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DP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 도약하는 데 대략 13년 걸려
⊙ 룩셈부르크와 스위스, 지속성장을 통해 7~8년 만에 1인당 GDP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뛰어올라
李鍾熙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사장
⊙ 1942년 대구 출생.
⊙ 대구상고, 단국대 경영학과 졸업. 연세대 경영대학원 석사, 서경대 경영대학원 박사.
⊙ 대한항공 서울여객지점장, 여객사업본부 사장 역임. 現 대한상공회의소 관광산업위원장.
1인당국민소득(GDP)은 선진국 진입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우리나라는 IMF(국제통화기금)에서 보는 선진 경제국가 32개국 및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보는 선진 경제클럽 24개국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GDP 3만 달러 고소득 28개국에서는 제외되어 있다. ⊙ 룩셈부르크와 스위스, 지속성장을 통해 7~8년 만에 1인당 GDP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뛰어올라
李鍾熙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사장
⊙ 1942년 대구 출생.
⊙ 대구상고, 단국대 경영학과 졸업. 연세대 경영대학원 석사, 서경대 경영대학원 박사.
⊙ 대한항공 서울여객지점장, 여객사업본부 사장 역임. 現 대한상공회의소 관광산업위원장.
그렇다면 우리는 왜 GDP 3만 달러도 아니고 4만 달러를 국가적 목표로 삼고 있는가? 이는 아래와 같은 세계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조명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기존 선진국들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도약하는 데 대략 13년이 소요됐다. 대표적인 서비스산업 국가인 룩셈부르크와 스위스는 지속성장을 통해 7~8년 만에 GDP 4만 달러를 달성한 반면 노르웨이, 미국처럼 후퇴와 재진입의 반복으로 달성기간이 길어진 국가도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2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 성장 둔화와 원화가치 하락으로 2009년엔 2006년도 수준인 1만7000달러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현재 GDP를 고려할 때, 수년 내 GDP 4만 달러는 요원한 목표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는 금융위기 극복과정을 통해 확인된 저력과 강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룩셈부르크와 스위스 같은 모델을 접목한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닐까 생각된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이상인 선진국들은 3차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평균 70%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008년 기준 60%다. 3차산업인 서비스 산업은 제조업보다 부가가치가 월등히 높고, 굴뚝이 필요 없는 무공해 산업이기 때문에 미래형 산업으로서의 가치가 대단히 높다. 룩셈부르크나 스위스는 서비스 산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다른 나라보다 빠른 GDP 성장을 실현할 수 있었다.
서비스 산업과 더불어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미래성장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항공우주산업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세계 10번째 우주발사국이라는 역사적 발판을 마련했다. 서비스 산업과 항공우주산업, 이 두 가지 산업이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GDP 4만 달러 시대를 견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국가적 전략산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비스업 비중 높여야
공교롭게도 필자는 이 두 가지 산업을 핵심 전략으로 하는 기업에서 오랜 기간 일해 오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이 두 가지 산업의 GDP 4만 달러 견인전략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서비스 산업은 규모도 미약하지만, 무엇보다 질적인 선진화가 필요하다.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결할 필요가 있다. 생산성 개선 없이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만 늘린다면, 자칫 국가경제 전체의 생산성 저하와 서비스 산업 자체의 구조적인 성장한계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 산업은 반드시 질적 성장의 토대 위에서 양적으로 성장돼야 한다.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우수한 인재의 양성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인력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으므로, 개별 서비스 산업의 특성에 맞는 교육시스템만 구축하면 세계적으로도 손색없는 우수한 서비스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고 본다.
금융이나 통신과 같은 분야는 차별화된 고도의 기술인력 양성이 필요하고,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산업에서는 고객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서비스 역량 교육이 필요하다.
서비스 산업의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관광산업의 육성·발전이다. 관광산업은 서비스 산업 중에서도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관광수입뿐만 아니라 연관산업의 일자리 창출 등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유발한다.
