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이 개발한 친환경 주거 모델인‘그린투모로우’의 모습. 폐기물 재활용 기술 등을 적용해 기존 건축물에 비해 최대 40% 정도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지붕의 파란 부분은 태양열을 모으는 집광판이다.
조현춘 박사, “K-MEG는 한국형 에너지 기술개발 위한 것”
K-MEG는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단장 황창규)이 2010년 10월 말 발표한 ‘5대 미래선도산업기술’ 중 하나로, R&D전략기획단은 기존의 스마트그리드와 마이크로그리드, BEMS(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 에너지사용기술, 분산전원 등의 기술을 통합해 이 같은 미래기술을 만들어냈다.
K-MEG를 선보인 R&D전략기획단 박상덕 에너지담당투자담당자(前 한전 전력연구원장)는 “세계가 녹색시장 선점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에너지소비효율화 등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K-MEG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MEG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와 ‘마이크로그리드’,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제공자가 소비자에게 전력을 판매하는 기존의 일방적인 전력망에 정보기술을 접목해 제공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을 의미한다. 마이크로그리드는 하나의 기관(우리나라의 한국전력 등)이 일률적으로 전국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다수의 공급 겸 소비자가 전력을 생산하고 전달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을 의미하는 BEMS에는 빌딩제어시스템, 센서 네트워크, 빌딩정보 모델링 소프트웨어, 마이크로그리드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돼 있다.
K-MEG는 이 개념들을 통틀어 빌딩 내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함으로써 ‘자급자족형’ 제로에너지 빌딩(또는 마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R&D전략기획단 조현춘 박사는 “스마트그리드는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지만 이를 단독으로 상용화ㆍ제품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IT환경을 바탕으로 한국형 에너지 기술을 개발, 사업성을 강화해 세계시장을 선도하자는 의도에서 K-MEG가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소프트웨어 개발
K-MEG의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마이크로그리드 EMS(에너지관리시스템)와 BEMS를 통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합 운영하고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고, 기존 BEMS 시스템을 개선하는 기술과 자연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운영을 최적화하는 등 다양한 에너지 절약기술을 선보인다는 것. 둘째는 에너지 저장장치와 전기자동차 충전기 등 기기를 이용하기 위한 전기교류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셋째로 전력수요 절감을 위해 양방향 전력거래 시스템을 마련하고, 실시간 처리시스템도 만든다. 넷째로 열성능진단시스템과 지능형제어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다. K-MEG에는 통합 소프트웨어 구축은 물론, 센서와 전력저손실장치, 고효율히트펌프(냉난방장치) 등 하드웨어 생산까지 포함된다.
에너지 자급자족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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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서울 길음뉴타운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춘 아파트가 등장했다. |
즉 K-MEG는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그리드 기술과 신재생 에너지 기술, 최종사용 에너지 기술 등이 총망라된 차세대 에너지 기술이다. 이를 이용하면 에너지 생산과 사용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제로 에너지 빌딩’과 ‘에너지 자급자족 도시’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빌딩이나 마을이 어떻게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을까? 조 박사의 설명이다.
“예를 들면 빌딩 옥상과 창 등 외벽에 태양광에너지 장치를 구축해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는 것이죠. 지열 에너지를 이용할 수도 있고요. 마을의 경우 태양광과 지열 외에도 풍력, 폐기물에너지도 생산가능합니다. 이 같은 신재생 에너지로 생산량을 충당하고, 기존의 에너지 소비량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겁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IT기술이 동원되죠. 센서를 부착해 사람이 장시간 자리를 비울 때는 난방이나 전력을 제한하고, 외부 온도나 조도에 따라 난방과 조명을 조절하는 식입니다. 에너지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개개인의 절약이 이뤄지면 에너지 소비는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형 건물에서 사용할 에너지 전부를 태양열로 얻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계속되는 조 박사의 설명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태양광으로 충분한 에너지를 얻기에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내 신재생 에너지 관련 연구개발 관계자들은 같은 일사량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과 하드웨어를 지속적으로 개발 중입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양은 더 많아지고, 전력 공급시스템을 교류에서 직류로 바꾸는 등 송전상의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한편 개개인은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줄임으로써 ‘에너지 제로(생산=소비)’에 근접할 수 있게 됩니다.”
이산화탄소 저감이 목표
K-MEG가 우리나라의 미래선도기술이 될 수 있는 것은 전 세계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화석연료 감축과 이산화탄소 감축이 의무화되고, 이에 따라 그린에너지 시장이 무한대로 팽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탄소감축 의무국이 될 예정인데, 에너지효율 분야에서 OECD국가 중 하위권이기 때문에 개선효과가 막대하고, 이에 따라 국내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상덕 에너지담당투자담당자의 설명이다. “저탄소경제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각 국가는 에너지이용 효율 향상을 위한 산업구조로 변화할 것이고, 따라서 국내 시장도 성장하겠지만 해외 시장의 성장가능성은 상상외로 큽니다. 선진국은 대부분 의무적으로 탄소감축을 실시해야 하는 국가들이죠. 이에 전 세계의 많은 국가가 그린빌딩을 의무화하고 그린시티를 앞다퉈 건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수년 내에 관련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에너지 저소비ㆍ저탄소 경제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혁신적이고 융합적인 획기적 기술이 필요하다”며 “청정에너지 기술과 에너지-IT 융합기술, 에너지의 저가격 고효율화를 위한 혁신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하나로 통합해 낸 것이 K-MEG”라고 말했다.
