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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2)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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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조선 총독부 청사 철거 행사 모습(사진, 야후)

과거 없이 현재가 없으며 현재를 건너뛰는 미래도 없다. 그래서 과거의 역사는 항상 현재와 미래를 위한 가치 있는 흔적이라고 한다. 급진적인 사상을 지니고 있지만 미국 위스콘신대학 '하비 케이(Harvey J. Kaye)' 교수가 쓴 '과거의 힘(The Power of the Past)' 이라는 책의 머리말에 나오는 역사의식에 대한 글에 공감이 간다.
"역사의식은 운동과 변화를 이해하고, 현재가 과거에 지불했고 미래가 현재에 지불할 모든 노력과 희생의 참된 가치를 아는 것이다."
'현대사는 과거의 종합이자 모든 과거 세대들의 종합으로 인지하며, 현대사 자체가 미래를 투시하는 역사적이고 변증법적인 세계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조선총독부 건물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의 저자 허영섭 씨1995년 8월 15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식민 시대의 상징이었던 구 조선총독부 건물을 폭파함으로써 이 건물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의 일이다. 아무래도 역사적 건물을 사라지게 한 처사는 다소 성급했던 일인 듯싶다. 김동길 선생은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을 신랄하게 했다.
"민족의 유산인 구 총독부 청사를 하루아침에 박살이 나게 한 이는 누구이든,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민족이 공유해야 할 유산을 마음대로 처분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월간조선, 1/8)
필자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총독부의 건물터를 찾았으나 카메라의 앵글을 맞출 수 없을 정도로 기억이 희미했다. 아무튼, 이처럼 가물가물 잊혀져가는 일들을 다시 찾아내어 '역사적 흔적'을 제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의 지은이 허영섭(許英燮 ․ 56) 씨는 이와 같이 어렵고 힘든 일을 해냈다. 필자는 그에게 '이처럼 방대한 사실적 자료를 어떻게 입수하고 정리했느냐'고 물었다.
"과거 기자 시절 총무처를 출입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행정안전부죠. 거기에는 정부 문서 기록보관소가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시절의 기록들도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 기록들을 수없이 열람했습니다. 그리고, 총독부에서 발행했던 경성일보와 매일신보 등의 기사와 관련 서적, 논문, 보고서 등을 뒤지고 다녔습니다."
기자적인 근성과 취재력이 없이는 곤란했을 터이다. 그는 1996년 출간했던 <조선총독부, 그 청사 건립의 이야기>를 대폭 손질하여 새로이 개정판을 낸 것이다.

식민지 백성들의 설움

"총독부 청사를 짓는데 소요된 평당 건축비는 대략 620엔 정도. 비슷한 시기에 준공된 도쿄(東京)의 마루노우치(丸の內) 빌딩(800엔)이나 유센(郵船) 빌딩(1185엔), 유라쿠칸(有樂館, 830엔) 등의 건물과 비교하면 훨씬 헐하게 치인 셈이었다. 이 땅, 이 백성들을 착취한 결과였음은 물론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성의 중심가로 꼽히던 혼마치, 아사히마치, 야마토쵸 등에는 조선인 소유 토지가 한 필지도 남아있지 않았다. 조선인들은 일본인들에 의해 남촌(南村)의 터전을 잃고 점차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었다. 더불어 조선농민들은 어떠했을까?

"총독부는 이렇게 거저줍다시피 거둬들인 땅을 일본에서 흘러들어온 떠돌이 농업 이민들에게 헐값에 불하했으니 조선 백성들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조선 농민들은 조상 대대로 부쳐 먹던 문전옥답을 하루아침에 잃고 말았다. 자작농에서 소작농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소작료가 반타작도 넘었으니 그야말로 울며 겨자 먹기였다. 아무리 풍년이 들어도 배곯기는 흉년과 마찬가지였다.

