검 외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20일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암호화폐 채굴기 운영대행 업체 마이닝맥스의 회계관리를 전담하는 계열사의 이사 김모(34)씨 등 18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미국으로 도주한 마이닝맥스 대표 박모(55·미국 국적)씨 등 7명에 대해선 인터폴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이들은 투자자를 다단계(피라미드) 방식으로 모집해 피해자만 1만8000여 명, 피해 금액은 2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검찰은 추산했다.

박정운씨 4억5000여만 원 빼돌린 혐의

검찰에 따르면, 박정운씨는 마이닝맥스의 홍보대행 회사 대표를 맡아 올해 8∼10월 8차례나 회사 자금 4억5000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가 있다고 한다. 박씨는 마이닝맥스로부터 100억 원을 투자받아 홍보회사를 설립한 뒤, 암호화폐 투자유치 워크숍 등에서 사회를 맡는 등 투자자를 현혹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박씨가) 불법 다단계로 판매되는 것을 몰랐다”고 부인하고, 투자를 유도했다는 증거가 없어 사기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생성할 수 있는 채굴기에 투자하면 많은 수익금을 암호화폐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투자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암호화폐로, 이더리움 채굴기는 이 암호를 풀어주는 고성능 컴퓨터 기계다.

피라미드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하위 투자자를 유치한 상위 투자자에게 추천수당과 채굴수당 등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일반 투자자’부터 ‘1∼5스타’ ‘명예졸업자’ 등 모두 7개 등급으로 분류됐다고 한다.

하위 투자자 대부분은 한 푼도 못 건져

이번에 구속되거나 수배된 이들 대부분은 ‘4~5스타’ 이상 최상위 투자자들이란 게 검찰의 설명이다. 최상위 투자자들은 1년간 1인당 최소 1억 원에서 최대 40억 원의 수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당과 별도로 실적 우수자는 벤츠 등 외제차·고급 시계·순금 목걸이 등도 받은 반면 하위 투자자들은 대부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마이닝맥스는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2700억 원 중 750억 원만 채굴기를 사는 데 사용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채굴기 8만 대를 구입해야 함에도 10%인 8000대만 구입해 채굴에 나선 것이다. 나머지 돈은 계열사 설립자금(박정운씨가 운영하는 홍보회사 등 11개 업체)이나 투자자를 끌어온 최상위 투자자들에게 수당으로 지급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마이닝맥스 대표 박씨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중국 등 전 세계 54개국에서 유사한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올해 6월 미국 하와이와 11월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대규모 워크숍을 열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1만8000여 명의 피해자 중 한국인이 1만4000여 명, 미국인 2600여 명, 중국인 600여 명, 일본인 등 기타 700여 명으로 각각 추산했다.

한편, 불구속 기소된 박정운은 1989년 'Who Me'(후 미)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1991년 2집 '오늘 같은 밤이면'을, 1993년 3집 '먼 훗날에'를 발표해 인기를 끌었다. 지난 2월에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한 적도 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