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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1. 2011년 4월호

高淳東 -《제국의 미래》 에이미 추아 著

제국의 흥망성쇠를 보며 미래를 그려낸다

글 : 高淳東 삼성SDS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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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淳東
⊙ 52세.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워싱턴대 경영대학원(MBA) 수료.
⊙ IBM Asia Pasific General Manager. IBM HQ Business Development Executive.
  에이미 추아(Amy Chua) 예일대 교수의 《제국의 미래》(Day of Empire)를 다시 펼쳐 보았다. ICT 기업을 책임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정보통신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사업의 글로벌화를 도모하려는 시점에 다시 한 번 큰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자 에이미 추아 교수는 중국계 미국인 2세로 하버드 대학교에서 국제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예일 대학교의 법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녀는 인종 갈등, 국제관계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문제의식과 통찰력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쓴 《제국의 미래》는 과거 제국의 영광을 누린 동서양 국가들의 흥망사(興亡史)를 돌아보고, 지금 시대에서 제국이 될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을 살펴보면서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된다. 제1부는 근대 이전의 초강대국들에 대해 분석하면서 이들이 세계를 제패하고 제국이 된 비결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최초의 패권 국가인 아케메네스 왕조의 페르시아, 오랜 기간 팍스 로마나가 이어지던 로마, 중국의 황금기 당(唐), 유럽을 지배했던 칭기즈칸의 몽골 제국 등이 등장한다.
 
  제2부는 중세에 이어 계몽주의 등장 이후의 제국들을 다룬다. 신세계 탐험의 포문을 연 스페인, 단기간에 그 당시 지구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가 된 네덜란드, ‘세계에서 가장 넓은 제국’을 건설한 영국을 제국의 사례로 들고 있다. 제3부는 미국을 비롯해 21세기 새로운 강대국의 조건을 가진 국가, 즉 중국, 인도, 유럽연합(EU) 등이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절대적인 우위에 오를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쇠퇴 조짐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군사적 패권주의, 폐쇄주의, 인종주의 등을 경계하고, 미국이 열린 정책을 통해 세계의 인재를 흡수하는 초강대국으로 남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의 논지에 대해 “역사상 존재했던 세계 초강대국들은 절대적인 우위에 오르기까지 하나같이 대단히 다원적이고 관용적인 나라들이었으며 그들에게 관용은 패권을 장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요소였고 그 반대로 제국의 쇠퇴는 불관용과 외국인 혐오, 인종적·종교적·민족적 차별이 생기면서 시작되었다”라고 말한다(p. 7). 5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깊은 연구와 방대한 양의 참고문헌을 통해 강대국들이 제국이 될 수 있었던 공통적인 원동력으로 ‘관용’을 제시하고 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관용은 인권과 관련된 현대적 의미의 관용이 아니다. 정치적, 문화적으로 ‘인종, 종교, 민족, 언어 등 여러 면에서 이질적인 개인이나 집단이 그 사회에 참여하고 공존하면서 번영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유를 일컫는 것’이다(p. 10).
 
  한편 이 책에서 즐겨 사용되는 ‘관용’이라는 용어를 나는 ‘열린 정책’, ‘열린 마음’으로 이해했다. 잘못한 것에 대한 용서의 의미가 강해 보이는 ‘관용’이라는 표현보다는 개방과 수용, 공존의 의미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이 글에서는‘열린 정책’, ‘열린 마음’으로 표현해 보았다.
 
 
  제국의 성장과 몰락
 
  정복자들은 피정복자들에게 무참하리만큼 잔인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이민족에 대한 종교의 다양성 인정, 선진 문화나 제도에 대한 수용 등 진정한 열린 정책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복을 당한 민족들에게 다양성과 장점을 인정해 줌으로써 이민족의 인재들을 두루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령 영국은 식민지의 선진문화를 받아들였고 다양한 종교를 인정했다. 이로 인해 영국은 다국적 무역이 번창하고 더 많은 정복지가 생기면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성장했다.
 
