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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년 4월호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인의 글로벌 스탠더드 - 베라 호흘라이터

왜 한국은 한국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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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기준에 억지로 맞추기보다, 그 국가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해야
외국인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일줄 아는 유연성 필요


베라 호흘라이터 독일인·KBS2 TV ‘미녀들의 수다’ 출연 중
⊙ 1979년 독일 하일브론 출생.
⊙ 베를린 자유대학, 파리 소르본느대 졸업.
⊙ 2006년부터 서울에서 거주 중. 현재 KBS 2TV ‘미녀들의 수다’ 패널, TBS eFM 뉴스캐스터로
    활동 중.
  나는 G20정상회담 준비에 관한 한국 언론의 기사를 읽을 때 종종 웃는다.
 
  정상회담 장소는 몇 달 전부터 매우 꼼꼼하게 청소를 하고 정리정돈을 시작했으며, 방문객들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악취가 나는 것이나 벌레들을 모두 제거하고, 전선(電線)들은 미관상 바닥 아래로 깔아야 한다고 말한다. G20회의가 열리는 지역에서 운행하는 택시기사들은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하고, 서울의 거리에서 아직까지도 보기 힘든 전기자동차들이 도입될 것이라고 한다. 환경 친화적 발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짐작된다.
 
  이런 계획대로라면 G20정상회담은 서울이 아니라 무균(無菌)의 인공적인 장소에서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대표 정치인들은 G20정상회담 개최를 언급할 때마다, 이것을 통해 한국이 세계적인 리더로서의 지위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만약 서울과 한국을 외국의 정상들에게 알리고, 국제적 도시로서 인식시키고자 한다면 반드시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할까? 그 도시의 일상생활을 알리면 안되는 걸까?
 
  많은 한국인은 국가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이방인 앞에서 국가에 대해 칭찬을 한다. 하지만 G20정상회담 준비 과정을 지켜보면 한국인들 특유의 국가에 대한 자랑스러움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조직위원회가 서울에 대해 조금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한 도시를 정치 행사를 위해 완전히 재조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행사를 치르기 위해 그 도시의 본(本)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만약 외국정상들이 본래의 서울의 모습을 그대로 본다면 그것이 그렇게 나쁜 것일까? 또 그것이 한국에 치욕인가?
 
 
  완벽한 모습 보이려 애쓰는 서울
 
  서울은 세계의 여느 대도시와 다름없이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과 단점, 이 두 가지의 모습이 그 도시의 특별한 모습을 만든다. 지하철에서 밀치는 아줌마들, 불친절한 택시기사들, 보도에 놓인 쓰레기봉지 그리고 바퀴벌레 몇 마리가 외국 손님에겐 당장 즐거움을 주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이것을 ‘최악의 경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대다수에게 이런 면이 흥미롭게 보일 수도 있다. 외국인들은 도시 곳곳의 깨끗하게 잘 정리된 명소들과 함께 몇몇의 완벽하지 않은 분위기를 즐길 것이다.
 
  외국 방문객은 서울이 완벽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 문제는 한국인들이 불편한 점을 숨기고 감추거나 그것의 존재를 완전히 없애고자 하고, 누군가 단점을 언급하고자 하면 불쾌해하는 모습이다.
 
  한국이라는 국가가 누구의 마음에나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누군가가 한국에 대해 비판을 한다면, 그것은 치부(恥部)가 아니라 단지 그의 의견일 뿐이다. 어떤 특정한 주제에 관해 외국인이 대부분의 한국인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들이 다른 문화적 환경에서 자라나고 그에 따라 다른 가치 기준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어느 나라 국민이나 자기 국가가 좋은 말과 칭찬을 듣기 좋아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나, 그것이 사회발전 자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행복 추구를 위한 구체적인 비판은 또 다른 배움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여느 사람도, 여느 도시도, 여느 국가도 완벽한 것은 없다. 어느 날, 하루아침에 서울이 무공해 환경친화적 도시가 될 것이라고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다. 기대가 되는 것은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권위, 역사인 것이다.
 
  많은 사람은 서울의 관광 산업에 대해 ‘아시아의 스위스’, ‘또 다른 싱가포르’로서 성장이 가능하다는 식의 표현을 한다. 몇몇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도쿄나 홍콩 수준이라고 표현을 한다. 나는 이런 글을 읽을 때 조금 놀란다. 왜 한국은 한국이지 못하고 서울은 그냥 서울이지 못하는 것인가?
 
  물론 다른 도시와 다른 국가들에서 영감(靈感)을 받는 것은 좋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또 그들을 경쟁상대로 두고 있는 것은 한국이 앞으로 성장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다른 나라의 잣대에 병적으로 집착해 그에 맞추려 한다면 자신의 존재성을 잃는 결과만 초래할 뿐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9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G20 정상회의 유치보고 특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한국에 신뢰 줄 때 글로벌 리더 되는 것
 
  글로벌 스탠더드란 환상일 뿐이다. 한 나라에서 옳고 좋은 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무례하고 불친절하게 보일 수 있고, 한 나라에서 비(非)신사적인 행위 정도로 여겨지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심각한 범법(犯法) 행위가 될 수도 있다. 한 나라에서 유행인 것이 또 다른 곳에서는 웃기고 세속적이며 시대에 뒤떨어져 보일 수 있다.
 
  만약 국제적 기준이 존재한다면, 필자와 같이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이나, 여러 다른 문화 사이에서 오가는 많은 사람의 삶이 훨씬 편할 수 있다. 만약 독일, 한국 그리고 나머지의 세계에 통일되는 그러한 기준이 있었다면 필자의 비위를 건드리는 일이나 불필요한 불쾌함, 그리고 잠 못 이루는 밤을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각 국가에는 자신의 특성이 있고, 그것이 바로 그 나라의 매력이다. 모든 나라가 가상(假想)의 국제 기준에 맞춘다면 굳이 여행을 할 이유가 없다. 모든 곳이 같거나 비슷하다면 그냥 집에 머물러 있어도 된다. 사람들은 알려지지 않고 기이한 다른 모습을 보고자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는 것이다.
 
  누군가가 국제적 기준을 논할 때는 보통 그의 가상 뒤에 자신의 국가의 기준을 생각한다. 하지만 공중 에티켓이나 사회구조, 정치이념 또는 직업관 등은 다른 나라에 맞추기가 힘든 부분이다. 한국 역시 자신의 사회 문제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미국, 캐나다, 유럽에서 따온다면 또 다른 새로운 문제점을 만들어낼 뿐이다.
 
  한국이 언젠가 글로벌 리더로 도약한다는 가정은 한국 정부나 국민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며, 그것을 원하고자 하는 욕구만으로 채워질 수 없다. 한 나라가 자신이 직접 글로벌 리더라고 자칭(自稱)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국가들이 이 타이틀을 줘야 하는 것이다. 결국 다른 국가들이 한국에 대해 그들의 신뢰를 줄 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신임(信任)은 상호간의 신뢰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다른 국가 정상들에게 가상현실을 보여준다면 진실해 보이지 못하고 특별히 신뢰감을 주지도 못할 것이다.
 
  국제 행사를 개최할 때 한국은 참가자들에게 보여줄 것이 많은 나라다.
 
  지난 수년, 수십 년간 기록적인 발전을 했고 그것이 다른 개발도상국에 성공사례로, 또 그들의 개발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자신의 역사를 표현하고, 겸손한 자세로 남의 비판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좀 더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의심의 여지없이 국제사회도 한국을 존경하고 신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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