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연쇄 인터뷰 (6) 韓基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 월간조선

2000년 12월19일 아침,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있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실로 소포가 배달됐다. 무심코 소포를 열어 본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직원은 질겁을 했다. 소포 안에는 목이 난자돼 죽은 애완용 쥐 다섯 마리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죽은 쥐의 목에는 조혁(당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韓基弘(한기홍·당시 「시대정신」 편집장·現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김영환(前 민족혁명당 총책), 洪첍晉杓(홍진표·당시 「시대정신」 편집위원·現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 조유식(現 인터넷 서점 알라딘 사장)씨의 이름이 적힌 명찰이 걸려 있었다.

소포에는 협박편지가 들어 있었다.

<희대의 변절자, 너절한 배신자들인 김영환과 그 일당들은 조국통일을 가로막아 보려고 발악책동에 미쳐 날뛰고 있다. 냉전수구세력, 국가보안법, 외세와 함께 당장 퇴장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

편지 말미에는 「주체89년 12월19일」이라는 북한 年號(연호)가 적혀 있었다.

협박을 받은 사람들은 1980년대 主思派(주사파)의 代父로 널리 알려졌던 「강철」 김영환씨를 비롯해 대부분 민족혁명당 사건에 참여했다가 轉向(전향)한 主思派 운동가들이었다. 이들은 사건이 일어나기 1년 전, 북한주민의 인권향상과 북한민주화를 내걸고 북한민주화네트워크를 결성했다. 경찰은 북한공작원이나 親北단체의 행위로 보고 수사에 나섰지만, 배후를 밝혀 내지는 못했다.

뉴라이트 운동의 인재풀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났다. 협박사건에도 불구하고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위축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바사, 피에르 리굴로氏 등 유럽의 북한인권운동가들과 連帶(연대)해 EU 국가들이 유엔인권위원회에 북한인권결의안을 상정해 통과시키는 데 기여했고, 작년에는 미국의 프리덤하우스와 함께 워싱턴과 서울에서 북한인권국제대회를 개최했다.

작년 1월에는 북한전문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데일리NK」(www.dailynk. com)를 개설했다. 데일리NK는 함북 회령에서 발생한 공개총살 동영상, 反김정일 선전물 부착 등 북한 反체제단체의 활동, 북한 국경경비대원의 渡江者(도강자) 구타 동영상 등을 잇따라 보도하면서 북한전문 보도기관으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마르크스주의·주체사상·통일지상주의를 비판하고, 자유주의 이념을 전파하는 계간지 「시대정신」을 꾸준히 발간하고 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뉴라이트 운동의 인재풀 역할도 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기관지인 「시대정신」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던 洪첍晉杓·崔弘在(최홍재)씨는 각각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과 조직국장을 맡고 있다. 데일리NK 논설위원 출신인 許鉉俊(허현준)씨는 자유주의연대 청년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대정신」 편집장을 지낸 郭大中(곽대중) 데일리NK 논설실장은 뉴라이트닷컴(www.new-right.com)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자유주의연대 등과 함께 뉴라이트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월2일 서울 종로구 체부동에 있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실에서 韓基弘(45) 대표를 만났다. 앞에서 언급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및 「시대정신」 관계자들이 대부분 主思派 출신인 것과는 달리, 韓대표는 대학 시절 이래 14년간 인쇄노조, 전태일기념사업회, 서노련, 철도청 등에서 노동운동을 해 왔다.

革命을 꿈꾼 대학 시절

―어떻게 노동운동에 뛰어들게 되었습니까.

『어려서부터 소외계층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어요. 대학 시절 사회주의 이념의 세례를 받은 이래, 혁명의 主力軍은 프롤레타리아고, 운동을 위해서는 기층민중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노동운동에 투신하게 됐습니다』

―소외계층에 관심을 가졌다면, 집안 형편이 어려웠습니까.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중산층이었죠. 아버지는 자수성가하신 분이었는데, 수원에서 전기제품 대리점을 하면서 어느 정도 재산을 모으셨어요. 아버지는 제가 학자가 되기를 바라셨어요. 제가 대학에 진학하자 「이제 내 할 일은 다 했다」면서 사업을 접으셨어요. 제가 그 후로도 한참 동안 자리를 못 잡고 속 썩일 줄은 모르고, 실수하신 거죠 (웃음)』

―아버지께서 학생운동하는 것을 이해해 주셨습니까.

