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26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당원권이 정지되면 공천 불가 등 정치적 발이 묶여 당내외 현안에 대한 행보가 제약됐다. 

그러나 홍 시장은 "아직 시간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그가 조용히 다음 대선을 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오후 5시부터 6시30분까지 회의를 열고 홍 시장이 추가로 제출한 소명자료를 검토한 뒤 당원권 10개월 정지라는 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전국적으로 호우경보가 발효된 상황에서 골프를 친 후 해명 과정이 문제가 됐고, 지난 20일 윤리위 회의에서 징계 절차 개시가 결정된 지 6일 만에 애초 예상보다 강한 수위의 징계를 받았다.

윤리위는 홍 시장에 대한 징계 사유로 ▲2023년 7월15일 수해 중 골프 행위 관련 당 윤리규칙 제22조 제2항 위반 ▲7월17일~18일 언론 인터뷰 및 페이스북 글 게시 관련 당 윤리규칙 제4조 제1항 위반 등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 2호 위반을 적시했다.

홍 시장은 이날 징계 이후 자신의 SNS(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당초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고만 글을 올렸지만, 이후 게시글 수정을 통해 "더이상 갈등이 증폭되고 재생산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나는 아직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고 덧붙였다.

'3년'은 대구시장의 임기를 뜻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구시장 임기에 충실하며 당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편 홍 시장이 대권 도전의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점, 총선 대구경북 물갈이론을 제기했다는 점 때문에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해 당원권 정지 10개월이라는 중징계가 결정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원권 정지 10개월이 끝나는 시점은 2024년 5월로, 같은 해 4월 치러지는 총선에서 대구지역 공천에 관여하기도 어렵게 됐다.  앞서 홍 시장은 논란이 터지기 전 내년 대구경북 물갈이론을 언급해 시선을 모았다. 

과거 홍 시장은 경남도지사 시절인 2015년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당헌당규에 따라 자동으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다만 그 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이른 대선을 치르게 되자 인명진 당시 비대위원장은 홍 시장의 당원권 정지를 해제했고 홍 시장은 대선후보로 나갈 수 있게 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