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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년 1월호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 경제1분과위 간사 姜萬洙

“인수위는 섀도 캐비닛이 돼야”

정리 : 白承俱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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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을 구성한 뒤 그들이 인수업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인수위원장은 국무총리 내정자, 경제분과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를 임명하는 식이다. 이렇게 해야 차기 정부가 순조롭게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

강만수
68세. 서울법대, 미국 뉴욕대 경제학 석사. 행시 8회, 재무부 이재국장ㆍ국제금융국장,
재정경제원 세제실장, 관세청장, 재정경제원 차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17대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1분과위 간사,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대통령 경제특보,
現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한국산업은행 35대 은행장.

[편집자 주]
강만수(姜萬洙) KDB금융그룹 회장(산업은행장 겸임)은 2007년 대선(大選) 당시 이명박(李明博) 후보의 선거공약을 집대성했다. 당시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정책조정실장으로서 경제는 물론 행정, 외교안보 등을 종합했다. 그는 선거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경제1분과위 간사를 맡았고,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청와대 경제특별보좌관 등을 지냈다. 이명박 정권에서 가장 많은 ‘타이틀’을 단 사람 중 한 명이다.
강만수 회장은 1997년 대선 직후 재정경제원 차관으로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직 인수위를 드나들었다. 당시 일부 인수위 관계자들은 마치 점령군 같은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강 회장은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의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려 했다. 그는 “그동안 몇 차례 인수위가 구성됐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며 “인수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인수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강만수 회장이 생각하는 인수위의 역할,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향에 대해 직접 정리했다.
  김대중 당선인 인수위가 구성됐을 때 나는 재경부 차관으로 업무보고에 참석했다. 하루에 13시간 브리핑을 했다. 그 무렵 일부 인수위원들은 마치 점령군처럼 행동했다. 그들은 업무보고 차 인수위에 들른 공무원들을 향해 “왜 거짓말을 하느냐” “당신들 정책이 잘못된 것 아니냐”며 큰 소리로 따지곤 했다. 국정감사장을 방불케 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 현황을 설명하는 사람들이지,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말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다. 과거 정책을 따지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인수위원들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고분고분할 줄 알았던 공무원이 법적 근거를 대며 논리적인 설명을 하니까 함부로 대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튼 그때의 경험은 유쾌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1분과위원회 간사로 임명된 후 나는 인수위원들에게 인수위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그들에게 “인수위는 전(前)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논의하고 토론하는 조직이 아니다. 새 정부의 정책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라고 거듭 얘기했다.
 
  내가 이런 말을 했으니 나부터 행동으로 보여야 했다. 그래서 나는 당시 행정부 측에 “장관, 차관은 업무보고를 하러 올 필요가 없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현황만 실무자가 와서 보고를 하라”고 전했다. 권한을 벗어난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이다.
 
2008년 1월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인수위원회 브리핑실에서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가 기업 임시투자세액 공제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인수위 당시 메릴린치 인수와 관련해 한국투자공사(KIC)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나를 찾아와 “어떻게 할까요”라며 의견을 물었다. 그때 나는 “현 정부(노무현 정부)내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라면 현 정부의 판단에 따라 처리하라”고 했다. 인수위는 특정 사안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을 얘기해 줬다.
 
  나는 이명박 당선인 공약을 반대했던 고위 공무원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들어 줬다. 선거 직후 공약에 부정적이었던 간부들이 대거 교체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부가 시행했던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당시 고위 공무원들은 위헌(違憲)이 아니라며 찬성했다.
 
  그러나 나는 조세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내가 장관으로 임명되자 그들은 당연히 인사이동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주요 간부들을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유임시켰다.
 
  그들에게 “기자들이 ‘왜 입장이 바뀌었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하라”며 모범답안을 알려줬다. 직업공무원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공약을 지키는 것이 임무이다. 공무원을 두고 영혼이 없다고 하는데 헌법이 규정하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는 새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정책을 지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지금 주장과 180도 다른 논리를 제시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현 정부의 정책을 배제하고 전 정부의 정책을 밀고 나가는 것은 대의(代議)정치에 맞지 않다고 본다.
 