『웬걸요. 경찰이 나를 잡으러 집으로 오고 그러니까 놀라기도 하고 화도 내셨죠. 하루는 술이 잔뜩 취하셔서 식칼을 들고 「너 죽고 나 죽자」고 하시더군요. 어머니하고 누이들은 아버지를 붙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어요. 결국 「운동은 하되, 앞장서지는 않는다」는 선에서 타협을 했죠. 물론 그 약속도 지키지는 못했지만…』

1983년 연세大 재학 시절 교내 시위를 주도하는 韓基弘씨(화살표시).

아버지와 화해

―아버지께서, 지금 북한민주화운동을 하는 것은 이해해 주십니까.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는 모르세요. 저도 자세히 말씀드리지 않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그렇게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않잖아요? 아버지는 제가 북한민주화운동을 시작한 후에도 한동안 출판 일 하는 정도로만 알고 계셨어요.

그러다가 2003년인가,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TV 토론에 나간 적이 있는데, 우연히 그 프로그램을 보셨대요. 저는 이라크 파병에 찬성하는 입장에서 발언했는데, 아버지께서는 제가 당신하고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을 보고 흐뭇하셨나 봐요. 다음날 아침에 전화를 주셔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어린 네 손을 잡고 서울로 올라올 때에는 네가 공부 잘하기만을 바랐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제가 공부를 잘한다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대학 시절 이후 제 삶이 아버지께서 바라셨던 것과는 달리 흘러간 데 대한 안타까움을 그렇게 표현하신 거죠. 그 한마디로 20여 년 만에 아버지와 화해가 됐다고 생각해요. 며칠 뒤 제가 사무실에 없을 때, 사무실에 들러 직원들에게 「뭐 어려운 점은 없느냐」고 묻고 가셨다고 하더군요』

아버지 얘기를 하는 韓대표의 목소리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열렬한 노동운동가가 어떻게 북한인권운동가로 바뀌게 되었을까? 흔히 이러한 사상의 전환을 「轉向」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향」이라는 말에 내포된 부정적인 의미 때문에 「어떻게 해서 전향하게 되었느냐」고 묻기는 조금 망설여졌다.

천안문 사태 이후 사회주의에 懷疑

―어떻게 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까.

韓基弘 대표는 이런 질문을 처음 받아보는 것은 아닌 듯했다.

『「어떻게 전향하게 됐느냐」는 얘기인데…. 그런 질문을 하는 분들은 사람의 생각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런 것은 아니에요. 서서히,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이죠』

韓대표는 『사회주의에 대해 懷疑(회의)를 품게 된 최초의 사건은 1989년 중국에서 일어난 천안문 사태였다』고 말했다.

『인민해방군 탱크가 인민을 깔아뭉개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인민해방군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인민을 저렇게 무참하게 학살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東歐(동구)·소련이 잇달아 붕괴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 급진적인 폭력혁명 노선은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후 1990년대 중반까지는 기층민중에 기초한 진보노선, 굳이 얘기하자면 급진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1992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으면서 생각이 조금 더 보수화됐죠. 동지들은 하나둘 현장을 떠나고…. 그러면서 사회주의적인 생각이 차츰 엷어졌어요. 「물이 빠졌다」고나 할까요.

1994년 철도청에 들어갔습니다. 그때는 사회변혁운동 차원에서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장 중심의 勞組운동을 해보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열차가 지나갈 때 手旗(수기) 신호를 보내는 수송원, 1호선 전철 차장으로 일했습니다.

나중에 가서는 노동운동가라기보다는 평범한 월급쟁이가 되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이념적으로는 사회민주주의에서 자유주의로 바뀌었습니다. 1997년 철도청을 떠나면서 운동권과 결별했습니다』

2003년 8월14일,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북한인권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진 후, 국가인권위원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政權 장악한 운동권 선후배들

―옛날에 같이 운동하던 사람들과는 만나십니까.

