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란 ‘떡을 가장 빨리 키운다고 세계적으로 인정된 가치나 제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나라와 기업이 승자가 된다
全聖喆 IGM(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 1949년 대구 출생.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美 미네소타주립대 경영학 석사, 미네소타주립대 법학박사.
⊙ 美뉴욕주 변호사, 김&장 변호사, 조선일보 비상임 논설위원, 무역협회 법률고문,
대통령정책기획비서관, 세종대 경영대학원장·부총장, 산업자원부 무역위원장 역임.
요즈음 사회의 지도적 인사들은 물론 너도나도 ‘글로벌 스탠더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더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개는 ‘세계적 표준(또는 기준)’으로 답하는데,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말문이 막힌다. 상당수의 사람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미국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분명히 틀린 것이다.글로벌 스탠더드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나라와 기업이 승자가 된다
全聖喆 IGM(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 1949년 대구 출생.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美 미네소타주립대 경영학 석사, 미네소타주립대 법학박사.
⊙ 美뉴욕주 변호사, 김&장 변호사, 조선일보 비상임 논설위원, 무역협회 법률고문,
대통령정책기획비서관, 세종대 경영대학원장·부총장, 산업자원부 무역위원장 역임.
그렇다면 글로벌 스탠더드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떡을 가장 빨리 키운다고 세계적으로 인정된 가치(價値)나 제도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나라마다 떡을 키우려고 한다. 그러나 그 접근법은 다 다르다. 즉 제도나 문화가 다른 것이다. 그 여러 가지 다른 제도나 문화 가운데서 ‘떡을 가장 빨리 키운다’고 입증된 제도나 문화, 그것이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다. 그것이 어느 나라에서 왔든, 어느 민족의 것이든, 어느 인종의 것이든 관계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유래된 글로벌 스탠더드도 있다.
늘어나는 한국식 글로벌 스탠더드
최근 해외기업들에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의 선전(善戰)도 그와 같은 예가 될 것이다. G2시대, 아시아시대를 맞아 최근 흔히 생각하는 ‘미국식’만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는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빅 싱크 전략>, <체험 마케팅>의 저자인 번트 슈미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올해 봄 강의에서 삼성전자의 성공 비결을 가르친다고 한다. LG전자의 최고 공급망관리(SCM) 책임자인 디디에 슈네보 부사장은 국내외에서의 특별 강연을 통해 LG전자의 제품 공급망 관리기술을 알리고 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국제경제 연구기관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지난 1월 LG전자의 성공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이런 것들은 바로 그 분야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모든 분야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채택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말로 ‘떡을 빨리 키우자’, ‘즉 부자가 되자’고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글로벌 스탠더드는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立證)이 된 것이다. 혼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하는 것보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찾아 그것을 적용하면 그만큼 노력이 절약될 수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즉 가치에 있어서의 글로벌 스탠더드, 제도에 있어서의 글로벌 스탠더드, 또 기법에 있어서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있다. 우리 모두가 가장 잘 아는 글로벌 스탠더드 중에는 ‘민주주의’라는 것이 있다. 민주주의는 ‘가치’ 분야 글로벌 스탠더드의 대표적 예이다. 이 가치를 구체화한 것이 바로 ‘민주적 정치제도’이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기법으로, 예를 들어 가장 능률적인 ‘개표(開票) 방법’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글로벌 스탠더드도 이론적으로 수천, 수만 가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가치다. 이 글로벌 스탠더드적 가치 중 가장 중요한 몇 가지만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
‘떡’을 가장 빨리 키우는 가치: 투명성·다양성·시장성
글로벌 스탠더드적 가치의 대표적인 것은 ‘투명성’이다. 미국 엔론사(社)의 회계부정이 발각되면서 엔론의 주가(株價)는 순식간에 200분의 1(80달러에서 40센트)로 떨어졌다. 같은 사람, 같은 업종, 같은 자산, 같은 수익구조 등 회사의 모든 것이 같은데 투명성 하나가 없어지니 회사의 가치가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는 부(富)를 구성하는 가장 중심적인 요소가 자산도 자본도 기술도 아니고 ‘정직성’이라는 것이다.
