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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년 4월호

11 전북 무주 금강마실길

옛길 따르는 ‘잠두길’과 까까머리 학교 가던 ‘학교길’

글 : 진우석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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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는 거리 : 잠두길 3.2km, 학교길 3.5km
⊙ 걷는 시간 : 3시간30분
⊙ 코스 : 잠두길(잠두2교~잠두마을), 학교길(후도교~향로봉~무주고)
⊙ 난이도 : 쉬워요
⊙ 좋은 계절 : 봄(4월), 가을
잠두길의 하이라이트인 옛 잠두교. 순박하게 흐르는 금강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금강은 말 그대로 비단처럼 아름다운 강이다. 전북 장수군 뜬봉샘에서 발원, 진안 용담호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무주, 영동, 금산 등을 거쳐 군산만에서 몸을 푼다. 천 리(394.79km)를 내달리는 물길은 곳곳에 비경을 펼쳐놓는데, 그중 무주의 금강마실길은 소박한 산골마을의 정취와 애잔한 이야기를 품고 흐른다.
 
 
  옛 국도를 따르는 잠두길
 
잠두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벚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이곳은 무주와 금산을 잇는 옛 국도였다.

  금강마실길은 강변을 따라 이어진 무주의 옛길이다. 한때 주민들이 이용했으나 도로가 새로 뚫리면서 잡초에 묻혔다. 그러다 걷기 열풍과 함께 재발견되어 걷기여행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길은 금강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골길이다. 침묵하듯 고요히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강변의 산촌 풍광을 온전히 품고 있다.
 
  금강마실길은 무주 부남면에서 서면마을까지 총 19km 이어지는데, 중간에 도로를 만나기 때문에 전부 잇기에는 좀 무리다. 그중 잠두길이 걷기 좋고 풍광이 빼어나다. 내도리의 학교길은 금강마실길에 속하지는 않지만, 같은 금강 줄기이기에 마실길과 함께 둘러보는 것이 좋다.
 
  잠두길은 37번 국도상의 잠두2교에서 잠두1교까지 이어진 강변길이다. 이 구간은 용담호를 나온 금강이 무주를 향해 구불구불 흐르다가 엄지손가락 모양으로 툭 튀어나온 형상이다. 지금은 37번 국도가 이곳을 2번 건너면서 거침없이 가로지르지만, 옛길은 강을 건너지 않고 북쪽의 산비탈을 따라 기막히게 이어진다. 이 길은 예전 무주와 금산을 잇는 국도였다.
 
  잠두2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잠두길의 시작이다. 길 양편으로 벚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잠두길 전체가 벚나무여서 특히 봄철 풍광이 빼어나고 가을철에도 나름 운치 있다. 금강을 우측에 끼고 갈선산(480m) 허리를 에둘러 가는데,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흙길이다. 자갈이 좀 깔렸지만 걷기에 나쁘지 않다. 길에는 벚나무 단풍이 절정이고, 공기는 맑고 흙냄새는 구수하고 새소리는 청아하다. 발아래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물줄기는 소리없이 뱀처럼 굽이친다.
 
  길의 중간쯤에 비교적 넓은 공터가 나오고, 금강마실길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 주변은 억새와 쑥부쟁이가 가득해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어쩌면 이 자리가 예전 버스정류장 자리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좀 더 가면 포토존(photo zone)이 나온다. 사진촬영을 할 만큼 풍광이 빼어난 것은 아니지만, 강변으로 튀어나온 바위에 오르면 멋진 금강 풍광이 펼쳐진다.
 
  잠두길 끝에서 37번 국도로 내려서면 잠두1교가 나온다. 여기서 잠두1교를 건너는 것이 아니라, 무주 방향으로 200m쯤 가다가 강변길로 내려선다. 앞쪽으로 금강을 가로지르는 통영-대전고속도로가 하늘에 걸려 있다. 강변을 따라 잠두1교 밑으로 들어서면 숨어 있는 옛 잠두교가 덩그러니 남아 있다. 강물에 바투 붙어 난간도 없는 작은 시멘트 다리다. 볼품없어 보이지만, 예전에는 이 다리가 잠두마을과 무주를 이어주는 유일한 길이었다.
 