『생각이 달라지니,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려워지더군요. 1990년대 후반에는 운동권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싸우기도 많이 했어요. 친구들은 「韓基弘이가 맛이 갔다」고 하더군요.

9·11 사태 때, 어느 喪家(상가)에서 뉴스를 접했는데, 친구들은 「그거 쌤통이다」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더 이상 이 친구들과는 어울릴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후에는 꼭 챙겨야 할 喪事(상사)가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별로 없는 낮 시간에 다녀오곤 합니다』

韓대표는 『옛날에는 생각이 달라도 술자리에서는 흉허물 없이 어울렸다는데, 이제 그런 모습은 없어진 것 같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같이 운동하던 사람들 가운데, 요즘 잘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千皓宣(천호선) 청와대 의전비서관과는 지하서클을 함께 했고, 金晩洙(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운동권 후배였습니다. 그 밖에 많은 친구들이 公기업이나 公共단체에 낙하산으로 이사·감사 자리를 차지하고 연봉 1억원에 기사 딸린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들이 부럽지 않으세요.

『부럽지는 않아요. 누구는 저보고 「全斗煥 정권부터 盧武鉉 정권까지 5代 정권에 걸쳐 反정부 운동만 한다」고 하더군요. 柳根一(유근일) 前朝鮮日報 주필께 이 말씀을 드렸더니, 「나는 李承晩·朴正熙 정권을 포함해서 7代 정권에 걸쳐 反정부운동을 하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습니까.

『1996년부터 김영환·홍진표씨 등 운동권 출신들과 「사회주의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21세기의 代案(대안) 사상을 모색하는 「푸른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푸른 사람들」은 주로 마르크스주의·계급주의·민족주의·통일지상주의를 비판하다가, 그러한 생각들을 좀더 확산시키기 위해 1998년 「시대정신」을 창간했고, 이듬해 북한민주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2005년 8월11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광복 60주년 북한인권개선촉구대회」참석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朴正熙가 할 얘기를 왜 저 사람(金大中)이 하나』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1998년경부터 姜哲煥(강철환)씨 등 脫北者(탈북자)들을 만나 북한의 실상에 대해 들으면서부터였습니다.

兪弘濬(유홍준)씨가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랬죠? 북한에 대해서도 알게 되면 될 수록, 「북한동포들을 저런 상황 속에 놔 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의식을 갖게 됐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동포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정의로운 일이라는 생각에서 동참하게 됐습니다』

―盧武鉉 정부는 제네바유엔인권위원회나 유엔총회에 북한인권결의안이 상정될 때마다 계속 기권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韓대표는 『거기에 대해서는 달리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열 받아서 목소리를 높일 줄 알았는데, 뜻밖의 반응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인권을 외면하는 盧武鉉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韓대표는 이내 목소리를 높였다.

『金大中 정권이나 盧武鉉 정권 모두 人權과 민주주의를 國政(국정)의 첫째가는 목표로 내건 정권 아닙니까? 미얀마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민주화운동을 지원하기까지 하면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외면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같은 동포로서나, 人類愛(인류애) 차원에서나,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하는 것은 민주주의 문명국가로서 부끄러운 일입니다』

―정부나 소위 진보단체들은 「지금 북한동포들에게는 西歐式(서구식) 인권보다 식량문제 해결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년 전쯤, 방송에서 金大中前 대통령이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을 들었어요. 그 순간 「朴正熙가 할 얘기를 왜 저 사람이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건 논리를 위한 논리일 뿐입니다.

북한주민들에게 먹을 것만 던져 주면된다는 얘깁니까? 그건 북한인민들에 대한 모독이에요.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갔다 왔다는 사람들이 할 얘기가 아닙니다. 그들의 과거 민주화운동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얘깁니다.