<경고합니다. 저는 선생님의 권력을 알고 있고, 선생님께서 식민지 총독부가 몸소 부여해준 힘 덕택에 평원을 선생님 손아귀에 쥐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선생님과 선생님 동료들, 그리고 선생님의 선임자들과 후임자들, 또한 총독부 자체가 저지른 수치스런 짓에 대해서 전부 다 알고 있습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 1914-1996)'라는 프랑스 작가가 쓴 소설 <태평양의 방파제>에 들어있는 한 대목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어머니가 총독부의 관리에게 보낸 편지다. 식민지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을 일구며 바닷물과 싸우다 지쳐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를 만들어 보지만 태평양은 야속하게도 그것들을 무너뜨리고 만다.
그녀가 세우려 했던 방파제는 농사지을 땅을 일구기 위한 것으로 묘사되었지만, 시시각각 숨통을 죄어오는 미칠 듯 한 삶을 살아온 자신의 가혹한 운명과 프랑스 식민지 지배자들에 대한 처절한 저항이기도 했다.
식민지 백성들은 이래저래 배곯기를 하면서 처절한 운명과 싸우는 것이다.

사과는 실질적인 화해(和解)다

멜리사 노블스 교수(사진 중앙일보)아직은 미흡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정부가 한일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의 지은이 허영섭 씨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한일문제의 조속한 해결은 진정한 사과밖에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동안 일본 정부에서 사과에 근접한 발언을 수차례 했지만, 진정한 사과는 없었다고 봅니다. 과거 역사에 대한 진정하고 솔직한 사죄가 바로 새로운 한일 관계를 모색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입니다. 과거사 문제, 독도 문제 등 모두가 그러합니다."
'멜리사 노블스' 미국 MIT 교수도 지난 11일 <과거사 화해와 상속된 책임성>을 주제로 개최(고려대)된 '국제 워크숍'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의 사과는 교육적 효과가 큽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일반인들이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며, 사과는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논리 발전의 출발점이 됩니다." 또한, 멜리사 교수는 한일문제에 대해서 '한국이 일본에 사과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사과가 가져올 교육적 효과를 감안하면 한국이 일본에 사과를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교육적 효과를 가져 올 것입니다."(중앙선데이 3/14)

조선총독부 문제와 한일 간의 미래에 대한 일본사람들의 반응도 현실성이 있다.
"장 선생의 '조선 총독부 칼럼(1)'을 잘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비교적 무거운 주제를 선택하셨군요. 제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과 달리 단순한 총독부건물 이야기가 아니고,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대해 언급하셨더군요. 저는 전 후 세대로서 식민지의 정의를 잘 모릅니다만, 일본의 경우 통치(統治)라고 하는 것보다 교두보(橋頭堡)로서의 침략적 명분을 내세웠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침략이라고 해도 일본은 매우 치졸(稚拙)했던 것 같습니다. 여하튼, 지금은 한국과 일본의 기세가 다릅니다. 이러한 책이 출판되는 것도 한국이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山田/56세, 언론인)

"총독부 청사는 조선인들에게 참으로 굴욕적인 건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요즈음의 분위기는 다릅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보여준 한국선수들의 활약이나 한류 스타들의 인기 등을 보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일한 관계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한 밝은 모습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봅니다."(井上/54세, 기업인)

"제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조선총독부 건물이 경복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총독부 건물이 조선 왕조의 심장부를 틀어막아 새 통치자의 위세를 보여주겠다는 의도였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大坪/69세, 기업인)


"조선총독부의 존재 사실을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한류는 일본 곳곳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 유학하여 한국말과 한국문화, 한국 음식 등을 배우고 싶습니다."(時松/30세, 여사원)

필자는 일본 친구들과 인터넷과 전화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물론, 긴 문장을 요약하긴 했으나 그들과의 대화 내용을 가감 없이 옮겼다. 민간 차원에서의 한일 관계는 이처럼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문제는 개인이나 민간이 아닌 정부 차원의 과제다. 다행이 지금의 일본 정부가 과거와는 다른 변화를 모색한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기는 하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사과는 실질적인 화해(和解)의 발판"이라는 '멜리사 노블스' 교수의 말이 긴 여운(餘韻)을 남긴다.(계속)

입력 : 201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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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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