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걷는 시간 : 4시간
⊙ 코스 : 삼릉~상사바위~금오산~용장마을
⊙ 난이도 : 조금 힘들어요
⊙ 좋은 계절 : 사계절
- 상사바위 근처에서 내려다본 네 번째 보물인 삼릉계곡 마애석가여래좌상. 뒤로 단석산 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신라의 흥망성쇠가 담긴 산
경주 남산은 신라와 운명적으로 얽힌 산이다.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난 나정(蘿井)과 신라의 종말을 가져온 포석정이 남산 북서쪽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초기 왕궁, 나을신궁(奈乙神宮), 왕릉이 즐비하며 도성을 지켜온 남산신성을 비롯한 4곳의 산성, 무엇보다 화려한 불교유적이 서려 있기에 신라의 흥망성쇠가 모두 남산에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국유사》에서 서라벌을 표현한 ‘절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총총하고(寺寺星張) 탑들은 기러기처럼 줄지어 늘어섰다(塔塔雁行)’란 말이 지금까지 적용될 정도로 남산에는 불교유적이 즐비하다. 현재 왕릉이 13기, 절터가 147곳, 불상 118기, 탑 96기 등 문화유적의 수가 무려 670여 개에 이른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유적이 산재한 노천박물관은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남산은 북쪽 금오산(468m)과 남쪽 고위산(494m)을 중심으로 남북의 길이가 8km, 동서의 폭이 4km에 이르는 비교적 아담한 규모의 산이다. 최고봉은 고위산이지만, 황금빛 거북등 형상이라는 금오산이 역사적으로 산의 중심축을 이룬다. 매월당 김시습은 전국을 떠돌다가 남산 용장사에 머물며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 《금오신화》를 썼고, 그 이름은 금오산에서 따왔다.
남산 불상 순례길은 불교유적을 둘러보는 ‘문화유적산행’이다. 이러한 산행은 예전부터 꾸준히 이루어졌기에 TV에 방영된 ‘남산 7대 보물찾기’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순례 코스는 삼릉을 출발점으로 선각여래좌상~상선암~상사바위~금오봉~용장사 삼층석탑을 둘러보고 용장마을로 내려오는 길이 하루 일정으로 적당하다.
산행 들머리는 삼릉주차장. 남산의 인기를 말해주는 듯, 거대한 주차장이 차들로 가득하다. 등산로 입구 경주국립공원 사무소에서 남산 지도를 받고 출발하면 곧 그윽한 솔숲이 펼쳐진다. 사진작가 배영우의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바로 그 솔숲이다. 솔숲 끝자락에 3개의 능이 자리하고 있어 삼릉계곡이라 하는데, 여름에도 찬 기운이 돌아 냉골이라고도 불린다.
삼릉의 주인공은 서쪽으로부터 각각 신라 제8대 아달라이사금, 제53대 신덕왕, 제54대 경명왕 등 박씨 3왕의 능으로 전하고 있다. 하지만 후대 기록이 확실하지 않아 시대를 달리하는 세 왕이 무슨 이유로 함께 나란히 있는지 수수께끼다. 삼릉에서는 무덤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것이 좋다. 자유로운 곡선을 그리며 휘어진 무수한 소나무와 어울린 고분의 모습이 참으로 절묘하다. 삼릉을 구경했으면 삼릉계곡으로 출발이다. 이곳에는 11개의 절터와 15구의 불상이 남아 있어 남산 중에서도 가장 많은 유적이 산재한 곳이다.
자연과 일체를 이루는 석탑과 석불
삼릉계곡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불상은 삼릉계 석조여래좌상이다. 길가 바위에서 잠시 쉬는 사람처럼 털썩 앉아 있는 모습이 친근하다. 안타깝게도 손과 머리가 부서졌지만, 왼쪽 어깨에서 흘러내린 가사끈과 매듭이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된 걸작이다. 여기서 가파른 왼쪽 산길을 100m쯤 오르면 마애관음보살상이 돌기둥 돌출한 바위에 돋을새김되어 있다.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머금은 부처의 얼굴이 수수하기만 하다.
다시 내려와 등산로를 따르면 선각육존불을 알리는 이정표를 만난다. 그 방향을 20m쯤 따르면 불쑥 육중한 바위가 나타난다. 이 바위에 선각육존불(경북 유형문화재 제21호·TV <1박2일>에 나온 제1보물)이 새겨져 있다. 앞쪽 큰 바위에 부처 3점, 뒤의 바위에 3점이 있어 육존불이다. 바위에 선으로 부처를 그렸는데,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생하다.
