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전쟁/군사 전문 독립서점인 ‘워랩(War Lab, 대표 천종웅, 서울시 용산구, www.warlabkorea.com)’이 지난 2월 23일 《초한전》(超限戰, Unrestricted Warfare)을 주제로 북 토크(Book talk)를 열었다. 이날 북 토크에는 20여 명이 참가했다. 

‘21세기판 손자병법’이라는 별칭이 붙은 《초한전》은 1999년 중국인민해방군 공군 소속으로 당시 상교(우리 군의 준장~대령급)이자 정치위원인 챠오량(喬良· 현 소장, 중국 국방대학 교수)과 왕샹수이(王湘穗‧현 베이징 항공항천대학 교수)가 함께 쓴 책이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의 활약상을 분석하고 ‘21세기 전쟁상(像)’을  ‘24개(군사/비군사) 형태’로 분류했다. 중국과 같은 나라가 미국처럼 강한 나라를 어떻게 상대할 수 있는지를 추상적으로 접근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수단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인 ‘초한전’은 국가 목표(국익)를 위해 군사/비군사 수단을 모두 동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전에서 러시아가 비군사(심리전, 여론전, 무역전, 금융전 등) 수단을 동원해 치르는 전쟁 방식을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이라고 하는데, 이 하이브리드전은 ‘초한전’의 한 양상이다.

중국의 대한(對韓) 요소수 수출 통제,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 등도 초한전의 한 방식이다.

북 토크는 《초한전》을 번역한 이정곤 박사의 강의와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예비역 육군 소령인 이정곤 박사는 육사 49기(중국어 전공)로 임관해 국방대 석사, 북한대학원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만 지휘참모대와 중국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충북교육청 비상계획관이다. 책 번역에는 6년이 걸렸고 세계 11번째다.

이 박사는 “북한과 중국의 행동 양태를 이해하려면 그 나라에서 쓴 책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의 관점이 담긴 책을 번역해 접하니 《초한전》도 미국적 시각에서 읽는다”면서 “‘미국을 파괴하려는 중국의 마스터 플랜’이라는 부제(副題)가 붙는 바람에 미국 등지에서 《초한전》이 유명해졌지만 《초한전》의 원 부제는 ‘세계화 시대의 전쟁과 전법’”이라고 했다.

이정곤 박사는 “《초한전》은 21세기 정보혁명 시대, 신자유주의, 반(半)냉전, 반(半)세계화[전체주의 국가 30~40%, 민주주의 국가 60~70%] 시대에 알맞은 국가 전략을 각론·총론 차원에서 추상화한 뒤 일반화한 책이다. ‘넓고 얇게’ 다뤘다”며 “▲핵무기로 인한 강대국 간의 전면전 가능성 부재 ▲제국주의 팽창기·냉전 시기와는 다른 유엔 주도 하의 국민국가 체제 정착 ▲간접전략(앙드레 보프르), 간접접근전략(리델 하트)에 대한 지식 ▲생존과 혁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산당의 생리(生理) ▲지정학에 기초한 접근법 탈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식 접근 ▲전쟁사 지식 등 풍부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책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박사는 “농업(토지) 시대를 대표하는 전략서는 《손자병법》, 자본 시대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21세기에는 모택동의 ‘인민전쟁론’에 기초한 《초한전》이 있다”고 했다. 

또 “초한전에 대한 오해가 있다. 초한전은 수단은 무제한으로 동원하지만 달성 목표는 반드시 제한해야 한다”며 “미국이 제한된 목표를 설정하지 못 해 베트남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패했다. 일본도 태평양전쟁에서 목표를 제한하지 않았기에 졌다”고 했다.

《초한전》에서 저자들은 걸프전 당시 미국을 관찰하며 미국의 전략적 한계(약점)로 ▲고비용 무기 사용 ▲인명 중시를 파악했다. 첨단 무기를 사용해 경제적 부담이 크고 또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면 국가 정책이 바뀔 수도 있다고 봤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중국의 군사력 건설 방향은 미국과는 달라야 하며 상대국의 약점을 공략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정곤 박사는 “‘초한전’에 근거해 약자가 강자를 이기려면 전투의 3요소인 ▲시간 ▲공간 ▲전투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시간 차원에서는 강자가 주도하는 속전속결에서 벗어나 약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시간을 끌어야 하고, 공간 차원에서는 강자의 타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자는 세력을 보존하기 위해 분산해야 하며, 전투력 차원에서는 힘의 균형이 바뀔 때까지 전투력을 유지한 뒤 강자를 공격해야 한다. 약자는 ‘비대칭적’ 수단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략의 본질은 ‘비대칭’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비대칭 전략’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고도 했다.

이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도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는 또다른 전쟁”이라며 “(극복할) 목표를 제한하고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존 ▲번영 ▲영향력 확대라는 국가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현재 정부부처별로 분할된 권한과 역할을 대통령실로 통합해 ‘한국판 초한전’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초한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펴는 나라가 미국이다”고 말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