우리나라는 인구규모 13억의 중국과 경제대국 일본과 인접해 있어서 관광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매우 높다. 지금 범국가적 차원에서 국가 브랜드 제고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브랜드를 높이는 사업 중 관광상품의 브랜드화는 국가 브랜드의 기본이자 필수요소다.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관광인프라를 확충하고, 여기에 국민 모두의 친절과 미소가 더해진다면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은 GDP 4만 달러 시대를 견인하는 요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國無常强 無常弱(국무상강 무상약)’
얼마 전까지 TV에서 볼 수 있던 대한항공의 광고 카피다. 처음부터 강한 나라로 시작한 나라도 없고, 강한 나라가 영원히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이르면 2~3년 내에 신흥 富國(부국)인 중국이 모든 산업에서 우리나라를 앞지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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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국산 전투기 제공호. 대한항공이 제작한 것이다. |
항공우주산업의 가능성
우리의 전통적인 주력산업들이 중국과 같은 신흥국가들에 경쟁력을 빼앗기는 상황에 대비해 과감하게 전략산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
최근 선진국들은 고부가가치 산업인 지식산업과 최첨단 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금융, 컨설팅, IT 등 지식산업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상황을 비교해 볼 때, IT산업을 제외한 금융, 컨설팅 등 타 지식산업의 경우 이제 막 시작 단계로, 선진국과 경쟁하기 위한 핵심역량을 갖추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최첨단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개발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 중인 최첨단 산업 중 하나가 항공우주개발 분야다. 항공우주산업은 국가방위의 근간이 되는 산업일 뿐만 아니라 차세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서, 반도체·자동차산업처럼 선도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소수의 선진국이 독점하다시피 한 항공우주 분야는 전후방 연관산업을 수반함으로써 고용창출 및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현재 국내 항공우주 분야에는 최초의 국산 전투기인 ‘제공호’를 생산한 대한항공을 비롯한 소수의 업체가 진출해 있다.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내 항공우주 관련 역량이 통합돼야 한다. 또 무인기 개발 기술과 같은 최첨단 기술의 개발을 통해 선진국과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항공우주산업이 빠른 시일 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는 필요 분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경제성장 배후에는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면서 성장해 온 초우량 기업들이 있다. 경제강국이란 글로벌 기업의 수가 많은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1인당 GDP 2만 달러 가까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대한항공과 같은 국내 유수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인당 GDP 4만 달러 달성은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2배 이상 커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보다 많은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하며 신시장 개척에 힘써야 한다.
수많은 기업이 오래전부터 ‘세계화’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세계화에 성공한 기업은 손꼽을 정도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시장조사뿐만 아니라 기업 구조, 정책, 조직 문화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구축해야 한다. 특히 서비스 산업의 경우 전 세계 사람과 시장을 대상으로 성장해야 하므로 세계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뿐만 아니라 현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최적의 시장공략 전략을 수립 시행하는 현지화(Localization)전략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 사회에 대한 공헌사업을 지속하는 등 현지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현지인들의 가슴에 다가가는 기업이라는 이미지 제고가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글로벌 서비스 기업인 대한항공도 글로벌리제이션과 로컬리제이션의 조화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오늘날 각국 정부들은 개별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 곧 고용 창출과 國富(국부) 증대로 연결된다는 인식하에 자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장가능성과 경쟁력 있는 기업에 대한 국가적인 기술·금융 등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1인당 GDP 4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2010년에 반드시 2만 달러에 재진입해야 한다. 나아가 산업구조를 선진화함으로써 4만 달러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한 해로 만들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2010년에는 세계 경제가 본격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우리나라 경제도 그동안의 위기들을 극복하면서 재도약을 위한 성장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대내외적인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진 상황에서, GDP 4만 달러 시대를 얼마나 빨리 실현하는가는 전략적 관점에서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