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 관련기술은 신소재, 초고속 컴퓨팅 등 미래 신산업의 母胎
⊙ 2008년 세계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1444억 달러로, 연평균 17.7% 증가
李柱鎭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 1952년 서울 출생.
⊙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기계공학과, 존스홉킨스대 기계공학 박사.
⊙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목적위성사업단장·위성정보연구소장 역임.
⊙ 2008년 세계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1444억 달러로, 연평균 17.7% 증가
李柱鎭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 1952년 서울 출생.
⊙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기계공학과, 존스홉킨스대 기계공학 박사.
⊙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목적위성사업단장·위성정보연구소장 역임.
- 2009년 8월 25일 발사된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우주기술은 99.9999%(six nine)의 신뢰도를 목표로 하는 무결점 기술이다.
그가 제안한 척도에 따르면 현재의 문명은 지구 에너지의 일부만 활용하는 단계, 즉 타입1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타입0’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서서히 이동해 온 문명의 단계에 머지않아 급속한 변화가 있으리란 예상을 한다. 그동안 구상단계에 머물렀던 태양계 에너지 이용 프로젝트들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 대기권에 태양광발전소를 세워 이곳에서 확보한 에너지를 지구로 보내는 우주 태양광발전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고, 미래 에너지원인 ‘헬륨3’나 티타늄, 철, 알루미늄 같은 자원들을 달에서 채취하기 위한 달 착륙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혜성이나 소행성에 존재하는 엄청난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태양계 탐사도 추진 중이다.
이런 시도들이 현실화되면 인류의 에너지 사용에 획기적인 전기를 가져오게 될 것이고, 인류 문명의 기술 발달 단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우주개발 경쟁은 냉전시대에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펼쳐지던 우주경쟁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과 인류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新(신)우주개발 경쟁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우주기술은 99.9999%(six nine)의 신뢰도를 목표로 하는 무결점 기술이다. 우주는 극저온, 고진공, 무중력, 고준위 방사선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곳이다. 이처럼 지구와는 다른 극한 우주환경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우주에서 쓰일 제품들은 신뢰성을 높이는 시험을 수없이 거쳐 선택되고, 이런 특성 때문에 현재 인간이 만든 공업제품 중 가장 비싼 가격이 매겨지고 있다.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는 일반 나사라도 일반 상용제품이 10원이라면 軍用(군용)으로 쓰이는 밀리터리급은 100원, 인공위성에 쓰이는 우주용은 1000원 정도다. 수십만 개의 부품 중 하나만 문제가 있어도 실패로 연결되기 때문에 신뢰성이 확인된 高價(고가)의 제품을 쓰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훨씬 저렴한 셈이다.
‘아폴로 계획’이 거둔 과학적 성과
제품 단위별 가격도 중량 1t당 자동차 가격이 3만 달러인 데 비해 통신위성의 가격은 1억 달러로 자동차의 약 3000배에 이른다.
이처럼 우주기술은 여러 면에서 한 차원 높은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 나라의 기술적 인프라를 높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주기술이 그 나라의 과학기술력을 상징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1960년대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은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이라는 외형적 의미를 넘어 인류가 수십 년에 걸쳐 이룰 수 있는 과학적 성과들을 단기간에 이루어 냈다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당시 인간을 달에 보내는 엄청난 프로젝트를 위해 많은 새로운 기술이 필수적으로 요구됐고, 무려 39만명의 과학자가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1961년부터 1972년 아폴로 17호를 마지막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될 때까지 10여 년 동안 신소재, 초고속 컴퓨팅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기계, 소재, 전자, 통신 등 거의 모든 분야의 기술을 아우르는 최첨단 시스템 종합기술인 우주기술은 관련 기술의 전반적인 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의료, 자동차, 통신, 의류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파급되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GPS라 불리는 위성항법 수신기다. 본래 GPS는 미국이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민간 분야에 활용되면서 그 쓰임새는 상상을 초월한다. 오늘날 거의 모든 비행기에는 GPS를 이용한 항법장치가 설치되어 있고, 바다를 항해할 때도 뱃길과 조업 위치를 확인하는 필수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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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연구원들이 나로호에 실린 과학기술위성 2호를 점검하고 있다. |
우주기술은 미래산업의 원천
CT, MRI, 라식 수술기와 같은 의료기기, 골프채와 같은 스포츠 용품, 고어텍스와 같은 의류에도 우주기술이 숨어 있다. 여성 속옷에 사용되는 메모리 몰드, 깎은 수염이 전기면도기 안에 모이도록 하는 남성 전기면도기의 로터리 시스템도 우주기술에서 나온 것이다. 우주선에 사용했던 진공 기술은 반도체 산업을 탄생시켰고, 연료전지를 처음 사용한 것도 우주선이었다.
이처럼 우주개발 과정에서 나온 신기술들은 첨단 의료기술과 다양한 신소재 제품에 응용되고 있으며, 우주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관련 산업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우주 환경을 이용한 신소재나 신의약품 개발은 미래 산업의 원천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8년 세계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1444억 달러에 달하며, 연평균 17.7%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미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 세계 주요국들은 우주개발에 대한 투자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고, 우주 분야를 국가 중점 추진분야로 선정해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30~40년 정도 늦은 1990년 초반 우주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나 불과 15년 만에 아리랑위성 2호 개발로 1m급 고해상도 카메라 기술을 확보해 세계 6〜7위권의 고정밀 위성국으로 올라섰고, 나로우주센터 건립과 나로호 발사를 계기로 독자적인 우주개발 기반을 어느 정도 갖추었다. 우주개발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국민적 관심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우주기술 자립도는 낮고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여전하며, 민간의 우주사업 참여와 우주개발 성과의 활용도 미흡하다. 이제 선진국을 따라가는 단계에서 벗어나 우주기술 자립화를 위한 우주개발 사업의 질적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우주개발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우주가 1인당 GDP 4만 달러를 이끌 신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핵심기술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 우리는 나로호 발사에서 기술자립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연구개발 로드맵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2019년까지 순수 우리 기술로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2021년에는 달 궤도선, 2025년에는 달 착륙선을 발사해 세계 7위의 우주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세계 우주개발 추세를 눈여겨볼 때 우주기술의 산업화도 미룰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우주산업을 정부의 투자 없이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주선진국인 미국의 경우도 전체 우주산업 매출의 90% 정도를 정부 수요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우주시장에서 민간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민간 개발을 활성화해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 과학기술위성과 같이 저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는 소형 위성의 경우 선진국 틈새에서 우리나라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짧은 우주개발 기간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성과를 거둔 데에는 젓가락 문화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평균 IQ 107’ 정도로 다른 나라 국민에 비해 우수한 두뇌, 높은 학구열, 그리고 우리 국민 특유의 억척과 자긍심 또한 우주기술 개발에 적합한 국민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국민적 특성을 살려 장기적인 국가 우주개발 발전전략을 세워 나간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세계 우주개발을 선도하고 1인당 GDP 4만 달러를 달성하는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