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마 민족은 기사와 준족을 이용하여 농경지대를 침입하거나 지배하던 민족이다. 기마 민족은 유목민계와 비유목민계로 분류되는데, BC 8세기 경 동방으로부터 남(南) 러시아 초원에 나타난「스키타이」는「오리엔트」에서 기마전술을 배워서 이를 유목과 결합하여 사상 초유의 유목ㆍ기마 민족 국가를 건설했다. 이 민족이 유목민계이다. 몽골제국의 창건자인 칭키스칸 - 1206년 몽골을 세우고 금(金), 서하, 중국은 물론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평정한 후, 서아시아의 「이슬람」 왕국까지 정복하여 「유라시아」에 걸친 대 제국을 건립한 세계 역사상 굴지의 ‘대영웅’으로 손꼽히고 있다. 고구려는 이러한 기마민족의 문화를 받아들여 한족과의 투쟁과정에서 더욱 강대해졌다. 후쿠오카의 하이얏트 레지덴셜 호텔의 회장인 이와타 고하치(岩田耕八, 63세)씨는 필자를 만날 때마다 한국인을 「기마민족의 후예」, 일본인을 「농경민족의 후예」라는 것을 강조한다. 일본, 쥬오대(中央大)출신으로 20여 년 동안 도요타 자동차 동남아지역 책임자를 지낸 동남아시아 통이다. 그는 서울에도 자주오고, 태국에도 자주 간다. 영어, 중국어, 말레이시아어, 태국어에 능통한 이와타씨, 최근 들어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필자와 그는, 거의 하루에 한번 꼴로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이다.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여보세요. 오~~ 동생” 하면서 “괜찮아?” 라고 말한다. 물론 우리말이다. 아무튼, 이와타씨는 일본의 위정자들에 대해서 대단히 비판적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잡초’에 비유 할 만큼 산전수전을 다 겪어온 사람이다. 필자는 그와 태국 방콕의 중심부에서 대형 개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만났다. 그러나 그 사업은 여러 가지의 사정에 의해서 중도하차를 하고 말았다. 업무적으로 만나면, 그 일이 종료되거나 결렬될 경우 서로 멀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와타씨와는 10년이 넘도록 필자와 좋은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필자가 그에게 김치 선물을 하면, 그의 가족들은 그날 저녁에 다 먹어치운다고 한다. 그래서 요즈음은 그에게 건네는 김치선물 보따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 사먹는 김치는 제 맛이 안 난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그는 지난 10일, 일본의 경제동우회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수상의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참배 중단을 요구한 사실에 대해 “경제와 정치는 별개”라는 현실 인식을 안타까워했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을 자극해서 긴장관계를 일으키는 것은 바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타씨는 어머니의 남동생 즉, 외삼촌 두 사람이 2차 대전 때 필리핀에서 전사하여 외삼촌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으나 허사였다. 결국, 그들이 생을 마감한 곳으로 알려진 전쟁터에서 두 개의 돌멩이를 주워왔다. 돌멩이 두 개가 바로 외삼촌들의 묘지에 묻혀있다고 한다. 그는 명절 때면, 외삼촌의 묘지에 가서 예를 올리는데 결국 돌멩이에 절을 하는 격이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에 가서 절을 하는 것도, 어쩌면 ‘의미 없는 형태(形態)에 매달리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와타(岩田)씨와 그의 친구 니시무라(西村, 63세, 개인사업)씨는 친한파 중의 친한파이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 사람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국기를 짓밟고, 찢고, 불태우는 과격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했다. “데모는 얼마든지 해도 좋으나, 그러한 행동은 오히려 일본에서 일고 있는 한류(韓流)의 품격(品格)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란다. 일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을 펼쳐 보았다. 저출산문제, 고령화문제, 북한공작선문제 등 우리와 비슷한 기사들로 꽉 채워있었다. 그 중에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다. 『독자페이지』의 ‘젊은 세대’라는 란(欄)이였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이 신문을 잘 안 읽는다고 해서 아이디어를 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교생, 대학생들이 신문지면에 자기들의 의견을 열심히 개진한다는 것이 신선하였다. 그중에서도 <너무나 얇은(깊이 없는) 역사 교과서>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대학생 ‘오가사와라(小笠原, 21세)’의 글이 가슴에 와 닿았다. 큐슈의 구마모토(熊本)에 사는 그는 일본 역사 교과서 문제의 심각성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저는 가정교사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르치고 있는 중학교 1학년생이 ‘히틀러’를 모른다는 사실에 아연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학생이 우둔한 것도 아닙니다. 그는 공부를 잘 하는 우수한 학생입니다. 소학교(초등학교) 교과서에 히틀러나 유태인 학살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ㆍ일전쟁, 태평양전쟁, 세계 2차 대전의 종결 등에 대해서는 많은 페이지가 할애되어있습니다. “교과서야말로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중국과도 같은 테이블 위에서 논의하여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일본이 역사를 잘 모른다면, 한국, 중국 등 해외의 교과서를 참고 하면 될 것입니다.》 젊은 학생이 현재 일본 정부가 벌이고 있는 여러 가지의 상황들을 걱정한 나머지, 자신의 뜻을 아사히신문(5월14일자, 8면)에 투고를 한 것 같다. “우리는 과거사를 정직하고 명확하게 서술한 교과서를 가져야 한다.” 고 한 ‘코피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젊은 대학생의 정확한 역사의식과 판단에 필자도 감동했을까? 서울로 돌아오는 여행길이 피곤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