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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1. 2010년 4월호

정치문화

중앙당이 독점하는 공천제도로는 민주주의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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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주민의사를 진정 대변하려면 공천권은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국처럼 국회의원 의사 무시하면 표결 무의미


金昌準 前 미국 연방하원의원
⊙ 보성고 졸업. 미 남가주대 토목공학과 학사·석사, 캘리포니아주립대 대학 행정대학원 졸업.
⊙ 1961년 渡美, 건축설계회사 제이킴엔지니어링 사장, 다이아몬드 바 시의원·시장,
    미 연방하원의원(3선), 연방하원 교통건설소위원장 역임. 現 워싱턴 한미포럼 이사장,
    경기도 명예대사, 한국경제신문 고문.
  월간조선(月刊朝鮮) 2010년 1월호 별책부록 에서 필자는 우리나라가 경제력과 국민 수준은 급격하게 높아지는 데 비해 정치가 너무 후진적이라 도리어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 정치권이 선결(先決)해야 할 몇 가지 과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당시 기고문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첫째, 우리 국회는 하루라도 빨리 한미(韓美)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85%가 넘는 무역의존도를 가진 나라며,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이기 때문이다. 둘째, 국회의원 공천권을 국민에게 하루속히 돌려주어야 한다. 셋째, 현직 국회의원이 신분을 유지한 채 입각(入閣)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넷째, 우리는 통일 없이는 절대로 강대국이 되기 힘드니 자유통일을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다섯째, 5개 상임이사국 중심으로 이루어진 유엔을 개혁하는 데 우리나라가 앞장서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필자는 비록 미국 시민권자이고, 미국에서 정치활동을 했지만, 누구보다 조국(祖國)의 민주주의가 찬란히 꽃피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밖에 나와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훌륭한 나라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산(産) 가전제품은 품질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다. 또한 중국, 일본, 동남아 등지에는 한국 드라마와 한국 가요, 한국 문화가 깊숙이 침투해 문화 강국으로서 위상도 어느 때보다 드높은 상황이다.
 
  이처럼 모든 분야가 세계 최고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데 유독 ‘정치’만은 ‘엉망’ 그 자체다. 아니 정치가 사회 발전을 견인하지는 못할망정 사사건건 갈등의 중심에 서고,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래서는 안된다.
 
  한국의 정치 선진화와 관련해 필자의 거듭되는 주장이지만 우리나라의 정당정치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현재의 공천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현재처럼 중앙당이 독점하는 공천권 제도로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절대로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아무리 똑똑하고 멀쩡하던 사람도 국회에만 들어가면 다가올 당 공천을 받으려고 당 간부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싸움에 앞장서고, 자기주장이 없는 줏대 없는 거수기가 되고 만다.
 
  이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공천제도의 문제 때문이다. 대의(代議) 민주주의를 한다면서 어떻게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 자기를 대변하는 국회의원 후보가 될 수 있는가? 미국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하지만 한국은 당이 공천만 하면 이 모든 게 가능하다.
 
  필자는 실제로 어느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당 간부에게 충성심을 제대로 보여서 좋은 지역구를 배당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또 당에만 충성을 바치면 설사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다른 감투를 보장받는 것을 보고 경악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끼리끼리 해먹는 장사판이지 어떻게 민주주의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당의 핵심 간부가 공천권을 쥐고 있으니 국회의원은 국민이 아니라 공천권을 쥔 사람에게 충성할 수밖에 없다. 당 간부들이 당론(黨論)으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개인들은 감히 반대를 하지 못한다.
 
  당 간부들에게 잘못 찍혔다가는 다음 공천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론이 정해지면 표결 결과도 동시에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국회의원 숫자가 적은 상대 당은 표결이나 회의 자체를 하지 못하게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으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폭력이 난무하게 된다. 투표는 하나마나 결과는 뻔하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했던 건강보험 개혁안에 대해 민주당 소속 의원 39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의원들은 지역구민들의 뜻이라며 반대했던 것이다. 개혁안은 불과 2표 차로 통과됐다. 이처럼 미국은 개표가 끝날때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우리처럼 국회의원 개인의 의사가 이렇게 철저히 무시될 바에야 무엇 하러 표결을 하는가?
 
  어차피 같은 결과가 나올 것 같으면 서로 싸울 필요 없이 당 간부끼리만 투표해서 결정하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주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진정한 의회제도가 되려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국민투표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것이 민주주의
 
한미 FTA 비준안 상정일인 2008년 12월 18일 외교통상통일위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단독 상정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의 회의장 진입을 막자, 야당 의원이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실 문을 망치로 부수고 있다.

  지난 2월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 문제로 세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미국에서는 청문회까지 열렸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 현대자동차의 신형 쏘나타에 대한 리콜 조치가 취해졌다. 현대는 “사실 리콜까지 가야 할 큰 문제는 아닌데, 도요타 문제로 시기가 민감한 만큼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차원에서 리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의 국회와 정치권은 국익이 걸린 이러한 문제에는 관심도 없고 몇 개월 동안 세종시 문제에만 매달려 있다. 문제는 지난 수개월을 싸웠는데도 세종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점점 복잡하게 일이 꼬여 간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국민은 한나라당을 압도적인 다수당으로 만들어 주었는데도 거대 집권당이 당파(黨派) 문제 때문에 세종시 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필자는 국내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제삼자 입장에서 볼 때 세종시 문제는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진작에 국민투표에 부쳐서 결정을 했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우리 국민은 아직 국가 정책을 놓고는 제대로 된 국민투표를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이나 정치권이나 국민투표에 대한 인식과 훈련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정치권은 국민투표를 하는 것은 자신들이 결정 못하는 것을 국민에게 미루기 때문에 리더십이 훼손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국민투표는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너무나 당연한 국민의 권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제도하에서 모든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회라는 대의기관을 두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세종시 문제처럼 국회가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결정을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 바로 국민투표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미국은 자치령인 캐리비언의 푸에르토리코 독립문제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게 했고, 캐나다는 퀘벡주의 분리독립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쳤다. 모두 아주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었지만, 선진국에서는 이처럼 국가 중대사를 결정할 때 심심찮게 국민투표란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상태에서는 세종시 문제는 정치권의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 또한 어떤 결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분열만 깊어질 것이다. 우리도 국민투표로 세종시 문제를 국민이 직접 결정해 보고 결과에 대해서 승복하는 경험을 해 보아야 한다. 만약 이번에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게 되면 이는 단순한 국민투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나라의 운명을 국민이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민주주의 정치의 기본에 대한 아주 중요한 학습의 기회를 얻는 것이다.
 
  앞서 말한 공천제도 변경도 국회에 맡겨서는 해결이 안되는 문제다. 정당이 공천권이라는 기득권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문제도 국민투표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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