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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월궁항아가 하계에 내려 왔는가? 너무도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사마장현'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의 가슴은 여인의 아름다움에 그대로 와르르 무너졌다.>
무협소설 '천룡파황보(天龍破荒譜)'에 나오는 월하미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다.
이처럼 '무협소설'이나 '전설의 고향'에 등장할 법한 월화미인(月下美人)이 꽃의 이름이라는 사실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서인지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도 월화미인(月下美人)에 대한 기사(8/22)를 크게 다뤘다. 일본 히메이지(姬路)시의 스즈키 카츠미(鈴木克美, 66세)라는 사람의 집 정원에서 지난 20일 밤 월화미인(月下美人)이 활짝 피었다는 것이다. 두 그루에서 무려 40송이가 피었다니 뉴스거리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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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鈴木)씨는 아사히(朝日)와의 인터뷰에서 "밤의 몇 시간 밖에 꽃을 피우지 않는 무상함이 너무 좋습니다. 꽃이 필 무렵에 인간에게 주는 설렘도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고 감동적인 말을 했다.
이 월화미인(月下美人)은 공작선인장을 개량한 꽃이라 한다. 이 꽃은 6-9월에 가지 가장자리에서 피는데, 저녁 8시부터 피기 시작하여 아침에 시든다.
원산지는 멕시코·과테말라이며, 멕시코에서 브라질에 이르기까지 남미전역에서 자라는 식물이란다. 주로 꺾꽂이로 번식하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실내나 온실에서 가꾸는 꽃이다.
야생화(野生花)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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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이 찬바람에 누워
별처럼 세고 있는 강둑에서
꽃처럼 기운 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둑에 떨어져 잘려나가면서 손을 저었다. 너 를 향하여
그림자 지운 적막한 언덕에선
시든 달맞이꽃 그날을 웃고 섰는데.........."
시인 김종섭은 달맞이꽃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실제로 강둑이나 길가, 산비탈에서 자라는 달맞이꽃은 달을 기다리면서 저녁에 피었다가 아침에 진다. 기다림이라는 꽃말이 더욱 어울린다.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달맞이꽃이 남아메리카의 칠레에서 귀화한 식물이라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야생화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한방에서는 이 꽃의 뿌리를 월견초(月見草)라는 약재로 쓰기도 한다.
일본에서도 이 달맞이꽃을 월견초(月見草)라고 한다. 일본의 달맞이꽃은 에도시대(江戶時代)에 멕시코로 부터 관상용으로 들여왔다. 일본의 달맞이꽃은 노란색도 있지만, 저녁에 필 때는 하얀색이나 아침에 질 때는 엷은 핑크색으로 변한다.
들(野)의 꽃(花)
최근 들어 야생화 동호인 클럽도 많이 생겨났으나, 야생화에 대한 관심은커녕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필자도 알고 있는 야생화의 이름을 대라면 고작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일본에서는 야생화를 '들(野)의 꽃(花)'이라고 한다. 한국을 좋아했고 시인 윤동주의 억울한 죽음을 일본 전역에 알리기도 했던,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茨木則子, 1926-2006)는 한국 사람들의 야생화 실력(?)을 수필로 썼다.
“저 꽃의 이름은 뭐라고 하죠?”
“아-네. 모르겠는데요.”
이렇게 대답하는 한국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야생화입니다’고 하는 편리한 대답도 있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명쾌한 답일 수도 있지만 어쩐지 두루뭉술하다.
일본사람들은 야생화의 이름 하나하나를 외우려고 애를 쓴다. 이바라기(茨木) 시인은 이를 일본인들의 치밀(緻密)한 성격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의 경우를 여유(餘裕)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일본인의 치밀(緻密)함 보다는 한국인의 여유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바라기(茨木) 시인의 수필 중에 몇 개의 야생화가 등장했다. 아는 이름도 있었지만, 들어 보지 못했던 야생화도 있었다.
‘개불알꽃’
‘불여귀’
‘냉이’
‘오이 풀’
‘설앵초’
‘살무사 풀’
‘참새의 철포’
‘참새(雀)의 철포(鐵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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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야생화, 야생초 하나하나마다 얽히고설킨 사연들이 많다. 하물며 인간사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얽혀 있을까?
이바라기(茨木) 시인은 '들(野)의 꽃(花)'이라는 수필을 이렇게 마감했다.
<'꽃은 들에서 피도록 놓아두어야지'하는 한국인들의 여유가 마음에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