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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년 1월호

호텔 서비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

中低價 호텔·맞춤형 잠자리로 내실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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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특급호텔에 비해 하위 등급 호텔의 수준이 너무 떨어져
⊙ 급성장 중인 중국 관광객 유치 위해 상호 무비자 입국 협상 추진해야

左祥奉 롯데호텔 대표이사
⊙ 1953년 부산 출생.
⊙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뉴욕주립대 대학원 MBA.
⊙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국제팀, 삼성전자 동경주재원, 삼성자동차 해외업무팀장·감사팀장,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이사, 호텔롯데 경영관리본부 상무, 롯데쇼핑 정책본부 전무 역임.
한국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격조높은 중저가 호텔이다. 사진은 롯데호텔이 2009년 4월 서울 마포에 개관한 중저가 호텔 롯데시티호텔.
  모든 산업의 근간은 거래 대상이 되는 ‘상품’에 있다. 관광산업을 육성하려면 ‘상품’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관광상품은 크게 잘거리, 먹을거리, 볼거리 등으로 구분한다. 외래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직면하는 문제는 잘거리다. 한국은 외래 관광객의 예산과 성향을 반영한 합리적이고 다양한 요금대의 잘거리가 구비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외래 관광객은 국빈급 VVIP 고객부터 상용 출장객, 패키지 이용 관광객, 배낭여행족 등 각자의 여행 목적과 경제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의 맞춤형 잘거리를 필요로 한다. 이는 특급호텔과 1, 2, 3급 호텔 및 레지던스, 콘도, 모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잘거리가 확충돼야 함을 의미한다.
 
  세계 유명 대도시의 특급호텔과 비교할 때, 서울은 거의 반값에 해당하는 객실요금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성수기에는 이들 호텔들의 객실 수가 턱없이 모자라 객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 관계당국이나 일부 여론은 “국내 특급호텔의 객실료가 비싸 외래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요금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적절한 해법이 아니다.
 
  현재 외래 관광객이 특급호텔로 몰리는 일종의 ‘쏠림현상’이 계속되는 이유는 하위 등급(1, 2, 3급 호텔 및 레지던스, 콘도, 모텔 등)의 숙박시설 수준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특급호텔과 하위 등급 숙박 시설 간의 격차가 크지 않다.
 
  한국은 특급 밑으로 내려가면 수준이 많이 떨어져 외래객의 경우 여행 목적에 상관없이 특급호텔을 선호한다. 실속파 관광객 중에는 하위 등급 호텔을 예약했다가 시설이나 서비스 수준에 실망한 나머지 하루 만에 특급호텔로 옮기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편의시설은 특급호텔 수준이면서 이용료가 절반 정도라면 하위 등급 숙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다.
 
  그 좋은 예로 2009년 4월에 개관한 롯데시티호텔 마포를 꼽을 수 있다. 이 호텔은 ‘프리미엄급 비즈니스호텔’을 표방, 중저가 호텔로 문을 열었다. 수영장, 식당, 소회의실 등 특급호텔 못지않은 편의시설을 구비하는 대신 고비용의 룸 서비스를 없애 인건비를 대폭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이 호텔의 객실 예약률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주요 고객은 관광이 아닌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다. 낮 동안 업무를 보고 저녁에 잠만 자는 비즈니스맨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자는 차별화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국내 중소형 호텔의 경우 이 같은 차별화 전략으로 고객을 유치한다면 특급호텔 못지않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이 불가피한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호텔 산업은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 분야와 달리 초기 투자비용이 큰 반면 환수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려 수익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신설이건 증설이건 투자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가 투자자금에 대한 저리 융자와 세제 혜택 등의 지원을 해 준다면 업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선 작업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다.
 
 
  특급호텔에 한식당이 없는 이유
 
  잘거리 다음의 고민은 먹을거리다.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특급호텔에 가면 한식당을 찾기 어렵다. 롯데호텔과 워커힐 호텔을 제외한 대부분의 특급호텔들이 수익성이 맞지 않아 기존의 한식당을 폐점하거나 아예 개설조차 하지 않은 까닭이다.
 
  호텔에서 한식은 수요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수익성이 떨어진다. 정부의 한식 세계화 전략 발표 후 최근 들어 “VIP급 해외 고객이 많이 묵는 특급호텔에 왜 한식당이 없느냐”는 여론이 점증하고 있지만, 호텔 입장에서는 섣불리 한식당을 복원하거나 개설하기가 쉽지 않다.
 
