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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년 4월호

07 강원도 바우길 ‘선자령 풍차길’

동해가 보이는 눈, 바람, 풍차의 언덕

글 : 진우석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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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는 거리 : 11km
⊙ 걷는 시간 : 4~5시간
⊙ 코스 : 옛 대관령휴게소~계곡길~선자령~능선길~
    국사성황사
⊙ 난이도 : 조금 힘들어요
⊙ 좋은 계절 : 봄·겨울











선자령의 상징인 부드러운 초원지대와 풍차. 가운데 두루뭉술한 봉우리가 선자령 정상이다.
  강릉이 고향인 소설가 이순원씨와 산악인 이기호씨, 그리고 뜻있는 강릉 시민이 뭉쳐 바우길 17개 코스를 개척했다. 그 길은 백두대간 대관령을 넘어 경포와 정동진 바닷가로 이어진다. 금강소나무 향기 가득한 길은 강원도 감자처럼 투박하지만 자연의 깊은맛이 살아 있다. 작가의 상상력과 산악인의 꼼꼼한 답사가 만들어낸 바우길을 따라 강원도의 속살을 만나보자.
 
 
  우리나라 대표 다설 지역 대관령
 
  ‘대관령 영하 14도’, ‘대관령 눈 15cm’… 일기예보에 대관령이 단골로 등장하면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대관령(832m)은 개마고원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위평탄면이다. 말 그대로 고도는 높은데 두루뭉술한 평지가 펼쳐진다. 수천만 년 전 지표면이 침식작용을 받아 평탄해졌다가 한 세월이 지난 뒤 지각변동에 의해 낮은 땅이 솟아올랐다.
 
  백두대간 능선이 흐르는 대관령을 기준으로 서쪽 일대는 고위평탄면이고, 동쪽은 급경사를 이루다 동해를 만난다. 이러한 지형적 특징으로 대관령에는 남한에서 가장 먼저 서리가 내리고 툭하면 폭설이 쏟아진다. 여기에다 심심하면 몰아치는 강한 바람은 대관령 일대의 능선을 초원지대로 만들었다. 이러한 대관령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봉우리가 선자령이다. 선자령은 몇 년 전부터 겨울철 눈꽃산행 코스로 인기가 높다.
 
  선자령 산길은 대관령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뿐이었으나 얼마 전에 산림청에서 계곡길을 냈다. 소설가 이순원씨는 두 길을 묶어서 바우길 제1코스 ‘선자령 풍차길’로 명명했다. 강릉으로 들어오기 전에 백두대간 산정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동해와 강릉을 구경하라는 뜻이다.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해 선자령 계곡길과 능선길을 밟아 원점 회귀하는 코스는 약 10.8km, 4시간쯤 걸린다. 겨울철 선자령 산행은 눈과 바람에 대비해 반드시 아이젠과 방풍복을 준비해야 한다.
 
  선자령의 들머리는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강릉 쪽으로 400m쯤 올라간 지점이다. 국사성황사를 알리는 거대한 비석 100m쯤 전에 ‘선자령 순환등산로 5.8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이곳 공터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길섶의 물푸레나무 껍질에선 2월인데 벌써 생기가 돈다. 야트막한 언덕에 오르자 철조망이 보이는데, 그 안은 양떼목장이다. 입장료 안 내고 양떼목장을 구경할 수 있는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목장길이 끝나면 조림한 잣나무 군락지가 나오면서 삼거리를 만난다. 오른쪽은 국사성황사 방향이고 왼쪽이 선자령이다. 여기서 국사성황사를 거쳐 백두대간 능선에 올랐다가 강릉 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바우길 제2코스 ‘대관령 옛길’이다. 삼거리에서 선자령 방향으로 들어서면 길은 어머니 젖가슴처럼 포근한 산의 품으로 파고든다. 거대한 전나무 뒤의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면 이제부터는 자작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눈부신 흰 나무껍질을 가진 자작나무는 눈과 어울려야 제맛이다.
 
폭설이 내린 선자령 능선에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선자령 산행은 강한 바람에 대비해야 한다.

