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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1Q84'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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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사진: 네이버)

일본은 물론 우리의 서점가에도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60)의 소설 '1Q84'가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IQ(아이큐)84인지, 1Q(일큐)84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것도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었을까? 어찌했던 '어둠의 저편' 이후 5년 만에 출간된 하루키(春樹)의 장편 '1Q84'는 날개 돋치듯 팔려나가고 있다. 소설이 서점에 모습을 드러낸 당일(5월 29일) 일본에서 68만 부가 팔렸으며, 발간 10일 만에 100만 부가 팔려나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출판사상 유례 없는 10억 원이 넘는 선(先) 인세를 지불했다. 한글 번역본(문학동네)이 650쪽이 넘도록 두껍게, 그것도 1, 2권으로 나왔는데도 사람들은 참고서보다 더 두꺼운 책을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읽고 있다. 보기만 해도 숨이 차는 두껍고 무거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모습들이 먼 길을 떠나는 나그네의 발걸음처럼 무거워 보였다. 사람들이 '1Q84'로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스토리의 강렬함과 흡인력 때문이다.

일본의 서점에서

Question Mark

<서른일곱 살이던 그때, 나는 보잉 747기의 좌석에 앉아 있었다...........비행기가 착륙하자 금연 등(燈)이 꺼지고 기내의 스피커에서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떤 오케스트라가 감미롭게 연주하는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 이었다. 그리고 그 멜로디는 언제나처럼 나를 어지럽게 하였다.>
우리나라에서〈상실의 시대>로 번역되어 아직도 인기를 끌고 있는 하루키(春樹)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처럼 '1Q84'도 어김없이 음악 이야기로 전개된다.
<택시 라디오에서는 FM 방송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곡은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정체에 말려든 택시 안에서 듣기에 어울리는 음악이랄 수는 없었다......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첫 부분을 듣고 이건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라고 알아맞힐 사람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될까?....하지만 아오마메(靑豆)는 왠지 그걸 맞힐 수 있었다.>
아오마메(靑豆)는 '1Q84' 주인공의 이름이다. 아오마메(靑豆)는 일본의 식당이나 술집에서 단골처럼 나오는 풋콩 에다마메(枝豆)와 발음이 흡사하여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키 168 센티미터. 군살은 거의 한 줌도 없고 모든 근육이 공들여 단련되어있는 스포츠 마사지 전문가 아오마메(靑豆). 하지만, 그녀는 일종의 살인 청부업자다. 그녀는 10cm 남짓한 아이스픽(ice pick) 같은 도구로 살인을 한다. 상처가 나지 않기 때문에 그 누구도 타살 의혹을 갖지 못한다. 그녀는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사람들에 대해 본인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순간에 삶과 죽음을 가른다.
이러한 그녀가 자신이 처한 새로운 상황에 명칭을 부여한다. 경찰들이 구식 '리벌버'를 휴대하고 다녔던 예전의 시대와 구분하기 위해서다.
<1Q84년. 이 새로운 세계를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아오마메(靑豆)는 그렇게 정했다. Q는 Question Mark의 Q다. 의문을 안고 있다는 것. 그녀는 걸으면서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좋든 싫든 나는 지금 이 '1Q84년'에 몸을 두고 있다. 내가 알고 있던 1984년은 이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1Q84년'이다. 공기가 바뀌고 풍경이 변했다. 나는 이 물음표 딸린 세계의 존재양식에 되도록 빨리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어에서 '1984'와 '1Q84'는 <이치 큐 하치 욘>으로 발음이 비슷하다. 하루키(春樹)는 두 개의 연도를 교차하면서 끌고 나간다. 더불어 수학강사이자 소설가 지망생인 덴고(天吾)의 스토리가 짝을 이룬다.

'1984의 세계'