 
  인수위법 개정 시급
 
1998년 1월 임창열 당시 경제부총리(가운데)와 강만수 재정경제원 차관(오른쪽)이 김대중 대통령직 인수위의 이종찬 위원장을 찾아가 추경예산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수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을 구성한 뒤 그들이 인수업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인수위원장은 국무총리 내정자, 경제분과위원장은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를 임명하는 식이다. 이렇게 해야 차기 정부가 순조롭게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 당시 인수위원장이었던 분에게 정치적 힘이 실렸다고 보는가? 물론 당시 인수위원이 총리가 될지 장관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직을 지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만약 인수위원장이 강력한 총리 후보였다면 인수위 조직 관리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또 인수위원들이 인수위 기간에 열심히 검토하고 논의한 결과물들이 많은데, 그들이 입각하지 못하면 그것은 휴지조각이 돼 버린다. 인수위에서 일하지 않았던 사람이 내각에 들어가면 인수위 보고서를 보지 않는 경향이 많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을 총괄했다. 정치, 외교, 국방을 포함해 재원계획, 재원요소, 재원조달 방향 등 전 방면을 다뤘다. 공약으로서 추가로 손댈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인수위를 거치면서 새로운 정책들이 나왔다. ‘내각 따로, 인수위 따로’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선거공약이 엉망진창이 된 것이 많았다. 있던 정책이 없어지거나 보지 못한 정책이 갑자기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가 공식 출범한 후 초대 내각이 짜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장관에 임명된 분들이 공약을 중심으로 정책을 보완하면 되는데, 새로운 정책을 만들려고 했다.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면서 정책의 우선순위와 재원조달 방안까지 마련해 놨던 것이다. 이는 시간낭비, 인력낭비이다.
 
  미국의 경우 새 정부에 들어갈 사람은 인수위 때부터 같이 활동한다. 우리는 인수위에 들어가는 사람 따로, 내각에 들어가는 사람이 따로다.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섀도 캐비닛과 인수위 인선을 일치시키는 쪽으로 관련 인수위법을 개정해야 한다. 사실 이명박 당선인 인수위 때 법을 개정하려 했다. 그러나 내 소관이 아니라 의견만 제시하고 끝내 버렸다.
 
 
  정부조직 개편은 10년 뒤를 내다봐야
 
1997년 7월 강만수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이 통상산업부, 국세청 고위 관계자 등과 함께 기아 관련 실무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 경제정책은 ‘747(경제성장 7%·소득 4만 달러·7대 경제강국)’이었다. 정권출범 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해 정책실현은 사실상 어려웠다. 허황된 공약이라며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공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많다.
 
  원래 내가 마련했던 공약은 ‘세계 7대 강국’이었다. 당시 경제여건을 전제로 잠재성장률 4.8%, 그리고 규제완화로 1%, 불법파업을 안하면 1% 정도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되면 7% 성장이 가능하고 세계 7대 강국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대외(對外) 홍보라는 관점에서 ‘747’로 변경된 것이다. ‘747’은 선거 캐치프레이즈의 하나였고 비전의 일종이었다.
 
  다음 정부는 국내외 경제정책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동남아, 남미 등 상대적으로 덜 어려운 지역을 공략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가 걱정이다. 부채는 성장을 통해 갚을 수 있지만 긴축으로는 갚을 수는 없다. 정부 부채도 경제규모를 키우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규제완화와 감세정책으로 국내총생산(GDP)을 키워야 한다. 새 정부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경제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을 개편했는데 이런 관행을 바꿔야 한다. 미국 국무부는 1789년 9월 명칭이 정해진 후 223년째 변경되지 않았다. 미국이 지난 50여 년간 새로 신설한 부처는 교통부, 에너지부, 교육부, 보훈부, 국토안보부 등 5개에 불과하다.
 
  물론 정부조직을 바꾸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시대적 소명과 요구, 차기 대통령이 실현할 최우선 가치와 정책목표에 따라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차기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이 아니라 훌륭한 전통을 쌓고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을 세우는 방향으로 정부조직을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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