여기서 산길은 다시 등산로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선각육존불 바위 위로 올라가야 한다. 안내판이 없기에 길 찾기에 주의하자. 육존불 위를 지나 5분쯤 오르면 삼릉계곡 선각여래좌상(경북 유형문화재 제159호, TV <1박2일>에 나온 제2보물)이 살며시 미소 짓고 있다. 얼굴 부분이 크게 표현된 것이 전형적인 고려시대 부처의 모습이다. 여기서 산비탈을 따라 내려오면 삼릉계 석불좌상(보물 제666호·TV <1박2일>에 나온 제3보물)이 나타난다. 몸이 아주 튼튼하게 표현되어 일명 ‘몸짱부처’로 통한다. 예전 시멘트로 덧칠한 것을 뜯어내고 새로 복원해 문화해설사들 사이에서는 ‘성형부처’라고도 한다.
여기서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상선암이고, 100m쯤 더 가면 삼릉계곡 마애석가여래좌상(경북 유형문화재 제158호·TV <1박2일>에 나온 제4보물)이 우뚝하다. 화강암 바위에 새겨진 좌상은 높이가 무려 6m인 대작으로 반쯤 뜬 눈으로 속세의 중생을 굽어보는 듯하다. 좌상 앞의 작은 암반 위에서 한 중년 여인이 방석도 없이 연방 절을 올리고 있다. 무슨 소원을 저리 간절하게 비는 것일까.
마애석가여래좌상에서 좀 더 오르면 드디어 능선에 올라붙는다. 능선 갈림길에서 상사바위는 오른쪽이지만, 잠시 왼쪽으로 이동해 조망 좋은 바둑바위를 다녀오는 것이 좋다. 바둑바위에 오르면 들판과 경주 시내 조망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상사바위를 지나면 금오산 정상에 올라붙는다. 정상은 조망이 없고 밋밋해 볼 것이 없다. 곧바로 내려와 한동안 임도를 따르다 용장사지로 내려가는 길을 만난다. 이 길은 길섶에 화강암 바위들이 널려 있기 때문에 걷기에 주의해야 한다.
능선에서 15분쯤 내려오면 용장사곡 삼층석탑(보물 제186호·TV <1박2일>에 나온 제5보물)의 당당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자연석을 기단 삼아 올린 단아한 석탑은 건너편 고위산, 멀리 첩첩 산들과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이처럼 남산의 석불과 석탑은 자연과 일체를 이루는 데 그 묘미가 있다.
석탑 아래에는 삼륜대좌 위에 올라선 석조여래좌상과 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석조상은 머리가 없어 안타깝지만 옷의 형상이 사실적이고, 마애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길가에 새겨졌다. 그래서 모르고 지나쳤다가 뒤돌아보면 ‘나 여기 있지~’하며 미소 짓는 듯하다. 남산 불상 보물찾기는 여기까지다. 대나무가 하늘거리는 용장사 절터를 구경하고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종착점인 용장마을이다.
● 경주남산 불상 순례길 가이드 남산 불상 순례길은 유적을 둘러보는 ‘문화유적산행’이다. 따라서 산행에 적합한 신발과 의류, 점심 등을 준비해야 한다. 남산에서는 예부터 유적답사 산행이 꾸준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TV에 방영된 ‘남산 7대 보물찾기’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TV에 소개된 7대 보물을 모두 만나려면 7시간 이상의 고된 산행을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거나 산행 초보자에게는 무리다. 이보다는 신라문화원에서 권장하는 ‘삼릉~선각여래좌상~상선암~상사바위~금오봉~용장사곡 삼층석탑~용장마을’ 코스가 하루 일정으로 좋다. 이 길은 8km, 4시간쯤 걸리고 ‘7개 보물’(방송사에서 선정한 보물. 실제로는 국보 1점, 보물 3점, 문화재 3점) 중 5개의 보물을 만날 수 있다. ● 교통 자가용은 경부고속도로 경주 나들목으로 나와 찾아간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서울역에서 신경주행 KTX는 05:30~22:00까지 30분~1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소요시간은 2시간이 좀 넘는다. 대구에서 경주행 버스는 동부정류장,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에서 수시로 다니며 1시간쯤 걸린다. ● 숙식 경주 시내에서는 한옥 고택 체험이 가능한 게스트하우스 사랑채(054-773-4868)가 좋다. 1인 2만~2만5천원. 보문관광단지에 호텔과 콘도 등이 몰려 있고, 보문관광단지 경주교육문화센터(054-745-8100)는 온천이 좋은 숙소다. 식당은 황남동의 도솔마을(054-748-9232)이 담백하고 푸짐한 정식을 8천원에 내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