 
  강릉 시내 손에 잡힐 듯한 새봉전망대
 
  다시 발길을 재촉하자 능선 위의 풍차(풍력발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넓은 임도(林道)가 끝나는 지점이 선자령의 턱밑이다. 여기서 300m쯤 산길을 오르면 펑퍼짐한 선자령 정상이다. 북쪽으로 곤신봉, 매봉을 지나 소황병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에는 하얀 풍차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그 능선 오른쪽으로는 시퍼런 동해가 찰랑거린다. 흰 능선과 풍차, 그리고 푸른 바다의 빛깔이 잘 어울린다.
 
  풍차가 대관령 일대에 선 이유는 연평균 초속 6.7m의 바람이 꾸준히 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관령 풍력발전단지의 발전용량은 소양강 다목적댐의 절반에 해당하는 98MW급인데, 이는 약 5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라고 한다. 게다가 약 15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니,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데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산은 남쪽 능선을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오면 된다. 만약 능선에서 바람이 심하게 불고 시야가 좋지 못할 때에는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는 것이 현명하다. 능선 초원지대를 40분쯤 내려오면 길이 양쪽으로 갈린다. 길은 나중에 합류하지만 새봉전망대를 거치려면 왼쪽 길을 택해야 한다.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면 나무 덱으로 전망대를 세운 새봉이다. 전망대에 서면 동해와 강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남대천과 경포호를 보고 있노라면 “아~ 강릉에 가고 싶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새봉을 내려오면 대관령 옛길의 고갯마루를 만난다. 강릉 토박이 노인들은 대관령을 아직도 ‘대굴령’이라 부른다. 이는 ‘너무 험해 데굴데굴 굴러 내리는 고개’라는 뜻이다. 여기서 바다 쪽으로 내려서면 대관령 옛길을 따라 강릉으로 가게 된다. 고갯마루에서 반대편으로 내려오면 유서 깊은 국사성황사를 만난다. 이곳 주변은 온통 고풍스러운 나무들로 뒤덮여 분위기가 엄숙하다. 국사성황사에는 대관령서낭당(성황사)과 대관령산신당(산신각)이 있다.
 
  2005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강릉단오제에서 모시는 주신(主神)은 대관령 국사서낭신과 대관령 국사여서낭신이다. 그리고 대관령 산신(山神)도 중요한 신격으로 모신다. 국사서낭신은 신라 말 굴산사(堀山寺)와 신복사(神福寺)를 창건한 범일국사(梵日國師·810~889)요, 국사여서낭신은 강릉의 정(鄭)씨 집안 처녀다. 그리고 산신은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 장군이다. 서낭당에 절을 올리고 내려와 다시 옛 대관령휴게소로 내려오면서 걷기를 마무리한다.
 
● 바우길 1코스 선자령 풍차길 가이드
 
  선자령 풍차길은 선자령 산길과 일치한다. 거리는 11km, 4~5시간쯤 걸린다.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를 들머리로 계곡이 좋은 숲길을 타고 선자령에 오른다. 강릉시와 평창군 경계의 선자령은 해발 1157m 높이에서 사방의 높고 낮은 산들의 물결,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동해를 감상할 수 있는 백두대간의 전망대다. 선자령에서 하산은 능선길을 타고 새봉전망대를 지나 다시 대관령휴게소로 내려오게 된다. 선자령은 눈이 많고 바람이 강한 곳이다.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방풍복, 모자, 버프 등을 꼭 챙겨야 한다.
 
 
  ● 교통
 
  자가용은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횡계 나들목으로 나온다. 이어 횡계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왼쪽 496번 지방도를 타고 7분쯤 가면 옛 대관령휴게소와 국사성황사 입구가 차례로 나온다. 대중교통은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횡계까지 온 다음 택시를 이용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횡계행 버스는 06:32~20:05까지 40분 간격으로 있다. 횡계 개인택시 033-335-6263. 택시요금 1만원 선.
 
 
  ● 숙식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을 따라 시설 좋은 모텔들이 몰려 있다. 이곳에서 묵으면 다음 날 아침에 일출 보기가 편하다. 숙박요금 3만~4만원. 경포와 가까운 초당순두부마을에서 아침 먹기에도 좋다. 400년집 초당순두부(033-644-3516)가 유명하다. 활어회는 경포나 강문보다 안목항이 친절하고 값도 싸다. 안목의 주안횟집(033-651-4555)은 강릉 시민들도 즐겨 찾는다. 옥천동의 왕숯불구이(033-646-0901)는 생고기두루치기가 일품이다. 1인분 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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