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별책부록
  1. 2012년 4월호

24 말레이시아 키나발루

구름 나라 ‘영혼의 안식처’를 엿보다

글 : 진우석 여행작가  

  • 기사목록
  • 프린트
⊙ 걷는 거리 : 20km
⊙ 걷는 시간 : 1박2일
⊙ 코스 : 메실라우~라반라타 산장~정상~팀포혼
⊙ 난이도 : 조금 힘들어요
⊙ 좋은 계절 : 5~8월










키나발루 정상 일출은 기이하게 생긴 바위봉우리들과 열대우림의 독특한 풍광이 어우러진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보르네오 북단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사바 주의 코타키나발루는 산꼭대기에서 바다 깊은 곳까지 자연의 보물로 가득한 곳이다. ‘바람 아래의 땅(The Land Below the Wind)’이란 별칭처럼 태풍 궤도의 아래쪽에 위치해 있어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가 거의 없는 축복받은 땅이다. 이곳에 있는 동남아 최고봉 키나발루(4095.2m)는 열대우림과 바위봉우리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열대에서 고산식물까지의 생태계 보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열대우림 지역인 보르네오섬에 최근 한국 관광객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섬 북쪽에 동남아 최고봉 키나발루가 솟아 있기 때문이다. 키나발루는 열대와 온대, 고산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태계가 펼쳐져 풍부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정상 일대는 화강암의 기암괴석들이 빼어난 바위미를 자랑한다. 이러한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가 인정되어 2000년 말레이시아 최초로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었다.
 
  키나발루는 약 150만년 전에 생성된 산으로 오랜 세월을 겪으며 기암절벽이 발달했고, 열대우림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동식물의 낙원이 됐다. 키나발루라는 이름은 카다잔족 언어로 ‘죽은 자들을 숭배하는 장소’라는 뜻을 가진 아키나발루(Akinabalu)에서 유래했다. 그들은 조상의 혼이 산꼭대기에 살고 있으며 정상 부근에서 자라는 이끼는 선조들이 먹는 식량이라고 믿고 있다.
 
  키나발루는 세계적인 트레킹 명소답게 숙박시설, 등산로 관리, 가이드 제도 등을 완벽하게 갖춰 놓았다. 정상은 1581년 영국인 로우가 처음 올랐기에 로우피크라는 이름이 붙었다. 키나발루 관리사무소에서 소개해 준 가이드 다왕과 함께 아침 일찍 메실라우 게이트(2000m)를 출발했다.
 
  풍부한 열대우림 지대를 통과해 첫 번째 휴게소에서 전망이 트였다. 멀리 산정 부근에 예사롭지 않은 암봉들이 악마의 뿔처럼 돋아나 있는 것이 보인다. 두 번째 휴게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키나발루는 구름 속으로 몸을 숨기고 이내 빗방울이 떨어진다. 가이드 다왕의 말에 의하면 오후에는 거의 비가 내린다고 한다. 다섯 번째 휴게소를 지나자 길섶에 벌레나 곤충을 잡아먹는 식물 피처 플랜트(Pitcher Plant)가 눈에 들어온다. 이 식물 중에서 가장 큰 것을 라플레시아(Rafflesia)라고 부르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꽃으로 유명하다. 라플레시아는 독특하게도 기생식물이다. 꽃의 지름이 1m가 훨씬 넘는다. 활짝 피는 데는 8~13개월 걸리지만 일주일이면 진다고 한다. 그야말로 피기는 힘들어도 지는 건 순식간인 꽃이다.
 
  비는 일곱 번째 휴게소 앞에서 그쳤고, 키나발루 여신은 멀리서 온 이방인을 위해 구름 옷을 벗어 속살을 보여줬다. 뜻밖에 속살은 눈부신 화강암이었다. 바위 표면에는 고산 식물들이 자라 신성한 숲을 이루었다. 그 숲은 여신의 은밀한 부분처럼 느껴졌으며 그곳에서 짙은 향기가 났다. 우리나라 찔레꽃을 닮은 ‘시마’라는 꽃에서 나는 향기로운 냄새였다.
 
정상 직전의 수려한 암반 지대와 기이한 봉우리들.

 
  키나발루 여신이 선물한 황홀한 일출
 
  여덟 번째 휴게소를 지나면 라반라타 산장(3272.7m)에 도착한다. 산장 뒤로 거대한 화강암 벽이 펼쳐지고 주변은 아늑한 숲이다. 산장의 위치는 인간과 키나발루 여신의 영역 중간쯤에 해당하는 장소로 보였다.
 