朴正熙 대통령은 민주주의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경제를 발전시켰고, 그 결과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金正日에게는 경제발전을 하려는 의지 자체가 없어요』

韓대표는 『우리는 북한에 지금 당장 西歐나 한국 수준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적어도 지금의 중국이나 베트남 수준만이라도 개혁 개방을 하고, 비판을 허용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년에는 어떤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3월에는 브뤼셀, 5월에는 로마에서 프리덤하우스가 개최하는 북한인권국제대회에 참석할 계획입니다. 이미 작년말부터 활동을 시작한 북한인권대학생연대가 곧 정식 출범할 예정입니다』

뉴라이트 운동 初心 지켜야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이 단체 출신 인사들이 자유주의연대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고, 뉴라이트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등 뉴라이트 운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화제를 뉴라이트 운동으로 돌렸다.

―북한인권운동 단체로서 뉴라이트 운동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대한민국이 북한을 해방시키기 위한 민주기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낡은 이념에 사로잡힌 左派 세력들로 인해 북한해방을 위한 민주기지가 되어야 할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하게 됐습니다. 뉴라이트 운동이 그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생각에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지난 1년간의 뉴라이트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뉴라이트 운동이 이렇게 호응을 얻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자유주의연대(대표 申志鎬)는 現 집권세력 내지 「진보」세력에 맞서는 명분(이념)을 제시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습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상임의장 金鎭洪)은 뉴라이트 운동의 대중화에 기여했습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목을 받게 되면, 그 주변에 와서 쑤셔대는 세력이 있게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운동이 흔들리게 됩니다. 時流(시류)에 편승하면 안 됩니다. 뉴라이트 운동 주체들은 初心(초심)으로 돌아가 운동을 內實化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지방선거와 2007년 大選(대선)을 거치면서 뉴라이트 운동 주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치권으로 들어가지 않을까요.

『저는 정치참여는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뉴라이트 운동 세력들이 정치권으로 가서 뉴라이트 이념을 실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뉴라이트 운동을 개인의 立身(입신)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舊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겠죠』

2005년 12월 서울북한인권국제대회에서 북한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兩極化 문제」 제기는 舊좌파적 담론』

―작년부터 盧武鉉 대통령이나 열린당이 부쩍 「兩極化 문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형적인 舊좌파적인 담론입니다. 파이를 키우고 그 결과를 나눠 가지는 대신에 기존의 파이를 나누어 주고,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서 못 가진 자에게 나누어 주자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구성원의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나타난 결과를 인위적으로 평등하게 만들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잘못입니다.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해서 내년 大選에서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생각인 모양인데, 그렇게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財源(재원) 조달 문제는 결국 세금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 일각에서는 내년 大選을 앞두고 盧武鉉 정권과 金正日 정권이 「연합제」 내지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의 진입을 선언하고 이를 大選에 이용하는 「연방제 사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金大中前 대통령의 訪北 추진도 「연방제 사변」을 위한 事前整地(정지)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韓基弘 대표는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방제 사변」이 이루어지려면 DJ(金大中前 대통령), 盧武鉉 대통령, 金正日의 利害(이해)관계가 일치해야 하는데, 과연 그런지는 의문입니다.

DJ는 南北관계를 가지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하고 지지세력을 복원시키고 싶어하겠죠. 하지만 DJ에게는 그럴만한 현실적인 推動力(추동력)이 없습니다. 盧武鉉 대통령으로서는 南北관계를 가지고 DJ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연합제」나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들어가려면, 金正日도 對內的(대내적)으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金正日로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북한은 우리 국회가 제안해 놓고 있는 南北 국회회담에도 응하지 않고 있어요. 양측 의원들이 남북을 오가는 상황조차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이죠.

겉으로 보기에는 金正日의 권력이 여전히 강한 것 같지만, 북한內 권력핵심에 속하는 사람들조차 체제에 대한 충성심은 현저히 약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6·15 공동선언 관철」을 계속 주장하겠지만, 對南 선전선동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는 못할 것입니다』

「햇볕정책」은 역사적으로 斷罪될 것

韓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적극적인 南北교류 추진 등 공세적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 아닙니까.

『동감입니다. 이 중요한 시기에 키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위기로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었습니다. 「햇볕정책」은 언젠가 역사적으로 斷罪(단죄)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새 역사를 이끌어 갈 사람들이 준비되고 있고, 나라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