  ‘열린 정책’은 국가가 성장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핵심가치 요소가 됐고 제국의 토대를 쌓는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소수자에 대한 포용과 더불어 이질적인 문화를 얼마나 잘 동화시키느냐가 열린 정책의 관건이었다. 그러나 열린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국가는 아무리 전성기를 구가한다 하더라도 종국에는 몰락에 이르고 만다. 오스만 제국을 비롯해 월등한 기술력을 가진 중국의 명(明), 인도의 무굴 제국 같은 국가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음에도 열린 정책을 베풀지 않아 멸망하고 말았다. 정복과 함께 철저한 차별 정책을 펼쳐 세계 패권을 잡지 못한 독일의 나치나 일본 등의 사례도 비교하여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열린 정책은 강대국으로 가는 조건인 동시에 반대로 그 국가가 아무리 전성기를 달리더라도 바로 그 열린 정책 때문에 망하기도 한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열린 마음의 동력을 상실하고 반목과 폭력을 유발하게 되면 패권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불확실하고 예측이 어려운 변화무쌍한 현대사회에서 역사 속의 제국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시대에도 열린 정책이 제국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열린 정책의 존재 유무로만 제국들의 성공과 몰락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지금도 ‘열린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고 있는 것이니까.
 
  단, 고대를 호령하던 제국의 정책과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제국의 흥망성쇠에 대한 열쇠는 그 제국의 인적 자원에 있다. 인적 자원을 잘 활용하고 다양성이 존중받고 그 다양성을 기반으로 융합적 역량을 키워나가는 국가가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열린 정책은 지금도 필요하다.
 
 
  기업, 제국으로부터 배우다
 
  제국의 흥망성쇠를 읽다 보면 개인은 물론 기업도 마찬가지의 길을 걷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기업 경영에 있어 ‘열린 마음’, ‘열린 정책’이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첫째, 폐쇄성을 버리고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임으로써 일류 인재들을 얻을 수 있다. 오늘날 초강대국으로 자리 잡은 미국의 모습에서는 이러한 인재 전략이 보인다. 미국은 과거 인종이나 계급의 차별이 다소 존재하기도 했지만 유럽의 이민자, 아프리카 노예,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세계 각지의 이민자들이 몰려들어 만든 ‘이민자의 나라’다. 물론 미국의 주도권은 다른 여러 요인과 함께 복합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인재들을 흡수하고 그들의 힘을 ‘열린 마음’으로 모은 것이 세계를 제패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이다.
 
  로마 제국 역시 인종과 배경을 따지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전사로 충원하고 문호를 열어놓는 정책을 실시했다. 그로 인해 오랜 기간 전 세계에 지배권을 뻗치기도 했다. 몽골은 재능 있는 피정복 민족의 우수 인력을 행정부의 고위직에 앉혀 몽골인들의 경험 부족을 대신하기도 했다.
 
  기업도 이와 마찬가지로 외부 우수 인력에 대한 개방과 투자를 선행해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개인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능력에 맞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포용을 통해 조직원의 재능과 충성심을 끌어모을 수 있다. 열린 마음으로 창조적 기업 에너지가 생기게 되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공존 공영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난다.
 
  둘째, 더욱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사업 구조에 맞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이종(異種) 분야와의 결합과 융합이 필요하다. 닫혀 있으면 세상을 보는 시야는 좁아지고, 열려 있으면 시야가 넓어지는 게 당연한 이치다.
 
  컨버전스(Convergence)는 여러 기술이나 기능이 하나로 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을 통해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만 융합의 진정한 시너지가 발휘된다. 정보통신기술(ICT) 역시 금융, 제조, 의료, 방송, 생명공학 등과 결합해 창조적인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선진문화와 우수 인재의 포용’, ‘융합의 철학’은 숱한 흥망의 부침 속에서 강대국으로 살아남은 제국들의 역사, ‘열린 마음의 역사’를 고찰하면서 배울 수 있었던 핵심적인 가치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로서 이 책을 읽고 현 시장 상황에서의 시사점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었다. ICT 업계야말로 패권을 다투는 군웅할거의 시대다. IBM, 액센츄어 등 업계를 리딩하는 기업은 분명히 있지만 이 책에서 언급한 제국의 면모를 갖춘 절대강자는 아직 없다. 미래에는 ICT 부문과 비(非)ICT 부문과의 새로운 컨버전스 사업이 확대될 것이며 이미 많은 기업이 이러한 미래 컨버전스 시장에 뛰어들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ICT 서비스 산업의 패권을 쥐는 강자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일어서야만 잡을 수 있다. 이종업계 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남보다 빨리 트렌드를 읽으면서 기술을 흡수하고, 스마트하게 사업을 제공한다면 경쟁 속에서도 승산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사업을 펼쳐나갈 때 중요한 것은 흥했던 제국들의 열린 마음과 열린 정책을 명심하는 것이다. 파트너들과의 협력에 앞서 문화적, 인종적, 민족적 차이를 인정하면서 그 장점과 특기를 존중해야 하며, 해외 현지의 임직원들을 국적과 민족에 상관없이 한 직원으로 품고 똘똘 뭉쳐 나아가는 모습 없이는 진정한 글로벌 회사(제국)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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