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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년 1월호

영화산업을 통한 4만 달러 달성 작전

머천다이징 프로젝트, 해외영화 공동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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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구, 피규어, 컴퓨터 게임, 테마 파크 등의 사업 동시 진행하는 애니메이션 <로봇태권V>
⊙ CJ엔터테인먼트 할리우드 영화 <어거스트 러쉬> 제작에 15억원 투자해 35억원 벌어들여

吳東振 D&D미디어 대표
⊙ 1964년 서울 출생.
⊙ 고려대 사학과 졸업.
⊙ 문화일보, 연합뉴스, YTN 문화부 기자·취재부장·편집위원, <씨네버스> 편집장 역임.
⊙ 現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 <프리미어> 편집위원.
완구, 피규어, 컴퓨터 게임, 테마 파크 등의 사업을 동시 진행하는 애니메이션 <로봇태권V>.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국내 영화계가 해야 할 일은 영화산 업의 패러다임, 그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영화계는 오로지 ‘영화’라는 메인 상품 하나만에 매달려 왔다. 영화로 일단 큰 그림을 그리고 나서 그 이후에야 가능한 범위 내에서 파생상품을 만들어 부가 수익을 거둬들인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순서를 뒤바꿔야 한다.
 
  다소 뒤늦은 얘기지만 2007년에 개봉했던 <디워> 같은 작품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디워>의 국내 제작비는 약 300억원 수준이었다. 국내 제작환경으로서는 엄청난 규모였지만 다행히 1000만 관객을 모아 수익은 보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한국영화로서는 처음으로 2000개가 훨씬 넘는 스크린에서 개봉을 했다.
 
  이 과정에서 100억원이 넘는 광고 마케팅 관련 비용이 들어갔지만 300억원 정도의 DVD 판매 수익으로 보충하고도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에 대한 미학적 평가야 어찌 됐든 사업적 측면에서 <디워>는 밑진 장사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것을 처음부터 보다 정교하게 접근했으면 예상을 뛰어넘어 훨씬 더 큰 수익을 거둬들였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만약 <디워>를 전체 콘텐츠 사업의 큰 그림 속의 한 부분, 약 20% 정도를 차지하게 하고 사전에 각종 머천다이징 상품을 개발한 후 영화 개봉을 전후해 판매 사업을 진행시켰다면 얘기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중견 제작자 신철씨가 10년 가까이 추진 중인 ‘<로봇태권V> 프로젝트’는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겨냥할 만한 내용으로 평가된다. <로봇태권V>는 1976년에 나온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오래된 만화영화 콘텐츠가 과연 얼마만큼의 부가가치가 있는 것일까.
 
  신철 제작자도 처음에는 30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에 맞게 예전의 애니메이션을 리메이크하겠다는 정도의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액션 피규어(영화·만화·게임 등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축소해 거의 완벽한 형태로 재현한 인형-편집자 주)를 만들게 됐다.
 
  그 과정에서 국내 완구업체 가운데 로봇태권V와 관련된 상품을 만든 곳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모두 일본 완구업체인 반다이 코리아의 하청업체에 불과했던 것. 이는 곧 국내 영상산업이 이른바 ‘머천다이징 프로젝트’를 올바로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시스템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극히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한국 영화산업의 새로운 길 개척
 
  한 편의 영화를 만들거나 영상물을 만들 때 이미 그 영화나 영상물은 수많은 머천다이징 프로덕트 가운데 하나일 뿐이어야 한다. 그런데 국내의 경우 일단 영화나 영상물을 만든 후에야 관련 부가상품들을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가 다 잊힐 때쯤이면 관련 상품이 나온다 한들 별 효과가 없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신철 제작자가 추진 중인 ‘로봇태권V 프로젝트’는 그 같은 상황을 뒤집겠다는 것이다.
 
  영화 <로봇태권V>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실사로 제작 중이며 <세븐 데이즈>를 만들었던 원신연 감독이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현재 시나리오가 완성된 단계다. 신철 제작자는 영화 제작 이전에 각종의 액션 피규어 출시를 비롯해 출판만화, 원작 애니메이션의 복원, 심지어 로봇태권V 카페까지 오픈한 상태다.
 
