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文洙
⊙ 60세.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 국회의원(15~17대), 한나라당 제1사무부총장, 기획위원장, 공천심사위원장 역임.
⊙ 60세.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 국회의원(15~17대), 한나라당 제1사무부총장, 기획위원장, 공천심사위원장 역임.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수단에서 전쟁과 가난,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이태석 신부는 참사랑, 참사제(司祭)의 길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위대한 삶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他人)을 위해 헌신하는 삶, 낮은 곳으로 향하는 삶이다. 참사랑은 가정의 울타리, 국경, 이념을 뛰어넘는 것이다. 희생과 헌신, 영성(靈性)이 있는 삶이 우리 영혼의 깊은 곳을 울리고, 수천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큰 울림으로 남는다.
<울지마, 톤즈>처럼 내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는 책이 있다. 앤터니 스턴이 엮고, 이해인 수녀가 1999년 번역한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라는 책이 그것이다.
이 책은 기도에 대한 테레사 수녀의 주옥 같은 말씀을 담은 묵상집이다. 기도의 중요성에 대한 말씀부터 시작해 주제별로 기도에 대해 언급한 테레사 수녀의 말씀을 잘 정리했다. 이 책의 제목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도 테레사 수녀의 말씀에서 따온 것이다.
‘가난한 이들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마더 테레사 수녀는 1910년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나 18살에 수녀가 됐다. 그는 인도 캘커타에서 ‘사랑의 선교 수녀회’를 설립한 후, 평생을 빈민 고아 한센병자, 그리고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했다. 로마 교황청은 테레사 수녀가 세상을 떠난 지 6년 만인 2003년 복녀(福女)로 시복(諡福)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온 테레사 수녀에 관한 책은 50권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이 특히 인상 깊게 남은 것은 테레사 수녀의 끝없이 높고 깊은 영성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곁에 아무도 없는 것이 가장 큰 고통”
테레사 수녀는 이 책에서 “기도 없이는 사랑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종교가 무엇이든지 우리는 다 함께 기도해야 합니다”라며 영혼의 기도와 자비의 실천을 강조했다.
테레사 수녀의 말처럼 우리는 간절한 기도 없이는 그 어떤 것에도 도달할 수 없다. 기도를 통해서만 사랑할 수 있게 되고, 타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 진실한 기도는 또한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행동의 가치는 우리가 하는 기도의 가치와 일치한다”고 한 테레사 수녀의 말씀은 특히 가슴에 와 닿는다.
테레사 수녀가 행한 참사랑과 헌신의 근원도 기도와 영성이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고 영혼으로 하는 기도, 자비의 실천이 테레사 수녀님의 삶이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감성(感性)을 강조한다. 하지만 나는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영성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인성(人性)은 영성에서 나온다. 영성은 바닥을 알 수 없을 만큼 그 깊이가 깊고, 끝도 없이 높으며, 울림은 너무나 크다. 맑은 영혼, 깊은 영성이 있을 때 인성은 밝은 빛을 낸다.
캄캄한 어둠 속에 갇혀 있는 사람에게 가장 큰 위안은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 누군가 나를 생각해 주고,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만큼 큰 희망을 주는 것은 없다.
임진강 바로 너머 2500만 북한 주민은 굶주림과 3대 세습 압제로 고통 받고 있다. 갓난 아기들조차 먹을 것이 없어 죽어 가고, 수십만 명이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다.
휴전선에서 100리도 안 떨어진 지척에서 북한 동포들이 이렇게 신음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그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꼭 통일을 해야 하느냐”고 되묻고, 세금부담이 두려워 통일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테레사 수녀의 말씀은 이런 우리를 너무나 부끄럽게 만든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고통이 있습니다. 굶주림, 집 없는 고통, 온갖 질병에서 오는 물리적인 고통…. 그러나 외로운 것, 사랑받지 못하는 것, 바로 곁에 아무도 없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고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더 이상 노래로 부르는 통일, 마음으로만 하는 통일이 아니라, 마음을 다해 기도하는 통일, 운동으로 하는 통일을 해야 한다.
중동(中東)에서 시작된 민주화의 바람이 지구상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독재국가들로 번지고 있다. 차갑게 얼어붙은 북녘 땅에도 자유의 바람은 필연적으로 불어 올 것이다. 굶주리고 억압받는 북한 동포들에게 우리의 성공경험을 전수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전파(傳播)해야 할 역사적 소명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여러분과 나는 고귀한 일을 하기 위해 창조되었다”
대한민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눈부신 경제발전을 해서 8대 경제교역국이 되었다. 수출해서 돈 버는 것은 우리가 세계 1등이고 물건도 잘 만든다. 한국 사람들이 재주 좋고, 명석하고, 팀워크가 좋다는 것은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물질적으로는 이렇게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정신은 어떤가.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다. 현실에 대한 불만족, 사회갈등도 1위다. 학교에 가 보면 불안하고, 목표가 없고, 공격적이고,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나라가 어떻게 선진국이 될 수 있는가.
이제 우리도 정신에 주목해야 한다. 눈앞에만 보이는 물질,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우리가 보지 못하는 어두운 곳, 병든 곳도 살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테레사 수녀가 행한 것처럼 영혼의 기도와 자비의 실천이 확산되어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고 따뜻한 사랑이 넘쳐 나야 한다. 테레사 수녀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과 나는 고귀한 일을 하기 위해 창조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아무런 목적도 없이 우리가 창조되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 위대한 목적이란 곧 사랑하는 것, 사랑받는 것이 아닐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