투명성이란 가치는 직원들로 하여금 누구나 쉽게 카피할 수 있는 수단, 예를 들어 접대나 뇌물 또는 공모(共謀)에 의해 일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경쟁력, 예를 들어 원가(原價)를 줄이고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 같은 그런 본질적인 경쟁력을 도모하도록 강제한다는 뚜렷한 효용이 있는 가치이다. 회사가 투명해지면, 즉 비밀리에 쓸 돈이 없어지면 직원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들 수 있는 예는 ‘다양성’이라는 가치이다. 다양성이란 사람을 껍데기가 아니라 본질적인 면, 즉 능력과 자질만을 보며 쓸 수 있는 문화를 이야기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기업이 껍데기를 기준으로 사람을 쓰고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한 차별, 고향에 따른 차별, 외국인에 대한 차별 등 껍데기로 사람을 구별하고 차별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 즉 그 사람의 능력과 자질만 보고 쓰는 것이 ‘다양성’이다. 다양성의 문화가 형성되면 자연히 능력 있는 사람이 적재적소에 배치된다. 그러면 자연히 떡이 커지는 것이다.
셋째가 ‘시장성’이다. 인류가 경험해 보니 시장만큼 떡을 잘 키우는 제도가 없었다. 시장이란 무엇인가. 경제 활동에 있어 사람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주면서, 그러나 방종은 못하게 하는 제도이다. 사실상 인류의 떡은 바로 이 시장이란 제도가 생기면서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커 왔다.
시장에는 언뜻 보면 모순되는 두 가지 면이 있다. 한쪽으로는 정부의 권력으로부터 해방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의 권력이 철저히 행사되는 곳, 그곳이 시장이다. 즉 자유를 최대한 주되 나쁜 짓 하는 사람을 철저하게 제거할 때 시장은 제대로 작동한다.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도 근원적으로 보면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데서 온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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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왼쪽은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오른쪽은 삼성전자의 LED TV. |
글로벌 스탠더드는 윤리적인 개념이 아니다
한 가지 글로벌 스탠더드적 가치에 대해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그것이 결코 윤리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투명성이라고 하면 ‘정직’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은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계속 들어온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것은 요즈음 우리가 이야기하는 투명성과는 출발이 다르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들어온 ‘정직’이라는 가치는 윤리적 개념, 즉 ‘천당(天堂) 가기 위해서는 정직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글로벌 스탠더드로서의 ‘투명성’은 ‘천당 가는 것’ 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이 세상에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 즉 떡을 많이 키우기 위해서는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성’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는 다양성은 윤리적으로 그것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그래야 떡을 더 잘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해 ‘버터’ 냄새가 난다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 의미를 생각해 보면 하나도 그럴 필요가 없다. 민주주의가 정치 분야의 글로벌 스탠더드이듯이 다른 분야에도 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있으니 그것을 찾아서 적용하자는 것일 뿐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이 세상의 각 분야에 다 있다. 특히 경영에 있어 글로벌 스탠더드는 우리에게 무척 중요하다. 왜냐하면 경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경영의 각 분야가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일 때이고,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각 분야에 글로벌 스탠더드가 적용될 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향해 갈 길은 아직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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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임명된 신임 법관 가운데 71%가 여성이었다. 필자는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으로 일하면서 사법시험 선발인원 확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등을 추진했다. |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글로벌 스탠더드적 가치가 잘 작동하지 않는 나라였다. 즉 정부의 온갖 규제가 ‘시장성’의 발현을 가로막아 왔고, 정부나 기업이나 투명성이 약해서 공평성과 효율이 훼손되어 왔으며, 사람을 껍데기로 판단하고 쓰는 바람에 적재적소에 인재가 활용되지 않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어떤 면에서 한국의 발전 과정이란 것은 이런 가치 면에서의 발전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이 여태 완전한 선진국이 되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런 면에서 아직도 발전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소 특히하게 미국에서 변호사로 대형 로펌에서 일했고, 한국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변호사로 일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그 나라의 가치와 제도를 다루는 일이다. 나는 미국에서 일할 당시 선진국이던 그 나라의 가치와 제도가 얼마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해 있는가를, 반면 한국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흡한 부분이 너무 많은 것을 수없이 실감했다.
예를 들어, 내가 속했던 법조 분야를 보자. 글로벌 스탠더드적 가치 중의 하나인 ‘시장성’의 기준에서 본다면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경쟁이 활발히 일어나 그 결과로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는 상태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1991년 한국으로 귀국하여 변호사의 입장에서 고객들을 만나면서 내가 느낀 것은 한국에서는 변호사가 고객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고객이 변호사를 섬기는 문화가 만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시장성의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변호사의 수가 너무 적었다. 변호사들이 고객을 섬기지 않아도 얼마든지 먹고살 수 있으니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내가 1995년에 청와대 정책기획실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사법개혁을 추진한 동기였다. 300명 뽑던 변호사를 1000명씩 뽑게 되면서 이제는 변호사가 고객을 섬기는 문화가 많이 자라고 있다.
