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대중영합주의 정책의 하나로 지목받았던 경기 성남시 ‘1억 원 출산장려금 조례 개정안’이 최종 폐기됨으로써 출산장려금 지원에 대한 ‘먹튀‘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발생한 대표적 먹튀는 지난 30일 구속된 국내 굴지의 항공사 여성 승무원 사건이다. 이 여성은 낳지도 않은 아이들의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출산장려금 등 각종 지원금을 4840만 원이나 타냈다.
최근 발생한 대표적 먹튀는 지난 30일 구속된 국내 굴지의 항공사 여성 승무원 사건이다. 이 여성은 낳지도 않은 아이들의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출산장려금 등 각종 지원금을 4840만 원이나 타냈다.
우승희 전남도의회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전남 22개 시·군지역에서 최근 5년간 출산장려금만 받아챙긴 뒤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이른바 '먹튀 출산'이 1584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자체별 지급 조건과 액수가 다르기 때문에 출산장려금을 타기 위한 목적으로 유리한 지역으로 주소지 옮겼다가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인구 감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래서 만들어 낸 것이 출산장려금이다. 우리나라 지자체 중 충북 청원군이 제일 먼저 시행했다. 2002년부터 최대 100만원을 지급했다. 현재는 전국 243개 지자체의 대부분이 지급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출산장려금을 주는 지자체는 일시금으로 따지면 인천 옹진군이다. 다섯째 이상을 낳으면 1000만 원을 준다. 분할(금) 방식으로는 경북 의성군이 넷째 이상 1800만 원으로 가장 많다. 일시와 분할 방식을 합치면 일곱째 이상 2200만 원을 주는 전남 완도군이다. 충북 괴산군은 셋째 출산에 1000만 원을, 충남 청양군은 최고 출산장려금 2000만 원을 내걸고 있다.
성남시의 ‘출산장려금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도 셋째 자녀 출산에 따른 장려금을 현행 100만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를 낳았을 때 우선 1000만원을 주고 아이가 3·5·7살이 되면 2000만원씩, 10살이 되면 3000만원을 이 기간 성남에 지속 거주한 가구에 한해 주는 방식이다. 고교 수업료와 대학 등록금 및 수업료를 전액 지원하고 성남시 산하 공공기관에 우선 채용하거나 가점을 주는 파격적 내용도 포함됐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출산장려금의 지급 기준과 방식, 금액 등은 지자체별로 다르다. 초기에는 출생아 수에 따라 일시금으로 지급하다가 위장전입을 한 다음, 돈만 타먹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는 먹튀가 속출하자 최근엔 매월 또는 일정 기간마다 나눠 지급하고 있다.
지자체의 출산장려정책은 지역의 출산율을 높임으로써 지자체의 인구 규모와 구성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인구 유입 목적의 이런 선심성 정책이 출산율 제고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라 저출산 영역에만 수십조 원을 투입해 왔으나 지난 10년간 출산율은 답보상태이다. 가임기 여성(15∼49세) 1명의 합계출산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합계출산율은 0.26명으로,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1.04명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합계출산율 1.17명, 역대 가장 낮았던 2005년의 1.08명보다도 낮다. 이 때문에 예산만 허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출산장려금 제도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많다. 전남도의 경우 최근 5년간 출산장려금으로 무려 737억 원을 지원했지만 같은 기간 인구는 193만여 명에서 190만여 명으로 오히려 3만여 명 감소했다. 또 전남 22개 시군에서 출산장려금을 받은 뒤 다른 지역으로 전출한 경우가 전체의 1.1%인 1584명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육아와 보육, 교육환경과 부동산 문제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추세에서 아이들을 맡기고 교육시킬 적절한 대책이 없으면 아무리 출산장려금을 많이 준다고 해도 그 지역에 머물려 하지 않는다. 대도시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집값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인근 지방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될 경우가 생긴다. ‘미필적 먹튀‘가 되는 셈이다. 출산과 육아의 다른 조건들을 다 보상해 줄만한 금액이 아닌 이상 ‘먹튀’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출산지원 및 장려정책은 육아와 보육정책, 부동산 정책과 상호보완성을 갖고 시행돼야 한다.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손을 잡고 다양한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글=주장환 월간조선 뉴스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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