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慶淑
⊙ 68세.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美 사우스캐롤라이나大 정치학 박사.
⊙ 숙명여대 교수, 11대 국회의원, 숙명여대 13~16대 총장,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역임.
⊙ 68세.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美 사우스캐롤라이나大 정치학 박사.
⊙ 숙명여대 교수, 11대 국회의원, 숙명여대 13~16대 총장,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역임.
경기여고 시절 숙대의 특별장학생 제안을 받고 4년 장학금은 물론 유학 후 교수 자리까지 보장받은 상태에서 숙대에 입학한 터였다. 대학시절 내내 학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 왔지만 미국 유학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20대 초반에 불과한 대학생 시절 늘 ‘향후 총장감’으로 불려 왔는데 막상 미국에 와 보니 다른 동료들에 비해 영어도 서툴었고, 수업 내용을 따라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처음 떠나 본 집이 그리워 눈물짓기도 했다. 힘들기도 했고 내 자신이 이 정도에 불과했던가라는 자괴감도 심했다. 평범한 미국 학생들보다도 영어가 부족하니 수업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런 환경에 짓눌리다 보니 공부가 뜻대로 되지 않았고, 성격도 소극적으로 변하며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 학생들과 쉽게 어울리지도 못했고,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특히 모교에서 엄청난 기대를 받아 왔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가 심했다. 이대로 가다간 학교의 명성을 높이기는커녕 박사학위를 받아 교수가 되는 꿈조차 이룰 수 없겠다는 위기감마저 들었다.
유학을 가면 24시간 내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전공서적에 파묻혀 지낼 수밖에 없고, 밥 먹고 전공책 읽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할 시간이란 전혀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무조건 공부만 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먼저 추슬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읽은 책이《적극적 사고방식》이다.
유학시절 긍정을 심어줘
저자인 노먼 빈센트 필 박사는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성직자이며 ‘긍정적인 사고’의 창시자다. 읽기에 어려운 책이 아니어서 단숨에 읽어 나갔고, 책이 주는 메시지는 단순했다. 행복은 ‘선택’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마음먹기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길 수 있다고 믿는 자는 이기는 만큼 패배를 믿지 말고, 사고방식을 새롭게 하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또 흥분하거나 조바심 내지 말고, 신앙의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 내며,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힘들었던 시절 이 책을 읽고 인생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같은 상황을 놓고도 생각만 바꾸면,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행복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맞닥뜨린 문제나 시련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도전이라고 생각하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문제는 곧 도전이라니, 단어 선택만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바꿔 봐도 얼마나 달라지는지 알 만하지 않을까.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왜 유학을 왔는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됐다. 단순히 성적을 잘 받아서 졸업하고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모교 숙대를 세계적인 학교로 키우고 우리 사회에 기여할 훌륭한 제자들을 양성해 낸다는 목적과 비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나의 현재는 많은 것이 부족한 한 명의 유학생에 불과하지만 한국에 돌아가 좋은 교수가 돼서 나보다 훌륭한 제자들을 키워 내고 학교도 발전시키는 것이 내 미래라고 생각하니 다시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현재의 어려움은 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인 만큼 외로움이나 어려움을 고민할 시간이 있으면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해 주는 듯했다.
나는 대학시절 두 명의 멘토가 있었다. 숙대의 전 총장이신 김순식(金洵植)·윤태림(尹泰林) 박사 두 분이다. 내가 재학 당시 총장이었던 그분들은 어린 대학생이었던 나에게 꿈을 계속해서 심어 주었다. 숙대를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라고 조언해 주었다. 당시에는 워낙 어려서 막연한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유학생활과 교수생활을 거치면서 내가 원하면 해낼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믿게 됐다.
현재 내가 맡고 있는 한국장학재단의 멘토링 제도도 나의 멘토들을 모델로 한 것이다. 나는 멘토들 덕분에 큰 꿈을 갖게 됐고, 젊을 때 큰 포부와 원대한 꿈을 갖는 사람만이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리더십의 기본은 긍정적 자세
나는 대학시절부터 리더십에 관심이 많았다. 리더십은 자기관리와 대인관계가 기본이다. 그런데 자기관리를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평소 태도가 긍정적이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됐다. 이 같은 긍정적 태도는 내가 주창해 온 ‘섬김의 리더십’의 근본이기도 하다.
물론 나에게도 어려운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숙대 총장을 맡을 당시(1994년) 학교 사정은 매우 좋지 않았다. 문 닫기 직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총장으로서 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고생’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한 일은 고생이 아니라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었다. 총장으로 재직하며 학교 규모를 기존의 몇 배로 키워 놓았고, 많은 졸업생을 사회 요직에 진출시켰으며, 총장을 그만둘 때 현금 1000억원 이상과 땅 1만평 이상을 남기고 나왔다. 아마 총장을 한두 번 더 했으면 캠퍼스 하나가 더 생겼을지도 모른다. 이 결과는 단순한 노력으로 생긴 것이 아니다. 젊은 시절부터 아담한 학교를 바라보며 용산 일대에 ‘숙대 타운’을 만들 것을 꿈꿔 왔다. 유학을 떠난 후 위축되지 않고 더 큰 세상에서 더 큰 꿈을 꾸고 키워 왔고, 이런 긍정적 사고는 평생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됐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세간의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이때도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시련과 고난은 나의 인격을 성숙시킨다. 뜻하지 않은 비난 역시 내 마음을 열고 다시 새겨 볼 수 있게 하는 훈련과정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면 된다. 비난을 계기로 침묵하고, 과거를 되뇌어 보고, 인격을 다듬어 볼 수 있는 만큼 시련이 나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어떤 시련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은 것은 20대에 갖게 된 ‘적극적 사고방식’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