투명하지 않은 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다양성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같이 껍데기(성별, 나이, 고향, 국적 등)에 매달려 살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사는 국민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상처를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런 편견이 우리의 떡을 키우는 데 직접적인 장애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청와대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여성할당제 등 여성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10대 과제를 설정하고 그것을 제도화하는 데 앞장섰었다. 그동안 여성에 대한 차별은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나이에 의한 차별, 외국인에 대한 차별, 고향에 대한 차별 등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런 편견을 극복하고 사람을 그 본질, 즉 자질과 능력으로만 보고 쓸 수 있을 때 우리 사회의 떡은 엄청나게 더 커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런 면에서 갈 길이 멀다.
투명성에 대해서는 별로 말할 필요도 없다. 공무원의 부패, 기업들의 부패, 특히 대기업 CEO들의 비윤리성, 이런 것들이 모두 우리의 경쟁력을 잡아먹고 있었다. 아직까지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나라가 선진국이 된 예는 없다고 한다. 투명성은 어떤 면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상징이다.
기업들이여, 글로벌 스탠더드로 경영하라
한 개인의 성공은 가장 중요하게 그 개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 즉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가에 달려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핵심 가치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그 기업의 미래가 결정된다. 많은 기업인이 떡을 키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기업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게 그 기업을 지배하는 가치가 글로벌 스탠더드적이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기업의 CEO와 임원들에게 ‘글로벌 스탠더드’적 경영지식을 전달하는 일을 해 왔다. 그동안 약 1만명의 CEO와 임원들에게 경영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은 정말로 글로벌 스탠더드가 떡을 키운다는 것이다.
우리 연구원에서 교육을 받은 기업 중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기업은 거의 예외 없이 이 글로벌 스탠더드적 가치를 향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기업들이다. 꼭 ‘글로벌 스탠더드’란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글로벌 스탠더드적인 가치, 예를 들어 투명성·다양성·시장성 같은 기본 가치를 열심히 추구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부단히 성장해 왔고 또 성장하고 있다.
반면 쇠락한 기업 중에는 CEO가 폭탄주나 마시며 사람 사귀는 일에 더 몰두하는 기업이 많았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 웅진 그룹이다. 웅진의 윤석금(尹錫金) 회장을 2000년에 처음 만났을 때 그 회사는 불과 5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가진 중소기업이었다. 10년도 안된 동안 이 그룹은 거의 5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 그룹으로 성장했다.
윤 회장은 그 누구보다 바로 이 글로벌 스탠더드적 가치에 충실한 사람이다. 웅진은 내가 아는 기업 중 비자금이 한 푼도 없는 거의 몇 안되는 기업 중의 하나이다. 웅진의 용인술(用人術)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웅진을 일으킨 창업 초기의 공신(功臣)들은 대부분 데모하다 퇴학(退學)당한 학생들이었다. 여성 인력을 가장 잘 활용한 기업이 바로 웅진이다. 윤 회장은 지금도 가장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임원들에게 다른 무엇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강조한다. 심지어는 근무시간의 반은 일하고 나머지 반은 공부하라고까지 하는 사람이다. 공부라는 것이 결국 다른 기업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즉 글로벌 스탠더드를 찾아가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세계를 지배한다
이제 세계는 진정한 지구촌(地球村)이 되고 있다. 아시아의 시대라는 것은 사실 진정한 지구촌의 또 다른 표현일뿐이다. 앞으로 국가의 개념도 인종·민족의 개념도 많이 희석될 것이다. 그 대신 도시와 기업의 개념이 더 강해질 것이라 한다. EU의 발전과정과 같은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그때 세계를 지배하는 이념은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것이다. 인류의 삶을 더 풍요하고 행복하게 한다고 세계가 인정한 가치와 제도와 기법들만이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어느 나라가, 어느 기업이 그것들을 더 많이 채택하고 실천하느냐 하는 것이 궁극적인 승패(勝敗)의 기준이 될 것이다. 아시아의 시대를 맞는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화두(話頭)는 이제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