<올해가 1984년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았다....누구를 위해서 이 일기를 쓰는지 별안간 의문이 일었다. 미래를 위해서 쓰는 것인지, 아니면 이직 태어나지 않은 후세를 위해서인지.....사람이 어떻게 미래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래가 현재와 흡사할 경우에는 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다르다면 그가 겪은 곤경은 무의미해지고 말 것이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온 이야기다. 하루키의 '1Q84'에도 오웰의 소설이 등장한다.
<자네도 잘 알겠지만,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빅 브라더라는 독재자를 등장시켰어. 물론 스탈린주의를 우회적으로 그린 것이지. 그리고 빅 브라더라는 용어는 그 이후 일종의 사회적 아이콘이 되었네. 그건 오웰의 공적이겠지. 그리고 바로 지금, 실제 1984년에 빅 브라더는 너무도 유명하고 너무도 빤히 보이는 존재가 되고 말았어..... 이 세계에는 더 이상 빅 브라더가 나설 자리는 없네. 그 대신 이 '리틀 피플'이라는 것이 등장했어. 상당히 흥미로운 언어적 대비라고 생각지 않나?>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는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반골(Natural Rebel)들이 끼어 있다. 조지 오웰의 작품 속에도, '1Q84'에도 반골기질이 흐르고 있다. 번역가 김기혁 씨는 '반골은 바른 사회의 기둥'이라고 했다.
"인간 사회에는 어느 곳, 어느 나라이든 반골이 간간이 끼어 있기를 바란다. 바른 사회의 기둥이 되겠기에 말이다. 조지 오웰의 작품 전개는 솔직하고 담백한 그의 성품에 바탕을 두고 있다. 타고난 반골 기질이 그의 전 작품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골과 악(惡)은 다르다. 반골기질은 용납되더라도 사회악은 제거되어야 한다.

우리사회의 선(善)과 악(惡)

"그 리더라는 인물을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처리해야 합니다. 저쪽 세계로 옮기는 것이지요. 당신도 알다시피 이 인물은 습관적으로 열 살 전 후의 소녀들을 성폭행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 아직 초경을 맞지 않은 소녀들이에요.......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네 명 중 첫 번째 희생자는 리더의 친딸이라는 겁니다. 그 사내는 가장 먼저 친딸을 범한 것으로 보입니다. 칠 년 전. 그 아이가 열 살 때."
노부인과 아오마메(靑豆)는 사이비 종교단체 같은 조직의 리더를 살해하기 위한 공모를 한다.
"이 아이가 당한 일은 명백히 인륜을 저버린 행위이고 사회적으로도 간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초경 전의 소녀를 범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남자, 기골이 장대한 게이 경호원, 수혈을 거부하며 스스로 죽어가는 신앙심 깊은 사람들, 임신 육 개월에 수면제를 먹고 자살하는 여자, 문제 있는 사내들의 뒷덜미에 날카로운 침을 꽂아 살해하는 여자,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 남자를 증오하는 여자들이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과연 유전자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유전자들은 그런 굴절된 에피소드를 컬러풀한 자극으로서 실컷 즐기고, 혹은 뭔가 또 다른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일까.>
하루키(春樹)는 일그러진 사회상을 아오마메(靑豆)를 통해서 그려나간다. 무엇이 어찌 되었든 이 인생을 살아나가는 수밖에 없다. 반품하고 새 것으로 바꿀 수도 없다. 그것이 아무리 기묘한 것일지라도, 일그러진 것일지라도.....
하루키(春樹)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Q84'의 스토리는 "옴 진리교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소설에는 비밀결사대로 묘사되어 있다. 옴 진리교는 단죄되어야 할 사회악이다. 하지만 그는 '돈과 정보에 쫓기는 현실을 피해 자연 속에 땀 흘리며 일하겠다는 사람이 세상에는 적지 않았던 현대인의 삶이 그런 현상의 배경'이라며 '현대문명 전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요구했다. 리더가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으로 그린 것도 그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언제나 선과 악이 병립하는 것일까?

진정한 사랑을 그리워하며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에는 구원이 있어. 그 사람과 함께하지 못한다 해도."
'1Q84'는 애잔하고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로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어린 시절 손을 딱 한 번 잡았던 소년의 그림자가 20년이 넘도록 따라 다닌다.
<어느 날 소녀는 덴고의 손을 잡았다. 몹시 맑은 12월 초순의 오후였다....덴고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본적 없는 투명한 깊이를 보았다. 소녀는 한동안 말없이 그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몹시 세게. 한순간도 힘을 늦추는 일 없이. 그리고 그녀는 가만히 손을 놓고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잰걸음으로 교실을 나갔다.>
그들은 과연 다시 만났을까? 가까운 거리에서 있으면서도 결국 만나지 못한다. 하늘엔 두 개의 달이 떠 있다.
"아까 하늘을 봤더니 달이 두 개가 있었어. 크고 노란 달과 작고 초록빛이 나는 달. 오래전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지...."
소설을 통해서 우리는 인생을 배우고 새로운 삶을 공부한다. 비록 소설 속의 이야기 일지라도 우리의 현실에 엄연히 존재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너무나 혼탁하다. 어린아이들의 성추행을 넘어서 친 딸까지 범하고 있는 사회. 참으로 극한 상황에 이른 듯싶다.
진정한 사랑은 이 세상에 없는 것일까?

입력 : 200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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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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