  호텔 이미지에 걸맞은 한식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시설이나 식자재는 물론 서비스도 최고급을 지향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대비 수익률이 맞지 않는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정부가 한식당을 이용하는 외래객에 한해 부가세 10%를 면제해 주는 방식으로 지원해 준다면 특급호텔도 ‘한식 세계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나라별 主食 개발도 중요
 
  ‘한식의 세계화’ 못지않게 각 나라별 主食(주식)을 한국에서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우리 호텔을 찾는 중국 고객 중에는 “한국에 오면 음식 때문에 고생한다”거나 “한국에 오면 삼계탕 외에 먹을 것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드라마 <대장금> 덕분에 한식을 즐기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지만 기름진 음식에 익숙한 이들이 체류 기간 내내 담백한 한식만 먹기는 힘들다. 이미 한국화 된 중국요리 역시 이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다.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잠재된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중국 현지식 레스토랑이 있어야 한다.
 
  중국뿐만 아니라 각국의 관광객이 자신들의 입맛에 익숙한 自國(자국) 음식을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빠듯한 관광 일정을 소화하다 虛飢(허기)에 지치면 당장 입맛을 자극하는 자국 음식이 그립기 때문이다. ‘한식의 세계화’를 추구해 나가는 한편, 한국을 많이 찾는 주요국의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미국發(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찾는 관광객 수는 오히려 증가 추세다. 이웃한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이 서구 유럽이나 동남아보다 경제적으로 실속 있고 치안이 잘돼 있는 한국을 선택한 덕분이다. 특히 일본 관광객은 연령층이 젊어지고 있는데다 주말을 이용해 다녀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문화 유적 답사보다는 도심에 머물며 미용과 쇼핑에 많은 돈을 쓴다.
 
  정부가 목표로 내건 관광객 1000만 유치를 위해서는 사시사철 새로운 볼거리로 넘쳐나는 ‘뷰티풀 코리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국가별 연령별 계층별 특성을 분석해 만족감을 극대화할 맞춤형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인에게 도고 온천이, 중국인에게 금강산이 큰 감흥을 줄 수는 없다.
 
  관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지원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관광산업에 산재하는 각종 협회나 민간단체의 맨 파워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책임 있는 기관의 신설을 검토했으면 한다. 국내에는 정부를 비롯해 각종 경제단체와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관광 관련 조직이 많다. 일부 경제인은 관광산업과 관련된 3~4개의 협회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데, 각 단체에서 논의되는 현안이나 사업계획이 서로 중복되는 일이 잦다. 따라서 불필요한 기회비용을 줄이고 현안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집중화된 전문기관을 운영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일본이 지난해 관광청을 별도로 신설하여 관광산업 증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외국인 객실료 부과세 면제 유지돼야
 
  둘째, ‘2010~2012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외래 관광객 1000만 유치를 목표로 정부나 관광 관련 단체 및 여행업계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2010년부터 시행 예정인 10% 부가세 부과의 환원조치는 ‘한국방문의 해’ 시작 원년에 찬물을 끼얹는 역주행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 동안 정부가 투숙 외국인의 객실료에 한해 10% 부가세를 면세해 준 정책은 관광산업 활성화와 외래 관광객 유치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에 대한 10% 부가세 면세 정책은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셋째, 관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업을 도모하는 기업이나 단체에 투자자금 지원이나 세제혜택과 같은 이점을 보장했으면 좋겠다. 가령 롯데호텔은 특1급 호텔 중 ‘한식 세계화’를 위해 가장 열정적으로 사업을 꾀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 호텔이 보유한 한식당을 고층으로 옮기고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한층 더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새롭게 한식당을 개설하거나 기존 한식당을 확대 개편하는 특급호텔의 경우 정부가 투자자금에 대한 저리융자와 세제지원 등의 다각적인 지원을 해 준다면 기업은 훨씬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 점증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의 유치 활성화를 위해 상호 무비자 입국 협상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물론 불법체류 문제 등 부작용 방지 대책도 함께 강구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려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호텔 등 관광서비스 업계에 필요한 특정 외국 인력 채용에 대한 노동비자도 규제를 완화해 줬으면 한다. 무조건 내국인만 채용하라고 한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다고 보며, 이것 또한 관광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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