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쿠오카(福岡)에는 특이한 신사(神社)가 하나 있다. 액(厄)을 물리치는 신사(神社)다. 이름 하여 '야쿠하치만궁(若八幡宮)'-. 같은 발음의 '야쿠하치만(厄八幡宮)'으로 불리기도 한다. 필자가 지난 해 12월 초에 '야쿠하치만궁(若八幡宮)'을 방문 했을 때는 늦가을 정취만 가득할 뿐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텅빈 '야쿠하치만궁' |
"지금은 이렇게 텅 비어 있어도 12월 31일이면 이곳이 인산인해(人山人海)가 될 것입니다. 도저히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오츠보 시게다카(大坪重隆·72)'씨의 말이다. 인간의 나약(懦弱)함을 일컫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일본의 전통적인 풍습이기도 하다.
야쿠요케(厄除)
일본인들이 연말연시(年末年始)에 하는 중요한 행사로 '야쿠요케(厄除)'가 있다. '야쿠바라이(厄祓)'라고도 하는 '야쿠요케(厄除)'는, 재액(災厄)을 피하고 금후의 인생을 탈 없이 보내기 위해 기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액(厄)을 떨치는 일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신년의 정월원단(正月元旦)에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본의 절이나 신사는 정초에 많은 인파가 운집한다.
액(厄)막이 기원을 위해 '야쿠하치만'에 운집한 인파(사진 大坪씨) |
"의뢰한 액막이(厄除) 신사(神社)인 '야쿠하치만(若八幡)'의 12월 그믐날(大晦日)의 참배 풍경 사진을 송부합니다. 촬영을 위해 오전 10시경에 갔지만, 경내에 들어가려면 3시간 이상 기다려야 해서 밖의 풍경만 촬영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오후가 되면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인지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는데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오츠보 시게다카(大坪重隆·)'씨가 필자에게 사진과 함께 보내온 e-메일이다. 그는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필자를 돕기 위해 카메라를 메고 어려운 발걸음을 한 것이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다.
연말연시 기원을 위해 줄지어 있는 사람들-(사진大坪씨) |
사람이 붐빈 것은 신사(神社)만이 아니다. 복권을 파는 곳에도 사람들의 행렬이 끝이 없다. 요행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적 공황이 복권 당첨에 대한 기대치로 쏠리는 것이다. 서민들의 삶이 고단하고 팍팍하기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 일 듯싶다.
하쓰모우데(初詣)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일본의 새해는 이 종소리를 들으면서 맞이합니다. 제야의 종은 108번 울립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백팔번뇌(百八煩惱)와 맥(脈)을 같이 합니다."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살고 있는 언론인 '이토 슌이치(伊藤俊一·60)'씨가 2012년에서 2013년으로 넘어가는 순간 스마트 폰으로 필자에게 보내온 메시지다.
"제가 올해로 환갑(60)이 됩니다. 환갑의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납니다. 특히, 올해에 정년퇴직을 하므로 '아츠타신궁(熱田神宮)'에 '하쓰모우데(初詣)'를 할 생각입니다.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고, 제2의 인생에 대한 설계를 하려는 것입니다."
"아! 1900년의 역사를 가진 '아츠타신궁(熱田神宮)'에 참배하러 가신다는 것이군요."
나고야 아츠타(熱田)신궁의 하쓰모우데 인파(사진 伊藤씨) |
일본인들은 신년에 절이나 신사에 참배를 하러간다. 이러한 참배를 '하쓰모우데(初詣)'라고 한다. 이 경우 대체로 전 가족이 동참한다. 가족의 건강은 물론 입시를 앞둔 수험생의 합격 기원, 이토(伊藤)씨처럼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은퇴 후의 미래 설계'를 마음 속으로 비는 것이다.
이 참배를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12월 그믐날에 하는 참배를 '조야모우데(除夜詣)'라고하며, 신년아침에 하는 참배를 '간지츠모우데(元日詣)'라고 한다. 이러한 풍습은 그리 오래 되지 않고 메이지시대(明治時代, 1868-1912) 중반기부터 일반화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이러한 참배는 지역별로 다르지만 수십만에서 수 백 만의 인파가 몰리기도 한다.
일본은 해마다 '하쓰모우데(初詣)' '베스트 10'을 발표하는데. 대체로 도쿄(東京)의 메이지신궁(明治神宮)이 350만을 상회해서 1위를 차지하고, 나고야(名古屋)의 '아츠타신궁(熱田神宮)'도 250만 명 정도가 참배해 전국적 순위로 7-8위권에 오른다.
이것은 미신적인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이 생활하면서 익힌 하나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곧, 일본사회의 생활양식인 것이다. 중앙대학교 박전열 교수는 <일본의 문화와 예술>이라는 책에서 "문화는 한 인간집단의 생활양식이다"고 한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의 차이는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것이 없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익힌 것이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은 일상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를 발견할 것이다. 이 중 어느 것도 그들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것이 없고, 그들이 각기 한국이나 일본 혹은 다른 사회에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몸에 익인 것이다."
그렇다. 그래서 사회마다 각기 다른 문화가 상이하게 생성되고 발전하는 것이다.
2013년 일본 사회는?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는 1일 신년사에서 "국민이 하나가 돼 강한 일본을 되찾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에 대해 크게 환호(歡呼) 하지 않는다. '강한 일본'이라는 테마가 '주변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고립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도미타 가츠나리(富田一成·59)'씨는 일본의 우경화(右傾化)를 우려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장기간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서민들은 열심히 일하며 저축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일본을 이끌 강한 리더를 동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우경화로는 난국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국제적으로 더욱 고독해 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의 수험합격과 학업상달을 빌기 위해 신사(神社)를 찾는 사람들- |
일본의 유력 매체인 아사히신문(朝日新聞)도 1월 1일자 사설(社說) <일본을 생각한다>에서 다음과 같이 역설(力說)했다.
<새해 일본이 마주하고 있는 과제는 무엇인가. 일본은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정월(正月)의 TV프로그램이나 신문의 사설에서 자주 다루는 테마다. 하지만,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뭔가 핀트가 어긋난 듯하다.....영토문제가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일본을 되찾는다(자민당)', '일본 재건(공명당)', '만만찮은 일본(유신회)'.....
하지만, 미래의 일본에 대해서는 확실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국가에 집착해 내셔널리즘을 부추겨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국가로서의 일본을 상대화하는 시점(視點)이 결여된 상태에서 일본의 미래사회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이웃나라애서 보는 시각도 개인으로써의 '도미타(富田)'씨나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이 우려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중·일 3국은 아시아의 중심 국가이다. 그런데, 3국이 영토와 과거사 등의 문제로 삐꺽거리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중·일 3국 공히 최근에 새로운 지도자가 탄생했다. 새로운 지도자들은 구각(舊殼)을 탈피하고, 미래지향적인 국가관을 확립해야 한다. 한·중·일 3국의 미래는 세계를 향한 아시아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2013년 새해를 맞이하여 3국이 안고 있는 액(厄)을 모두 바다에 던져버리자. 그러면 새로운 태양이 한·중·일 3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더욱 강한 에너지를 발산(發散)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