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雨植
⊙ 71세. 연세대 화학공학과, 同 대학원 화학공학과 석·박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대학원 이수
(산업공학), 고려대 명예경영학 박사.
⊙ 연세대 공과대학장, 연세대학교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대통령비서실장,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장관, KAIST 초빙 특훈교수, GS칼텍스 고문,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이사장 역임.
⊙ 現 한국공학한림원 명예회원, 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 과학문화융합포럼 이사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
⊙ 71세. 연세대 화학공학과, 同 대학원 화학공학과 석·박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대학원 이수
(산업공학), 고려대 명예경영학 박사.
⊙ 연세대 공과대학장, 연세대학교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대통령비서실장,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장관, KAIST 초빙 특훈교수, GS칼텍스 고문,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이사장 역임.
⊙ 現 한국공학한림원 명예회원, 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 과학문화융합포럼 이사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
인간의 이익을 위해 발명된 화학 물질들, 예컨대 각종 살충제, 제초제, 살균제 등이 결과적으로는 인간에게 크나큰 재앙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통계적 실태와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밝혀내 세상에 경종(警鐘)을 울리고, 혁명적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 책이다.
환경보호주의자요, 생태주의자인 레이첼 카슨을 시사주간지 《타임》은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의 한 사람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출생으로 작가를 꿈꾸던 그는 펜실베이니아여대에서 문학을 공부하다, 생물학으로 전공을 바꿔 1929년 졸업한다. 존스홉킨스대학에서 해양동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메릴랜드대학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1937년부터 10여 년 동안 미국 어류·야생동물국에서 생물학자로 일하던 그는 글 쓰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여 1951년 《우리 주변의 바다》를 펴냈다. 그는 내셔널 북 어워드(논픽션 부문)와 존 버러우즈 메달을 비롯해 여러 차례 메달을 수상했고, 영국 왕립 문학회 초빙교수와 미국 학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침묵의 봄》은 저자의 뛰어난 통찰력과 용기 그리고 고발정신을 통해 인간이 저지르는 환경적 재앙을 경고한다. 새가 울지 않고, 나무가 말라죽으며, 토양이 지력(地力)을 잃고 황폐해지며, 물고기가 살지 않는 유령 같은 강물만 흐르고, 숲 속의 동물들은 병들어 죽고, 공중의 각종 새들은 자취를 감추며, 많은 가축과 사람마저 생기를 잃고 시들시들해 가는 참담한 ‘침묵의 봄’이 절대 오지 않도록 그 방법을 제시하고 호소하는 내용이다.
책 출간 계기로 ‘지구의 날’ 제정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 저자가 지적하는 재앙의 구체적 요소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수많은 환경적, 생태적 변화의 양상은 저자가 50년 전 우려하고 경고하는 내용과 별반 다름없다는 사실이다.
계속되고 있는 삼림(森林)의 파괴, 각박해지는 토양과 사막화(沙漠化) 현상, 하천의 오염과 물 부족 현상, 화석연료 등에 의한 심각한 공기오염, 구제역(口蹄疫), 조류독감(AI) 등과 같은 전염병, 불안한 이상기후와 빙산(氷山)의 붕괴, 끊임없이 인간을 공격하는 각종 암(癌)과 질병, 항상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방사능 물질, 다량으로 쓰이고 있는 여러 가지 종류의 화학물질 등….
또 어떤 형태의 환경적 재앙의 실체들이 우리 앞에 나타날지 모르는 현실이다. 저자는 “불길한 망령(亡靈)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슬그머니 찾아오며, 상상만 하던 비극은 너무나도 쉽게 적나라한 현실이 된다”고 했다. 그는 언젠가 닥칠지도 모르는 ‘침묵의 봄’을 대비해 나가야 한다는 중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침묵의 봄》이 출판되기 전, 언론계와 화학약품 제조회사들은 레이첼 카슨이 책을 출판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한다. 이 책의 출간은 정부의 정책을 바꾸게 했고, 새로운 각도의 환경운동이나 생태 보존운동을 가속화시켰다. 1963년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환경관계의 자문위원회를 설치했고, 1969년 미국 의회는 국가환경정책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국립암연구소는 DDT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고, 어떤 주(州)는 DDT 살포를 금지하기도 했다. 특히 책 출간을 계기로 4월 22일 ‘지구의 날’이 제정됐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는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에 대해 무감각하게 살아왔다. 어떤 이기적 목적에 따라 의도적으로 저지르는 자연훼손과 오염은 오늘의 우리뿐만 아니라 후세들에게도 치명적이다. 이것을 생각할 때마다 참으로 두렵고 안타깝기만 하다.
레이첼 카슨은 “인생을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 몸속에는 화학물질들이 계속 축적되고 있다”면서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그 어떤 것도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최근 구제역 때문에 수백만 마리의 소, 돼지가 살처분돼 땅에 묻히고, 또 AI 등에 의해 엄청난 양의 닭, 오리 등이 살처분되는 끔찍한 일들을 겪었다.
이제 매몰된 땅 밑으로부터의 썩은 침출수(浸出水)가 바로 우리의 당면 문제로 부각됐다. 어느 날 이로 인해 대규모로, 동시다발적으로 우리의 먹는 물이 오염된다면 우리가 어떻게 신속히 대처해 나갈 수 있을까? 이 또한 결국은 인간에 의해 저질러진 환경적 재앙이다. 며칠 전 《조선일보》는 이미 우리 앞에 환경·생태적 비극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을 경고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을 맞았지만, 지구온난화의 기후 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한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네이처》는 최신호에서 양서류·조류·포유류 등 지구상 모든 생물 중 75% 이상이 300년 내에 멸종(滅種)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욱이 이와 같은 환경적·생태적 재앙이 인간에 의해 유발된다는 충격적 지적이다. 오늘날 세계는 환경위기와 자원위기의 깊은 고민에 처해 있다. 이제 범(汎)세계적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그린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늦게나마 이와 같이 환경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고조되도록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는 데는 레이첼 카슨 여사의 공로라고 확신한다.
레이첼 카슨은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의 선택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 곳에 서 있다. 하지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詩)에 등장하는 ‘두 갈래 길’과는 달리, 어떤 길을 선택하건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우리가 오랫동안 여행해 온 길은 놀라운 진보(進步)를 가능케 한 너무나 편안하고 평탄한 고속도로(高速道路)였다. 하지만 그 끝은 재앙이다.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은 ‘지구(地球)의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다. 그 선택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환경에 대한 중요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와 너만의 일도 아니다. 앞으로 우리 모두가, 온 인류가 상식적 양식을 가지고 생명에 대한 경외심(敬畏心)을 갖고 넓고 긴 안목으로 끊임없이 기획하고 연구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창조주(創造主)가 온 인류에게 아니, 모든 지구상의 생물에게 삶의 터전으로 주신 이 자연환경을 더럽히지 않고, 파괴하지 않고 대(代)를 이어 깨끗하게 잘 관리해 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며 사명일 것이다. 매년 거듭되는 봄이 우리에게 ‘환희의 봄’, ‘약동의 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을 발간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