  옛 잠두교 위로 강물 따라 이어진 잠두길 전체가 아스라이 잡힌다. 산과 강, 길이 어우러진 정감 가득한 풍경이다. 반대쪽으로는 고속도로 잠두교, 국도 잠두1교가 나란히 보인다. 수십 년 세월이 겹쳐진 풍광이다. 잠시 다리에 주저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강물은 세월의 무상함이며 옛 주민들의 애환을 훤히 알고 있을 듯하다. 다리를 건너면 잠두마을. 잠두(蠶頭)는 산 위에서 바라본 지세가 누에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얻은 이름으로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청정지역이다. 잠두마을의 상징인 거대한 느티나무 아래서 잠두길을 마무리한다.
 
 
  뒷섬마을 아이들 학교 가던 ‘학교길’
 
향로봉에 서면 금강이 둥글게 휘돌아가는 모습이 펼쳐진다.

  학교길은 말 그대로 뒷섬마을 까까머리 아이들의 ‘학교 가는 길’이다. 금강 물줄기가 크게 굽이쳐 만든 내도리의 앞섬·뒷섬마을은 물방울 모양새다. 이 때문에 강줄기와 산으로 막힌 마을은 ‘섬 아닌 섬’이 되어 배를 타지 않으면 무주읍으로 갈 길이 막막했다. 앞섬마을은 배를 한 번 타면 됐지만, 뒷섬마을은 배를 두 번이나 타야 했다. 마을 이름은 무주읍에서 먼저 닿는다 해서 앞섬, 뒤에 닿는다 해서 뒷섬이라 붙여졌다.
 
  금강을 건너는 다리가 놓이기 전의 앞섬마을은 배를 타지 않고서는 건널 수 없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그러니 앞섬마을에서 또 한 번 강을 건너야 하는 뒷섬마을은 더 말해서 무엇할까. 사정이 이러니 뒷섬마을 주민들은 무주읍에 가려면 나룻배로 물길을 두 번이나 건너서 에둘러 돌아가야 했다. 그나마 비라도 내릴라치면 강물이 불어 길은 수시로 끊겼다. 차라리 석벽으로 우뚝 솟아 있는 깎아지른 벼랑길을 따라 향로봉(420m)의 낮은 목을 타고 넘어가는 편이 더 나았다. 이것이 뒷섬마을에서 무주 읍내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학교길’이 만들어진 연유다.
 
  학교길은 무주읍으로 닿는 외길이었으니 꼭 학교에 가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겠지만, 그 길을 오전, 오후 무시로 넘어다니던 것은 등하굣길 아이들이었다. 뒷섬마을에 놓인 후도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학교길 예정지’라는 팻말이 보인다. 그 뒤로 금강 벼랑을 따른 고요한 강변길이 이어진다. 다듬어지지 않은 길이라 덩굴들이 자주 발목을 잡지만, 손 닿은 곳이 아니라 더욱 소중하다. 30~40년 전 책가방을 메고 이 길을 걷던 까까머리 아이들은 어땠을까. 하릴없이 납작한 돌로 물수제비도 떠보고, 강물에 들어가 피라미를 잡느라 학교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리지는 않았을까.
 
  억센 풀을 헤치며 걷다 보면 커다란 바위가 앞을 막는다. 질마바위다. 길은 구렁이 담 넘듯 바위 위를 타고 넘는다. 이 길은 원래 있던 길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무렵 주민들이 손수 만들어낸 것이다. 자식을 학교에 보내고자 했던 부모들이 강변에 솟아 있던 질마바위를 일일이 정으로 쪼아내서 그 사이로 길을 만들어 이었다. 그러곤 가파른 길을 눕히고, 무너지는 길에는 시멘트를 발랐다. 질마바위를 지나자마자 시멘트에 새겨넣은 ‘1971년 5월 20일’이란 날짜가 뚜렷하다.
 
