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선언 이후...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오해할 정도

북의 일방적 요구 들어주는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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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단장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 현송월 모란봉악단장(왼쪽 두 번째). 조선DB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삼수(三修), 즉 세 번의 도전 끝에 유치한 대회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어 세 번째로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발전상과 문화를 알릴 대형 스포츠 축제의 장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던 올림픽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많은 국가가 올림픽을 치른 후 빚에 허덕인 탓이다. 앞서 올림픽을 치렀던 나라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는 역대 올림픽 개최지의 비용을 추산한 연구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20년간 올림픽을 개최한 모든 도시에서 '올림픽 후 경기침체(Post Olympic Economy Depression)'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평창올림픽의 성공 조건으로 국민적 관심을 꼽는다. 응원이 있어야 태극전사들의 호성적이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평창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극히 낮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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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만 관심이 쏠리면서 3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에 국민 관심이 멀어졌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가 평창올림픽을 꽁꽁 얼어붙고 있는 한반도 국제 정세에 평화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건 분명하다. 무턱대고 안 된다고 비판할 건 아니다. 스포츠를 매개로 한 순기능적인 측면이 분명 있다.
하지만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선언 후 여러 가지 사안에서 논란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국민적 관심사에서 멀어졌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4강 정상 전원 평창 불참 가능성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 때문이라고 볼 수 없지만, 북의 참가 선언 이후 4강(미·중·일·러) 정상들을 참석시키려던 정부의 구상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1월 10일 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고위급 대표 단장으로 평창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작년 6월 첫 정상회담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창올림픽 참석을 요청했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불참하는 것도 모자라 당 서열 7위인 한정 정치국 상무위원을 대신 보낼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 가장 많은 공을 들여왔다.
 
일본 아베 총리도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평창올림픽에 불참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참이 결정되지 않았다. 향후 국회 일정을 보며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대표팀이 정부 차원의 도핑 조작 혐의로 평창올림픽 참가가 금지되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석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은 개최국의 위상을 확인하는 대규모 외교 무대 역할을 해왔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정상이 참가한 올림픽은 2008년 베이징 하계 대회로 세계 100여 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꾸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문제가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아이스하키팀에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은 아니다"라고 가슴에 못 박을 수 있는 이유를 댔다.
 
남북 단일팀 구성은 가져올 파장을 고려하지 못한 성급한 처사라는 비판이다. 아이스하키 종목은 팀워크가 생명인데 북한 선수가 참여하면 오랫동안 쌓아온 팀워크가 깨지고, 빙판 위에 설 수 있는 우리 선수가 줄게 돼 올림픽만을 위해 달려온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 피해가 올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현재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합류할 북한 선수는 12명. 정부는 우리 선수들의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경기에 뛸 수 있는 '출전 엔트리'는 22명인 만큼 일부 선수는 경기에서 빠져야 하고, 남은 선수도 출전 시간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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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나누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결정에 인터넷이 며칠 문재인 정부 성토장으로 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네티즌들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해 온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국정 방향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역대 단일팀이 감동적이었던 건 남북이 힘을 합해 엄청난 시너지를 냈기 때문이다. 남의 현정화와 북의 이분희가 합심해 중국을 넘고 우승까지 차지했던 1991년의 세계탁구선수권 단일팀, 비슷한 전력의 남북 청소년들이 8강 진출을 이룩한 세계청소년 축구 선수권 단일팀이 그 경우였다. 이번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전력부터 불균형인 데다, 함께 훈련할 시간도 없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골키퍼) 신소정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남북 단일팀 문제에 대해 "14년 동안 올림픽 무대를 꿈꿔왔다. 큰 기대를 걸었던 만큼 많이 당황스럽고 실망스럽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금강산 전야제
 
개막 전야제(남북 합동 문화 행사)를 금강산에서 진행키로 남북이 합의한 것과 관련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가장 화가 난 것은 강원도민과 평창 주민들이다. 전야제는 당연히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에서 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덕수 평창군 번영회장은 "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한 북한의 선전장(場)을 차려주고 있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금강산 전야제 개최는 자긍심 하나로 20년간 대회를 준비해 온 평창군민을 외면한 '쇼'에 불과하다"고 했다. 최종봉 강릉시 번영회장은 "남북이 합동으로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좋지만, 굳이 금강산에서 하겠다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올림픽을 준비하고, 개최하는 의미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강릉시민 최찬환씨는 "올림픽 개최 도시는 평양이 아니라 평창"이라고 말했다.
 
마식령 스키장
 
남북 스키 선수들이 공동 훈련을 진행하기로 한 북한의 마식령스키장은 시설 자체가 굉장히 낙후돼 있다. UN 제재하에서 시설을 만들다 보니까 굉장히 열악하고 날림 공사를 했기 때문에 수시로 사고가 난다. 이런 곳에서 훈련을 하다 큰 부상이라도 당하면 그야말로 낭패다.
 
스키계에선 대표선수가 아닌 누구를 보내더라도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훈련에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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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로동신문'이 2014년 1월 1일 자 2면 전면에 게재한 마식령스키장 전경 사진(작은 사진). 이 신문은 2013년 12월 31일 자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마식령스키장 완공식에 참석해 한 손에 담배를 든 채 리프트를 타는 사진을 실었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국내 스키 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무리 훈련이고 대표선수가 아니라지만 국제 기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낙후 시설에 가서 뭘 얻어 오겠느냐. 선수 입장에선 이만큼 황당한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이 훈련하는 북한의 스키 수준과 현실은 열악하다. 북한은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에서 최미옥(대회전·회전), 김철룡(대회전)이 알파인 스키에 나선 이후 26년째 스키 종목 올림픽 출전 선수가 한 명도 없다.
 
개최국 행세하는 북한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회담 중에 퍽하면 목소리를 높인다.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1월 9일 남측 대표단의 비핵화 언급에 불만을 강하게 표시했다.
 
리선권은 "비핵화 문제를 가지고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치 않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무엇 때문에 이런 소리를 돌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핵문제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수소탄·대륙간 탄도 로켓을 비롯한 모든 최첨단 전략 무기는 철두철미하게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우리 동족을 겨냥한 게 아니다”며 “북남 사이 관계 아닌 이 문제를 왜 북남 사이에 박아 넣고 또 여론에 흘리고 불미스러운 처사를 빚어내는가”라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월 20일 북측 대표단·선수단 지원과 관련해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우리의 겨울철 올림픽 경기 대회 참가와 관련한 실무적 문제들을 놓고 대북제재 위반이니 뭐니 하는 잡소리들이 튀어나오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은 제재 위반 여부니 뭐니 하는 경망스러운 언행들이 모처럼 살린 북남관계 개선의 불씨를 꺼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입장을 명백히 해야 한다”고 했다.
 
통신은 이어 “남조선 당국의 애매모호한 행태는 미국 상전의 비위를 맞추어주는 한편 마치 누구에게 덕을 입히는 듯이 생색을 내어 북남 화해 국면을 저들의 치적으로 광고하려는 불순한 기도의 발로라고밖에 달리 볼 수 없다”며 “남조선 당국은 우리의 진정과 아량에 대한 아전인수 격의 사고를 버리고 분별 있게 처신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은 남북 교류가 아니고 북한의 일방적 요구를 들어주는 형국이다. 북한은 무임승차하면서 개최국 행세를 하고 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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