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에 반대해 온 이재명 인천 계양을(乙)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아라뱃길’ 띄우기에 열심이다.

이재명 후보는 5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경인아라뱃길 전망대에서 탁 트인 인천을 바라보았습니다. 주말이라 바람 쐬러 온 분들도 계시더군요. 주변에 즐길 거리, 볼거리를 더 마련한다면 인천시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곳곳에서 찾아오실 만한 명소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일할 기회가 주어지면 꼼꼼히 챙겨 아름답게 가꿔보겠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경인 아라뱃길을 국가대표 핫플레이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레저·스포츠 문화지구개발로 융복합 수변관광지 조성’ ‘아라뱃길 주변 지역 개발제한구역 완화’도 약속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재명 후보의 이러한 공약이 ‘아라뱃길’의 모태(母胎)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대운하-4대강사업에 일관되게 반대해 온 종래의 입장과는 배치된다는 점이다.

아라뱃길은 원래 1987년 굴포천 대홍수 이후 이 지역 치수(治水)를 위한 방수로(放水路) 건설사업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방수로 시작점을 한강과 연결하면 서울과 인천을 연결하는 운하로 활용한수 있다는 데 착안해 1995년 민자사업으로 경인운하사업이 시작되었으나, 환경단체의 반대와 경제성 논란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이 경인운하사업을 실현한 것이 이명박 정부였다. ‘한반도대운하’ 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경인운하 건설을 공공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한국수자원공사(현 K-Water)에 사업을 맡겼다. 경인운하는 2009년 착공해서 2011년 완공되었으며 ‘아라뱃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난 3.9 대선에 이르기까지 4대강 사업에 일관되게 반대하고, 이를 비난, 조롱해 왔다.
이재명 후보는 대선 기간 내내 문재인 정권의 ‘4대강 보(洑) 해체’[문재인 정권의 표현으로는 ‘4대강 재(再)자연화’] 사업을 폐기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을 비판했었다.  지난 2월 17일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을 통해 “윤석열 후보가 4대강 재자연화를 ‘친수 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며 ‘폐기’를 밝혔다”면서 이렇게 비난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4대강 재자연화 폐기라니, 강물을 가두어 ‘녹조라테’ 독성 오염 계속하겠다는 뜻인지요? 녹조에 발암물질이 발견되고, 이 물을 농수로 사용한 농작물조차 독성을 띠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모르는 것인가요.”

당시 이재명 후보는 “이명박 정권이 수십조원을 낭비해 파괴한 4대강이 독성물질로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이런 4대강 사업 유지 운영에 막대한 세금이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금강, 영산강 보 수문개방 이후 유해 남조류가 줄고 물이 맑아지고 금빛 모래사장이 돌아와 희귀 어류와 새들이 되돌아 왔다”는 문재인 정권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능을 상실한 전국 곳곳의 보들을 해체해 강물이 흐르게 하겠다”며 “다시 강물이 깨끗이 흐르고 뭇생명들이 더불어 살아가도록, 4대강 재자연화에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선대위 정책본부(본부장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에 호응해 환경 관련 단체들과 함께 ‘4대강 호 해체’를 다짐하는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선대위 정책본부는 3월 2일 대한하천학회,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5대강유역협의회, 국가하구생태복원 국정과제채택 전국회의 등의 단체들과 함께 ‘우리 강 자연성 회복과 지속가능한 국토 환경을 위한 정책협약식’을 개최, 5가지 정책의제를 공동으로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이 행사는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월 15일 이재명 대선 후보가 ‘4대강 재자연화 정책 지속’, 즉 문재인 정권의 ‘4대강 보 해체’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한 연장선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 정책협약식 자리에서 윤후덕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우리강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과 유역 통합물관리 시스템, 유역 거버넌스를 마련하고 우리강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들은 미래를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이명박 정부 때 파헤쳐진 4대강이 우리를 만나게 했고 현 정부의 재자연화 기조를 잇는 대통령을 뽑아야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제대로 된 환경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2017년 대선 출마 때에도 4대강 보 해체를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그가 2017년 3월 28일 내세웠던 ‘영남권 정책’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낙동강을 포함하여 4대강의 생태를 신속하게 복원하겠습니다. 취임 즉시 낙동강의 8개보를 상시 개방하여 녹조를 소멸시키고, 낙동강의 숨통을 열겠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를 철거하고 자연 생태계를 복원시키겠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4대강 복원과 수자원 관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각 지역 실정에 맞는 4대강 복원과 수자원 안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차질없이 이행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던 2017년 7월 27일에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2롯데월드, 4대강, 자원외교 등등 모든 의혹과 비리를 한톨 남김없이 탈탈 털어주기 바랍니다”라고 썼다. 4대강 사업을 사법처리해야 하는 ‘의혹’, ‘비리’로 본 것이다.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르기 전 성남시장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재명 후보는 2013년 8월 4일 페이스북에 ‘녹차라떼 처럼 변한 낙동강..식수 비상’이라는 기사를 링크하면서 “돈 버리고 물 버리고.. 국민건강 버리고.. 나라 버리고..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일까요?”라고 주장했다. 같은해 10월 3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자전거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는 기사를 페이스북에 링크하면서 “22조원의 즐거움..녹조라떼의 시원함..국민의 피눈물..ㅠ”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또 2014년 7월 12일에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직자에 더하여... 전문가랍시고 양심을 팔고 사대강 사업 찬성하며 바람 잡은 교수 언론인 등 민간인들도 기록에 남겨야 합니다.역사적 책임이라도 물어야..”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포퓰리즘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끌어오기도 했다. 작년 12월 2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예산 20조 원이면 공공산후조리원 4000개를 지을 수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