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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사회

서울대 工大 “탈원전 정책은 공학 전반에 대한 위협”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공학을 공부하고 연구할 의욕이 떨어진다”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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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대 중앙도서관 앞에 한 공대 학생이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사진=조선DB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한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에 대한 공학도(工學徒)들의 비판이 거세다. 공론화위는 13일부터 2박 3일간 478명의 시민참여단이 참석한 가운데 합숙 종합토론을 진행한다. 이후 보고서 형태의 최종 권고안을 마련해 20일 정부에 제출한다.

10~1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10일 오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생회 측에서 ‘문재인 정부의 독단적인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공과대학 학생회 입장서’를 발표했다. 이날 성명은 원자핵공학 전공자 외에도 공대 11개 학과대표가 모두 참여하는 공대 운영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서울대 공대 측은 “정부의 급작스러운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차세대 원전 개발 사업 등이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십 년간 진행된 중장기 연구 과제가 정부에 의해 곧바로 중단되는 현실에 공학도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공학을 공부하고 연구할 의욕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더해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 공학에 대한 위협이 아닌 공학 전반에 대한 위협”이라며 “학문이 국가에 버림받는 선례를 남기도록 좌시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이날 '탈(脫)원전 반대 성명'을 주도한 서울대 공대 학생회장 홍진우(21) 씨는 화학생물공학 전공이지만 “이번 문제가 원자핵공학과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홍씨는 “내 친구 중에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고 '더 안정된 원자력발전소를 만들겠다'며 원자핵공학과에 입학한 사람이 있다”며 “(그는) 지금은 '졸업해봐야 갈 곳이 없다'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자핵뿐 아니라 다른 전공도 정부 정책에 따라 한순간 몰락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탈원전 정책이 추진된다면 서울대 공대에서는 지속적으로 반대 활동을 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하 내용은 10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생회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입장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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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독단적인 탈원전 정책 추진과정에 대한 공과대학 학생회 입장서]

9월 29일 공과대학 학생 대표자 회의에서 현장발의된 '탈원전 정책의 반지성적인 추진 과정을 규탄한다' 입장서가 가결되었습니다. 이후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위해 추가적인 입장서가 필요하다고 판단, 공과대학 운영위원회에서 추가 입장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이는 10월 10일 제28차 공과대학 운영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습니다. 이하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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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원전 정책 추진,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경청하라
-문재인 정부의 독단적인 탈원전 정책 추진과정에 대한 공과대학 학생회 입장서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 참석해,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며 탈원전 정책을 공표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완공률 29%의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이 7월 14일 한국수력원자력의 기습적인 비공개 이사회로 인해 중단되었고, 건설 재개 여부는 정부가 구성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은 시민참여단 478인이 숙의를 통해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슈가 되고있는 신고리 5·6호기와는 별개로 탈원전 정책은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월 초 미래 원자력 기술 개발 방향을 비(非)원전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원자력 R&D의 중심을 원전 해체 기술 및 방사선 기술 분야로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의 예산 축소로 인해 차세대 원전 개발, 연구용 원자로 건설 등의 많은 원자력 관련 연구들이 난항에 빠졌습니다.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 이후 몇 개월 새 많은 탈원전 정책들이 급작스럽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관련 분야 연구에 종사해 온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는 배제되었으며, 50년을 이어 온 대한민국의 원자력 산업은 고사 위기에 처했습니다.

과학기술계의 의견이 배제된 에너지 정책 수립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안보, 환경, 산업 경쟁력,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와 깊이 연관되어 있는 매우 중대한 국가정책이며 주변국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을 수 없는 ‘에너지 섬’인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에너지 정책은 국가 차원의 충분한 숙고와 토의를 기반으로 시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관련 학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 결정은 이미 결정된 ‘탈원전’ 기조 아래에서 전문가의 의견이 배제된 채 진행되고 있습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부기관은 연일 기자회견, 홈페이지 개설 등을 통해 탈원전 홍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공공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문화재단은 기존에 만들었던 '원전 안전성' 홍보자료를 삭제하며 정부의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7월 과학기술계 교수 417명이 '전문가 의견 수렴과 합리적인 공론화 과정을 통해 장기 전력 계획을 수립하라'며 성급한 탈원전 정책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서를 발표하였지만 여전히 상황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9월 28일 진행된 순회토론에서 '중립성'을 근거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정부출연기관 소속 연구원의 토론 참여를 막으며 전문가의 의견 전달 자체를 제한하기도 하였습니다.

정부에서 '탈원전 모범 국가'로 제시하는 독일과 스위스는 각각 25년, 33년의 긴 공론화 과정과 충분한 각계의 의견 청취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소통을 중시한다는 정부는 정작 관련 분야 전문가인 과학기술계로부터는 귀를 닫은 채 정책 결정을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우리 예비 공학도들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에너지 정책이 전문가의 의견 없이 졸속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합니다.

