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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년 4월호

15-2 지리산둘레길 탑동~주천 구간

샛노란 산수유 천국에서 노닐다

글 : 황소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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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는 거리 : 17.1km
⊙ 걷는 시간 : 7시간30분
⊙ 코스 : 탑동마을~원촌마을~현천마을~밤재~주천
⊙ 난이도 : 무난해요
⊙ 좋은 계절 : 3~4월, 10~11월











계척마을의 자랑인 우리나라 최초의 산수유나무.
  전남 구례군 산동면은 산수유 주산지로 전국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다. 샛노란 산수유꽃은 3월 하순에서 늦게는 4월 초까지 볼 수 있으므로 봄에 지리산둘레길을 걸을 요량이라면 당연히 이번 구간을 제1순위로 꼽아야 한다. 산수유 열매가 빨갛게 익는 늦가을도 나쁘진 않지만 화사하게 만개한 노란 꽃의 빛깔에 견줄 만큼은 아니다.
 
 
  산동면, 우리나라 최대 산수유 주산지
 
  산수유는 중국 산둥성의 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 올 때 가져와 심은 후 퍼져 나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산수유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이들이라도 언젠가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시 한 구절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탑동마을 앞에서 횡단보도 없는 2차선 도로를 건너 효동마을로 들어선 후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부촌마을과 면소재지 원촌마을을 차례대로 지난다. 아스팔트 양옆으로 늘어선 낡고 오래된 상가를 벗어나면 전주・순천 간 산업도로이자 19번 국도로 진입하는 오거리다.
 
  수락폭포 방향으로 접어들었던 길은 갈림길에서 우측 폭포 방향을 버리고 왼쪽 ‘현천’ ‘계척’ 이정표를 따른다. 흔히 ‘산수유마을’ 하면 온천지구 인근을 떠올리지만 좀 아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적은 현천마을로 차를 돌린다. 마치 데칼코마니를 한 것처럼 노란빛으로 일렁이는 마을 앞 저수지 물빛과 골목 안 돌담 위로 드리워진 가지들이 고즈넉한 멋을 자아내는 곳. 예쁜 옷이며 가방, 구두를 잔뜩 주고 거울 없는 방에 몰아넣는 것처럼 카메라 없이 현천마을을 찾는 건 펄쩍 뛰고도 남을 일이다.
 
  길은 현천마을 저수지 쪽에서 숲으로 접어든다. 왼쪽 허리춤에 끼고 걸었던 19번 국도는 이제 오른쪽으로 옮겨 앉았다. 모처럼 깊게 눌러썼던 모자를 벗어본다. 요즘의 봄은 참 짧다. 겨울 같은 봄이 겨우 잦아들고 완연한 봄을 느낄 때쯤 이번엔 여름 같은 봄이 성급히 찾아온다. 땀에 젖은 머리칼 속으로 봄인 듯도 하고, 여름인 듯도 한 바람이 파고든다. 숲길은 그래서 더 좋다. 길 위를 걷는 발끝에도 좋고, 땀으로 범벅이 된 손끝에도 좋다.
 
  짧은 숲이 끝나면 만복대~고리봉~종석대 능선이 정면으로 보이는 구례의 최북단 계척마을. 계척의 대표적 볼거리는 우리나라 최고령 산수유나무다. 둘레길은 아슬아슬 이 나무를 직전에 두고 왼쪽으로 휘어진다. 즐비하게 늘어선 산수유와 밤나무 사이로 수령 600년을 넘긴 푸조나무가 꿋꿋하게 섰다. 길은 다시 숲이다. 이번 구간에서 가장 가파른 경사도다. 겨우 10여 분의 짧은 오르막인데도 땀이 저절로 쏟아진다. 길의 맨 꼭대기에 놓인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내려서면 환상적인 편백나무숲이 둘레꾼을 맞는다. 자꾸만 코를 킁킁댄다. 적당히 그늘진 숲이 그럴싸하다. 이끼를 뚫고 올라온 듯한 나무 향기가 좋다. 뒤이어 나오는 시원한 숲과 개울도 괜찮다.
 
  이후 임도(林道)를 따라 밤재로 올라선다. 밤재는 견두산 등산로의 한 기점이다. 여러 개의 산행 리본이 바람에 펄럭인다. 구례 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19번 국도와 그 너머 노고단이 보인다. 가야 할 남원 쪽으로도 푸르게 젖은 산줄기가 펼쳐져 있다. 밤재를 등지고 왼쪽의 너른 임도를 따른다. 2시간쯤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곧 구간 종점인 주천에 닿는다.
 
3월 하순과 4월 초, 현천마을은 샛노란 산수유 천국이 된다.