생산보다 현명한 소비가 먼저
K-MEG의 특징은 신재생 에너지 생산뿐만 아니라 에너지의 ‘현명한 소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산화탄소 감축과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신재생 에너지 등 에너지 ‘생산’보다 효율화된 ‘소비’가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대표 발간물인 <에너지기술전망>(ETP, Energy Technology Perspectives) 2010년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전체를 100으로 볼 때 소비연료와 전기 효율적 사용이 38%로 가장 수치가 높았고, 탄소 포집 및 저장(19%),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17%), 최종소비연료전환(15%), 원자력에너지 사용(6%) 등이 뒤를 이었다.
박상덕 박사는 “최근 국내의 저탄소녹색성장 이슈는 대부분 신재생 에너지 연구 등 에너지 ‘생산’ 부문에 중점을 두고 있었는데, 실제로 생산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라며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연구개발 능력을 집중해야 하고, 이와 더불어 에너지절약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5월부터 본격적인 개발 착수
현재 R&D전략기획단이 추진 중인 K-MEG 사업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곳은 5개 컨소시엄이다. 5개 컨소시엄은 각각 삼성물산ㆍGS건설ㆍ포스코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업체가 주도하고 있으며 에너지 관련기업ㆍ부품업체ㆍ대학ㆍ연구소 등 각각 20~30여 개의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2011년 5월 최종 사업자가 지정되면 선정된 컨소시엄은 3년간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린빌딩과 그린빌리지를 구축하게 된다.
지역별 수출전략
정부는 K-MEG가 상용화될 경우 이를 해외 각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선진국에는 노후건물 리노베이션과 관련한 그린빌딩 건축기술을, 개발도상국에는 산업단지 에너지 공급 프로젝트를, 후진국에는 낙후지역 신규전기 공급과 관련한 마이크로그리드 기술 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
조현춘 박사의 설명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후진국 등 다양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각각 다른 전략을 구사할 예정입니다. 선진국의 경우 에너지 소비의 40%가 빌딩에서 발생합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노후건물 비중이 매우 높아 이를 이산화탄소 절감형으로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해야 하는데, 이 시장이 엄청나게 큽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노후빌딩이 많은 국가들은 이미 이 시장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죠. 개발도상국은 신규 산업단지 내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기술을 수출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제철소에서 엄청난 열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단지 내에서 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후진국은 낙후지역이나 고립마을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어려운 경우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요. 또 후진국은 아니지만 그리스가 이 기술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지중해 연안의 섬들에 일일이 전력을 공급하기 힘들기 때문에 섬에서 전력이 자급자족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실제로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시(市)는 노후건물 리모델링에 대해 우리 정부(지식경제부)와 MOU를 맺고 국내에 기술시찰을 다녀가기도 했다.
조 박사는 “수출 대상국의 기후ㆍ지리ㆍ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다양한 패키지를 개발할 예정”이라며 “하드웨어 제조원가를 낮추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경쟁국과 기술ㆍ기능ㆍ가격을 차별화해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스마트그리드 기술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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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의 한 가정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
세계 시장을 선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신재생 에너지나 빌딩에너지 관리 등 분야의 기술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내 그린에너지 기술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50~85% 수준에 불과하다. 빌딩에너지 관리의 경우 빌딩제어시스템, 센서, 빌딩정보모델링 등 각 분야 모두 하니웰과 지멘스, 벤틀리, 오토데스크 등 외국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그리드의 경우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앞서나가는 IT환경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의 선두에 서 있기 때문에 K-MEG의 상용화와 세계시장 선도가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현재 제주에 설치된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는 77개 기업이 참여, 기업과 정부가 1015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2010년 11월 초 지식경제부 주최로 제주에서 열린 ‘스마트그리드위크’에는 12개국 500여 명의 관계자들이 모였으며, 참석자들은 “한국이 전력망과 정보통신기술 인프라, 기술개발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스마트그리드 시장에서도 한국의 미래가 밝다”고 평했다.
매출 26조원 시장…2015년부터 본격화
K-MEG는 10년 뒤 19조원의 경제효과가 예상되며, 부대효과도 7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건설경제저널>(The Construction Business Journal)에 따르면 전 세계 그린빌딩 시장은 2006년 2350억 달러 규모였으나 2015년에는 6240억 달러, 2020년에는 74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이후 5년마다 20%씩 성장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세계 그린빌딩 시장점유율은 0.21%에 불과하고, 국내 그린빌딩 시장도 하니웰과 존슨컨트롤스 등 외국기업이 7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K-MEG가 상용화되면 이 같은 상황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R&D전략기획단은 2020년에는 우리나라의 그린빌딩 기술이 세계시장 점유율 2%, 국내시장 점유율 75%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상덕 박사는 “K-MEG는 세계 최초의 에너지효율 종합기술 상용화 프로젝트”라며 “K-MEG가 이 자리를 잡고 해외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에너지수입국에서 에너지기술 수출국으로 변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