정부의 독단적인 결정에 존폐를 위협받는 학문

정부의 급작스러운 탈원전 정책 추진은 관련 산업과 그 기반이 되는 학문 자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탈원전 선언' 이후 국가 R&D 예산 심의 및 조정에 있어, 원전 제염·해체 예산은 증액되었지만 원자로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지난 20년간 진행해온 SFR(소듐냉각고속로) 개발 사업이 중단 위기에 처했으며, ‘APR+’, ‘IPOWER’ 등과 같은 혁신형경수로의 건설과 개발 역시 마찬가지 상황에 놓였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기술은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를 해야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연구가 중단되어 주도권을 빼앗기면 이를 다시 되찾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의 경우 2017년 후기 대학원생 모집에서 5명을 모집하는 박사과정에 1명만이, 37명을 모집하는 석·박사통합과정에 11명만이 지원하였습니다. 50년에 걸친 노력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이룩한 원자력 산업계와 학계이지만,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 추진으로 인해 쌓아왔던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과학기술계를 대하는 정부의 시선, 바뀌어야 한다

과학기술정책의 기조가 바뀌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사자이자 전문가 집단인 과학기술계의 의견이 배제되고, 수십 년을 내다보고 진행하였던 R&D가 영향을 받으며, 그 결과에 따라 관련 산업과 학문 자체가 위협을 받는다면 이는 과학기술계의 존재를 부정하는 처사가 될 것입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을 비롯한 전반적인 국정 운영에 있어 과학기술계의 입장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공학이라는 학문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예비 공학도로서 정부의 결정에 의해 연구 환경이 위협받는 현 대한민국의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이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생회는 문재인 정부의 독단적인 탈원전 정책 추진과정을 규탄하며,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경청할 것을 요구합니다.

제30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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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의 반지성적인 추진 과정을 규탄한다

우리 학생들은 공학이 사회, 정책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여 다시금 그 산업이 잃은 신뢰를 되찾고 원자력 정책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인도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산업의 근간은 공학이며 공학 역시 산업을 떠나서는 존립의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한 산업에 대한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그 정책에 대한 산업계의 주장은 물론 관련 공학계의 주장 또한 경청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따라서 우리 공학도들은 분노합니다. 공익을 위한 것이 사익을 위한 것으로 여겨져 정책 결정을 위한 토론과정에서 제외되고, 결국 피땀으로 빚어낸 원자력 산업이 붕괴하는 것을 좌시하고만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원자력관련 연구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직접적으로 공학자들의 목을 조이는 상황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또한 우리는 학문적 양심을 지니고 현실과 타협하기를 거부하기에 두렵습니다. 정권에 따라서 학문의 필요성 자체가 도전받고 산업의 흥망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참된 과학자와 공학자가 설 수 있는 곳은 없기 때문입니다. 현실과 타협하는 학자만이 살아남는 학문은 결코 발전할 수 없습니다.

탈원전이라는 정책이 형성되려면, 원자력공학을 비롯한 관련 학문세계가 받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공학도들의 깊고 넓은 토론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문성을 갖춘 공학도들이 원자력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기를 요구합니다. 더 나아가 공학도들이 과학과 공학의 발전을 위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이 상황을 비단 원자력공학에 대한 위협이 아닌 공학 전반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입니다. 우리나라의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또 아직까지도 담당하고 있는 산업과 학문이 숙의를 거치지 않고서 국가에게 외면 받아 버려지는 선례를 남기는 것을 우리는 그저 관망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생 대표자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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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을 이끌 대학생들조차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인 가운데, 최근 한국 신형 원전 모델인 ‘APR1400’을 유럽 안전 기준에 맞춘 수출형 원전인 ‘EU-APR’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받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럽 수출의 길이 열린 ‘APR1400’은 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해 신고리 3호기에 적용 지난해 12월 상업 운전을 시작한 모델이다. 현재 공론화가 진행 중인 신고리 5·6호기에 들어가며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전 모델이기도 하다.

해당 모델이 통과한 유럽사업자요건 인증은 영국·프랑스·러시아·체코 등 유럽 12개국 14개 원전 사업자로 구성된 유럽사업자협회가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심사해 결정할 만큼 철저하다.  우리나라는 프랑스·러시아·미국·일본에 이어 다섯 번째로 인증을 받았다. 

이 같은 낭보(朗報)를 두고 원전 산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고도 임기 5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향후 30년간 600조원으로 예상되는 세계 원전 시장을 놓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실제로 근래 세계 원전 시장은 영국·중국·인도·중동 등을 중심으로 부활 조짐이 보인다. 세계원자력협회(WNA) 등에 의하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59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며, 아시아와 유럽·중동 등에서 160기가 건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원전 업계 관계자는 “원전 부품은 다품종소량생산 구조인데 한국에서 원전 산업이 무너져 부품 업체가 사업을 접을 경우 원전 수입국으로서는 부품을 구하는 게 어렵게 된다”며 “한국형 원전 수입을 검토하던 국가들은 이 부분을 우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7.10.11

조회 :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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