  키나발루 트레킹은 둘째 날이 고비다. 보통 새벽 2~3시 사이에 출발해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 내려오기 때문이다. 잠을 설친 트레커들은 2시부터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고도 3200m가 넘고 길은 심한 된비알이어서 발걸음 옮기기가 쉽지 않다. 잠시 뒤를 돌아보니 수많은 헤드랜턴 빛줄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급경사 길이 끝나면 암벽에 설치된 고정로프를 잡고 오르게 된다. 마침 쏟아지는 달빛에 바위가 훤히 빛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졸음과 피로를 날려 버린다. 체크 포인트를 지나서도 황홀한 달빛 밟기는 계속되었다. 고도를 높일수록 심상치 않은 바람이 점차 세차게 불어 온다. 날카롭게 하늘을 찌르는 남봉(South Peak)이 손에 잡힐 듯한 지점에서 바람은 난폭해졌다. 뺨을 한 방 때리는 심술을 부리고는 기괴한 소리를 지르며 정상으로 사라진다.
 
  정상인 로우피크(Low’s Peak) 바로 앞까지 거의 3시간이 걸렸다. 추위와 거센 바람에 지쳐 거의 탈진 직전이다. 정상 위 하늘에서는 신비로운 빛이 쏟아진다. 바야흐로 일출이 시작되었다. 그 빛에 힘을 얻어 기어코 정상에 오르니, 많은 사람이 추위에 떨고 있었다. 시나브로 바다에서 붉은빛이 솟구치면서 구름바다를 물들인다.
 
  정상에 서니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반대편 바다와 암봉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야 키나발루의 산세를 짐작할 수 있겠다. 길은 남쪽에서 정상으로 뻗어 있고, 북쪽은 온통 절벽이다. 서쪽에는 당나귀귀봉(Donkey Ears Peak), 동쪽은 오야유비봉(Oyayubi Peak) 등의 기암괴석들이 바위미를 뽐낸다. 특히 오야유비봉 일대는 원시적인 신비로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뒤를 돌아보니 존스피크(John’s Peak, 4090.7m)가 우뚝하고, 왼쪽으로 뾰족한 남봉이 눈에 들어온다. 존스피크와 남봉 사이로 일출을 본 등산객들은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며 내려가고 있다. 가이드 다왕이 하산을 서두른다. 황홀한 일출을 허락한 키나발루 여신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 키나발루 트레킹 가이드
 
  키나발루 트레킹 일정은 1박2일 걸린다. 대개 메실라우~라반라타 산장~정상~팀포혼 코스를 이용한다. 산행 첫날은 메실라우 입구에서 라반라타(3272.7m) 산장까지 약 7.5km 6~7시간 걸린다. 고도를 1200m 이상 올리므로 되도록 천천히 가는 것이 좋다. 둘째 날은 산장에서 새벽 3시쯤에 출발하는 것이 좋다. 너무 일찍 떠나면 정상에서 추위에 떨기 때문이다. 정상까지 약 2.5km로 3시간 걸린다. 산길은 경사가 완만한 편이고, 고정로프가 깔려 있어 위험하지는 않다. 체크 포인트를 지나 2시간 더 가면 정상이다. 정상 일대는 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방풍과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등반허가는 코타키나발루 시내 등반허가를 대행하는 사무실에서 미리 받아야 한다. 성수기에는 예약이 넘치므로 한국의 여행사를 통해 허가를 미리 받든지 패키지 투어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 입산료 100링기트(RM·1달러 약 3.4링기트), 보험료 3.5링기트가 소요된다, 가이드 60링기트. 등정을 한 사람은 공원관리사무소에서 등정증명서를 발부한다. 증명서 10링기트.
 
 
  ● 교통
 
  한국에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항공편은 아시아나항공과 말레이시아항공이 운행한다. 5시간 정도 걸린다.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키나발루 트레킹은 교통편과 숙소 예약이 편리하기에 국내 또는 현지 여행사의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 숙소
 
  코타키나발루에서는 별 5개 고급 호텔인 샹그릴라 탄중아루 리조트(www.shangri-la.com)와 수트라하버 리조트(www.suteraharbour.com)가 유명하다. 발코니나 방에서 남중국해의 짙푸른 바다를 내다보며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바다와 접한 수영장이 유명하다. 바다가 보이는 트윈룸이 800링기트 수준이다. 트레킹 중에 묵을 라반라타 산장은 미리 여행사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