  할리우드 영화 <트랜스포머>나 <스파이더맨>을 생각하면 로봇태권V 프로젝트가 다가서려고 하는 목표지점이 보인다. <트랜스포머>는 영화로는 20억 달러를 벌었지만 완구만 전 세계 시장에서 4000만 개를 팔았다. <스파이더맨>은 극장에서는 8억 달러를 벌었지만 캐릭터 상품으로만 2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된 ‘로봇태권V 프로젝트’는 ▲실사영화 사업 ▲완구사업 ▲실제 로봇을 만드는 로봇 사업 ▲인천 청라지구에 높이 112m, 30층 규모로 세워질 태권V 탑 등 테마파크 사업 ▲출판만화 사업 ▲로봇전문 방송채널 사업 ▲컴퓨터 게임 등 게임 스튜디오 사업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이 동시에 기획되고 동시에 진행된다는 데에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 그러니까 영화는 한 분야일 뿐 전체 사업을 지배하지 않게 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위해 영화계가 또 한 가지 노력해야 할 부분은 바로 해외시장이다. 이제는 ‘무조건’ 해외로 나가야 한다.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과 무기가 있다. 사람과 돈이다. 홍콩 영화계의 선례가 있듯이 감독과 배우가 먼저 나가는 경우가 있다. <첩혈쌍웅>의 오우삼이 그랬고, 그의 페르소나였던 주윤발이 그랬다. <무간도>의 유위강 감독은 리처드 기어를 기용해 <트랩>이라는 영화를 찍기도 했다.
 
  한국의 배우와 감독도 요즘 할리우드를 포함해 해외 영화계의 문을 자주 두드린다. 가장 대표적인 배우가 바로 가수 비일 것이다. 그는 <스피드 레이서>에 이어 <닌자 어쌔신>으로 할리우드의 새별이 됐다. 세계적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박찬욱 감독도 곧 할리우드行(행)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도 미국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만 나가는 것은 시장에 주는 효과 면에서 다소 시간이 걸리게 될 확률이 높다. 해외시장 개척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돈, 자본이다. 무조건 큰돈을 써야 하느냐. 그건 꼭 그렇지가 않다. 영리한 자본 게임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국내 메이저 배급사 가운데 하나인 CJ엔터테인먼트의 행보가 주목된다.
 
 
  CJ엔터테인먼트의 성공 모델
 
  지난 2007년 말 국내 극장가에 혜성처럼 등장해 개봉 2주 만에 전국 1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은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이 있었다. 바로 <어거스트 러쉬>가 그것이다. 이 영화의 외피는 미국의 메이저 워너브러더스였지만 내용물은 한국의 CJ엔터테인먼트가 채운 작품이다. CJ가 일부 투자를 한 작품이라는 얘기다.
 
  <어거스트 러쉬>는 전 세계 영화사들로부터 십시일반, 제작비를 모아 아일랜드 커스틴 쉐리단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따라서 배급권 역시 각 나라의 투자자들이 나눠 갖는 구조였다. 이 영화의 한국 배급은 당연히 CJ가 맡았다.
 
  이 영화에 150만 달러를 투자한 CJ는 개봉 2주 만에 엄청나게 남는 장사를 했다. 100만 관객을 돈으로 환산하면 약 70억원이며 이렇게 되면 극장 대 투자사(배급/제작사)는 각각 35억원씩을 나눠 갖게 된다. 산술적으로 단순 비교했을 때 CJ는 당시 15억원을 들여 35억원을 번 셈이다.
 
  <어거스트 러쉬>는 고아로 살아가는 한 천재소년 음악가가 자신이 죽은 줄로 알고 존재조차 모르는 부모를 스스로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다. CJ 측에서는 이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와 성공적으로 ‘몸을 섞은 것’도 섞은 것이지만 그 지분을 활용해 시나리오상에 한국적 정서를 넣을 수 있게 된 것도 국내 흥행에서 성과를 거둔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이른바 ‘어거스트 러쉬 모델’이 궁극적으로 한국화산업이 해외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주요한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있어 만들어진 작품을 들고 나가 세일(sale)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묘책을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내 작품을 팔 생각만 한 셈인데 사실 이게 별로 효과도 없고, 시간도 많이 걸리며, 남는 것도 별로 없는 방법이다. 그런 면에서 <어거스트 러쉬>는 일대 생각의 변화를 추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작품이다. ‘내 작품’만 팔 생각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남의 작품’을 만들되, 그것도 함께 만드는 방식을 통해 비용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대신 한국이면 한국, 아시아면 아시아라는 식으로 일정 구역의 시장 배급권을 확보함으로써 수익 구조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적은 돈을 들여서도 때에 따라 큰 돈을 벌어들일 수 있게 된다.
 
  <어거스트 러쉬>의 성과를 발판으로 지난 2년간 CJ는 본격적인 해외진출 및 할리우드 제작 사업에의 참여를 진행해 왔다. 2008년에는 영화 <박쥐>에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유니버설 픽처스를 공동 제작 및 투자자로 끌어들였다. 2009년 올해에는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3주간 1위를 차지한 로맨틱 코미디 <소피의 연애 매뉴얼>을 공동 제작하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일본의 최대 극장 체인 가운데 하나인 ‘티조이’와 공동으로 일본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최근에는 영화 <해리포터>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의 제작사인 ‘1492 픽처스’와 3년간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CJ엔터테인먼트는 향후 3년간 ‘1492 픽처스’ 작품에 대한 공동 기획 및 개발 권리와 함께, 공동 개발 작품의 한국, 일본, 중국 배급 및 투자 우선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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