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청와대’가 자신들의 안보관을 비판하는 여론에 반발하고 나섰다. 24일, ‘문재인 청와대’의 소위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방비 증가율과 방위력 개선비 증가율을 언급하면서 마치 자신들이 ‘튼튼한 안보’를 구축한 듯 자화자찬하는 발언을 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추진에 대해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안보’ 운운하고 나선 이후 여론이 들끓자 내놓은 ‘해명’인 셈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오히려 ‘문재인 청와대’의 위와 같은 주장은 ‘자승자박’이라고 할 수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추진에 대해 “국가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이 안보를 얘기할 자격이 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지난 5년 동안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고, 한미연합훈련 시 북한이 반발하는 실제 기동 훈련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고, 능력도 안 갖춘 상태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운운하고,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3축 체계’ 중 ‘킬체인’과 ‘대량응징보복’ 등의 용어를 ‘전략표적타격’과 ‘압도적 대응’이라고 바꾸고, 북한이 우리 국민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는데도 진상 규명과 관계자 처벌 및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지도 못하고, 북한이 미사일과 방사포를 쏴도 “불상의 발사체” “군사합의 위반 아니다”만 반복하고, 김여정이 ‘도발’이란 말을 쓰지 말라고 하자 북한의 각종 도발에도 그저 “유감” 운운했던 문재인 정권은 안보 측면에서 ‘자격 미달’ 또는 ‘낙제’이므로 발언권 자체가 없다는 비판이다.

물론 안보뿐 아니라 다른 국정 분야에서도 문재인 정권이 후한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는 게 국민의 중론이다. 이번 대선 결과 역시 이를 표심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2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서 ‘안보 공백’을 또 운운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날 뜬금없이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고 주장했다.

우리 ‘헌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대통령의 권한’ 뿐 아니라 ‘대통령의 의무’ 역시 규정하고 있는데, 지난 5년 동안 문 대통령이 그 ‘헌법’상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했는가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릴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 66조가 규정한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ㆍ영토의 보전ㆍ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2항)”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3항)”는 의무를 이행했는가? 과연 문 대통령은 ‘헌법’ 제69조에 명시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란 내용을 이행했는가?

이 같은 문재인 정권의 임기 말 ‘훈수’가 이어지자, 전직 국방부 장관과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을 포함한 예비역 장성 1000여명이 문재인 정권의 ‘안보 파괴’ 행태를 지적했다. 이들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수차례에 걸친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대한 무대응, 한미 연합훈련 축소·폐지, 북한군에 의한 서해 상 공무원 피살 만행 외면 등 ‘안보 무능’과 대북 구걸 외교로 일관한 현 정부는 ‘안보 공백’을 논할 일체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문재인 청와대’는 또 반발했다. 해당 내용을 전한 기사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문재인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국방비 증가율과 방위력개선비 증가율을 보라”며 “예비역 장성들은 그렇게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냐”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 사비를 쓴 것도 아니고, 정권 인사들이 개인재산을 털어 국방비를 헌납한 것도 아니고, 국민 세금을 많이 거두거나 빚을 내 돈을 많이 쓴 게 ‘자랑’이냐는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이 같은 ‘문재인 청와대’의 입장은 그간 국민이 지적한 ‘자화자찬’ ‘아전인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먼저 국방비를 살펴보겠다. 박근혜 정부의 예산연도인 2017년의 경우 중앙 정부 총지출은 400조원이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예산연도인 2022년의 경우에는 604조원이다. 5년 만에 51%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국방비의 경우 2017년 40조원에서 2022년 54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5년 동안 36.5% 증가한 셈이다. 즉, '문재인 청와대'가 자랑하는 국방비 증가율은 사실상 지난 5년 동안 이 정권이 늘려놓은 정부 총지출의 증가율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정권이 안보를 중시해서 다른 분야보다 비용 지출을 늘린 게 아니라 지출 규모 자체를 키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방비도 증가한 셈이다.

'문재인 청와대'가 자랑한 방위력 개선비를 봐도 그렇다. 2017년 당시 12조2000억원이었던 방위력 개선비는 2022년 16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결국 방위력 개선비 역시 문재인 정권이 안보를 중시해서 예산을 늘린 게 아니란 게 통계로써 입증된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정부 총지출과 국방비가 각각 51%, 36.5% 증가할 때 방위력 개선비 규모가 36% 늘어난 걸 내세워 ‘문재인 청와대’가 자화자찬하는 행태는 “궁색하다”는 비판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청와대'는 예산을 200조원 이상 늘리면서 방위력 개선비 4조원 가량을 증액한 게 그토록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나. 굳이 '안보' 관련 치적을 얘기하고 싶었다면, 그간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의무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 국민 앞에 설명하면 되는데도 굳이 자랑거리도 되지 않는 방위력 개선 증액을 '문재인 청와대'가 운운한 까닭은 무엇일까. 국민 앞에 내세울 만한 '안보' 치적이 없어서일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