  강변을 따라가던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희미한 하나의 길은 강으로 이어지고, 다른 하나는 경사진 숲길로 이어진다. 여기서 길이 선명한 숲길을 따라야 한다. 점점 가팔라지던 숲길의 끝 지점에 올라서면 커다란 밭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면 북고사로 이어진 도로가 나오고, 곧 북고사에 닿는다. 북고사는 조선 개국 직후 무학대사가 무주의 지세를 보완하고자 세웠다고 전해지는 절집이다. 절집에서 나와 능선을 이어가면 무주읍에 닿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향로봉을 오르는 것이 학교길의 묘미이다.
 
  북고사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두 가지다. 대웅전 옆의 등산로가 있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이어진 산길이 있다. 길은 전자보다 후자가 완만하고 좋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700m. 등산로 안내판이 세워진 곳에서 산길을 오른다. 주변은 온통 소나무들로 그득하다. 향로봉 일대는 주민들을 위한 등산로로 정비돼 있어 길이 좋고, 안내판도 잘 돼 있다. 가파른 길은 점점 완만해지다가 정상의 정자가 슬쩍 보인다.
 
  향로봉 정자에 서면 금강의 물길이 창암절벽을 감아 도는 모습이 발아래로 내려다보인다. 안동 하회마을이나 예천의 회룡포 못지않은 절경이다. 이런 절경이 이곳에 숨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아침 안개가 피어날 무렵이면 정취는 더 하다. 멀리 후도교와 그 다리 끝에서 걸어온 강변의 학교길이 눈에 들어온다. 정자에서 고개를 뒤로 돌리면 험상궂은 적상산이 우뚝하고, 그 아래로 무주 읍내의 전경이 펼쳐진다. 적상산 뒤로 거대한 산줄기가 둘러쳐져 있는데, 그것은 덕유산이다. 이 작은 봉우리에서 산국(山國) 무주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감상한다. 하산은 제2전망대 방향으로 능선을 따르다가 ‘약수터’ 이정표를 따라 내려가면 무주고등학교에 닿는다.
 
● 금강마실길 가이드
 
  금강마실길은 무주 부남면에서 시작해 벼룻길, 잠두길 등을 거쳐 서면마을까지 총 19km 이어진다. 학교길은 후도교에서 무주고등학교까지 3.5km다. 금강마실길은 중간에 도로와 만나기 때문에 완주하는 것보다 잠두길만 걷고, 학교길을 이어가는 것이 좋다. 잠두길(잠두2교~잠두마을)은 3.2km, 1시간30분, 학교길(후도교~향로봉~무주고) 3.5km, 2시간쯤 걸린다. 잠두길은 전 구간 걷기 편하지만, 학교길은 초반 강변을 따르는 길이 정비가 되지 않아 좀 험하다. 중간 갈림길에서 강으로 가지 않고, 경사진 숲길을 따라 북고사로 올라서야 한다.
 
 
  ● 교통
 
  통영대전고속도로 무주 나들목으로 나와 37번 국도를 타고 금산 방향을 향하면 잠두2교가 나온다. 잠두2교를 건너 우회전하면 잠두길이 시작된다. 학교길은 무주읍으로 들어와 내도리로 향한다. 후도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학교길이 시작된다. 서울에서 무주 가는 버스는 남부터미널에서 07:20~14:35까지 4회 있다. 무주터미널에서 학교길 시작되는 후도리 가는 버스는 07:20, 08:40, 10:00, 11:00, 13:10, 15:00, 17:20, 18:35에 있다.
 
 
  ● 숙식
 
  적상산 등산로 입구에 자리한 황토펜션(010-7471-3651)은 여행작가 최상석씨가 운영하는 민박집. 최 작가가 직접 투숙객을 상대로 금강변마실길을 안내해 주기도 한다. 무주에서 첫손 꼽히는 먹거리라면 단연 금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끓여낸 어죽과 매운탕이다. 무주읍에서 내도리로 들어서는 앞섬다리 앞에 몇 개의 어죽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그중 큰손식당(063-322-3605)이 가장 붐빈다. 이곳 어죽에 들어가는 고기는 빠가사리(동자개)와 메기로 비교적 고급 어종만을 쓴다. 어죽을 시키면 빙어튀김을 서비스로 내온다. 맛이 고소하고 어죽과 잘 어울린다. 메기매운탕과 쏘가리매운탕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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