 
  지리산둘레길(공통 정보)
 
  ‘지리산둘레길(www.trail.or.kr)’은 지리산 둘레 3개 도, 5개 시·군, 16개 읍·면, 약 80여 개 마을 300여km를 잇는 도보 여행길로 지난 2008년 봄 시범구간 20여km 개통을 시작으로, 2009년 5월 50여km, 2011년 봄 다시 140여km, 그리고 2012년 3월 경남 하동에 대략 22km의 추가 구간을 연이어 개통했다. 지리산자락의 옛길·숲길·강변길·마을길 등을 환형으로 연결한 이 길들엔 특별히 구간 번호가 붙지 않지만 통상 전북 남원시 주천면에서 시작하는 주천~운봉을 제1구간, 이후로는 시계방향으로 운봉~인월, 인월~금계, 금계~동강, 동강~수철, 수철~어천, 어천~운리, 운리~덕산, 덕산~위태, 위태~하동호, 하동호~삼화실, 삼화실~대축, 대축~부춘, 부춘~가탄 등의 구간에 순서대로 번호를 매긴다. 다만 2011년에 개통한 구례 둘레길은 어디와도 맞닿아 있지 않은 채 오미~난동, 오미~방광, 방광~탑동, 탑동~밤재 총 4구간으로 개통된 상태. 구례의 미개통 구간 또한 조만간 열릴 예정이어서 이변이 없다면 올 상반기에는 5년간 부분 개방됐던 지리산둘레길이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구간이 개통될 경우 구례 구간 명칭은 거리 조절 등을 통해 변경될 수 있다. 지리산둘레길은 한 바퀴를 잇는 환형이므로 시작과 끝지점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시계방향, 반시계방향 등 정해진 이동 규칙도 없다.
 
● 지리산둘레길 탑동~주천 가이드
 
  탑동마을~효동마을~원촌마을(산동면소재지)~현천마을~계척마을~밤재~주천으로 이어진 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산중 고갯마루인 밤재가 구간의 마지막 지점이었지만 올 2월 제1구간의 출발점이기도 한 주천면소재지까지 약 7km의 신규 구간이 개통됐다. 탑동에서 계척마을에 닿기까지는 시멘트 길과 아스팔트가 주를 이루는 마을길이다. 왕복 4차선 19번 국도를 바로 곁에 두고 걷기도 한다. 하지만 계척마을을 지나 산길로 올라서면 울창한 편백나무숲과 수량이 제법 많은 계곡이 둘레꾼을 반긴다. 바쁜 일이 없다면 한참을 쉬었다 가기 적당한 지점이다. 대체로 이정표가 잘 설치돼 있어 길 찾는 데 어려움은 없다. 경남 하동 삼화실~대축 코스의 중간 기점인 먹점마을은 매실 주산지이므로 부러 먼길을 내려왔다면, 일정을 적절히 조절해 매화 만개한 먹점마을 코스를 함께 걸어보는 것도 좋다. 문의 지리산 둘레길 구례안내센터 061-781-0850.
 
 
  ● 교통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에 아침 6시30분 첫차부터 밤 10시 심야우등까지 하루 9회 운행하는 구례행 버스가 있다. 약 3시간10분 소요되며 요금은 1만9100원. 부산 서부터미널에서도 하동을 거쳐 구례로 가는 버스가 있다. 용산역에서도 구례구행 기차를 탈 수 있다. 정확한 역명은 구례역이 아니라 구례구역이다. 구례시외버스터미널에는 하루 13회 중동과 월계를 거쳐 탑동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구간 마지막 지점인 주천에서는 1시간에 1대꼴로 남원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자가용은 호남고속도로 전주IC, 남해고속도로 하동IC, 88고속도로 남원IC, 대전통영간고속도로는 장수IC, 전주광양간고속도로는 구례화엄사IC 등을 이용하여 19번 국도로 진입 후 구례 방면으로 가다 산동교차로로 진입한다. 탑동과 주천을 직접 잇는 대중교통은 없다. 차량 회수를 위한 두 지점 간 택시요금은 1만2천원 안팎.
 
 
  ● 숙식
 
  산동면 온천지구 입구 격인 탑동마을에 찜질방(061-781-8666), 모텔, 마을 민박 등이 있고, 주천면소재지에도 남원호텔(063-626-3535)을 비롯 다양한 숙식시설이 있다. 계척마을의 산수림산장(061-781-1331)은 편백나무숲과 수영장을 갖춘 곳으로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잘 어울린다. 남원호텔의 경우 2인 1실 5만원. 한식 뷔페 5천원. 관광지인 탑동마을의 식당들은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고, 산동면소재지 원촌마을의 식당들은 규모가 작다. 주천면의 들불식당(063-626-7668)은 고등어구이를 곁들인 청국장으로 입소문난 곳이다. 1인분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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