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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공연 리뷰] 산울림 김창훈의 ‘詩 노래 500곡’ 기념 콘서트

문학과 음악의 ‘진귀한’ 만남! 모든 시는 노래를 꿈꾼다!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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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라이브 공연장에서 산울림의 김창훈이 <시(詩) 노래 500곡> 기념 공연을 가졌다. 지니어스 테이블(대표 조성관)이 주최한 행사였다.

명불허전(名不虛傳)!

그의 노래에는 힘이 있었다. 때로 서슬이 퍼렜고, 때로 감미로웠으며 듣는 이의 엔도르핀이 솟아나는 게 느껴졌다.


그는 바로 ‘한국의 비틀스라 불리는 산울림의 둘째 김창훈. 지난 5월 29일 오후 5시부터 두 시간 넘게 서울 서교동 한 라이브 무대에서 () 노래 500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가졌다.

김창훈이 누군가. 산울림의 히트곡 <나 어떡해>, <독백>, <회상>, <산할아버지>, <초야> 등을 작곡한 싱어송라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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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노래 500콘서트는 ‘진귀한’ 것이다. 김창훈은 꼭 2년 전 이맘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시에다 일일이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곡을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을텐데, 놀랍게도 빈종이에 시를 필사해 (시와) 마주앉으면 저절로 곡이 완성됐단다. 그렇게 시 노래를 모두 500곡이나 완성했고, 그 완성을 축하하는 기념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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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와 채호기 시인의 <해질녘>, 조재도 시인의 <행복할 때> 등을 시작으로 많은 시가 노래로 멋지게 변신했다.

조인선 시인의 <벙어리 연가>, 정숙자 시인의 <그러나 애인은>, 길상호 시인의 <저물녘>, 윤후명 시인의 <어쩌자고 어쩌자고>, 김영춘 시인의 <숭어 한 마리>, 김경린 시인의 <어머니의 하늘> 등을 불렀다.

그리고 앙코르 곡으로 자작곡인 <나 어떡해><산할아버지>를 불러 흥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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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훈은 시종 미소를 머금고 통기타 하나로 노래했는데 고운 시에다 곡을 붙여서인지 감미로웠고 감동적인 무대였다. 객석은 판타지로 갔다가 현실로 돌아오고, 정신이 없었다. 때로 그의 노래가 맹수가 으르렁거리는 소리처럼 들렸을 만큼 보컬이 강렬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낼 수 있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방문객> 전문

 

공연 중 김창훈이 한 말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시작으로 시 노래를 부르게 되었어요. 2021523일 유튜브에 첫 곡을 올렸어요. 시를 접하니 겨울에 폭설이 내리듯, 봄철 꽃봉오리가 쏟아지듯, 시가 저에게 가르쳐 주는 음률에 따라 노래를 부르게 되었어요. 500곡은 지난 519일 김경린의 <어머니의 하늘>로 완성했지요. 정말이지 문학과 음악의 진귀한만남이 아닐까요?

올 하반기에는 지금까지 부른 500곡 중에서 일부를 엄선, 제대로 된 악기에 담아 음원으로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날 공연에 초대받은 시인 맹문재는 이렇게 덕담했다.

김창훈 선생님께서 작곡하신 500곡이 넘는 시 노래는 전무후무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없었고요,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정말 큰 업적입니다. 시 노래는 한국 시단을 풍성하게 하는 우리 음악계의 큰 자산입니다. 작곡하실 때마다 보여준 창의력, 그리고 성실함에 늘 놀랍니다.”

 

이날 공연을 주최한 지니어스 테이블(Genius Table)의 조성관 대표(국제지니어스연구소장)는 축하의 인사를 이렇게 건넸다.

대한민국에 몇 분의 시인이 계신 줄 아시나요? 제가 검색해 봤더니 2010년 기준으로 26000명입니다. 지금은 그보다 더 많을 거라고 합니다. 이 시간에도 시가 쓰이고 있고, 내일도 시가 쓰일 겁니다. 장담하건대 모레도 시가 또 나올 겁니다.

그런데 모든 시인의 꿈은 단 하나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시가 노래가 되는 것입니다. 시가 노래로 불리는 것이죠. 김창훈 선생은 시인의 꿈을 이뤄주는 진귀한분입니다.”

 

김창훈의 학교 동기동창인 김영철씨가 친구를 위해 자작시를 낭송해 눈길을 끌었다. 제목은 <기타에서 피어나는 시의 꽃>이었다.

기타를 치며/ 내 친구 창훈이가 시를 노래한다// 어느덧/ 500일이 지났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부터/ 김경린 시인의 '어머니의 하늘'까지// 영상 속 그는/ 늘 똑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복잡한 세상살이를 차단하고/ 시 속으로 침잠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구도자의 삶처럼/ 그 짧은 순간 속에서 악상을 건지려 함인가// 나는 기억한다/ 그가 노래했던 회상과 독백과 산할아버지를// 이윽고 나는 다시 기다린다/ 그의 기타에서 피어날 시의 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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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장을 찾은 산울림 김창훈의 어머니 장은성 여사.


그러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창훈의 노모 장은성 여사(94)도 끝까지 공연을 지켜 보았다. 객석의 모든 이가 어머니의 건강과 수복(壽福)을 기원했다.


시 노래 500곡의 마지막 곡은 오늘날 산울림이 있게 한 김창훈 작사 작곡의 <나 어떡해>였다.

 

나 어떡해 너 갑자기 가버리면

나 어떡해 너를 잃고 살아갈까

나 어떡해 나를 두고 떠나가면

그건 안 돼 정말 안돼 가지마라

누구 몰래 다짐했던 비밀이 있었나

다정했던 네가

상냥했던 네가

그럴 수 있나

못 믿겠어 떠난다는 그 말을

안 듣겠어 안녕이란 그 말을

 

-김창훈, <나 어떡해> 전문

 

김창훈이 기타 하나로 평생을 노래하게 만든, 산울림이 지금껏 존재할 수 있게 만든 이유가 바로 이 곡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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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의 머릿속에 가장 큰 울림을 준 곡은 윤후명 시인의 시 <어쩌자고 어쩌자고>였다. 이 비극적인 그리움의 시가 쩌렁쩌렁 객석을 울렸다. 그가 숨막혀, 숨막혀, 숨막혀를 외치자 객석도 숨이 막혔다. 귓속에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 몹쓸 그립은(그리운) 것아라고 부를 땐 객석도 서럽게 느껴졌다.

 

어둠이 더 짙어지기 전에

너를 잊어버려야 하리 오늘도

칠흑 같은 밤이 되면

사라진 길을 길삼아

너 돌아오는 발자욱 소리의

모습 한결 낭랑하고

숨막혀, 숨막혀, 숨막혀, 숨막

혀를 깨물며 나는 자지러지지

산 자 필()히 죽고

만난 자 정()히 헤어지는데

어쩌자고 어쩌자고 너는

어쩌자고 어쩌짜고

온몸에 그리운 뱀비늘로 돋아

발자욱 소리의 모습

내 목을 죄느냐

소리죽여 와서 내 목을 꽈악

죄느냐, 이 몹쓸 그립은 것아,

 

- 윤후명, <어쩌자고 어쩌자고> 전문

입력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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