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동훈 체제'의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을 포기하고,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과 협상하라는 취지의 제언을 한 일이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홍준표 시장은 12일, 국회의원 연구단체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의 정기포럼 강연을 하면서 "요즘 하는 것을 보니까 내년 초 되면 식물정부가 되겠다. 그래서 한 달 전 대통령에게 얘기했다"고 하면서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여당 수습 불가 시 민주당과 협상'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홍준표 시장은 "대통령에게 전부 싹 바꾸라고 했다"면서 "대통령실에도 쓸 데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전부 바꿔서 새해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 앞에 나서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여당이 수습 안 되면 포기하고 더불어민주당과 협상해 나라를 정상화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줄기차게 공격해 온 홍준표 시장의 '전력'을 고려할 때 그가 말한 '여당 수습 불가'는 '김건희 문제 해소' 등을 통해 '민심 이탈 방지'와 '지지세 회복' 등을 강조한 한 대표가 그 뜻을 꺾지 않을 때라고 해석할 수 있다. 

홍준표 시장 주장에 따르면 그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같은 조언을 한 시점은 '한 달 전'이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은 10·16 재보선 직전을 뜻한다. 당시는 소위 '보수텃밭'으로 여겨졌던, 부산광역시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단일화'할 경우 당락을 가늠할 수 없거나, 불리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때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후보 단일화'를 한 이후 뉴스피릿과 에브리뉴스가 의뢰하고 에브리리서치가 10월 6일~7일, 부산 금정구 거주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p, 기타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 국민의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지지율이 3.5%p 뒤지는 걸로 나왔다.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는 2023년 10월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는 차원이 다른 '선거'였다. 패배할 경우 저조한 지지율로 위기에 몰린 윤석열 정권이 '붕괴' 상황에 이를 수 있었다. 부산 금정구가 더불어민주당에 넘어갈 경우 7월 23일 '당심+민심'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된 대표이자 '차기 대권주자'인 한동훈 대표의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런 까닭에 한동훈 대표는 그간 직접적으로 언급하길 꺼린 '김건희 문제'와 관련해서 ▲김건희 대외활동 중단 ▲ 속칭 '김건희 라인' 인적 쇄신 ▲김건희 의혹 해소에 대한 대통령실의 적극적인 협조 등을 공개적으로 얘기했다. 

그 결과, 당초 '혼전' 양상이던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39%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22%p 차로 누르고 이길 수 있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런데 앞선 홍준표 시장의 '고백'에 따르면, 당시 홍 시장은 그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동훈 체제' 국민의힘이 '수습'되지 않으면 '포기'하고 더불어민주당과 '협상'하라는 조언을 했다. 이 같은 홍 시장의 '조언'은 '민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국회의원 5선에 경남도지사에, 야당 대표에, 야당 대권후보까지 지냈다"고 자랑하는 '정치 경륜'과도 어울린다고 보기 쉽지 않다. 

홍준표 시장의 '조언'은 자칫 '우파 궤멸' '정권 붕괴' '좌파 집권'의 문을 여는 상황을 자초하는 '악수'가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2년 3월 9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을 찍었던 이들 상당수가 이탈해 '국정 운영 동력'을 거의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수평적 당정관계' '여당의 정국 주도' 등을 요구한 '당심'의 선택을 받고 당 대표직을 맡은 한 대표는 멀리 하고, 홍 시장 주장처럼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면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까. '최악'의 위기를 맞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홍준표 시장은 왜 그처럼 도발적인 제언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했을까. 이 같은 홍 시장의 '제언'과 해당 사실 고백은 오해를 자초할 가능성이 있다. 의도치 않게, 홍 시장이 '윤석열 정부 성공'과 '국정 운영 동력 확보' 또는 '국정 정상화'보다는 '한동훈 제거'를 노리고 그 같은 주장을 한 것 아닌가 하는 불필요한 의심을 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의심'은 홍준표 시장이 한동훈 대표를 줄기차게 공격한 사실, 여권 내 차기 주자 중 한 대표가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는 점, 홍 시장이 대권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또한, 보수 지지세가 소위 '보수 적통'을 자처하는 홍준표 시장보다 그가 ▲문재인의 사냥개 ▲우리 짓밟던 애 등으로 비난한 한동훈 대표에게 집중된 상황, 국민의힘의 근거지인 '대구'에서 시장까지 하는데도 '대구·경북'에서 홍 시장이 ▲철부지 정치 초년생 ▲얼치기 검사 ▲정치적 미숙아 등으로 깎아내린 한 대표 지지율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한국갤럽이 10·16 재보선 전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9월 24일~26일 실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1%p, 기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 한동훈 대표 지지율은 15%, 홍준표 시장 지지율은 한 대표의 1/7에도 미치지 못하는 2%로 나타났다. '보수 텃밭' 대구·경북의 경우에는 한 대표가 25%, 홍 시장이 4%를 기록했다. 

이처럼 여권 차기 주자 중 '보수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유력주자 한동훈'이 사라져야 ▲홍준표 ▲김문수 ▲오세훈 ▲원희룡 등 지지율 1~2%(9월 4주차 한국갤럽 조사 기준)를 기록하는 이른바 '군소주자'들의 '정치적 미래'가 그나마 열릴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홍 시장의 난데 없는 '여당 포기' '이재명과의 협상' 제언은 그 '진의'와 무관하게 그가 속한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층, 보수 세력의 비판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