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로 사야 할 터키의 특산물은 무엇이죠?"
"당연히 '악마의 눈(Devil Eye)'이라는 액세서리입니다."
터키를 안내하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선물 1호가 다름 아닌 '악마의 눈'이다.
'많은 물건들 중에서 왜? 악마의 눈일까?'
'나자르'는 '악마의 눈을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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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눈(1) |
'악마의 눈(Devil Eye)'은 터키어로 '나자르 본주(Nazar Boncuğu)'라고 한다. '나자르'는 '악마의 눈을 바라보는 것'을 의미하고, '본주'는 '구술'을 뜻한다는 것이다.
터키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악마의 눈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집 앞이나 집안 곳곳에 '악마의 눈'을 걸어둔다. 또한, 목걸이나 키홀더(Key holder) 등으로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니는 부적의 개념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악마(惡魔/Devil)의 사전적인 의미는 '신에게 반(反)하여 인간들을 타락시키는 존재'이다. 종교적인 관점이 아니더라도 악마의 목표는 선량한 인간을 타락시키는 일에 몰두한다. 물론, 악마가 인간보다 우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저 악마(惡魔) 케르베로스(Kerberos)의 매우 치사하고 더러운 데가 있는 몰골도, 그리하여 그는 모두 귀머거리가 되게끔 흔들어대고 호통 쳤느니라."
단테(1265-1321)의 <신곡>에 들어 있는 '악마' 이야기다. 악마 '케르베로스'는 세 개의 머리와 뱀의 꼬리, 검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는 저승의 문지기 개(犬)를 지칭한다. 상상만으로도 무서운 악마의 모습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실존의 유무와 관계없이 때때로 악마에게 쫒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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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눈(2) |
그렇다면, '악마의 눈'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 오히려 화(禍)가 따르지 않겠는가. 아니다. '나자르 본주'에 갇혀 있는 '악마의 눈'이 가장 센(힘) 악마이기 때문에, 다른 악마들이 그 눈을 보고 '줄행랑을 친다'는 것이다.
'악마의 눈'은 유목민족의 전통이 흐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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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을 쓴 여인들과 쓰지 않은 사람들이 혼재된 터기 |
터키는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98%가 무슬림이다. '터키 전역에 67,000여개의 모스크가 있으며, 이스탄불(Istanbul)에만 3000여개가 있다'고 한다. 히잡을 쓰거나 무슬림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이 시내 중심가를 활보하는 것은 바로 '터키에 무슬림 신자들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악마의 눈'과 같은 미신을 믿는 것은 유목민족의 후예이기 때문이란다(처음 읽는 터키사/Humanist).
과연 소문대로 터키는 유목민족인 '튀르크족'의 후예인가. 전국역사교사들이 지은 <처음 읽는 터키사>를 빌어 이 부분을 조명해 본다.
<'튀르키'는 '튀르크'와 같은 말인데, 몽골의 '오르혼강' 주변에서 발굴된 '오르혼 비문'에 처음으로 쓰여 있다. '튀르크'는 '투쿠에(Tu-kue)'에서 유래한 '튀뤽'에서 나온 말로, '힘센' 또는 '방패'라는 뜻을 가진 유목민족의 힘찬 기상이 느껴지는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튀르크'의 음을 따서 '돌궐(突厥)'로 적었는데, 돌(突)은 '부딪치다' '뚫다' '갑작스럽다'는 뜻이며, 궐(厥)은 '오랑캐'를 뜻한다...'튀르크'의 침입으로 괴롭힘을 당했던 중국인들이 '날뛰는 오랑캐 족속'이라는 별칭으로 그들을 낮추어 부른 이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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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눈(3) |
그뿐만이 아니다. 유명한 당나라 시인 이백(701-762)은 돌궐의 유목 기마병들에 대한 찬사의 글을 다음과 같이 썼다.
"변방에 사는 사람들은 그의 일생을 통틀어 책을 펼쳐본 적도 없지만, 사냥을 할 줄 알고, 능숙하고, 강인하며 용감하다...그가 질주할 때, 그의 모습은 얼마나 훌륭하고 당당한가! 그의 채찍 소리가 눈을 가르고, 그의 빛나는 칼집에서 소리가 난다...힘으로 당겨진 그의 활은 결코 목표를 놓치는 법이 없다. 사람들은 그를 위해 길을 비켜준다. 왜냐하면, 그의 용맹과 호전적인 기상이 고비에서 유명하기 때문이다"(유목민 이야기/김종래).
그 옛날 고구려와 동맹을 맺고 중국을 견제했던 '돌궐'이 바로 '튀르크'다. '튀르크' 족은 서쪽으로 이동해서 '오스만 제국'을 세웠고, 제국의 전통을 이어받은 나라가 오늘의 터키 공화국인 셈이다.
관광 상품으로 인기 누리는 '악마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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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카라 성채 |
필자는 앙카라의 구(舊)시가지에 있는 '앙카라 성채'를 찾았다. 이 성(城)은 갈라티아(Galatia)인들이 축조했으며 로마, 비잔틴, 셀주크(Seljuk)시대에 복원됐다고 한다.
셀주크(Seljuk)제국의 창시자인 셀주크도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그 후 '100만 명에 달하는 튀르크인들이 이슬람교를 믿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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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눈'을 만들면서 물건을 팔고 있는 터키 아가씨- |
필자는 여러가지 생각을 거듭하면서 '앙카라 성채'를 올랐다. 성문(城門)·성벽(城壁) 등의 잔재가 남아 있었고, 골목길에는 기념품이나 골동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가게에는 히잡을 쓴 여인들이 물건을 팔고 있었고, 악마의 눈이 새겨진 상품들이 많이 걸려 있었다. '악마의 눈'도 한정된 것이 아니라, 커다란 '악마의 눈'에서부터 육안으로 식별이 잘 안 되는 콩알 크기의 '악마의 눈'도 있었다. 심지어 이쑤시개에까지 '악마의 눈'이 끼워져 있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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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눈' 키홀더 |
'앙카라 성채' 입구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바합카티(Vahapkati·51)'씨는 "악마의 눈 모두가 수제품(手製品)이다"면서 터키인의 솜씨를 자랑했다.
"이것 좀 보세요. 제품의 모양이 각각 다르지 않습니까? 기계로 찍어낸 규격화된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예술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필자는 언젠가 행운이 다가올 것을 기대하면서 '바합카티'씨의 가게에서 '악마의 눈'이 달린 키홀더 하나를 샀다.
성(城)을 벗어나자 건너편 산비탈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가난한 백성들의 집들이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그들에게도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참고 및 인용: 단테의 '신곡(지옥편, 최민순 역)/ 전국역사교사 모임의 '처음읽는 세계사'/ 김종래의 '유목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